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해야 한다, AIDT
| “이제 교육부가 2025학년도부터 학교에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흔히, AIDT) 이야기를 하나씩 해 보자. 이 글에 전문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얼굴 붉히진 말자.” (본문 발췌) |
안 쓸 도리가 없다. 아는 게 없어도 뭐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학교 밖 전문가들이 누구나 한 번쯤 말하고 썼기에 쥐뿔로 아는 게 없는 내가 보탤 것이 있을 턱이 없다. 하지만, 학교 안 누군가도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지경까지 오고 말았다.
방아쇠는 교육부가 당겼다. 바로 내년, 2025학년도부터 초·중·고의 영어와 수학, 정보 교과와 특수교육(국어)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하고는 이를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있다.
“교육문화를 바꾸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이며, 자연스레 세계가 주목하는 선도 모델이 될 것입니다.
개발 교과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2025년부터 ‘수학’, ‘영어’, ‘정보’와 특수교육 ‘국어’ 교과서를 학교에 적용합니다. 이후 2028년까지 ‘국어’, ‘사회’, ‘역사’, ‘과학’, ‘기술·가정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습니다.(중략)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면 우리 교실은 더 많은 학생들이 배움을 통해 성공을 경험하는 공간이 될 것이며, 학생들은 선생님과 부모님께 더 깊은 이해와 정서적 지지를 받는 소중한 존재로 자립할 수 있습니다.”1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학교에선 무엇을 할 것인가? 미안하게도, 아니 어이없게도 학교 안에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 본 적조차 없다. 학교에 논의의 장 마련을 위한 자료나 정보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 공론화가 시급하다. 새로운 정책의 시행은 언제든 이해득실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 이점은 최대한 살리고 문제점은 최소화하는 게 올바른 방향일 테다. 그렇다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 현장 의견을 들으며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집단지성 集團知性’이란 무엇인가? ‘다수의 개체들의 협력 또는 협업을 통하여 얻게 된 집단적 능력’(collective intelligence / the wisdom of crowds)이다. 다수 사람이 모이기만 하면 저절로 집단지성이 발휘될까. 사정이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다수의 힘으로 저지른 ‘광기(狂氣)의 역사’를 적잖이 경험한 바 있듯이. 또,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사태나 문제에 대한 정보, 인식 정도도 천차만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 해법이 있다. ‘광기의 역사’는 대개 편협하고 치우친 생각이 집단화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따라서, 먼저 다양한 시야와 폭넓은 접근이 보장되어야 한다. 여기에 모두가 저마다의 이해관계와 해법을 바탕으로 공통 분모 또는 최대공약수를 찾아나가는 과정, 그것이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상황일 것이다. 즉, 집단은 문제의 출발점이요, 지성은 해법, 결과물일 테지만, 둘 사이에 맥락을 형성하기 위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숙고, 숙의·숙론의 시간이 필수 불가결하다.
이제 교육부가 2025학년도부터 학교에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흔히, AIDT) 이야기를 하나씩 해 보자. 이 글에 전문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얼굴 붉히진 말자. 도입을 둘러싼 우려와 기대가 뒤섞인 현장 교사의 넋두리, 이를 통해 집단지성의 실마리를 찾는다고 보면 마음이 한결 너그러워질 것이다.
AI의 교육적 활용, 안 해도 될까
우린 안 하는 것인가, 못 하는 것인가? 2016년 프로기사 이세돌과 바둑 AI 알파고의 대결 때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에서나 만날 수 있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2022년 오픈AI의 ‘챗GPT’ 공개 이후 이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모든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투어 자사의 제품이나 기술에 AI를 도입하는 상황이기에 AI의 손아귀를 벗어나 일상생활을 하는 것은 아마존 오지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거칠게 말한다면,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온 성과를 배우고 터득하여 앞으로의 삶을 준비하기 위한 집단적 행위가 아니던가. 그러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여 학교를 짓고 교사를 양성하여 학생들을 불러 모은 것이었을 터. 그런 곳에서 지금 이 시대에, 그리고 앞으로 AI를 거부하거나 차단하며 교육을 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한때 ‘세종대왕 맥북 던짐 사건’으로 회자되던 AI 헛소리, 즉 환각(幻覺, hallucination) 현상으로 AI를 조롱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차츰 해소되고 이젠 사람과 비등한 또는 사람을 넘어서는 수준에 와 있거나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영역에 AI가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바둑 AI만 보더라도 한때는 기본적인 수를 놓칠 때도 있었지만, 이젠 사람은 아예 상대조차 않고, AI끼리 최고를 겨루는 수준에 와 있다. 바야흐로, AI를 상대로 ‘러다이트’ 운동을 벌일 때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
우리 삶에 파고든 AI를 막을 도리도 없고, 난 막을 생각도 없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그들과 공존·공생하며 더 나은 배움에 활용할 방법을 찾아볼 참이다.
AI를 교육에 활용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마구 사용하자는 것은 아닐 테다.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디지털이 전면화한 시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디지털 자료와 기기에 대한 이해 및 활용 능력, 판단 능력을 말한다. 스스로 자료를 찾고, 그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자료를 취사선택하여 정보를 얻고, 문서를 작성하거나 발표물을 만드는 일 등이 모두 디지털 문해력에 해당한다. AI의 활용도 그 일부일 것이다.
단, AI 디지털 교과서(이하, ‘AIDT’)와 같은 도구는 개별화된 학습 위주이기에 의도치 않게 기존 교육 격차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도입과 활용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미 동기 부여와 지원이 충분한 학습자는 이를 통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외부 지원이나 내적 동기가 부족한 학생은 따라가기 더욱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비대면 학습 상황에서 학습 흥미나 성취도가 높고 가정의 지원을 받았던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에 학습 격차가 더욱 커졌던 시행착오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AI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일 것인가
교육에 특공대 전술은 얼마나 유효할까? 반짝 효과를 노리는 게 아니라면, 파급력이 엄청난 정책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뚝딱 해치워 버려도 되느냐는 말이다. 교육 현장에 AIDT를 투입하는 발상은 ‘신속 부정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교육 정책은 실리콘밸리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벤처 창업이나 ‘스타트업(startup)’을 운영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도전과 모험 정신은 필요하고 장려해야 마땅하지만, 방법이 외골수일 필요는 없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하는 일엔 ‘플랜 B’만이 아니라, ‘플랜 C’까지 마련하여 진행하는 일들이 수두룩하다.
기회는 늘 위험과 함께 온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도 감수할 위험을 따지는데, ‘플랜 A’ 하나만을 고집하며 강행할 일이 아니다. 직진, 직선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예정된 노선에 모르던 유적이 발견되었다든지, 환경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이 있다면 당연히 우회로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초보적인 디지털 교과서의 경험을 갖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개인 휴대용 스마트폰만이 아니라, 태블릿 PC, 크롬북 등의 스마트 기기를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교구를 비롯한 학습 보조 도구가 일정하게 학습에 도움을 주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렇다고 해서, 늘 최첨단의 도구가 있어야 최선의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AI가 대세라고 해서 AIDT를 손에 쥐여 준다면, 머잖아 이보다 더 탁월한 무엇이 등장한다면 또 그걸 제공해야 하는 걸까? 지금 우리는 부족과 결핍이 문제가 아니라 과잉이 문제라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학습자의 배움 상황에서 교과서나 학습 도구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이고 종속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 2030프로젝트’2에서는 교사마저도 학습 나침반을 든 학생을 지원하고 협력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AI는 꼭 필요한 만큼, 적절한 시기에 사용하면 될 뿐, 이를 금과옥조처럼 끼고 살아야 할 이유까지는 없어 보인다. 어디까지나 학습자의 자기 주도성, 주체성을 보조하는 기술이나 도구일 뿐인 것이다.
미래사회 역량을 기르는 데 적합한가
이 물음에 답을 하려면 먼저 추구하는 인간상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교육기본법 제2조에 따르면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는 것을 교육이념으로 삼고 있다. 또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종합해 본다면,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자주적 민주시민’ 정도가 될 듯하다.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하는 내용이 학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다. 하지만,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이 필수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그리고 이를 기르려면 ‘학습자 주체성(student agency)’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하는 고민 속에서 학교는 학생 중심 수업, 모둠 협력 수업, 프로젝트 학습, 사회 현안 논쟁 수업, 과정중심평가 등을 꾸준히 펼쳐왔다. AIDT는 과연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는지, 그래서 미래 사회 역량을 기르는 데 적합한지 묻고 따져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은 완성형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비판적 사고력, 판단력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하게 노출되면 학생들이 열린 사고와 관점을 경험할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창의적으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내는 존재가 되기는커녕 AI가 제공한 세상에 대한 확증 편향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양한 관점’과 ‘열린 사고’는 누가 대신 알려주거나 집어넣어 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경험하고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독일의 보이텔스바흐협약에서도 주입 금지, 논쟁성 유지, 학습자의 행위능력 강화라는 3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AIDT를 통한 학습에 익숙해지면, 즉각적인 정보와 개인화된 지원의 편리함으로 인해 학생들은 독립적인 연구에 참여하거나 난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차츰 멀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학습자 주체성이 아니라, AI 주체성이 강화되는 부작용을 막아낼 대책도 함께 마련되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미래 역량에 걸림돌이 되고 말 것이다.
‘세계 최초’, 약일까 독일까
일정대로 2025년에 AIDT를 전면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우리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교육부 장관이 말한 ‘세계가 주목하는 선도 모델’이 되는 뿌듯한 순간이다. 그런데 찬란하기 그지없는 그 수식어에는 필연적으로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을 수밖에 없다. 합리적으로 판단하건대, 세계 최초의 AIDT를 만들어 사용한다면 어떤 나라가 시도하는 것이 적절할까? 가장 앞선 AI 기술을 보유한 나라일까, 아니면 이제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나라일까? 가장 앞선 AI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그 화려한 타이틀을 선뜻 가져가지 않는 것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쪽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후발주자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져가려면 남다른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그 무게를 감당하긴 쉽지 않을 터. 우리 준비 상태를 잠깐 보자.
먼저, 현장 교사 중 AI 기반의 학습에 익숙한 이들이 많지 않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교사 1,000명 중 62.1%가 AI 서비스를 수업에 활용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중 40.8%는 AI 서비스를 들어봤지만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21.3%는 AI 서비스 자체를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3 교사들에 대한 적절한 교육과 지원 없이 새로운 도구 도입에만 골몰하는 것은 정책과 제도의 안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시행을 딱 6개월 앞둔 지금까지도 AIDT의 완성본이 나오지 않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교육부는 당장 내년에 도입하겠다는데, 일선 교사와 학생들은 AIDT를 접해보지 못했으니, 제대로 된 논의나 준비가 불가능한 것이다. 각 지역의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 과정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적용했다지만 ‘프로토타입(시험용·prototype)’을 경험한 것에 불과하여, 이에 참가했던 일부 교사들은 현장에 이미 있는 유사한 도구들과 큰 차별점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11월 말에 검정 심사가 끝나는 일정을 고려할 때, 12월에나 교사들이 완성본에 가까운 AIDT를 접하게 될 텐데, 학년말 업무로 가장 바쁜 시기에 얼마나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을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시도하는 사업에서 실물도 공개되지 않은 또는 못한 데 대한 불안감과 함께 기기의 안정성은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이런 일부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닌 듯, 불과 며칠 전(2024.9.30.)에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가 나왔다. 그 핵심 내용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따라 교과용도서 개편·수정 시 내용뿐 아니라 기술·서비스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디지털교과서 개편과 수정의 구분은 중대한 사항을 변경하면 개편, 개편이 아니면 수정으로 봄.”이라 되어 있다. 서책형 교과서에서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언술로, 이 정도라면 검정에 불합격을 받는 것이 온당하다. 하지만, 디지털이라는 이유로, 처음 도입한다는 이유로 허들을 대폭 낮춰주겠다는 발상은 교육을 장사꾼의 흥정으로 아는 처사가 아니라면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아무쪼록 지금이라도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보다는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 쪽에 더 눈길을 돌리는 정책 전환이 있었으면 좋겠다.
‘깊이 있는 학습’,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우리는 코로나19 시절에 EBS 플랫폼에 접속하여 온라인 강의를 연결하여 주는 방식으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바 있다. 콘텐츠는 학교 교사들이 제공하는 것에 전혀 뒤지지 않았으나, 지속적인 학습은 쉽지 않았고, 학습의 깊이도 얻지 못함을 경험했다. 왜 그랬을까? 일방통행에 주입식으로 제공되었기에 학습자는 전혀 능동성을 발휘할 수 없었다. 오로지 화면만 열심히 바라보며 밑줄 긋고 받아적는 방식으로는 학습자 주체성을 전혀 기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깊이 있는 학습’이 되려면 학습자의 삶과 연계한 학습, 교과 간 연계와 통합, 학습 과정에 대한 성찰이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고 한다. 또 그 과정에서 숱한 방향 착오와 실패의 과정을 겪어야 그 학습이 탄탄해지고 깊이가 생긴다.
AIDT를 활용한 학습 상황으로 가 보자. AI가 학습자의 개별 특성을 교사보다 더 잘 알아서 그의 삶과 연계해 줄 수 있을까? 학습자의 가정 및 사회적 배경, 성장 과정, 교내 인간관계 등을 AI와 주고받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학습 과정에 대한 성찰에서 학생의 잘잘못이나 새로운 과제 제시는 AI가 교사보다 더 빨리, 정확하게 파악해 피드백을 제공해 줄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된다. 다만, 학습 과정 성찰이라는 것이 속도나 정확성보다 학습자 스스로의 발견과 반성, 숙고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면, 이 또한 보완이 필요할 대목이다. 교과 간 연계와 통합은 디지털 기기가 지닌 특성과 현 AI 개발 수준을 고려할 때, 매우 다채롭게 깊이 있게 제공해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AIDT를 교과서로 사용하게 된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 그려보았다. 모두 하나씩의 디지털 기기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교과서에 준하는 역할을 할 기기이니, 이를 책상 속이나 가방에 넣어둘 이유가 없다. 즉, AIDT를 도입하는 상황은 디지털 기기를 전면화하는 일을 피할 수 없다. 이처럼 늘 마주하는 상황은 깊이 있는 학습을 도울까, 방해할까. 그 누구도 쉽사리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팅커벨의 지팡이나 알라딘의 램프처럼 명령 프롬프트만 적절히 입력하면 내가 원하는 결과나 그 이상의 수준을 가져다 주는 AI의 마력은 학생들에게 너무 쉽게 배움의 성과를 안겨주는 문제가 있다. 작사와 작곡을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해내는 AI, 그림만이 아니라 동영상도 자유자재로 만들어 내는 AI, 상황 설정과 분량만 정해 주면 소설이나 논설문도 뚝딱 써내는 AI와 매일 만나는 학습자가 어떤 예술적, 창의적 역량을 길러 자신을 표현해 낼 수 있을지 뼈를 깎는 고민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전지전능한 디지털 기기를 손에 쥔 학습자는 자신의 뛰어난 능력에 환호를 해야 하나, AI를 활용한 게 아니라 AI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에 치를 떨어야 하나 헷갈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음은 나만의 엉뚱한 상상이길 바랄 뿐이다.
AIDT를 굳이 제공할 것이라면, 학습자의 편리성을 높이는 쪽만이 아니라 배움의 근육을 키우기 위한 시련과 실패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한다.
개인정보 보호는 어떻게 할 것인가
AIDT가 제 구실을 하려면 방대한 양의 학생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선결 조건이다. 그래야 개인화된 학습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데이터 수집과 축적은 민감한 학생 정보의 침해나 오용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게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는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시스템이 충분치 않다. 학생 개인정보의 저장,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문제 제기가 나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이를 막을 제도적, 기술적 장치를 충분히 갖추겠다는 말은 빠짐없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그럴싸한 말이 아니라, 실제 현실 상황이다.
전국 1000개 디지털 선도학교에서 쓰이는 교육 프로그램인 인공지능(AI) 코스웨어에서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AI 코스웨어 가입 시 행태 정보 수집을 거부하면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필수 동의’를 받은 뒤 학생들의 행태 정보를 온라인 광고사에 제공한 소프트웨어 업체도 있었다. 고위험 정보로 불리는 안면 데이터 등 생체 정보를 수집한 곳도 있었다.4
서둘러 프로그램 개발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광고사 제공 사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이게 현주소다.
비단,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2018년에 페이스북(메타)에서도 주요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했다. 당시, 페이스북은 약 5천만 명의 사용자 계정이 해킹되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EU(유럽연합)의 일반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5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들이 기술력이 부족했을까? 그게 아니라면, 어떤 다른 요인이 있을까? 우리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쳐야 한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무얼 위해 존재하는 곳인가를.
그래서일까. AI 기업이 대거 몰려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AI 악용이 발생하면, 개발자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인공지능 모델이 위험한 행동을 할 경우, 이를 강제 종료할 수 있는 ‘풀셧다운 기능’을 의무화한 조항이 담겨 있다.5
이것으로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 저 정도라면 무언가 우리도 더 생각해 볼 구석이 있다. 한참 뒤떨어진 추격자 위치에서도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없이, 오로지 기술이 가져올 환상에만 목매고 있는 건 아닌지 곱씹어 보아야 한다.
어떤 정책을 하겠다고 해 놓고는 반대 의견이 나오면 우물쭈물 변죽만 실컷 울리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마는 경우가 있다. 또, 이와는 달리 일단 하기로 했다면, 예기치 못했던 문제가 불거져도 잠시도 숨을 고르지 않고 죽기살기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둘 다 잘못이다. 2025년 AIDT 도입이 둘 중 하나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교사들의 마음은 잘, 제대로 쓰고 싶은 거다. 단, 지금 이대로는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누굴 편들자는 게 아니다. 굳이 편이 있다면, 교사들은 학생 편, 미래 세대의 편이다. 그럴 때,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 되어야 하겠는가? AIDT를 학교 현장에 도입하겠다고 하면서, 전혀 AI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AIDT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겠습니다.”라는 공언에 걸맞게 당사자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더 넓은 참여와 소통의 문을 열어야 한다. ‘세계 최초’라는 수렁에 빠져 우리 모두가 세계적 조롱거리가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면.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 발표(부총리브리핑문), 7쪽-16쪽. 2023.06.08.
- 김은영, OECD 교육 2030:미래 교육과 역량. (‘해외교육’ 2018 여름호, 통권 제231호)
- “디지털 교과서 준비 됐나” 학생 볼모로 삼은 세계 최초란 굴레, 조서영 기자(‘더스쿠프’ 2024.8.3.)
https://v.daum.net/v/20240803140445729 - 디지털 선도학교서 쓰는 AI앱, 학생 정보 술술 빼갔다, 김원진·탁지영 기자 (경향신문 2024.7.24.)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407240600035#c2b - “AI 악용, 개발자에 책임”…캘리포니아 규제법, 실리콘밸리 넘을까, 김원철 기자 (한겨레신문 2024.9.25.)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159585.html
이 법안에 대해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저는 법안 발의자와 의견이 같다. 안전 프로토콜이 채택되어야 하며, 선제적인 안전장치가 도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험적 증거와 과학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하며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160399.html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35년 동안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쳤다. 『선생님과 함께 가는 고전 소설 여행』(공저), 『선생님과 함께 가는 현대 소설 여행』(공저) 등의 책을 썼으며,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세계문학) 서평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양서중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61209.html
[유레카] 담배와 스마트폰 (한귀영)
시도교육청 절반 이상 “AI교과서 도입, 신중 검토”…교육부 “일정대로”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162288.html
[김현철 고려대 교수 인터뷰] “AI교과서로 맞춤형 교육? 획일화 가능성”…AI 연구자의 경고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183773.html (한겨레신문 202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