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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이찬승의 학습과학 특강(23) – “동기부여의 과학 : 학생들의 학습 열정을 깨우는 핵심 열쇠”

#1250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5.03.31
학생들의 동기부여에 관한 최신 과학적 통찰을 살펴봅니다. 학생의 학습동기를 이해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배움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입니다.                                                                            

 

 

목차

1. 동기의 본질과 주의 집중 시스템
2. 동기부여 경제학의 3요소
3.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의 길
4. 십대의 뇌,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들
5. 효과적인 피드백의 전략
6. 자기결정이론과 학생의 욕구
7. 단기 동기 유발의 3가지 열쇠
8. 소속감과 목적의식의 힘
9. 새로운 동기부여 패러다임


 

 

교실에 들어서면 언제나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복도에서는 활기차게 웃고 떠들던 학생들의 눈빛이 수업 시간만 되면 어딘가로 초점을 잃어버린다. 교육자로서 이보다 더 안타까운 광경이 있을까? 교실에서 학생들은 때때로 학교급별로 특징적인 질문을 던진다. 초등학생은 “선생님, 오늘은 게임해요?”, 중학생은 “이거 시험에 나와요?”, 고등학생은 “이게 수능이랑 무슨 관계가 있어요?”라고 물으며 각자의 관심사를 드러낸다. 교사들은 학교급별로 다른 동기유발 전략을 구사하지만, 과연 그것이 학생들의 진정한 학습 동기를 자극하고 있을까?

 

학습동기란 단순히 ‘공부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넘어, 주의 집중과 노력을 학습에 할당하게 만드는 복합적인 심리적 메커니즘이다. 학생 동기부여는 학교와 가정 모두에서 늘 고민하는 과제이지만, 초등학교는 외적 보상 시스템에, 중고등학교는 성적과 입시 연계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과연 이런 접근법들이 장기적으로도 효과가 있을까? 끈기(grit)를 강조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아니면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한 걸까?

 

이 글에서는 학생들의 동기부여에 관한 최신 과학적 통찰을 살펴보고자 한다. 학생의 학습동기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공부할까’라는 질문을 넘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배움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다. 그 여정을 함께 시작해 보자.

 

 

1. 동기의 본질과 주의 집중 시스템

 

인간의 동기에 관한 초기 이론들은 솔직히 너무 단순하다. 1870년대의 본능 이론은 동기가 그저 생물학적이라고, 1943년의 추진 이론과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설은 생리적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욕구가 행동을 이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이론들로는 우리 아이들이 새벽까지 게임에 몰두하거나, 관심 있는 유튜브 채널은 밤새 보면서도 수학 문제집에는 5분도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우리의 동기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교육 연구자 펩스 맥크리아는 동기를 아주 흥미로운 관점으로 정의한다. “동기는 주의 집중을 할당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Peps Mccrea, 2020). 생각해 보라. 우리는 하루에도 수천 개의 자극을 받는다. 카톡 알림, 유튜브 추천, 친구와의 대화, 길가의 광고판 등, 이 모든 것 중에서 무엇에 집중할지 결정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동기는 이 혼란 속에서 방향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종종 언급되는 개념이 바로 ‘관심 경제학(attention economy)’1이다. 우리의 관심은 한정된 자원이고, 동기는 그 자원을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학생이 수학에 동기부여가 된다면, 수학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그러면 수학을 배울 가능성이 높아진다. 동기가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주의를 기울이라고 하는 것은 마치 물에 젖은 성냥으로 불을 붙이려는 것과 같다.

 

한국의 교실에서 우리는 학교급별로 다른 동기유발 전략을 사용한다. 초등학교에서는 게임형 학습, 스티커와 도장 같은 외적 보상, 역할극과 만들기 활동 등을 통한 재미와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잘했어~ 정말 기특하구나!”, “이거 끝나면 도장 하나 줄게!”와 같은 말들이 교실을 채운다. 중학교에서는 동기유발 전략이 성취 기반 보상, 또래와의 협동/경쟁 활동, 실생활 연결형 수업, 자율과 선택권 부여로 전환된다. 이 시기는 또래의 시선과 자기 정체성이 민감한 시기로, 칭찬보다는 인정과 존중이 더 효과적이다. 고등학교에서는 진로 및 입시와의 연계, 문제 해결형 프로젝트, 학생 주도 발표와 토론, 실제 사회 이슈와의 연결을 강조한다. “이 개념은 수능에도 자주 나와”라는 말은 고등학교 교실에서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 문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이런 전략들이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오래 지속시킬 수 있을까? 각 학교급별 전략이 갖는 공통적인 한계는 외적 보상(점수, 도장, 성적)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내적 동기 유발을 위한 전략(목적, 소속감, 자율성)의 적용은 아직 제한적이며, 과도한 비교와 평가 중심 문화가 오히려 동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동기부여의 심리학적 메커니즘을 더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동기부여 경제학의 3요소

 

맥크리아는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마치 투자 결정처럼 분석한다.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될 때 학습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① 배우는 내용에 가치를 느낄 때 (이게 나에게 왜 중요한가?)
② 그것을 배울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때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
③ 학습의 비용(노력, 시간 등)이 감당할 만하다고 느낄 때 (이것이 요구하는 희생은 무엇인가?)

 

한번 고민해 보자. 우리는 ‘이건 너의 미래에 중요해’라는 가치만 강조할 뿐, 정작 학생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거나 학습 장벽을 낮추는 데는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맥크리아의 통찰력 있는 조언은 “학습 과정은 쉽게 만들되, 학습 내용은 도전적으로 유지하라”는 것이다. 이건 마치 헬스장에서 운동 자세를 꼼꼼히 가르쳐 주고 보조해주되, 무게는 점점 늘려가는 것과 같다. 교실에서의 규칙과 절차를 단순명료하게 만들면 학생들은 인지적 자원을 내용 학습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효과적인 문제 풀이 지도 전략 중 하나는, 풀이 과정을 명확한 단계로 나누고 템플릿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문제 자체는 쉽게 만들지 않는다. 이 방식은 학생들에게 “아, 이렇게 접근하면 되는구나”라는 방법론적 자신감을 심어주고, 점차 더 복잡한 문제에 도전하게 만든다. 즉, 과정은 단순화하되 내용의 깊이는 유지하는 접근이 학습동기 유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3.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의 길

 

교실에서 흔히 보는 두 가지 장면을 상상해 보자:

 

• 장면 1: “이번 시험에서 90점 이상 맞으면 과자 사줄게.”
• 장면 2: “이 소설이 어떻게 쓰였는지 살펴보면 정말 흥미로워. 작가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전자는 외재적 동기(외적 보상을 위한 학습)의 전형이고, 후자는 내재적 동기(호기심과 관심에서 비롯된 학습)의 예시다.

 

솔직히 말해보자. 우리 교육은 외재적 동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지 않은가? 시험 점수, 등급, 입시, 상장… 이런 외부 보상들이 학습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사교육과 내신·모의고사에 일희일비하는 현실은, 외재적 동기에 매몰된 입시 경쟁의 민낯을 보여준다.

 

이런 외재적 동기 중심의 교육은 학생들의 학습 열정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위험이 있다. “이 개념은 수능에도 자주 나와”라는 말은 고등학교 교실에서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 문장일지 모르지만, 이는 학습의 본질적 가치보다 시험이라는 외부 요인에 집중하게 만든다.

 

외재적 동기가 학습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는 우려할 만한 사실을 보여준다. 관련 실험에서는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동일한 학습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높은 성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었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낮은 성적을 부여할 것이라고 알렸으며, 세 번째 그룹에게는 성적 평가가 없다고 안내했다. 모든 그룹이 초기에는 비슷한 수준의 참여도를 보였으나, 장기 추적 조사 결과 성적이라는 외재적 보상 없이 공부한 세 번째 그룹이 학습 내용에 대한 관심과 자발적 탐구 의욕을 가장 오래 유지했다. 이는 외재적 동기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내재적 학습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맥크리아도 ‘재미’와 같은 외재적 요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한다. “오늘은 게임으로 배워볼까요?”라는 접근이 매번 효과적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외재적 동기 요소는 드물게, 그리고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떤 과학 교사는 ‘재미있게 배우자’는 말 대신, ‘과학자처럼 생각해 보자’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수업은 실제 과학자들이 탐구하는 과정을 기반으로 설계되며, 학생들은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구성하는 활동을 통해 점차 깊은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접근은 내재적 동기를 촉진하는 수업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4. 십대의 뇌,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들

 

‘십대는 도저히 동기부여가 안 되는 존재’라는 말이 교육 현장에서 흔히 회자된다. 그러나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예이거는 이러한 관점이 과학적으로 완전한 오해라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십대들은 동기부여가 가능합니다. 다만 그들의 우선순위가 다를 뿐이에요. 그 우선순위는 지위와 존중, 그리고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지에 대한 경험을 중심으로 형성됩니다.”

 

생각해 보라. 같은 학생이 게임에서는 레벨을 올리기 위해 밤새 노력하고, 유튜브 영상은 몇 시간이고 집중해서 보는데, 왜 수학 숙제는 5분도 못 견디는 걸까? 이는 단순히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수학 숙제라는 활동이 십대에게 중요한 가치—인정받음, 존중, 소속감—와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이거(David Yeager)2 교수는 중학교 교사 시절 『아웃사이더』3를 가르치며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소설을 다 읽은 후,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저학년 학생들을 위한 갈등 해결 워크숍을 만들어보세요”라고 제안했을 때, 학생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그들은 자료를 스스로 찾고, 피드백을 요청하며,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Youki Terada, 2025).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학생들이 자신의 활동에 ‘의미’와 ‘목적’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작업이 단순한 학점이나 교사의 칭찬을 넘어, 누군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느낌, 이것이야말로 십대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5. 효과적인 피드백의 전략

 

우리는 흔히 “아이들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지만, 그 방식이 중요하다. 예이거 교수가 소개한 연구는 충격적이다. 엄마의 잔소리를 들을 때 십대의 뇌를 스캔한 결과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십대들은 분노와 관련된 뇌 영역의 혈류가 증가했고, 사고와 계획을 담당하는 영역의 활동은 감소했습니다. 즉, 아이들은 행동을 바꾸기 위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엄마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 결과는 우리가 지치고 짜증난 상태에서 던지는 “공부 좀 해라”, “핸드폰 그만 봐라” 같은 말들이 사실은 학생들의 동기를 갉아먹는 주범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뇌는 그 순간 ‘생존 모드(survival mode)’4로 전환되어 학습과 성장이라는 고차원적 사고가 불가능해진다.

 

예이거 교수는 두 가지 잘못된 접근법을 지적한다:

 

① 통제자(enforcer) 마인드셋: “너 이거 못하면 큰일 날 줄 알아!” 식의 고압적 접근법. 이는 학생들에게 굴욕감과 무시당한다는 느낌만 준다.
② 보호자(protector) 마인드셋: “괜찮아, 어려우면 안 해도 돼” 식의 과보호 접근법. 이는 “너에겐 별로 기대할 게 없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다.

 

대신, ‘멘토 마인드셋’을 가질 것을 권장한다. 이것은 높은 기준을 분명히 하되, 그 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지와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접근법이다.

 

“멘토 마인드셋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어렵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그리고 나는 네가 이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어.’”

 

예이거 교수의 실험은 이런 접근법의 놀라운 효과를 보여준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에세이에 피드백을 줄 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포함시켰다:

 

“나는 기준(기대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 피드백을 주는 거야. 그리고 네가 그 기준을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어.”

 

이 간단한 한 문장으로 인해, 글을 수정하려는 학생의 비율이 40%에서 80%로 두 배나 증가했다(Yeager et al., 2014). 특히 평소에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끼는 학생들에게서 이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

 

<도표 1> 높은 기준과 지지를 받은 학생들의 에세이 수정 행동 비교

[도표 해설] ”나는 기준이 높기 때문에 이 피드백을 주는 거야. 그리고 네가 그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와 같은 ’높은 기준(기대 수준) + 높은 지지(high standards + high support)‘의 피드백을 받은 학생들은, 단순한 피드백만 받은 학생들보다 에세이를 수정한 비율은 2배, 수정 횟수는 2.5배에 이를 정도로 훨씬 더 적극적으로 글을 고쳤다. 이 결과는, 학생들이 ’나를 믿고 기대해 준다‘는 메시지를 받을 때 더 많이, 더 열심히 수정에 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은 실제 교실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교사는 시험 점수가 낮은 학생에게 ‘이 정도면 너는 노력을 안 한 거야’라고 평가하기보다, ‘네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 부분들을 함께 짚어보자’고 말하며 피드백을 전한다. 이처럼 학생의 가능성을 전제로 한 피드백은 방어적인 태세를 낮추고, 도전하려는 태도로 전환케 하는 데 효과적이다.

 

 

6. 자기결정이론과 학생의 욕구

 

학생의 동기부여를 위해 우리가 진정으로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심리학의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5에 따르면, 학생들의 동기를 완전히 끌어내기 위해서는 세 가지 기본 요소가 필요하다: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다.

 

다시 말해, 학생들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느낌(자율성), ‘나는 이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유능감), 그리고 ‘나는 이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관계성)을 필요로 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될 때, 내재적 동기가 활성화된다.

 

관련해서 교사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① 자율성을 장려하라: 학생들에게 ‘무엇을’ 배울지가 아니라 ‘어떻게’ 배울지에 대한 선택권을 주자. 예를 들어, “다음 중 어떤 방식으로 이 역사적 사건을 탐구하고 싶니? 에세이? 프레젠테이션? 역할극? 포스터?” 이런 질문은 학생들에게 주도권을 부여한다. 초등학교에서는 간단한 선택에서 시작하여, 중학교에서는 주제 선택이나 발표 방식 선택으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 주도 프로젝트로 자율성의 범위를 점차 확장해 나갈 수 있다.

 

한 교육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사례를 보면, 한 국어 교사는 문학 작품을 다룰 때, 학생들에게 같은 작품이라도 다양한 방식(비평문, 속편 쓰기, 현대적 각색 등)으로 반응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그 결과, 평소에 문학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에 깊이 몰입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② 역량을 높이기 위해 개인적 진전에 집중하라: “너는 왜 민수보다 못하니?”가 아니라 “지난번보다 많이 발전했구나”에 초점을 맞추자. 연구에 따르면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는 것은 자존감을 낮추고 학습동기를 감소시킨다.

 

우리는 모두 부당한 비교의 희생자였던 경험이 있다. 형제자매와 비교당하거나, 옆 반 모범생과 비교당했던 그 불편한 기억…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런 비교를 추구한다. 인지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6에 따르면, 우리는 근본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 사이의 일관성을 추구하고, 다른 사람들을 통해 그 일관성을 확인하려 한다.

 

③ 관계성을 촉진하기 위해 학생들의 관심사를 수업에 통합하라: 학생들이 이미 관심을 가진 것과 교과 내용을 연결시키자. 여기서 학교급별 접근이 중요하다. 초등학생들은 게임과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므로, 교육적 게임이나 스토리텔링을 활용할 수 있다. 중학생들은 또래 관계와 실생활 문제에 민감하므로, 명량해전을 가르칠 때 “조선 시대 이순신 장군이 현대의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LoL)’7에 캐릭터로 등장한다면 어떤 능력을 가질까?” 같은 질문이 효과적이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진로와 연계된 실제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큰 동기부여가 된다.

 

④ 교실 규범을 확립하라: 맥크리아는 교실의 규범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이 “여기서는 우리 모두가 이런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볼 때, 그들은 그 행동 양식을 자연스럽게 따르게 된다.

 

한 고등학교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례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신입생 한 명이 가벼운 비속어로 급우를 모욕했을 때, 학생 리더 중 한 명이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공간에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게 기본이야.” 이 여섯 마디의 힘을 상상해 보라. 그 신입생이 ‘우리’의 일부가 되고 싶다면, 그는 즉시 행동을 바꿔야 했을 것이다. 그 순간, 교실 안에 규범이 자리 잡은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만난 여러 교사들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실 규범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 학생들과 함께 만들 때 훨씬 더 효과적이다. “우리 교실에서는 어떤 행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라는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해 함께 규범을 정하면, 학생들의 주인의식과 책임감도 그만큼 높아진다.

 

 

7. 단기 동기 유발의 3가지 열쇠

 

학생들의 뇌가 자동으로 동기부여 상태로 들어가게 만드는 세 가지 ‘마법의 열쇠’가 있다: 호기심(curiosity), 기대감(anticipation), 관련성(relevance)이다(myprivateprofessor.com, 2024). 이 상태에서는 뇌가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코르티솔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여 주의력과 기억력을 높인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중학교 과학 교사가 식물학 수업을 시작하며 “씨앗이 겉에 있는 유일한 과일은 무엇일까요?”라고 물은 뒤, 바로 답을 알려주지 않고 학생들의 호기심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답은 딸기다!)

 

기대감은 어떨까? 이야기 속에 ‘클리프행어(cliffhanger)’(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기법)를 활용하는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기꾼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와 같은 예고는 학생들의 기대감을 높인다.

 

관련성은 교실 밖 세상과의 연결이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웹툰이나 게임, 사회적 이슈를 수업 내용과 연결시키면, 학생들은 “아, 이것이 내 삶과 관련이 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학교급별로 이러한 전략의 적용은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감각적이고 구체적인 호기심 유발이 효과적이다. “이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맞춰볼래?” 같은 질문은 어린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정체성 탐색과 연결된 질문(예: “너희가 생각하는 정의란 뭘까?”)이 효과적이다. 고등학교에서는 실제 사회 이슈나 진로와 연결된 문제 해결형 질문이 동기를 자극한다.

 

내가 볼 때, 이 세 가지 열쇠는 마치 요리에 첨가하는 향신료와 같다. 적절히 사용하면 학습 경험의 맛을 한층 끌어올리지만, 과하면 오히려 본연의 맛을 해칠 수 있다. 균형이 중요하다.

 

 

8. 소속감과 목적의식의 힘

 

학생들이 가장 깊이 동기부여를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것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고 느낄 때이다.

 

예이거 교수는 많은 학교들이 소속감을 ‘강요’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당신은 이곳에 속한 사람입니다”라는 구호를 티셔츠에 새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소속감은 그렇게 얕게 형성되지 않는다.

 

더 효과적인 접근은 ‘처음엔 소속감을 못 느끼는 게 당연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는 건강한 내러티브를 학생이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는 마치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 사람이 처음에는 낯설지만 점차 그곳에 적응하고 자신의 장소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같다.

 

목적의식 또한 강력한 동기부여 요소다. 예이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젊은이들은 단순히 미래의 소득을 위해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와 연결되어 삶의 의미를 느끼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학생들에게 ‘목적을 가져라’라고 말할 수는 없고, ‘너의 목적은 이거야’라고 정해줄 수도 없어요. 하지만 그들에게 자신의 목적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하고, 그것을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연결짓도록 유도할 수는 있습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학생들에게 “너는 왜 이것을 배우고 싶니?”라는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듣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들에게 이런 질문은 마치 오랫동안 닫혀 있던 창문을 열어주는 것과 같다.

 

 

9. 새로운 동기부여 패러다임

 

학생들에게 높은 성취를 기대하면서 동기를 키워주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 것은, 과식 후 5km 달리기에 성공하라는 것과 같다. 애초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그동안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당근과 채찍’으로만 접근해왔다. “공부 잘하면 상 줄게” 또는 “공부 안 하면 벌 줄거야” 식의 단순한 방식이다. 초등학교의 스티커와 도장, 중학교의 점수와 성적, 고등학교의 대학 입시 연계, 이 모든 것이 외재적 동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하지만 과학은 우리에게 훨씬 더 깊고 복잡한 동기부여의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십대들은 동기부여가 불가능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단지 우리와 다른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진정으로 효과적인 것은 자신이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의견이 중요하고, 어른들이 그 여정을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진심으로 전하는 것이다.

 

연구가 명확히 보여주듯, 동기부여는 단순히 격언이 적힌 포스터를 교실에 붙이는 것이나 ‘재미’를 쫓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끈기(grit)를 만들어내지만, 끈기 자체에서 동기부여가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내면에는 이미 불꽃이 있다. 우리의 역할은 그 불꽃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활활 타오를 수 있는 환경과 산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높은 기준(기대 수준)과 깊은 지지, 자율성과 역량 개발, 명확한 목적의식과 진정한 소속감, 그리고 적절한 학습 환경이 바로 그 ‘산소’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학교급별 특성을 고려한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초등학교에서는 재미와 감정적 유대를 통해 학습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을 심어주고, 중학교에서는 또래 관계와 자율성을 통해 학습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며, 고등학교에서는 진로 연계와 목적의식을 통해 더 깊은 내적 동기를 개발해야 한다. 물론 외재적 동기 요소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지만, 이것이 점차 내재적 동기로 전환되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다면 향후 10-20년, 우리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입시라는 좁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훈련소에서, 학생들의 내재적 동기를 존중하고 키워주는 생태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교육 방법론의 변화가 아니라, 교육의 목적과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하는 일이다.

 

맥크리아의 말을 빌리자면, “학습 과정은 쉽게 만들되, 학습 내용은 도전적으로 유지”하는 균형이 중요하다. 이 균형점을 찾기 위해 우리는 함께 고민하고, 실험하고, 때로는 실패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 자체가 교육자로서 우리의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의미 있는 도전이 아닐까?

 

교실의 문을 활짝 열듯, 이제 우리는 학생들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동기의 씨앗을 깨울 때다. 동기란 단순히 학습을 시작하게 만드는 힘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하게 만드는 내적 에너지다.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러한 접근법들을 실천할 때, 우리는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 즉 ‘내재적 동기’를 중심에 둔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동기를 키우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오늘날 교육이 반드시 회복해야 할 본질이다.

 

[이전 칼럼]

• 이찬승의 학습과학 특강㉒ – “학생들에게 학습과학 재미있게 가르치기”

• 이찬승의 학습과학 특강㉑ – “보이지 않는 학습의 열쇠, 무의식”

 

 

[참고 문헌]

 

• Andrew Watson (2021). Beyond Slogans and Posters: The Science of Student Motivation.

Beyond Slogans and Posters: The Science of Student Motivation


• myprivateprofessor.com. (2024). The Science of Student Motivation.

The Science of Student Motivation


• Peps Mccrea (2020). Motivated Teaching: Harnessing the science of motivation to boost attention and effort in the classroom. CreateSpace Independent Publishing Platform (15 Sept. 2020).
• Yeager et al. (2014). Breaking the cycle of mistrust: Wise interventions to provide critical feedback across the racial divide. APA PsycArticles.
https://psycnet.apa.org/doiLanding?doi=10.1037%2Fa0033906
• Youki Terada (2025). The Science of Student Motivation.
https://www.edutopia.org/article/the-science-of-student-moti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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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관심 경제학(attention economy) – 사람의 ‘주의’ 혹은 ‘관심’을 희소한 자원으로 보고, 이를 둘러싼 경쟁과 배분 과정을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이다. 1971년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은 “정보가 풍부하면 주의가 부족해진다”고 지적하며, 정보 과잉 시대에는 ‘주의력’ 자체가 핵심 자원이라고 주장했다.
  2. 예이거(David Yeager) –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심리학 교수이자, 텍사스 행동과학 및 정책 연구소(Texas Behavioral Science and Policy Institute)의 공동 설립자이다. 「10 to 25: The Science of Motivating Young People」(2024)라는 베스트 셀러 저자이기도 하다.
  3. 『아웃사이더(The Outsiders)』 – 미국 작가 S.E. 힌턴(S.E. Hinton)이 1967년에 17세의 나이로 발표한 청소년 소설로, 사회적 계층 간 갈등, 청소년기의 정체성, 소속감과 배척, 우정과 가족 등을 주제로 다룬다.
  4. 생존 모드(survival mode) – 스트레스나 위협을 감지했을 때 뇌가 본능적인 방어 상태로 전환되는 반응을 말한다. 이때 활성화되는 대표적인 뇌 영역은 편도체(amygdala)로, 공포, 분노, 회피 반응 등을 관장한다. 이 모드에 들어서면 뇌는 생존에 필요한 즉각적인 반응(도망치기, 맞서기 등)에 집중하게 되고, 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담당하는 계획, 논리적 사고, 자기 조절, 학습 등의 고차원적 인지 기능은 상대적으로 억제된다.
  5.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고 조절할 수 있을 때 가장 깊은 동기와 성장을 이룬다고 보는 동기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세 가지 기본 심리 욕구인 ‘자율성(autonomy), 유능감(competence), 관계성(relatedness)’이 충족될 때, 인간은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가지고 행동하게 되며, 학습, 성취, 심리적 웰빙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6. 인지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 – 사람은 자신의 신념, 태도, 행동 사이에 불일치가 생기면 심리적 불편함(부조화)을 느끼며(예: 나는 환경 보호가 중요하다고 믿지만 일회용 컵을 사용했다), 이를 줄이기 위해 태도나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다.
  7.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LoL) –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온라인 팀 기반 전략 게임으로,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캐릭터(‘챔피언’)를 선택해 팀을 이루고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다. 10대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특히 높은 인기를 끌며, 전략적 사고, 역할 분담, 빠른 판단력이 요구된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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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양은숙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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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4.30.
    양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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