[켈리박사의 학습과학 실천 이야기⑳] 신경과학이 밝혀낸 읽기 능력 향상 비결
| 국내는 물론 해외 교육계에서 학습과학을 실제 수업에 적용한 사례 및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학습과학 실천 이야기]. 그 첫 시리즈로 마련된 ‘켈리 박사의 학습과학 실천 이야기’ 마지막 호를 소개합니다. |
읽기 지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올해 당신은 읽기 수업을 맡고 있고, 학생들은 과제를 성실히 해오긴 하지만 여전히 읽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사로서 학생들의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휘를 더 많이 가르칠까? (아마 대부분의 교사들이 그렇게 할 것이다.) 문법을 집중적으로 다룰까? (이 역시 흔한 방법이다.) 아니면 독해 문제를 풀게 할까? (하지만 이것은 읽기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평가에 가깝다.)
이러한 방법들이 어느 정도 읽기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마치 화가가 되기 위해 물감의 이름이나 붓의 종류만 배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읽기’를 살펴보며, 그 안에서 어떤 통찰을 얻을 수 있을지 알아보자.
예측 기계로서의 뇌
읽기 능력은 어떻게 해야 향상될 수 있을까? 이를 신경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뇌가 세상을 인식하고 처리하는 기본 방식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뇌는 ‘예측(prediction)’을 통해 세상을 처리한다. 왜냐하면 뇌에 입력되는 모든 감각 정보(sensory input)를 매번 처음 보는 것처럼 일일이 분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인지 자원을 크게 소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는 예측에 의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스타벅스 매장에 가면 스타벅스 음료를 보게 될 것을 무의식적으로 예측한다. 매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뇌에서는 그 상황에 대한 인지 모형(mental models)이 이미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감각 정보만으로, 누군가 작고 흰 무언가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뇌는 추가 정보를 찾지 않고도 그것이 스타벅스 컵이라고 판단하며, 그 나머지 세부 정보들을 하향식, 즉 ‘위에서 아래로(top-down)’ 채워 넣는다. 다시 말해, 우리의 눈은 어렴풋한 윤곽만 포착할 뿐이고, 나머지는 인지 모형을 관리하는 뇌의 영역에서 감각 영역으로 정보가 전달되어 채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뇌는 제한된 인지 자원을 다른 데 쓸 수 있게 된다. 우리 뇌는 이처럼 매우 효율적이고 빠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다.
그 특정한 상황, 즉 스타벅스 매장에 있다는 상황 덕분에 뇌는 그곳에서 스타벅스 컵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전에도 다른 스타벅스 매장에서 같은 경험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누군가 작고 하얀 무언가를 손에 들고 있다면, 뇌는 베이지안 추론(Bayesian inferencing)1을 통해 그것이 십중팔구 스타벅스 컵일 것이고, 가끔은 냅킨이나 휴대폰일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일단 컵이라고 예측하면, 그다음에 눈이 이를 확인한다. 만약 예측이 틀렸다면(놀랍게도, 그것이 토끼였다!), 인지 처리 과정은 중단되고, 이를 다시 확인하고 인식을 재조정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언어와 문법, 그리고 예측의 힘
이러한 예측 능력 덕분에, 뇌는 아주 적은 감각 정보만으로도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을 순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뇌는 언어를 처리할 때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즉, 예측한다.
문장 수준에서 보면, 문장의 첫 부분은 다음에 이어질 단어가 무엇일지 뇌가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The boy ate…(소년은 …을 먹었다)”라는 문장을 들으면, 다음에 나올 수 있는 단어는 음식과 관련된 단어일 것이라는 사실을 뇌는 즉각적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만약 9, 10, 11처럼 예상치 못한 단어가 나온다면, 뇌는 문장을 살펴보며 다시 확인할 것이다.) 결국 문법이라는 것은 뇌의 예측 과정을 돕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문법은 우리가 다음에 올 말을 예측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조적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get out of hand(통제할 수 없게 되다)”, “make a projection(전망하다)”, “be careful(조심하다)”처럼 자주 쓰이는 구문과 관용 표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자동으로 이해하는 이러한 ‘언어 덩어리(chunks)’들은 우리의 예측을 도움으로써 뇌의 부담을 덜어준다. 만약 당신이 언어 교사라면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공감할 것이다.
읽기 역시 ‘예측 게임’이다. 그래서 특정한 구조나 스타일이 이 어려운 작업을 더 수월하게 만들어 준다. 어떤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어휘나 문법 같은 언어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연구 논문을 읽을 때 얼마나 힘든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예측을 도와주는 더 큰 수준의 담화 구조(discourse structures)나 내용 구조(content structures)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들은 언어와 의미에 대한 인지 모형을 미리 활성화하여 예측을 가능하게 만든다.
읽기를 돕는 다섯 가지 구조적 요소
나는 아직 이러한 큰 구조들을 누군가 명확히 정리해 놓은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한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빠뜨리는 부분이 다소 있겠지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다음은 글의 흐름을 예측하고, 행간의 의미를 유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읽기 구조의 요소들이다.
1) 담화 구조 규칙(설명문, 이야기 등 글의 유형, 문단과 주제문, 전환어2, 제목과 부제 등): 이러한 요소들은 우리가 내용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전체적인 틀을 제공한다.
2) 장르, 작가의 스타일, 플롯 유형: 글의 전개 방향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3) 주제와 관련된 배경지식: 해당 내용에 적합한 인지 모형을 활성화하여 상황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해준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할지도 모른다.)
4) 자주 쓰이는 구문이나 관용 표현: 언어를 덩어리(chunk) 단위로 처리하고, 자동화(automaticity)하도록 도와준다.
5) 삽화: 시각 자료는 독자의 예측을 보완하고 이해를 돕는다.
이제,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흐름이 보일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많은 교사가 읽기를 가르칠 때 어휘나 문법에 초점을 둔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기본적인 언어 능력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신경과학의 최신 연구들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더 큰 구조들에 대한 이해가 읽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해준다. 특히 이러한 구조들은 언어마다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언어를 읽을 때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구조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MindBrainEd Think Tank 웹사이트(mindbrained.org)에 방문하여 ‘Reading Structures’, ‘Discourse’, ‘Predictive Processing’ 관련 호를 다운로드하면 된다. Think Tank 본부에서는 이 주제들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여러분이 관련 글들을 읽으면 ‘읽기란 무엇이며,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글을 읽는 동안, 앞서 소개한 다섯 가지 요소들이 여러분이 글을 이해하고, 수월하게 읽어나가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기 바란다.
| 이 칼럼은 코리아테솔(Korea TESOL)의 ELT 잡지 <The English Connection>(Summer 2024 Volume 28, Issue 2)에 영문으로 실린 커티스 켈리(Curtis Kelly) 박사의 글을 약간 수정한 것입니다. 원본은 https://koreatesol.org/content/english-connection-tec에서, 더 긴 버전은 <MindBrainEd Think Tanks>(mindbrained.org)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Reference>
• Aitchison, L., & Lengyel, M. (2017). With or without you: predictive coding and Bayesian inference in the brain. Current Opinion in Neurobiology, 46, 219-227.
각주
- 베이지안 추론(Bayesian inferencing) – 뇌가 과거 경험을 토대로 가능성이 높은 해석을 우선적으로 떠올리고, 감각 정보를 통해 이를 확인 및 수정하는 예측 방식이다. 읽기와 언어 처리에서도 뇌는 이 방식으로 다음에 올 내용을 미리 예측하며 정보를 처리한다. 베이지안 추론 방식은 인지 자원을 절약하고 빠른 판단을 가능하게 해주며, 우리가 일상과 언어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전환어(transition words) – 글이나 말에서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 사이의 논리적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연결어로서 담화 구조의 핵심 요소이다. ‘순서(먼저,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원인(왜냐 하면), 대조(그러나, 반면에), 예시(예를 들어)’ 등이 있다.
커티스 켈리(Curtis Kelly)는 교육학 박사이며, 일본 간사이대학교(Kansai University) 영어과 교수이다. 인생 사명은 "교실에서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인기 있는 강연자이자 작가로서 500회 이상의 프레젠테이션을 했으며, 35권 이상의 책을 집필했다. 대표적 저서로는 『Significant Scribbles(중요한 낙서)』(Longman), 『Active Skills for Communication(능동적 의사소통 기술)』(Cengage), 『Writing from Within(내면으로부터의 글쓰기)』(Cambridge) 등이 있다. 뇌과학과 언어교육을 연결하는 무료 잡지 <MindBrainEd Think Tanks>의 구독을 독자들에게 적극 권유한다. ctskelly@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