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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새 학기의 문을 여는 시간, 우리를 마주하는 현실과 도전

#1225 김대길, 부산 사직초등학교 교사 2025.03.05
새 학기를 맞이하는 초등학교 교사의 입장에서 현장 교사들이 마주하는 현실과 도전 과제를 살펴보고,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합니다.                                                                                                                               

 

 

최근 교직은 더는 ‘안정적인’ 직업이라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교대 지원율은 급감하고, 교사의 잦은 이직과 병가로 인해 본업을 지속하지 못하는 교사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교사들의 커다란 고민은 교권 침해와 사회적 불신 속에서 어떻게 학생들을 교육할 것인가에 있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관계’에서 시작되지만, 교사를 둘러싼 관계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규제와 제한 속에서 학생들을 대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게다가 여기에 학부모 민원과 교육 정책 변화, 행정 업무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교직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교사는 여전히 아이들을 만나 가르치며, 그들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 활동이 점점 더 많은 외부 요인에 의해 방해받고 있다는 점이다. 교사를 둘러싼 환경은 점점 더 각박해지고 있고, 요구되는 책무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교사의 소진을 초래하고,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 글에서는 새 학기를 맞이하는 초등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마주하는 현실과 도전 과제를 살펴보고,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변화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교사가 온전히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 혁신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복도는 북적, 마음은 출렁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 학교는 활기로 가득하다. 교실 복도에서는 아직 서로에게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수줍게 인사를 나누고, 학부모들은 교문 앞에서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선생님들은 교실 곳곳을 점검하며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선생님, 저 어디에 앉아요?”
“우리는 급식실에 어떻게 가나요?”

 

반복되는 이런 질문들 속에서 교사들은 환한 미소로 아이들을 안내하지만, 그 속에는 긴장과 부담이 공존한다. 새로운 학생들과의 첫 만남, 그리고 한 해 동안 함께할 여정을 시작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교실 안으로 들어가면 학생들의 반응은 더욱 다양하다. 기대에 찬 아이들도 있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말없이 앉아 있는 학생들도 있다. 어떤 학생은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또 어떤 학생은 가만히 주변을 살핀다. 교사는 이러한 다양한 감정과 태도를 하나하나 읽어가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새로운 학년도의 과제들이 떠오른다.

 

‘올해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이번에는 교육청에서 어떤 지침이 내려올까?’

 

그리고 깊숙한 두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올해는 동학년 교사, 관리자,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잘 버텨낼 수 있을까?’

 

교사들은 행정 업무 증가와 잦은 교육 정책 변경으로 인해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며 교육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느낀다. 이상적으로는 모든 학생에게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서류 작성, 교육 자료 준비, 학부모 상담 등 다양한 업무들이 교사의 시간을 빼앗는다. 새로운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추가적인 행정 업무가 뒤따르고, 교사는 이를 소화하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자료를 정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교육부가 큰일을 기획하면, 현장에는 큰일이 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교육 현장은 업무 경감 지원과 새롭게 생겨나는 업무가 공존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때로는 “빼는 것이 더하기”가 될 수 있음에도, 교육 현장은 너무 많은 요소가 뒤섞여 마치 재료를 지나치게 넣어서 본래의 맛을 잃어버린 요리처럼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 결국,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학생과의 소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많은 교사는 고민에 빠진다. “이번에는 정말 교육 환경이 나아질까?”라는 희망과 “또다시 형식적인 변화에 머무르지는 않을까?”라는 의심이 교차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교육부의 정책들은 빠른 시행을 강조했지만, 교실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정작 현장의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교사는 단순한 행정가가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육자다. 그러나 현재의 시스템은 교사들을 점점 더 서류와 절차 속에 가둬두고 있다. 교육의 본질은 ‘사람’에 있다. 아이들과 직접 눈을 맞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교사의 본래 역할이다. 진정한 변화는 단순한 정책 개선이 아니라, 교사가 학생들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교육 혁신’을 이야기할 때, 그 중심에는 반드시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있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육의 물결, 묵직한 파동

 

바야흐로 맞춤형 시대다. 10년 전 처음 부장을 맡았을 때, 감각 있는 신규 부장의 덕목은 식당에서 남들과 다른 메뉴를 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회의 때 마실 음료조차 각자 취향에 맞춰 선택한다. 교실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교사가 단순한 ‘지식 전달자’였다면, 이제는 학생들의 학습을 촉진하고 안내하는 역할로 변화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사의 설명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고하고 탐구하며 학습을 주도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 철학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현실적으로 교사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안긴다. “선생님, 이 문제 모르겠어요.” “이걸 꼭 이렇게 풀어야 해요?” 개별 지도를 원하는 학생들은 많지만, 교사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적이다. 더욱이 다양한 학습 수준을 가진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려면 기존의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개별화된 접근이 필수적이다. 오늘날의 교사는 ‘1타 강사’를 넘어 ‘1타 촉진자’, ‘1타 안내자’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는 셈이다.

 

많은 처방만 내린다고 공교육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듯, 수업 혁신을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자료보다도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연구 시간과 협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교사들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하는 협력 과정에서 많은 배움을 얻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동료 교사와 수업 아이디어를 나눌 시간조차 부족하다. 20여 년 전, 신규 교사로 발령받았을 때 교직원 회의에서 흔히 들었던 말이 있다.

 

“선생님들, 모여 계시지 마세요.”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강산이 변해서인지 요즘은 오히려 교사들에게 “제발 좀 모이세요.”라며 각종 정책이 뒷받침되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은 서로 모이기가 어렵다. 현실적으로 교사 한 명이 떠안아야 할 업무가 지나치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협업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각자의 업무에 치여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교육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교사들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교사들에게 협업과 연구의 시간이 충분히 주어질 때, 새로운 교육 방식을 실험하고, 학생들의 개별적 요구를 반영한 수업을 설계할 수 있다. 결국, 교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에게 더 많은 재량과 자원이 주어져야 한다. 교육 정책은 단순히 새로운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수업 연구와 협업의 시간을 보장받는 교사는 단순히 정책을 따르는 수행자가 아니라, 교육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사들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가르치는 자의 무게

 

교사의 사명감은 때로 그들을 소진시키는 요인이 된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지만, 점점 더 많은 업무와 책무가 주어지면서 지쳐간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믿음은 이제 교사들에게 부담이 되어 버렸다. 아이의 모든 질문에 성심껏 답해주고 싶지만, 현실은 마감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수많은 행사와 빽빽한 커리큘럼 속에서 깊이 있는 설명을 해주기란 쉽지 않다. 수업 준비는 기본이고, 학생 개별 상담, 학부모 응대, 행정 처리까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다. 더 안타까운 것은, 소명의식이 높은 교사일수록 결국 ‘탈진’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구조다. 바위 같던 선배가 점차 모래처럼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최근 들어 젊은 교사들로부터 의원 면직에 대한 상담을 자주 받는다. 대부분 “교직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거나 “교사로서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오죽했으면 “교직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인기를 끌었을까. 이제는 신규 교사들뿐만 아니라, 수십 년간 교직에 몸담아온 교사들조차 점점 더 지쳐가고 있다.

 

“나는 가르치는 것이 좋았는데… 언제부터인가 해가 갈수록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한 선배 교사의 이 말은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교육의 본질은 학생을 가르치는 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행정 업무와 각종 잡무에 시달리며 정작 수업 연구와 학생 지도에 집중할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과거의 교사들은 교실에서 학생들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며 개별 학습 지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교육 정책이 변화하면서, 교사들은 점점 더 다양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제 교사는 단순한 교육자가 아니라, 상담사, 행정가, 프로그램 기획자, 학부모와의 중재자 등 수많은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러한 업무가 점점 늘어나면서 정작 수업과 학생에게 집중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많은 교사들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었던 ‘교육’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교사의 행복은 학생의 행복으로 이어진다. 교사가 지쳐 있다면, 그 영향은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좋은 교사’를 원하지만, 정작 교사들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이는 모순이다. 진정한 교육의 변화는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할 시간을 늘려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교육 정책은 단순한 규제와 개혁이 아니라, ‘교사가 일상적인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힘겨운 오늘을 살며, 빛나는 순간을 꿈꾼다

 

교직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지만, 교사들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교실에서 마주하는 ‘순간들’ 때문이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도 교사가 다음 날 다시 출근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은, 학생들이 건네는 작은 감사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다. 톰 머레이는 “교실에 있는 아이는 누군가에겐 인생의 전부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중요한 한 인생이 나로 인해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다는 것은 교사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보상이다. “선생님, 오늘 수업 재미있었어요.” “저는 커서 선생님 같은 교사가 될 거예요!”와 같은 말은 교사들에게 어떤 보상보다도 값진 기쁨을 선사한다. 이러한 순간들은 교사가 자신의 역할을 돌아보고, 계속해서 노력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한다.

 

교육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단순히 ‘교사의 헌신’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이 성공적인 이유 중 하나는 교사에 대한 사회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교사들에게 연구 시간과 자율적인 교육 설계 권한을 제공하는 점에 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 또한 교사들에게 단순한 업무 부담을 줄이는 것을 넘어,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의 변화는 교사 개인의 열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실의 변화는 교실 너머의 학교와 관련이 있고, 학교의 변화는 학교 너머의 제도 및 문화와 연관이 있다. 교육 혁신은 교사가 지속해서 학생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 속에서 가능해진다. 우리는 종종 교육의 질을 논하며 새로운 정책과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교사들의 현실적인 여건을 돌아보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 교육제도가 교육의 질보다는 양적인 성장을 지향해 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시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교사는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며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전을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즉, 교사가 사명감에서 분리되어야 아이러니하게도 더 안전해지는 작금의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진정한 개혁이 우리 사회 문화에서부터 필요하다. 교사들이 학생들과 마주하는 그 ‘빛나는 순간’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교사 중심의 교육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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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직초등학교 교사 김대길

부산 초등학교에서 15년째 활동하고 있는 교사로, 현재는 기초학력향상 시범연구학교인 부산 사직초등학교에서 연구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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