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느끼고 놀며 배우는 우리 한글 4 – 이중모음과 받침 편
| “음운 인식 능력이 잘 발달한 아이들은 합성 절차를 쉽게 받아들이는 한편,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서는 음운 인식 능력을 기르기 위한 연습 과정을 병행하거나 소리를 기억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들을 접목해서 안내해야 한다.” [본문 중에서] |
기본모음과 자음을 익히고 나면, 이제 남은 일은 소리를 합성하는 것이다. ‘소리의 합성’이란 초성 자음과 중성 모음, 모음과 모음, 음절체1와 종성이 어우러져 하나의 소리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음 [ㄱ]와 모음 [ㅏ]를 합해서 [가], 모음 [ㅗ]와 모음 [ㅏ]를 합해서 [ㅘ], 음절체 [가]와 종성 [ㅁ(-음)]을 합해서 [감]으로 소리 내는 것이다.
합성에 대한 감각은 아이들마다 다르다. 소리를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음운 인식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음운 인식 능력이 잘 발달한 아이들은 합성 절차를 쉽게 받아들이는 한편,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서는 음운 인식 능력을 기르기 위한 연습 과정을 병행하거나 소리를 기억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들을 접목해서 안내해야 한다.
받침소리 익히기
경계선 지능을 가지고 있거나, 우리말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을 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선생님이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단어를 모르거나 아주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받침’이라는 용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받침소리를 익히기에 앞서 아이가 ‘받침’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받침’이 무엇인지, ‘받침’은 어느 자리에 쓰이는 것인지, 왜 ‘받침’이라고 부르는지 한 번 짚고 넘어가자.
받침 공부를 시작할 때는 아이 이름이나 아이가 좋아하는 단어 또는 통글자로 알고 있는 단어에 들어가는 소리부터 하나씩 다루어가는 것이 좋다.
받침소리를 지도하는 과정은 아이가 자음의 이름을 아는지 여부에 따라 달리 진행한다. 먼저 아이가 자음의 이름을 알 경우, 아래와 같이 이름의 두 번째 소리가 받침의 소리라고 알려준다.

그런 다음, 이전에 소개한 자음과 모음의 합성 방식처럼2, 음절체 [가], [나], [다], [라] 등과 받침소리를 합해 본다.3 아이가 자음의 이름은 모른 채 소릿값만 알고 있을 수도 있는데4,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아이가 자음의 이름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아이의 능력 수준에 따라5 이름을 가르쳐 주고 이 방법대로 알려주어도 된다.
아이가 자음의 이름을 모르고 있고 이 단계에서 자음의 이름까지 익히도록 하는 것이 아이에게 부담될 만한 경우라면, 느낌과 직관을 사용해 받침소리를 깨치도록 한다. 각 받침이 들어가는 단어들이 어떤 느낌이 나는지 말해보고 소리와 연결하는 것이다. 이때 의태어나 의성어들이 소리의 느낌에 담뿍 젖어보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ㄹ 받침이 들어가는 의태어 중에는 글자 생긴 꼴대로 구불구불 흘러가는 모양새, 곡선으로 진동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 많다. 꼬불꼬불, 굽슬굽슬, 달달, 덜덜, 돌돌, 둘둘, 부들부들, 발발, 벌벌, 솔솔, 술술, 아슬아슬, 줄줄, 졸졸, 질질, 철철, 탈탈, 펄펄, 하늘하늘. ㄹ 받침이 쓰인 명사들도 이와 비슷한 형태를 담곤 한다. ‘길’이 그러하다. 원래 자연스레 생겨난 길은 구불텅구불텅하다. 또 ‘물’은 본디 곡선으로 흐르고 ‘불’도 곱슬곱슬한 모양으로 불티를 날리며 활활 타오른다.
ㄱ은 글자 모양부터 딱 부러지는 것이, 받침에 쓰일 때도 힘 있고 간결하고 단단한 모양새를 나타내는 단어를 이루는 경우가 흔하다. 꼭꼭, 다각다각, 딱딱, 똑똑, 똑딱똑딱, 박박, 벅벅, 사각사각, 쏙쏙, 쑥쑥, 째깍째깍, 찍찍, 짹짹, 쪽, 쭉, 착착, 척척, 톡, 퍽, 푹, 훅.
소리의 느낌을 그림과 연결하여 기억을 도울 수도 있다(아래 표와 그림 참고). 이렇게 받침소리에 익숙해지면 음절체에 받침소리를 붙여 “가각, 나낙, 다닥”, 이렇게 소리를 내며 음절체와 종성의 합성을 익힌다.


암호를 풀어라
1) 아이에게 다음과 같은 활동지를 준다. 아이의 생활이나 선생님과 만나 함께 공부하는 상황을 반영하여 활동지 내용을 구성하면 더 좋다.

2) 암호 푸는 방법을 소개한다.
3) 제시된 기호에 알맞은 자음이나 모음을 찾아 빈칸을 채운다.
4) 각 소리를 합성해서 단어를 읽어본다.
『가나다 요술책』 게임
1) 누가 먼저 문제를 낼지 정한다. 가위바위보뿐만 아니라 선후를 정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생각해 보도록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주는 것이 좋다.
2) 아랫부분엔 오늘 배운 받침 글자 면을 펴 놓고, 위쪽의 초성과 중성을 조합해서 문제를 낸다. 맞히는 사람이 잘 읽으면 원하는 색종이 조각을 갖는다. 점수 토큰을 뽑거나 바둑알을 사용해도 된다.
과자 글자 만들기 게임
1) ㅇ 받침 글자가 많이 들어가는 책을 선정하고, 책 속에서 ㅇ 받침이 포함된 단어를 찾아 카드에 쓴 뒤 가운데 모아 둔다.
2) 누가 먼저 문제를 낼지 정한다. 문제를 내는 사람이 카드를 한 장 뽑아 읽어준다.
3) 맞히는 사람이 미니 자석 글자와 과자를 사용해서 단어를 잘 만들면 과자를 먹을 수 있다.
받침 넣어 읽기
1) 모래시계를 뒤집으며 시작한다.
2) 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질 동안, 아래와 같이 음절체로만 이루어진 글자들 아래로, 자음 타일을 하나 골라 이동시켜 놓아 가며 읽는다. (예를 들어 ㅇ타일을 골랐다면 타일을 옮겨가며 “장, 당, 상, 강, 창, 방, 낭, 항, 랑, 망, 앙, 캉, 탕, 팡” 이렇게.)

시간 기록 게임
1) 선생님이 미리 책 속에서 목표 글자가 포함된 단어를 찾아 표로 만들어둔다. (아이가 단어 찾는 걸 너무 힘들어하지 않게 페이지 순서 그대로 단어 목록을 만든다. 아이의 기민성에 따라 페이지를 넘겨 가면서 ‘있다, 없다’를 알려주거나 단어가 있는 부근을 짚어줘도 좋다.)
2) “시작”하면 초시계로 시간을 재기 시작하고, 표지에서부터 책을 넘기며 단어를 찾아 읽기 시작한다.
3) 두 번째 표의 단어들도 찾아보고 시간을 재어 비교해본다.

있어요 없어요
1) 32장의 카드 종이를 준비한다. 각 카드 종이에 목표 받침이 포함된 단어를 쓰되, 두 장씩 같은 단어를 써둔다.
2) 2점 카드를 10장 정하고 카드의 귀퉁이에 작게 ‘2’라고 쓴다. 또 3점 카드를 6장 정하고 ‘3’이라고 써둔다. 나머지 카드엔 ‘1’이라 쓴다.
3) 카드를 잘 섞은 뒤 각자 다섯 장씩 나누어 갖는다. 나머지 카드는 가운데에 모아 놓는다. 이때 자기 손에 들어온 카드 중 같은 단어 카드가 있으면 내려놓는다.
4) 먼저 질문할 사람을 정한다. 질문할 사람은 카드에 있는 단어를 읽으며 “〇〇 카드 있어요?”라고 묻는다. 상대방은 있으면 있다고 말하며 카드를 건네준다. 이런 경우 똑같은 카드 두 장을 내려놓고 다시 질문한다. 상대방이 없다고 하면 가운데 카드 더미에서 카드를 한 장 가져오고, 차례는 종료된다. 이때 가져온 카드가 내 손에 있는 단어 카드와 같다면 역시 내려놓을 수 있다.
5) 두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의 카드가 모두 사라지면 게임이 끝난다. 게임이 끝나면 내려놓은 카드의 점수를 계산한다. 카드의 장수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점수가 높은 사람이 이긴다.
낱말 연상하기
1) 목표 글자가 포함된 단어 카드 10장을 글자가 보이지 않게 하여 펼쳐 둔다.
2) 먼저 문제 낼 사람을 정한다.
3) 문제를 내는 사람은 카드 중 하나를 골라 보여준다. 맞히는 사람은 단어를 읽고 그 단어와 연관된 또 다른 낱말을 생각해서 말한다. 잘 읽었으면 1점, 연상되는 낱말까지 말하면 2점을 얻는다. 어른은 무조건 1점이다.
몇 번 나올까요
1) 아래와 같이 목표 글자가 포함된 단어 목록이 쓰인 활동지를 꺼내둔다.
2) 책을 보기 전에 단어들을 읽어보고, 목록 중 제일 많이 나올 것 같은 단어를 다섯 개 고른다.
3) 책을 펼쳐서 목표 단어가 나올 때마다 동그라미 표시를 한다. 책을 다 보고 동그라미 개수를 세어보며 예상한 것이 맞았는지 확인한다.

한글 땅따먹기
1) 아래 놀이판 양 끝 중 어느 쪽에서 출발하고 싶은지 생각해서 출발지를 정한다.
2) 주사위를 굴려 나온 만큼 말을 이동시키고 글자를 읽는다. 잘 읽으면 연필로 자기 땅 표시를 한다. 어린이 보너스 규칙(어린이가 오류 없이 글자를 잘 읽으면 다음 칸도 읽을 기회를 가짐)을 적용할 수 있다.
3) 번갈아 가며 주사위를 굴려 이동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 자리가 엇갈려 상대방이 표시해놓은 땅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상대방이 표시한 땅에 갔을 때 글자를 잘 읽게 되면 상대방 땅 표시를 지우고 새로 자기 땅 표시를 한다.
4) 둘 다 도착지에 갔을 때 게임이 끝난다. 둘 중 땅을 많이 차지한 사람이 이긴다.
받침소리가 품은 이야기
1) ㅁ 받침: 아이의 우주, 엄마
갓난아이가 다물었던 입을 떼며 숨과 함께 내보내는 소리, “음-마”. 그 소리를 처음 듣고는 ‘날 부르는구나.’라고 여긴 아기의 엄마. ‘엄마’가 이렇게 빚어진 소리여서 그런지 ‘엄마’를 뜻하는 소리가 다른 언어 속에서도 유사한 음으로 발견되곤 한다. 중국어의 ‘마마(妈妈 māma)’, 영어의 ‘마미(mommy)’, ‘맘(mom)’, ‘마마(mama)’, 프랑스어의 ‘마망(maman)’처럼.6
아이에게 엄마는 전우주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엄마가 계시든 안 계시든, 엄마라는 존재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ㅁ 받침을 배우고 ‘엄마’라는 단어를 확인하고 나면 엄마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도 좋겠다. 감정 카드를 사용해서 ‘엄마’ 하면 떠오르는 카드를 세 장 정도 고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다. 엄마 뱃속은 어떤 공간일지 그 속에서 나는 어떻게 지냈을지 상상해 보고 파스텔로 그 느낌을 표현해 볼 수도 있다. 세 개의 동그라미 안에 엄마가 나에게 보여주는 표정 세 가지를 그려 넣은 후 얘기 나눌 수도 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며 아이가 엄마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아이가 의식적 또는 표면적으로 엄마와 맺고 있는 관계성과 무의식적으로 맺고 있는 정서적 유대 관계가 어떠한지 이해하고, 필요하다면 부정적인 감정을 풀어내도록 돕고 감싸주자.
2) ㅂ 받침: 밥이 내 앞에 오기까지
‘밥’.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 되는 먹을거리. 난 아이들이 이 밥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밥을 소중히 여기며 밥이 내어준 생명을 선하게 살려 쓰는 힘을 기르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볍씨에서 볍씨로 이어온 무수한 시간, 벼가 무르익기까지 견디고 함께 애쓴 우주의 기운이란 어떠한 것일까. 여든여덟 번 농부님의 손길이 닿아야 쌀알이 영근다고 하는데 그 농부님의 정성은 어느 만큼일까. 그 쌀이 정제되고 포장되고 운반되어 내 손 안에 오기까지로 치면 얼마나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을까.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쌀이 저절로 밥이 되는 것이 아니니까. 쌀이 밥이 되는데 필요한 화력과 관련된 것들, 쌀바가지와 물과 관련된 것들, 또 거기에다 밥솥과 숟가락과 밥공기, 이 모든 것과 관계된 사람들의 역사와 기술까지 따지면 밥 한 그릇에 어떠한 시공간적인 관계망이 얽혀 있을지 가늠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ㅂ 받침 공부를 하는 날, 기다란 노끈에 밥과 관련된 것들을 떠올려 카드에 쓰고 집게로 꼭꼭 집어 가보자. 길고 길게 이어지는 고마움의 끈을 엮어보자.
3) ㄱ 받침: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국
대부분의 아이들은 ‘요리’라는 주제를 흥미롭게 여긴다. 반복된 실패로 다소 무기력해진 아이들과 배움의 물꼬를 트기 위해 호기심을 느끼는 주제를 선정해 보도록 할 때, 알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 아이들도 “요리는 어때?”라고 물어보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리를 주제로 책을 읽고 이해하고 정리해 보며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어린 아이들과도 ㄱ받침 글자를 배운 날엔 국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가 좋아하는 국의 레시피를 만드는 활동을 할 수 있다. 미리 몇 가지 국의 그림을 출력해 가도 좋고, 아이가 직접 그려도 좋다. 요리법은 단순하게 표현하고, 어려운 글자는 선생님이 써서 보여주고 아이가 보고 쓰도록 한다.
4) ㄴ 받침: 신들의 세계로
ㄴ 받침을 배운 날엔 신들의 이야기를 나눠 보아도 재미있다. 제우스 신은 알아도 우리 신화는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 대별왕과 소별왕, 오늘이, 바리데기, ㄴ 받침 글자가 이름 중에 들어가는 신화의 주인공으로 손님네도 있다.
ㄹ 받침 글자이면서 동양의 오행 또 아리스토텔레스가 꼽은 4원소에 속하는 ‘물’과 ‘불’. 물의 신, 불의 신이 되어 하늘하늘한 물빛 천과 붉은빛 천을 가지고 춤을 춰볼 수도 있겠다.
5) ㄷ 받침: 믿음
날 믿어주는 한 사람. 그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우리는 삶을 긍정하는 힘, 고난을 견디고 헤쳐 나갈 힘을 갖는다.
아이에게도 한 사람이 필요하다. 아이 안에 있는 힘을 보고 아이를 끝까지 믿어주는 사람. 아이에 대한 허황된 기대나 과욕을 갖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그런 어른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 음절체: 초성 자음과 모음을 합한 소리
- 「한껏 느끼고 놀며 배우는 우리 한글 2: 기본 자음 편」 p.2 참고
- 합성의 예: 큰 글자 카드 ‘가’와 ‘ㅇ’을 위아래로 양손에 들고 각각 소리가 [가], [응]임을 확인한 후, 글자 카드의 거리와 발화 간격을 줄여가며 [가-] [응], [가], [응], [가응], [가응], [강] 이런 식으로 소리 낸다.
- 글자 ‘ㄱ’을 보고 [그]라고 소리 낼 수 있지만 ‘기역’이라는 이름은 모르는 경우
- 아이의 인지 능력 수준에 따라 자음의 이름을 익히는 과제가 적정한 도전 수준이라고 판단될 때, 인지과부하가 일어나지 않는 정도일 때, 자음의 이름을 가르친다.
- 받침소리로서의 [ㅁ(음)]은 태고의 소리, 소리의 시작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힌두교에서 사용하는 만트라인 ‘우주의 소리’를 일컫는 “옴(唵, 산스크리트어: ॐ)”을 비롯해 우리말 속에서도 ㅁ 받침은 ‘밤, 몸, 잠, 움’처럼 고요하고 근원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말에 곧잘 쓰인다.
현재 전라남도 장흥교육지원청 학습종합클리닉센터에서 학습심리상담사로 또래보다 천천히 학습 과정을 밟아가는 친구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