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AI 및 디지털 교육 정책의 명암(明暗) – 새로운 비상과 심화된 디지털 불평등 –
| “이번 칼럼에서는 정책 보고서에서 다루지 못한 핀란드 학교 현장의 AI 및 디지털 교육에 관한 찬반 의견들, 그리고 핀란드 정부가 추진해온 학교 디지털 도약 실행의 결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보겠습니다.” (본문 발췌) |
1. 들어가는 말
필자는 지난 11월에 ‘핀란드 디지털 기반 교육정책과 현황 및 과제’1 칼럼을 발표하고, 올해 7월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AI 시대의 교육 변혁을 위한 핀란드 디지털화 전략’ 정책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핀란드 정부의 정책 또한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핀란드는 국가적으로 디지털 도약(Digital-leap) 정책을 펼치며 교육,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했고, 현재는 2027년까지 교수, 교육, 훈련(Teaching, Education and Training)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디지털의 사용자와 개발자로서 세계적인 모범 국가가 되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핀란드는 2024년 말까지 유아 교육, 예비 교육, 초·중등 교육, 고등 교육, 평생 교육에서 디지털화가 어떻게 수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지침을 마련할 예정입니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4). 특히, 교육에서의 느린 디지털화 속도를 지적하며 이에 대한 상당한 지원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국가 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려면, 국가 비전이 각 지역 교육 책임자, 지역 학교 교장, 학교의 교사에게 해석, 변형, 확장되어 학생의 학습에까지 적용되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따라서 국가 정책은 매우 명확해야 하며, 정책 실현의 비전이 뚜렷하고 교육 이해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가치도 지녀야 합니다. 그런데 2010년대 초부터 핀란드 교육 정책에서 강조해온 모든 교육 시스템의 디지털화는 디지털 도약과정을 거쳐(2015년), 교육 현장에 AI 활용 도입까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와 학생의 디지털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DigiVoo, 2023).
이번 칼럼에서는 정책 보고서에서 다루지 못한 핀란드 학교 현장의 AI 및 디지털 교육에 관한 찬반 의견들, 그리고 핀란드 정부가 추진해온 학교 디지털 도약 실행의 결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보겠습니다.
2. 핀란드 AI 디지털 교육: 어떻게 다시 교육 모델 국가가 될 수 있는가?
핀란드는 2000년 PISA 결과로 주목받으며, 적은 공부로도 높은 성적을 기록한 모범 국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 자격을 석사 학위 소지자로 법률화한 것은 매우 혁신적이었고, 특히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PISA 성적이 하락하면서 핀란드 교육의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빠른 시대 변화에 핀란드가 적응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핀란드는 과거 노키아2의 뼈아픈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전 분야에 걸쳐 디지털 전환을 위한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특히, 교육 분야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위해 각 대학의 연구진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디지털 교육을 전파하는 에듀카(EDUCA)3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에듀카는 유바스큘라 대학 주도로 약 150여 명의 연구자와 박사 과정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올해 시작된 에듀카의 주된 목표는 “핀란드가 다시 교육 모델 국가가 되는 것”입니다. 2024년 7월, 새로 부임한 핀란드 교육부 장관 안데르스(Anders Adlercreutz)는 핀란드 교육 현장의 주요 과제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습니다.
• 초·중등학교 학생들의 수학, 읽기, 쓰기, 그리고 순수 수학 능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 남학생들의 성적 하락이 여학생들보다 더 두드러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두 가지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하나는 주 2~3시간을 기본 읽기, 쓰기, 수학 학습에 추가 할애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의무 교육 확대 정책을 공고히 하여 학생들의 학습 중단과 사회적 배제를 방지하는 것이다.
• 학교 내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명확한 법 조항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교사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 (반타 총격 사건 이후) 학교 안전 문제에 있어 학생 복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23세 미만의 청년들이 정신적·신체적 치료가 필요할 경우, 최소 28일 이내에 즉시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수정 중이다.
• 학교 간, 학급 간 분절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특정 학급(음악, 외국어 등)과 일반 학급 간에 가정의 경제적·사회적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현장의 불평등, 즉 교육 과정(process)과 결과(result)의 불평등에 대해 의견이 나뉘고 있습니다. 일부는 AI와 디지털 기기가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이 오히려 기본적인 자기 학습을 방해한다고 봅니다. 에듀카는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종종 개인의 상상과 경험에 의존한다고 지적하며, 과학적 연구를 통해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AI가 교육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에듀카의 리더인 마르야 크리스띠나 교수(Prof. Marja-Kristiina Lerkkanen)는 “핀란드 사회에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이 양극화는 학생들의 웰빙, 공부에 대한 관심, 학습 결과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하며, 연구 그룹이 앞으로 학습 결과의 하락과 결석 증가에 대한 연구 정보를 다음 네 가지 영역에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그림1).
(그림 1) 연구영역1: 교육 정책 개혁과 개입의 영향 평가, 연구영역2: 학습 맥락에서 학습 다양성, 상호작용 및 지원, 연구영역3: 학습 및 미래 학교에서 확장 가능한 디지털 기술, 연구영역4: 학습 커뮤니티에서 교사 및 교육 리더의 역량 강화

3. 핀란드 학교 현장에서의 AI 활용 교육
핀란드에서는 인공지능이 이미 초등학교 교육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핀란드 동부대학교 강사 씨르꾸 라흐데스마끼(Sirkku lähdesmäki)에 따르면, 시각적 읽기 어려움을 가진 학습자를 위해 ChatGPT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은 인공지능에게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고, 핵심 내용을 추출하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학생은 자신의 생각을 짧게 표현한 후, 이를 인공지능이 유창한 문장으로 다듬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작문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자신의 생각과 인공지능의 답변을 비교하여 비판적 사고를 훈련할 수 있습니다.
중학교에서도 인공지능이 사용되고 있는데, 때로는 학생들이 허락 없이 학교 과제에 활용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메일라흐덴(Meilahden) 중학교 국어 수업시간에는 인공지능을 보조 도구로 활용합니다. 9학년 학생들은 ChatGPT를 사용하여 긴 이야기를 작성하는 데 도움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텍스트가 빠르게 생성되지만 문장이 약간 로봇처럼 느껴진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야기에 어울리는 삽화를 찾기 위해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일마리 바우라스(Ilmari Vauras) 국어 교사는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비판적 사고를 연습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현재 AI를 활용한 초·중등학교 학습 자료4가 개발 중이며, 미래에는 학생들에게 인공지능 데이터 읽기 및 데이터 주체성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2023년 가을, 헬싱키 알토 대학교에서 열린 주니어 기술 워크샵5에 많은 초·중·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이 워크샵의 목적은 인공지능의 안전한 사용과 관련된 여러 사회 현상을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인공지능이 비교적 익숙하고 편안한 대상이었지만, 많은 교사들은 인공지능을 교육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빠른 변화와 발전에 따라 거의 매주 새로운 규제와 내용들이 업데이트되면서 교사들이 이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워크샵의 책임자는 “AI 사용에 대한 관심이 위협으로 인식되기보다는, 학교에서 학습과 작업의 튜터(tutor)이자 영감의 원천으로서 긍정적인 시각이 형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하기 위해 학생들이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문해력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면, 학생들은 인공지능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4. 핀란드 디지털 도약 정책 평가
지난 20년동안 핀란드가 강하게 추진해온 교육과 사회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작년에 발행된 DigiVoo 프로젝트 보고서(Oinas 외, 2023)와 핀란드 디지털 학습의 트렌드와 이슈(Näykki & Häkkinen, 2023)를 살펴보겠습니다.
DigiVoo 프로젝트는 전국 147개의 학교에서 약 1만 5천 명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는 모국어, 수학, 프로그래밍, 상호작용 문제 해결, 다중 문해력과 수학적 사고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고, 118명의 설문조사와 60명의 인터뷰, 그리고 21명의 관찰 자료를 바탕으로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핀란드 학교에서 디지털 기기의 사용 실태와 학생 간 학업 능력 차이를 분석하고, 향후 연구와 지원 방향을 제안합니다.
2001년과 2012년의 자료와 PISA 자료(2000-2018), 그리고 펜데믹 기간 동안 원격 학습을 경험한 학생들에 대한 자료(2020-2021)를 분석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디지털 기술 활용 부족:
핀란드 중학교에서 디지털 기술은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기기는 주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편집, 저장하는 데 사용되었으며, 학생들이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사용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디지털 기술과 학습 결과의 관계:
집중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 이민 배경의 학생들, 낮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는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보다 디지털 기술을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이는 디지털 기술 사용과 학습 결과 사이에 부정적인 연관성을 나타내지만, 디지털 사용이 이 관계를 설명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닙니다. 연구에서는 디지털화가 학습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디지털화가 학습과 평가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 기술은 학습과 평가를 새로운 방식으로 차별화할 수 있게 해주며, 학생들의 동기와 참여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각 학생의 능력에 맞춘 학습 환경과 개별화된 피드백이 제공됩니다.
Näykki와 Häkkinen 논문(2023)에서는 핀란드 학교에서 기술이 인지적 도구로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교수 및 학습에서 컴퓨터적 사고 (Computational Thinking, CT)가 다중 문해력의 일환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최근 핀란드 학교의 디지털 변환 과정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변환을 위한 체계적인 전략 구성과 학교 위원회의 활동이 활발해졌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예비 교사 훈련과 현직 교사의 전문성 개발에는 더 많은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DigiVoo프로젝트에 참여한 탐페레대학교의 마리 빠울리나 교수(Mari-Paruliina Vainikainen)는 학교 디지털 도약이 교사와 학생 간의 디지털 불평등을 심화시킨 이유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1) 과도한 기술 중심
(2) 교사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부족
(3) 국가 디지털 전략 부재
이 중에서 (1)과 (3)의 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가. 과도한 기술 중심
학교에 적합한 디지털 기술에 대한 논의가 부족합니다. 디지털 사용은 개별적인 역량에 지나치게 집중되었는데, 교사와 학생 모두의 디지털 역량 수준이 상이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학교에서 디지털 사용 기회는 적었으며, 사용 방식도 피상적이었습니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정당화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핀란드 학교의 디지털 도약 정책은 초기부터 과도한 디지털 기기 구매에 집중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학교와 교실에 수많은 디지털 기기가 배치되었습니다.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디지털 학습 문제와 혼합되었지만, 학교에 온전한 디지털 학습 환경이 갖춰지지는 않았습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은 학습 자료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심지어 학생들이 적응해야 하는 기술적 조건까지 지정하고 있습니다.
나. 국가 디지털 전략(비전) 부재
초등학교 교사이자 박사학위 소지자인 끼모 후뚜(Kimmo Huttu)는 국가의 명확한 비전이 부족해 디지털화의 효과가 개인의 노하우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국가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디지털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말합니다.
특히, 지역의 디지털화 발전에 있어 초등 교육 책임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는 정부의 기초 교육 책임자가 디지털화 촉진에 관한 책임을 갖는 동시에, 그것을 지방자치단체와 공유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교장은 학교와 교사 그리고 학생을 관리하는데, 비전의 모호함은 곧 방향성을 잃고 노를 젓는 상황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핀란드의 국가적 비전이 부족한 상태에서, 약 300여 개의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학습 자료와 기기, 시스템과 플랫폼을 구매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작업이 중복되었습니다.
그는 더 나아가, ‘기술은 사라지고 학교는 실패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끼모 후뚜에 따르면, 초·중등학교는 기본적인 사명이 거의 변하지 않는 기관인데 디지털화는 토끼처럼 진행되고 학교는 거북이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가 ‘속도의 환상(뒤처지고 있다는)’을 갖게 되면서 학교 개발이 너무 시장 중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기술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포함하여, 5-10년 후의 학교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비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는 현재 학교에서 디지털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기술의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학교 내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물어봐야 합니다.”
5. 맺음말
핀란드 정부는 AI와 디지털 교육을 통해 세계적인 리더 국가로 자리매김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학교 연구 그룹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네트워크 형성, 교사와 학생을 위한 워크숍, 디지털 자료의 관리와 AI의 영향력 이해, 그리고 비판적 미디어 문해력 강조 등이 그 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의 디지털 교육 정책은 국가적 장기 비전의 부재로 인해 몇 가지 중요한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명확한 지침이 부족한 상황에서 디지털화는 교사와 학생 간의 역량 차이를 심화시켰습니다. 앞으로 핀란드는 AI와 디지털 교육을 위한 국가적 비전과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고, 개인별 맞춤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상황을 돌아봅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 브리핑 기사는 스마트기기의 교육적 사용을 옹호하며,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규 수업 시간에 스마트기기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디지털교과서의 효과성이 이미 검증되었으며, 팬데믹 이후 1인 1기기 정책으로 필요한 기기가 충분히 마련되었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교사의 디지털 역량이 학생들의 교육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다양한 교원 연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의 근거와 정책이 현재의 교육 환경에 충분히 적합한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정부는 학생의 휴대폰 중독 원인을 부모의 훈육 방법과 대체 놀이 환경 부족에서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스마트기기 사용이 단순히 교육적 목적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교육 외의 목적으로도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며, 이로 인해 학습 환경과 개인 생활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교과서의 효과에 대한 근거로 제시된 연구는 2014-2016년에 초등학교 3-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현재의 학생들이 10년 전과 같은 환경에 처해 있지 않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핀란드의 경험을 교훈 삼아, 성급한 디지털 교육의 추진보다는 보다 신중하고 장기적인 접근을 통해 학생들에게 진정한 교육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 정영식 (2024.8.16). 교사와 협력하는 AI 디지털교과서…질 높은 맞춤 교육 제공할 것.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칼럼.
https://www.korea.kr/news/contributePolicyView.do?newsId=148932554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4.7.18). [핀란드] AI 시대의 교육 변혁을 위한 핀란드 디지털화 전략. 교육정책.
https://www.kice.re.kr/boardCnts/view.do?boardID=5000064&boardSeq=5090409&lev=0&m=030207&searchType=S&statusYN=W&page=1&s=kice 8
• Haavisto (2023, August 9). “Tekoäly käyttöön jo alakoulussa”, sanoo opettajien kouluttaja – Näissä viidessä asiassa se voisi auttaa (인공지능은 이미 초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다). YLE. https://yle.fi/a/74-20037148
• Kivioja (2024, February 6). Tekoäly kiinnostaa kouluissa niin oppilaita kuin opettajiakin (학생과 교사 모두 학교에서 인공지능 사용에 관심이 있다). Aalto University.
https://www.aalto.fi/fi/uutiset/tekoaly-kiinnostaa-kouluissa-niin-oppilaita-kuin-opettajiakin
• Kononen (2024, January 17). Koulut tekivät digiloikan vauhdilla, mutta ilman kunnollisia ohjeita – opettaja: ”Digitaalinen epätasa-arvo kasvaa” (적절한 지침없이 시행된 학교의 빠른 디지털 도약 – 교사: 디지털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다). YLE. https://yle.fi/a/74-20069459
• Näykki, P. & Häkkinen, P. (2023). Trends and issues of digital learning in Finland. In Trends and issues of promoting digital learning in high-digital-competitiveness countries: Country reports and international comparison.
• Oinas, S., Vainikainen, M. P., Asikainen, M., Gustavson, N., Halinen, J., Hienonen, N., … & Hotulainen, R. (2023). The impact of digitalisation on learning situations, learning and learning outcomes in lower secondary schools: Initial results and recommendations of a national research project. https://urn.fi/URN:ISBN:978-952-03-2782-8
• Ylitalo (2024, March 14). Näin yläkoululaiset jo käyttävät ChatGPT:tä–tekoäly halutaan vahvemmin osaksi opetusta (중학교 학생들이 ChatGPT를 사용하는 방법 – 인공지능이 교육의 더 강력한 부분이 되기를 원한다). MTV. https://www.mtvuutiset.fi/artikkeli/nain-ylakoululaiset-jo-kayttavat-chatgpt-ta-tekoaly-halutaan-vahvemmin-osaksi-opetusta/8878964#gs.efbcow
각주
- 저널 <교육 제4의 길> 11월 칼럼, http://21erick.org/column/11706/
- 핀란드 노키아 회사는1998년 휴대폰 산업의 최대 호황을 누리다가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내놓은 이후 리더의 안일함(변화하지 않는)으로 결국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에 휴대폰 사업을 매각했다.
출처: 정책브리핑 (2029.6.26). 핀란드가 ‘노키아 충격’을 4년만에 극복한 비결은.
https://korea.kr/news/contributePolicyView.do?newsId=148862008 - https://educaflagship.fi/en/about-educa
- Generation AI-hankkee 홈페이지. https://www.generation-ai-stn.fi/materiaalit/
AI 활용 교육을 지원하는 수업 자료, 수업 지도안 등 제공. 국제적이고 동료 검토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자료와 적용법을 소개, 교사를 위한 학문적인 팁도 제공. - https://www.aalto.fi/fi/uutiset/tekoaly-kiinnostaa-kouluissa-niin-oppilaita-kuin-opettajiakin
한국에서 공립 초등학교 교사로 10여 년간 재직했으며, 현재 핀란드 탐페레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학적 사고의 언어화와 교사교육을 연구하며, 교육을 정치·사회·경제·문화와 연결하여 바라보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국제동향 집필에 참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대한민국 교육 트렌드 2026』(에듀니티, 공동저자)가 있습니다.
- Linkedin: www.linkedin.com/in/eunji-kim85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작금의 한국의 상황과 관련하여 생각할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1. 디지털 기기의 교육적 목적으로의 최적화 문제 : 현재 디지털 혹은 AI를 포함한 디지털기술을 교육에 활용하는 문제에서 구분해야 하는것이 디지털 기기의 올바른 활용의 문제입니다. 옹호론자 특히 본문 중에 언급된 것처럼 한국의 교육당국은 디지털 기술의 교육적 효용을 매우 적극적으로 옹호하는데 그러한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학생들이 온전히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고 ‘통제력’있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붙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현재 학생인권문제와도 맞물려 있는 학교 내 디지털 기기 사용 현황을 보면, 일부 교육전용으로 사용 가능할 수 있는 ‘크롬북’ 외에는 일반적인 디지털 기기-노트북, PC, 태블릿, 휴대폰 등-를 활용하고 있는데 과연 청소년기의 학생들이 이 기기들을 오로지 자신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위해서 통제력 있게 사용가능할까요? 현장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대답하자면 절대적으로 No입니다. 전제가 성립할 수 없는데, 교육부는 자신들이 주도하는 정책을 합리화 하려는 것에만 매몰되어 있습니다.
2. 언어 및 사고능력이 발달되어 있는가의 문제 : 본문 내용 중 핀란드의 초등학교에서는 ‘일부’ 학생에게 AI를 활용하여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것 같은데, 이를 ‘읽기 쓰기 에서의 AI의 활용’이라는 일반론적인 주제로 바꾸어 생각해보자면 매우 위험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AI 활용의 효과성의 전제도 ‘사고능력과 언어능력이 어느정도 완성된 사용자가 AI를 활용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언어능력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 계층에게 말의 생산과 활용에 AI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3. AI 기술의 부족함 : 최근 Economist의 기사를 보면 AI가 AI가 만든 자료를 활용하여 학습하는 경우, 매우 이상한 결과물을 도출해 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실, 현재 AI기술은 당연히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AI기술의 활용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현재 한국의 교육부 주도의 AI교과서는 현존하는 생성형 AI에 견주어 볼 때 과연AI라는 단어를 쓰는것이 적절한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기술입니다. 저는 현재 교육부의 ‘AI 교과서’라는 명칭은 사실을 호도하는 작명이라고 생각합니다.
4. 교사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관련된 졸속정책 :
디지털 기술의 활용에 있어서 학생간의 격차를 줄이려면 당연히 교사의 디지털 활용기술이 중요합니다. 다만, 현재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사 대상 디지털 연수는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각 교육청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는데, 모 교육청의 경우 그냥 교사들에게 AI나 디지털 관련된 온라인 연수를 의무적으로 듣게 하고 있는데, 전혀 정련되지 않은 마구잡이식 교육입니다. 심지어 연수로 추천된 어느 사이트를 보니 공교롭게도 현재 AI교과서를 만드는 업체의 연수도 있었습니다. (특정 업체를 이렇게 활용하는 게 과연 문제가 없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매우 현실적이며 통찰력있는 비판에 동의합니다! 사실 정부가 내세우는 세계 최초의 AI 디지털 교과서는 순간 매혹적인 말이기도 합니다. 주변 외국 연구자분들에게 소개를 하면 매우 흥미를 보이지만, 실상은 ‘그게 과연 가능한가? 어떻게 현실화 되지?’의 의구심을 나타냅니다. 핀란드가 디지털과 AI 교육의 선구자가 되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한국과는 상당히 다른 사회적 교육적 상황인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1. 예를 들어, 대학 입학에 기준이 되는 고등학교 졸업시험이 100% 컴퓨터로 시행되는데 (수학을 포함하여), 보통 초등학교 6학년부터 개인당 1대의 노트북을 학교에서 제공하고 컴퓨터로 과제를 수행하는 연습을 꾸준히 시킵니다. 중학교부터는 아예 노트북에 수학 문제를 해결하고 (어떻게 수학 공식자를 사용하는지) 고등학교에서는 시험 대비 실전 훈련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기기 사용 능력의 차이가 곧 학업 결과물 (그 학생의 지식, 기술, 능력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지만..)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2. AI 활용 기술은 실제로 보통 초등학교에서는 사용하는 경우가 아직 많지 않습니다. 물론 몇년전부터 학습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 (난독증과 같이)을 위해 읽기 보조 로봇 등이 학급에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AI를 교육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는 합니다. 최근 유럽 연합에서 AI 활용에 관한 지침과 권장사항을 발표했기 때문에, AI에 대한 불안감이 낮아진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3. 디지털 기기 사용과 AI 활용보다는 미디어 문해력,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짜 뉴스가 만연하는 가운데, AI의 답변이 오롯이 정답으로 여기진 않을지… 우려됩니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 정책은 너무 급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교육 현장의 진짜 목소리-선생님과 학생-는 듣지 않습니다. 빠르게 변화하고,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미래를 단정하면서 조급함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자아와 바른 인성으로 자라야 할 아이들에게… 무엇을 쥐어주고 있는 것인지… 참 걱정됩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좋은 칼럼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머나먼 백야의 나라에서 학업에 열중하시느라 노고가 크시겠습니다. 한국은 무척 여름이 길었는데 핀란드도 덥진 않았을지요. 라플란드의 동토가 너무 녹진 않았을지 걱정됩니다.
저는 경북에서 근무하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작년에 헬싱키에서 열린 에듀카를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여느 교육박람회에서와는 다르게, 핀란드에서는 정치인들과 교육전문가들이 직접 교육정책을 준비해와서 교원들 앞에서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토의하여 현장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애쓰는 모습을 봤습니다.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교사노조에서 주관하는 박람회인데 새로운 정책을 준비하는 건 교육부. 이건 완전히 우리나라랑 거꾸로라서 너무나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핀란드의 혁신의 외피만 성급히 흉내내려는 한국의 관료들에겐 불편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니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인구가 500만 밖에 안되지만 핀란드가 강소국인 이유가 이러한 혁신에 그 저력이 있구나, 역시 SISU의 나라구나 싶었습니다.^^
박사님의 글에서도 언급하신 노키아 사례에 대해서도, 저 역시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가 있습니다. 10~20년전의 노키아를 지금의 삼성전자가 답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혁신을 선도하던 기업에서 어느 순간 기술경쟁력과 성장동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고 기존의 자산을 갉아먹다가 결국은 서서히 침몰과 몰락의 길을 걷는 것 말이죠. 그런데 삼성전자만 그런게 아니라 한국교육도 노키아를 닮아갈까봐 걱정입니다. 신임 핀란드 교육부장관의 진단에 매우 공감합니다. 저런 진단을 우리나라 교육부장관은 왜 하질 못하는 걸까요. 반따의 총기사건은 ‘비인간성의 극대화’라는 점에서, 서울 서이초 교사의 억울한 자살과 놀랄만큼 닮았습니다. 미래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그것에 AI와 인공지능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찰하는 교육철학적 질문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지금 핀란드가 무척 걱정하고 있는 것을, 10~20년 후에 한국이 뼈저리게 후회하지 않을지, 그게 너무나 걱정입니다. 핀란드는 그것을 바꾸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정작 한국은 무사태평합니다. 그저 ‘디지털전환’이라는 공허한 용어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코로나 광풍이 실컷 불고난 후 쓰다남은 에듀테크 플랫폼이 몇 남았고, 막대한 자본을 들였지만 더 이상 무용지물인 태블릿PC같은 디지털 유산들이 남았습니다. AI및 디지털 교육 정책은 본질부터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이주호 장관이 말하는 하이터치 하이테크라는 말의 향연만 남은, 현장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이 예산만 낭비되고 있는. 어린이의 발달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디지털교과서로 소모되는 국고에 대한 재검토 등.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사실, 이러한 정책에 대한 현장 교원의 요구와 숙의 과정이 없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칼럼 기대합니다.
작년 헬싱키 에듀카에 오셨다니 괜히리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이곳 핀란드는 이제 가을 언저리에 들어섰습니다. 지난주까지 때아닌 여름 날씨 (22도)가 지속되어 이상 기후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제 낮 기온이 11-12도 정도 하네요. 한국의 긴 더위와 장마 속에 모두들 지쳐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핀란드가 교육의 독립성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지만, 전 세계의 전쟁, 기후 변화, 경제 등의 큰 변화로 교육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우파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복지보다는 효율성과 성장을 외치고 있는 것도 그 예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의 불평등을 매우 불편하게 보고, 교사의 자율성을 최고로 여기기 때문에 교육의 본질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부 정책이 바뀌었다고 해서 교사 연수를 강제적으로 하면 아마도 난리가 날 듯합니다..).
앞선 다른 전문가분들의 조언대로, 교육의 본질이 입시 정책을 쫓아가는 모양새가 되면, 그때는 정말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없을 것 같은 불안도 드네요, 그래도 이곳의 많은 교육 관련 분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면,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