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세부 능력과 특기사항”의 역설 : 입시를 위한 평가, 교육을 잃다
| 고등학교 수행평가의 문제점을 살펴보며, 이것이 교사 개인의 윤리적 일탈이나 고충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합니다. 이 평가의 모순을 공론의 장에서 다루면서 제도와 문화 전체를 재설계해야 함을 주장합니다. |
수석 선생님,
수요일 평가와 관련된 연수 감사드립니다.
다름 아니라 고백 아닌 고백을 하려고 용기 내서 메시지를 드려봅니다.
(중략)
아이들의 세특을 처음 쓰면서 나의 문장 하나에 아이들 인생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여름 방학 내내 세특만 고민해서 썼던 것 같습니다.
(중략)
그리고, 저도 제일 우려했던 것이 해 낸 과제의 성실도에 비해 세특을 더 잘 써주게 되는 경우 도덕적으로 해이해지는 것은 아닌지, 세상에 나가게 되면 노력한 것에 비해, 본인의 성실함에 비해 평가를 더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한데…. 세상을 더 차갑게 느끼진 않을지 혼자서 마음의 짐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근데,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위로가 되었고, 그나마 제시해 주신 대안에 대해서도 조금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위의 글은 내가 소속한 학교에서 ‘평가 문항 설계에 있어서 초점 설정의 중요성’에 대한 약 40분가량의 연수를 진행한 후 한 선생님께 받은 메시지이다. 이 메시지를 공유하는 이유는, 이 짧은 메시지에 현장의 선생님, 특히 고등학교 선생님의 학생에 대한 깊은 사랑과 과세특 기재와 관련된 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고뇌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고뇌를 수면 위에 떠올려 더욱더 많은 사람이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생님의 메시지에는 어떤 내용이 녹아 있을까?
먼저, 선생님의 메시지는 학생에 대한 깊은 사랑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예를 들어, “나의 문장 하나에 아이들의 인생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여름 방학 내내 세특만 고민해서 썼던 것 같다.”라는 표현에서, 우리가 작성하는 세특이 진학에 유리하게 작용함으로써 아이들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러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 해이해지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걱정은 아이들이 단순히 편안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선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상을 더 차갑게 느끼지 않을지”라는 표현에는 곧 성인이 될 아이들에게 자신의 수행 수준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오히려 배움의 기회와 살아갈 힘을 빼앗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내적 갈등이 드러나 있다. 선생님의 마음속에 이러한 내적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녀가 아이들이 자신의 수행 수준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개선’함으로써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축적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방증하기도 한다.
선생님의 메시지에는 학생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교사로서 느끼는 도덕적 갈등도 표현되어 있다. “저도 제일 우려했던 것이 해 낸 과제의 성실도에 비해 세특을 더 잘 써 주게 되는 경우 도덕적으로 해이해지는 것은 아닌지….”라는 문구는 학생의 수행 수준이 실제보다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경향이 강한 ‘과세특(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 관행이 학생의 도덕성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에 더하여, 이 문구는 과장되게 긍정적으로 세특을 기록하는 관행이 아이의 도덕성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러한 관행에 거스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내적 갈등이 있음을 추측하게 한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위로가 되었고….”라는 표현은 선생님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문제에 대하여 동료들과 차마 논의하지 못하였던, 그리하여 감내해야 했던 고립감을 추측하게 한다. 정체성 형성기의 아이들이 ‘도덕적 해이’를 경험한다는 것의 치명적 영향을 직관적으로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이에 대하여 동료 교사와 의논해 본 경험이 없었으며, 그리하여 자신만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학생부 기록 관행이 학생의 도덕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면서도, 동료 교사와 이 문제를 공유하지 않는 데에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사들 자신도 이 제도가 교사에게 왜곡된 책임을 지우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무난하게 좋은 말 써 주자”는 일종의 생존 전략을 수행하고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 제기는 마치 동료 교사를 ‘비윤리적인 사람’으로 지적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고, 이는 조직 내 인간관계에 긴장을 유발하기 때문에 회피되었을 수 있다. 따라서 과세특 작성의 비윤리적 측면에 대한 다수 교사의 침묵은 단순한 개인의 무관심이라기보다, 제도와 집단, 심리와 윤리의 층위가 얽혀 있는 구조적 침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의 고립감은 이토록 중대한 문제가 공론의 장으로 들어오지 않았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그것에” 라고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위로’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중요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그 문제가 공론의 장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로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론의 장에 문제를 진입시킨다는 것은, 그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왜곡된 관행이 더 이상 당연시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는 교사 스스로가 느끼던 불편함이 정당한 문제의식이었다는 점을 확인받는 과정이며, 고립된 상황에서 벗어나 학생의 도덕성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적 실천에 대해 동료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메시지는 이러한 문제상황과 관련된 적절한 전문성 향상 지원이 충분히 존재하지 않았음을 추측케 한다. 선생님은 “그나마 제시해 주신 대안에 대해서도 조금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날 선생님들께 안내해 드린 내용은 실생활 연계형 평가설계를 위해 고려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40분의 짧은 시간을 활용해 진행된 연수는 실생활 연계형 전이 과제 설계에 있어서 교과 개념을 중심으로 한 초점 설계를 통해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를 확보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룬 것이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실생활 연계를 통한 깊이 있는 학습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향에 따라 실생활에 교과 개념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교과 개념과 관련된 분명한 초점을 설정하는 것, 즉 명료한 학습 목표(clear learning outcome)를 설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실생활은 다양한 변인이 혼재하는 복잡계1이기 때문이다. 복잡계인 실생활에 특정 교과 지식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분명한 학습 목표가 설정되지 않는다면 학생은 무수히 많은 개념적 정보가 혼재되어 상호작용하는 복잡계 안에서 길을 잃고 유의미한 학습을 할 수 없고, 기존에 존재하는 정보를 짜깁기하는 데 그치는 수동적 정보처리를 하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교사는 교과 개념을 중심으로 명확한 학습 목표를 설정, 학생과 공유하고, 이를 중심으로 수업과 평가를 설계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실생활 연계 과제는 광폭의 전이(far-transfer)2를 요구하는 과제이며, 학생이 이러한 과제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으려면 광폭의 전이 과제 이전에 정교하게 설계된 일련의 소폭의 전이 과제(carefully sequenced multiple near-transfer tasks)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사는 근접발달영역 내에 과제를 위치시키고 학생의 사고를 가시화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수업과 평가설계가 존재하지 않을 때 학생은 전이 과제에 의해 부여되는 과도한 인지적 부하에 압도되기 쉽고,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기보다 타인의 사고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생님은 이 연수를 통해 이러한 안내를 처음 접해보는 듯하였으며, 이는 교사를 위한 기초적인 전문성 지원 시스템에 균열이 존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뿐만 아니라, 관련하여 오개념을 퍼트릴 수 있는 시도교육청 주관 연수 및 자료도 적지 않다. 대부분 학생의 근접발달영역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광폭의 전이 과제를 요구하는 경우이다.)
한국의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지금까지 필자가 어떤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논의의 구체적 전개를 위하여 수행평가 문항 하나를 사례로 들어보자.
과제의 높은 난도
함께 논의해 볼 사례는 (그리고 우리 학교 연수에서 활용했던 사례는) 고등학교 통합과학 수행평가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3
<에어 로켓 발사체 구조변경을 통한 과학적 원리 탐구 수행평가 활동 장면 >
이 수행평가에서 학생은 학교에서 제공한 에어 로켓 키트를 활용하되 비행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구조를 변경하고, 이를 통해 관련된 과학 원리를 탐구해야 했다. 평가는 그룹 활동을 통해 이루어졌고, 교실은 학생들의 대화로 활기를 띠었으며, 학생들은 수행평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추상적으로 존재하였던 교과 개념이 구체적인 실생활 경험과 연계되며 깊이 있는 학습이 구현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몇몇 측면에서 이 수행평가를 조금 더 자세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수행평가의 난이도를 생각해 보자. 이 수행평가는 ‘난이도 상, 중, 하’ 중에서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되는가? 연수를 받으시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이 질문을 하면, 선생님 대부분은 ‘상’이라고 대답하신다. 그러나 ‘상’이라는 표현은 이 수행평가 문항에 대한 적절한 묘사가 되지 못한다. 아이들은 (아주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듯이) 즐겁게 재잘대며 수행평가에 임하였지만, 이 평가 문항의 난도는 단순히 높은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높다.
‘에어로켓 발사체의 구조를 변경하여 과학 개념을 이해한다’라는 수행평가가 겉보기에는 단순한 실습 활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높은 난도를 지닌 과제인 이유는, 이 과제가 단순한 개념 확인이나 개념 관련 체험을 넘어서, 과학적 개념의 실제 적용과 해석, 공학적 설계 사고까지 포함하는 통합적인 탐구 능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활동은 에어로켓을 제작하고 발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조를 변경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요구한다. 구조변경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구조를 어떻게 변경할 때 어떤 과학적 원리에 의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학생은 로켓의 구조를 설계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물리 개념들을 구체적인 현상과 논리적으로 연결해야 하며, 이는 뉴턴의 운동 법칙(관성, 가속도, 작용과 반작용),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전환, 공기 저항, 압력과 힘, 포물선 운동, 속도와 가속도, 에너지 보존 법칙 등 여러 개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고등학교 학생이 이러한 개념과 개념 간 상호작용에 대한 지식을 실제 구조 설계와 결과 해석에까지 연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 나아가 이 과제는 한 번의 활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험 결과를 관찰하고 해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구조를 수정하는 순환적 탐구 과정을 암묵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실험 설계, 비교 관찰, 데이터 기록과 해석 등 과학 탐구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한다. 이 수행평가는 또한 조별로 협력하여 수행하는 과제로 제시되기 때문에, 자기 주도적 학습 역량뿐만 아니라 협업 능력, 의사소통 능력, 역할 분담에 대한 책임감도 함께 요구된다. 산출물 역시 단순한 실험 보고서 형태를 넘어서, 구조변경 설명, 설계도 작성, 관련 과학 개념의 설명, 사진 첨부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을 포함해야 하므로, 과학적 글쓰기 능력과 시각적 표현력도 필수적이다.
수행 수준에 대한 낮은 기대
이 평가 문항의 난이도를 고려하며, 다음에 제시된 학생 수행 결과(실험 보고서)를 살펴보자. 당신이 과학 선생님이라면 이 실험 보고서에 대하여 몇 점 정도를 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가?
<에어로켓 수행평가에 대한 학생 활동 보고서 사례>

아마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보고서에는 학생이 뉴턴의 운동 법칙(관성, 가속도, 작용과 반작용),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전환, 공기 저항, 압력과 힘, 포물선 운동, 속도와 가속도, 에너지 보존 법칙과 같은 다양한 관련 개념 중 ‘일부’라도 실제로 이해하고 적용하고 있다는 근거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이 보고서에 기술된 수준은 교육과정에서 기대하는 성취 수준에 한참을 미치지 못하는 수행을 보여주며, 따라서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 정당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교사는 이러한 보고서에 대하여 낮은 점수를 부여할까? 그렇지 않다. 실제로 이 보고서를 작성한 학생은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이는 학생 대부분이 높은 점수를 받는 수행평가 점수의 일반적인 분포도와도 일치하는 현상이다.
이처럼 과도하게 어려운 과제를 제시하면서 낮은 수행 수준을 기대하는 평가는 여러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공교육의 평가 체제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과제의 난도가 높다는 것은 고차적 사고능력을 측정하려는 의도를 나타내지만, 낮은 수행에도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면, 평가는 의도한 역량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도를 의심받게 된다. 또한, 과제가 지나치게 어렵고 평가 기준은 느슨한 경우, 학생은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알기 어렵고, 피드백은 학습을 지원하지 못한 채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교육과정, 수업, 평가 간의 정렬이 무너진 결과이다. 에어로켓 구조변경과 같은 고난이도 과제를 출제했다면, 이에 필요한 개념 지식과 실험 설계 능력 등이 수업을 통해 충분히 선행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수업은 단편적이고 과제는 복합적이지만, 수행 수준에 대한 기대가 낮다면 교육과정, 수업, 평가 간의 정렬성(alignment)은 확보되지 않고 있는 것이며, 이는 교육 전반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수행평가를 통해서 자신이 어떤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되며, 수행평가를 시간과 체력을 소모하는 무의미한 활동으로 인식하기 쉽다. 무엇인가를 배우고 익히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고, 실제로 무엇인가를 배우고 익혔다고 보기도 어렵다.4
관련하여,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공론화될 때, 특히 입시와 관련된 논의가 다루어질 때, 그 주제와 상관없이 수행평가의 폐지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용감하고 정직한 직시와 대처가 필요하다. 리처드 엘모어(Richard F. Elmore)가 지적하듯이, ‘우리가 흔히 개혁이라고 부르는 것 중 상당수는 사실상 치명적 돌연변이(lethal mutation)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원래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닌 아이디어였지만, 실행 과정에서 핵심 논리와 효과를 잃어버린 채 도입’되었을 가능성5에 대하여 검토해야 한다. 수행평가는 학생의 지식과 기능 습득을 가시화하고, 추상화된 개념을 구체적인 상황 정보를 통해 재맥락화하여 깊이 있는 학습을 유도하기 위한 중요한 학습 도구이다. 그러나 추상화된 개념의 유의미한 재맥락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만족되지 않을 경우, 즉, 학습자의 인지적 준비도와 교수 설계의 정교함이 전제되지 않는 경우, 수행평가는 깊이 있는 학습을 유도하지 못하고 피상적 경험을 제공할 뿐이며, 전이 가능한 지식 습득을 촉진하는 의미 있는 학습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6

이처럼 과도하게 어려운 과제와, 또한 과도하게 낮은 수행 수준에 대한 기대는 평가의 타당도, 신뢰도,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공교육의 존재가치를 의심하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생 수행에 대한 기록이 대학 진학을 위한 과세특 기록과 맞물릴 때 발생한다. 학생은 자신의 이익(진학)을 위하여 사실(실제 수행 수준)을 왜곡하는(수행 수준에 대한 미화) 것이 정당화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고, 반복된 경험은 잘못된 가치관을 내면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7
교과 세특 작성을 위해 설계되는 수행평가
내게 메시지를 주셨던 선생님은 “…제일 우려했던 것이 해 낸 과제의 성실도에 비해 세특을 더 잘 써주게 되는 경우 도덕적으로 해이해지는 것은 아닌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교사가 학생을 위하여 (정확히는 학생의 진학을 위하여) 학생의 실제 수행 수준보다 미화된 과세특을 작성해 주는 것이 목적을 위하여 잘못된 수단을 동원하는 것의 정당성을 학생이 내면화하도록 하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내적 갈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 에어로켓 발사체 구조변경을 통한 과학적 원리 탐구 수행평가는 매우 높은 난도의 과제이다. 그러나 매우 낮은 수행 수준에 대해서 높은 점수를 준다는 것에서 추론할 수 있듯이, 이렇게나 높은 난도의 과제에 대한 학생 수행 수준에 대한 기대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다. 왜 압도적으로 어려운 과제를 제시하고 수행 수준에 대한 기대는 이토록 낮게 설정하는 것일까?
수행 수준에 대한 기대를 낮게 설정하는 것, 즉, 잘하지 못해도 점수를 후하게 주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선생님 자신도 이 문항의 난도가 너무나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학생이 과제를 유의미하게 해 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있을 수 있다. 후한 점수를 통해서 학생의 노력과 참여를 긍정적으로 치하하고 격려하고자 했을 수도 있다. 정성 평가적 특성상 수행평가가 지니는 주관적 평가 요소에 대한 민원 발생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민원의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자 점수를 후하게 부여했을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수행 수준에 대한 기대를 이렇게나 낮게 설정할 것이라면, 애초에 과제의 난이도를 그토록 높게 설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연수에 참여하신 몇몇 선생님들은 배시시 웃으며 “과세특이요”라고 대답한다.8 그리고 이러한 대답의 중심에는 진학에 유리한 과세특(교과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 작성에 대한 압박이 존재한다.
고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수행평가를 설계할 때, 단순히 ‘학생의 학습 수준에 맞는 과제’를 고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압박이 존재한다. 교사는 그 과제를 수행한 결과로 어떤 세특을 쓸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세특이 대입 전형에서 얼마나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암묵적, 명시적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과세특은 더 이상 성취 기준을 중심으로 한 학생의 수행 수준의 ‘기록’이 아니라, 학생의 입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기능한다. 수업의 끝에 남겨야 할 관찰 결과가 아니라, 입시 문서의 핵심 증거 자료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 결과, 과제 설계의 방향은 교육적 적정성보다는 서술 가능한 활동의 복합성을 드러낼 수 있는 쪽으로 설정되며, ‘탐구’, ‘적용’, ‘설계’, ‘비교’, ‘분석’ 같은 단어를 세특에 쓸 수 있게 해주는 과제가 선호된다. 그리고 이러한 단어들을 정당하게 쓰기 위해서는 과제 자체가 복잡하고 다단계적이며, 깊이 있는 형태여야 한다. 결과적으로 과제는 어려워지고, 학생의 수행은 그 깊이에 미치지 못하며, 교사는 그 차이를 무시하고 ‘가능한 수준에서 긍정적 표현’을 이끌어내는 서술 방식으로 세특을 ‘포장’한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부터 교사의 도덕적 갈등이 시작된다. 진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지적 정직성9을 위배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을 수행평가에 대한 과세특 기록을 통해 학생으로 하여금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하고10, 종국에는 학생으로 하여금 지적 정직성 위배의 정당화를 내면화하게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내적 갈등 말이다.11
‘가능한 수준에서 긍정적인 표현’과 지적 정직성의 위배
지적 정직성은 일반적으로 개인이 실제로 수행하거나 사고하고 이해한 내용만을 근거로 결과를 진술하고 표현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교육평가의 맥락에서 이 개념은, 교사가 학생의 학습 활동을 평가하거나 기록할 때, 해당 기록이 학생이 실제로 보인 수행과 사고 수준에 기반해야 한다는 정합성의 원칙으로 구체화된다. 다시 말해, 학생의 탐구 수준이나 개념 이해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사가 평가 기록을 통해 과도하게 구조화된 의미를 부여하거나, 전문적 개념 이해가 있었던 것처럼 해석하여 서술하는 행위는 지적 정직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이러한 왜곡은 학생의 실제 역량에 대한 오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평가 기록의 신뢰도를 훼손하고, 궁극적으로는 교육의 정당성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에어로켓 발사체 구조변경을 통한 과학적 원리 탐구’ 보고서에 기반한 가상의 과세특 기록을 통해 선량한 의도로 작성된, ‘가능한 수준에서 긍정적 표현을 이끌어내는’ 서술 방식이 어떻게 지적 정직성을 위배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 <학생이 수행평가 보고서에 기록한 내용>
•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나가는 비행기 고무줄의 탄성을 더 크게 하기 위해 여러 겹 끼운다. • 최대한 높이 날 수 있도록 앞부분의 무게를 조금 더 작게 한다. 그리고 날개를 없앤다. • 공기의 압력을 일시적으로 폭발 시켜 로켓에 운동에너지를 준 다음 날린다. |
| <학생 보고서를 기반으로 작성된 가상의 과세특>
고무줄의 탄성이 일정 시간 후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무줄을 여러 겹 끼워 발사 추진력을 보완하고자 함. 발사체의 앞부분 무게를 줄이고 날개를 제거하여 비행거리를 높이고자 하였으며, 발사체 구조변경 과정을 통해 로켓 비행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관찰함. 발사 원리에 대해 공기의 압력을 순간적으로 폭발시켜 운동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임을 설명하였고, 발사체가 높이 날 수 있는 조건을 고려하며 구조를 조정함. 실험을 통해 구조변경 전후의 결과를 비교하며 비행 특성을 파악하고자 하였으며, 구조변경과 결과 해석을 통해 실험 계획 실행력과 관찰 기반의 탐구 역량을 보여줌. |
위에 제시된 가상의 과세특은 학생의 암묵적 지식을 교사가 명시적으로 표현해 준다는 논리 하에 흔하게 활용되는 과세특 작성 방식을 보여준다. 즉, 학생의 수행 결과물을 바탕으로 학생이 이해하거나 활용하고 있지만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 지식과 기능을 교사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과세특 작성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지적 정직성을 위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학습자의 산출물에 대한 과잉 해석
학생이 단순한 사실 진술이나 결과만을 제시하였음에도, 교사가 그 표현의 의도나 사고의 이유, 목적, 맥락 등을 부가적으로 해석하여 평가하는 경우. 실제로는 학습자의 설명 속에 존재하지 않는 원인-결과적 사고나 설계 의도가 교사의 추론에 의해 덧붙여짐. 위 사례의 경우, 학생은 단순히 ‘날개를 없앴다’라고만 쓴 것을 ‘비행거리를 높이기 위해 날개를 제거하였다’라고 해석함으로써 의도와 설계 이유를 덧씌움. 학생의 보고서에는 날개를 없애는 것과 관련된 설계 목적이나 원인-결과적 사고가 드러나 있지 않음.
∎ 학생의 개념적 이해 수준에 대한 과잉 투사
부정확하거나 불완전한 학습자의 표현을, 교사가 전문 개념 언어나 정제된 설명으로 재서술함으로써, 학생이 해당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과잉 추정하는 경우. 학생의 표현에는 개념적 정교함이나 체계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음에도, 전문성 있는 설명으로 환원해 기술함. 위 예의 경우, “공기의 압력을 폭발시켜…”라고 쓴 미흡한 표현을 “발사 원리에 대해 공기의 압력을 순간적으로 폭발시켜 운동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임을 설명함”이라고 정제함으로써 학생이 정확한 개념적 이해 하에 구조를 변경한 것처럼 서술함.
∎ 탐구 과정을 실제보다 더 구조화하여 제시
학생의 산출물이나 활동 기술에 기반하여,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 있는 계획성, 체계적 실행, 비교 분석, 자기 조절적 탐구 과정 등을 추가로 구성하거나 해석하여 평가하는 경우. 학습자의 실제 수행은 단편적이고 비구조적일 수 있음에도, 보고서나 결과물을 근거로 탐구 역량을 과대평가함. 위 사례의 경우, “실험 계획 실행력과 관찰 기반의 탐구 역량을 보여줌”이라는 평가는 보고서 내용에 나타나지 않은 실험 반복, 비교 관찰, 분석과 해석 등의 과정을 추정하여 기술한 것임. 학생은 ‘비교’나 ‘변인 통제’에 대한 구체적 고민 없이 단편적 관찰만 했을 가능성이 높음.
물론, 위에 제시된 가상의 과세특은 과세특 작성의 경향성을 묘사하고자 작성된 것이며, 모든 선생님의 과세특 작성 방식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학생 수행에 대한 유사한 유형의 미화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교사는 소수에 그칠 것으로 추정한다.
교사는 학생을 위하는 선의로, 학생의 산출물에 기반하여, 학생이 미처 언어화하지 못한 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식과 기능을 자신의 전문적 배경지식을 동원하여 ‘가능한 수준에서 긍정적 표현을 이끌어내는 서술 방식으로’ 기술했을 뿐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선생님은 이러한 선의의 행동 때문에 지적 정직성이 어긋나고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느끼며, 자신이 지적 정직성을 위배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해 자신에 대한 존중감과 직업적 자존감마저 잃을 수 있다는 의식적, 무의식적 내적 갈등에 휘말리게 된다.12 “학교가 수행평가와 과세특을 통해 학생으로 하여금 거짓의 정당화를 체계적으로 반복 훈련, 내면화시키고 있다”라는 한 교사의 고백은 교사의 직업적 자존감 하락과 긴밀한 관계에 있을 터이다.
고립된 정직성에서 공동의 실천으로
이 글에서 묘사하고자 했던 현실은 단순한 개인의 윤리적 일탈이나 일부 교사의 고충으로 축소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수행평가는 본래 학습 과정을 풍부하게 하고, 학생의 사고를 정밀하게 관찰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 수행평가 과제는 ‘좋은 과세특’을 위한 형식적 장치로 기능하며, 그 결과 학생의 수행 수준과 무관하거나 과장된 기록이 반복적으로 생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정직한 기록보다는 진학에 유리한 서사를 구성하기 위한 ‘교육적 언어의 조작’으로 이어지며, 교육 본연의 목적과 평가의 신뢰성을 동시에 훼손한다.
이러한 왜곡은 과세특이 대입 평가의 핵심 자료로 기능하고 있는 현재의 입시 구조에서 비롯된다. 세특은 더 이상 학생의 성장 과정을 드러내는 교육적 기록이라기보다는, 입시 경쟁에서 ‘매력적인 이야기’를 구성하기 위한 자료로 전용되고 있으며, 교사는 그 이야기를 가능한 한 논리적으로 완성해 줄 것을 요구받는다. 이처럼 평가 기록이 제도적·사회적 압력에 의해 왜곡되는 현상은 캠벨 법칙(Campbell’s Law)의 교육적 구현이며, ‘이 정도는 다 하는 일’, ‘어차피 진학을 위한 서류니까’라는 암묵적 정당화를 통해 도덕적 해이(moral disengagement)13가 체계적으로 유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이 문제를 더 이상 개별 교사들이 조용히 감당해야 할 ‘내면의 윤리 문제’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공적 언어가 정직함을 잃을 때, 교육의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 교사의 고립된 정직성에만 의존해서는 지속 가능한 실천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이제는 이 평가의 모순을 교실 바깥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고, 함께 논의하고 재구성할 집단적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문제를 나눌 수 있을 때, 실천도 함께 설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수행평가가 실제 학생의 이해 수준에 맞게 설계되고 해석될 수 있도록 교사에게 실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에 있다. 특히 고차적 사고를 요하는 실생활 연계형 광폭의 전이(far transfer) 과제가 효과적인 교육적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과제를 적절히 설계하고 안내할 수 있는 교사의 역량과 환경이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연수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가 서로의 실천을 점검하고 지원할 수 있는 지속적 실행 공동체와 안전한 성찰 공간이 동반될 때 실현 가능하다.
이제는 평가가 학생의 진짜 성장을 돕고, 기록하고, 해석하는 공정한 언어로 다시 작동할 수 있도록, 그 평가가 작동하는 제도와 문화 전체를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입시에 유리한 서사를 위해 교육이 봉사하는 구조를 전환하지 않는 한, 정직한 기록은 늘 예외로 남게 될 것이다. 이 전환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정직성을 감시하는 눈이 아니라, 정직한 실천이 가능하도록 돕는 손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 복잡계(complex system): 많은 수의 상호작용하는 요소들이 모여 전체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행동이나 구조를 나타내는 시스템을 지칭한다. Mitchell, M. (2009). Complexity: A guided tour. Oxford University Press.
- 광폭의 전이(far transfer): 어떤 맥락에서 학습한 지식이나 기술을 표면적으로는 유사하지 않지만, 기저의 원리는 동일한 매우 다른 맥락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함. Perkins & Salomon (1988), Teaching for Transfer
- 현장에서 직접 관찰한 수행평가를 사례로 들었으나, 이와 유사한 문제를 지닌 수업 및 평가 사례를 모범사례로 제시하고 있는 교육부, 교육과정평가원, 시도교육청 자료가 다수 존재한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자료집 제작에 참여한 저자들이 자료집의 사례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수업과 평가설계의 기본적인 원리에 대한 학습과 이해의 공유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각자의 이해에 근거하여 사례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미국의 교육학자 Richard F. Elmore(1943–2021)는 “우리가 흔히 개혁이라고 부르는 것 중 상당수는 사실상 치명적 돌연변이(lethal mutation)에 불과하다. 원래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닌 아이디어였지만, 실행 과정에서 핵심 논리와 효과를 잃어버린 채 도입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일갈한다. Elmore, R. F. (2004). School Reform from the Inside Out: Policy, Practice, and Performance. Harvard Education Press.
- 광폭의 전이(far transfer) 과제는 본질적으로 높은 내재적 인지 부하를 수반한다. 이는 학습자가 지식의 심층 구조를 추상화(abstraction)하고, 이를 새로운 문맥에 적용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인지적 처리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습자가 해당 개념에 대한 스키마(schema)를 아직 자동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러한 과제를 부과할 경우, 기억 인출, 문맥 간의 연결(mapping), 새로운 추론 생성 등이 동시에 요구되면서 작업기억을 과도하게 점유하게 된다. 광폭의 전이(far transfer)는 교육적으로 중요한 목표이지만, 학습자가 해당 개념을 내면화하고 자동화한 이후에야 의미 있게 도달할 수 있는 목표이다. 관련하여, 인지부하 이론은 우리에게 수업 설계의 타이밍과 순서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Sweller, J., Ayes, P., & Kalyuga, S. (2011). Cognitive Load Theory. Springer./ Mayer, R. E. (2002). Rethinking Transfer of Learning. In H. Pashler (Ed.), Psychology of Learning and Motivation, Vol. 16.)
- Elmore, R. F. (2004). School Reform from the Inside Out: Policy, Practice, and Performance. Harvard Education Press.
- 김새로나 (2024). 개념적 이해와 실생활 연계를 위한 인지 부하 조정의 필요성 http://21erick.org/column/12735/
- 필자는 이에 대한 우려를 몇몇 글에서 제시한 바 있다. 김새로나. (2025). 암묵적 교육과정에 대한 명시적 검토의 필요성.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http://21erick.org/column/15103/김새로나. (2025). ‘과세특’이 초래한 암묵적 교육과정, 위선조차 필요 없도록 도덕 허물어.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http://21erick.org/column/14659/김새로나. (2023). 암묵적 교육과정, 왜 수면 위로 드러내 논의해야 하는가?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http://21erick.org/column/10281/
- 최근에는 “최소성취수준 보장제도요”라고 대답하는 선생님들도 있다. 최소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해야 하는 학생들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하여 수행평가를 성적 부풀리기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하여 섣불리 선생님들을 비난하지 마시기 바란다. 절대평가라는 측면에서 ‘최소 성취 수준’에 대한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가 아직 제공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작적 정의란, 어떤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이고 관찰 가능한 방식으로 정의하여 측정할 수 있게 만드는 절차를 의미한다. 교육평가에서는 이러한 조작적 정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교사의 자의적 해석이나 외부적 요구에 따라 평가 기준이 왜곡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절대평가 체제 하에서 최소 성취 수준을 신뢰롭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그 개념을 조작적으로 정의하려는 시도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 지적 정직성(intellectual honesty): 개인의 이해관계, 신념, 감정과 무관하게 사실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려는 인지적, 도덕적 자세를 지칭한다.
- 가치는 단순히 인지적으로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 실천과 맥락적 경험을 통해 행동으로 드러나며 인격의 일부로 자리 잡는다. 반복은 기억을 강화하고, 관련된 신경 연결을 강화하며, 사회적 역할 수행과 내면 규범 형성을 촉진하는 등 다양한 인지적·심리적 수준에서 작동한다. 외부에서 주어진 규범이나 태도는 반복을 통해 개인의 자기 정체성과 행동 기준으로 내면화되며, 삶 속에서 실제로 살아 움직이게 되는 메커니즘으로 완성된다.
- 이러한 현상은 캠벨의 법칙(Campbell’s Law)을 떠올리게 한다. 캠벨의 법칙은 “어떤 수치화된 사회 지표를 의사결정에 사용할수록, 그 지표는 조작과 부작용의 압력에 더 많이 노출되며, 그 지표가 원래 측정하고자 했던 사회적 과정을 오히려 왜곡하거나 파괴할 가능성이 커진다.”라는 것으로, 수치화된 학생 수행 수준(평가 결과)이 (대학의) 학생 선택을 위한 의사결정에 활용될수록 조작과 부작용의 압력에 더 많이 노출되는 현상을 잘 설명한다. Koretz, D. (2017). The testing charade: Pretending to make schools better. University of Chicago Press.
- 사회인지심리학자인 앨버트 밴듀라에 의하면, 사람은 자기 행동을 ‘선한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해석(정당화)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게 될 수 있으나, 이러한 정당화는 결국 도덕적 기준을 스스로 지키려는 마음을 약하게 만들고,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감도 잃게 만든다. Bandura, A. (1999). Moral disengagement in the perpetration of inhumanitie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3(3).
- 도덕적 해이(moral disengagement)란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도덕적 기준을 선택적으로 잠시 차단함으로써, 평소라면 부도덕하다고 여겼을 행동을 자신에게 허용하게 되는 심리적 과정이다(Bandura, 1999). 밴듀라는 이를 단순한 자기기만이 아니라, 도덕적 자아 개념을 유지한 채 비도덕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정교한 자기합리화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 이 개념은 특히 제도나 조직 내에서 비윤리적 실천이 반복되고 정당화되는 구조적 현상을 분석하는 데 핵심적으로 사용된다. Bandura, A. (1999). Moral disengagement in the perpetration of inhumanitie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3(3), 193–209.
이화여자대학교 교육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의 대학원에서 인지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리서치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였고 이후 영어 교사로 교직 생활을 시작하였다. EBS의 ‘최고의 영어 수업’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으며, EBSi의 고등학교 심리학 강의를 맡아 하기도 하였다. 현재 김해삼문고등학교에서 수석교사로 근무 중이다.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도덕적 해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선생님들께 박수를 보내며.
저의 딸도 중학생인데 벌써부터 수행평가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초등학교에선 그렇지 않은데, 중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고 평가만 합니다.
마치 인풋은 없는데 계속 아웃풋을 요구한다고 할까요?
평가로서 가르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시를 대비한답시고 학교에서는 수행평가 양과 횟수를 늘리는데만 혈안입니다.
가르치는 것을 평가하고,
배우지 않은 것에선 출제하지 않는,
그런 상식을 기대하는게 어렵습니까?
대구 수성구의 동0중학교! 정신차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