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박사의 학습과학 실천 이야기③] 작업기억, 학생을 이해하는 새로운 렌즈
| 학습과학은 뇌가 학습하는 원리에 관한 기존의 인지·신경과학 연구를 교수학습 실천과 연결합니다. [학습과학 실천 이야기]에서는 국내는 물론 해외 교육계에서 학습과학을 실제 수업에 적용한 사례 및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그 첫 시리즈로 쉽고 재밌는 ‘켈리 박사의 학습과학 실천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
작업기억과 학습의 관계
작업기억(working memory)은 거의 모든 사고능력의 토대가 되는 중요한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이다(Diamond, 2013). 작업기억은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에서 이루어지는 기능으로,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처리하며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물건을 사기 위해 지갑에서 돈을 꺼낼 때, 우리는 지불해야 할 금액을 작업기억에 저장한다. 소설을 읽을 때는 앞 단락의 사건을 작업기억에 저장한다. 학생들에게 과제를 지시하면, 그들은 그 지시사항을 작업기억에 유지하면서 과제를 수행한다. 또한 사용하는 문법 형태, 과제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 수업이 끝날 때까지 남은 시간 등 다른 정보들도 함께 작업기억에 저장한다. 하지만 작업기억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Cowan, 2010). 예전에 알려졌던 것처럼 정확히 7개까지는 아니지만 그 정도에 가깝다.
생각해 보면, 작업기억은 우리가 수업에서 하는 모든 일의 핵심 요소이다. 따라서 우리는 작업기억에, 특히 작업기억 용량(capacity)의 한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학생에게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면, 가령 쉼표 사용에 대한 14가지 규칙을 한꺼번에 설명한다면 인지 과부하(cognitive overload)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다. 마이크 켈랜드(Mike Kelland)는 작업기억에 너무 많은 정보를 쏟아 부으면 정보의 병목 현상이 일어난다고 했다(2018). 애초부터 좁았던 통로가 스트레스, 주의 산만, 수면 부족, 피로 및 기타 더 흥미로운 생각들로 인해 더 좁아질 수 있다. 물론, 우리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고 15초마다 추가 지시를 내리는 교사를 본 적이 있고, 어쩌면 우리 자신도 그랬던 적이 있을 것이다.
인지 과부하와 학습 환경의 중요성
다음은 인지 과부하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새로운 정보를 가르칠 때는 그 양을 제한해야 한다. 가령, 말하기 활동에서 정중하게 끼어드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면 6가지 방법을 모두 제시하지 말고 꼭 필요한 1~2가지만 제시해야 한다. 또, 학생들에게 쓰기 과제를 내줄 때는 작업기억이 가장 잘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요소도 없고, 스트레스도 없는 편안한 환경이어야 한다.
줄리아 데일리(Julia Daley)는 인지 과부하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데 능숙하다. 읽기 쉬운 서체(font) 사용부터 지시를 전달하는 다양한 방법까지 인지 과부하를 줄일 수 있는 여러 제안을 했으며 인지 과부하를 식별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도 제시했다.

다시 정보의 병목 현상으로 돌아가면, 어떤 학습자는 자연스럽게 이 병목을 넓힐 수 있다. 캐롤라인 핸들리(Caroline Handley)는 이를 신호 대 잡음 비율로 표현했다. “작업기억 용량이 큰 사람은 신호에 집중하고 잡음을 무시하는 데 능숙한 반면, 용량이 작은 사람은 잡음 때문에 신호를 제대로 처리하지도 저장하지도 못한다.”(2018, p. 4).
여기서 중요한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작업기억과 주의력의 용량은 신경학적 구조, 즉 전전두피질과 해마(hippocampus)를 포함한 뇌의 여러 영역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기본적인 용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유전적 요인과 어린 시절의 경험에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개개인의 작업기억 용량 차이의 약 절반은 유전적 요인이다. 훈련을 통해 작업기억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Owens, Koster & Derakshan, 2013), 불안, 수면 부족, 오랜 시간 앉아 있기 등 우리가 거의 통제할 수 없는 여러 요인이 주의(attention) 시스템을 방해하여 작업기억을 약화시킬 수 있다.
작업기억과 신경다양성: 학생 평가의 공정성
그렇다면, 주의력과 작업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인이 이처럼 학생의 통제 밖에 있는 상황에서, 작업기억이 더 좋은 학생에게 보상을 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 벌을 주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일까? 당연히!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비록 의식적이지는 않더라도 ‘좋은 학생’과 ‘나쁜 학생’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 학생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방금 들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는 흔히 학생의 수업 태도가 나쁘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그 학생의 점수를 깎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대한다. 만약 신체적 제약으로 인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을 그런 식으로 평가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시력이 나쁜 학생에게 칠판의 글씨를 읽지 못한다는 이유로 점수를 깎는다면 그것이 과연 공정한 평가일까?
우리가 학생에 대해 ‘좋다 나쁘다, 똑똑하다 부족하다, 진지하다 태만하다’처럼 암묵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에 있어 크게 문제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다른 유형의 뇌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 예컨대, 난독증(dyslexia)이나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 대해 성적이 낮은 이유를 단지 게으름이나 인성 탓으로 돌려야 할까? 절대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한 세기 전 1900년대의 교사가 아니라면 말이다(Lange, Reichi, Lange, Tucha, & Tucha, 2010).
우리는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을 깊이 이해하고, 학생들을 좀 더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 물론 이 말이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점수를 주자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성적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존중과 신뢰, 그리고 무조건적인 긍정과 수용이다(Rogers, 1961). 특히,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과목의 수업 시간은 학생에게는 마치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는 것과도 같다. 한 번 실수하면 선생님의 꾸중, 반 친구들의 조롱, 자존감 상실이라는 늪에 빠질 수 있다. 우리는 학생이 다리를 건널 수 있도록 약간 밀어주는 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물론, 이 생각이 맞을 때도 있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학생이 다리를 건너는 동안 다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다리 밑에서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것이다. 작업기억을 이해하면 학생들이 학습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 이 칼럼은 코리아테솔(Korea TESOL)의 ELT 잡지 <The English Connection>(Summer 2019 Volume 23, Issue 2)에 영문으로 실린 커티스 켈리(Curtis Kelly) 박사의 글을 약간 수정한 것입니다. 원본은 https://koreatesol.org/content/english-connection-tec에서, 더 긴 버전은 <MindBrainEd Think Tanks>(mindbrained.org)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References>
• Cowan, N. (2010). The magical mystery four: How is working memory capacity limited, and why?.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9(1), 51-57.
• Diamond, A. (2013). Executive functions. Annual review of psychology, 64, 135-168.
• Lewis, T. (2013). Connectivity is the key to understanding the brain. Live Science. Retrieved from
https://www.livescience.com/40855-brain-connections-no-neuron-is-an-island.html
• Markov, N. T., Ercsey-Ravasz, M., Van Essen, D. C., Knoblauch, K., Toroczkai, Z., & Kennedy, H. (2013). Cortical high-density counterstream architectures. Science, 342(6158), 1238406.
• McLeod, S. A. (2008). Information processing. Simply Psychology. Retrieved from
https://www.simplypsychology.org/information-processing.html
• Owens M., Koster E. H., Derakshan N. (2013). Improving attention control in dysphoria through cognitive training: transfer effects on working memory capacity and filtering efficiency. Psychophysiology 50 297–307.
• Rogers, Carl R. On Becoming a Person: a Therapist’s View of Psychotherapy. Boston: Houghton Mifflin, 1961
커티스 켈리(Curtis Kelly)는 교육학 박사이며, 일본 간사이대학교(Kansai University) 영어과 교수이다. 인생 사명은 "교실에서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인기 있는 강연자이자 작가로서 500회 이상의 프레젠테이션을 했으며, 35권 이상의 책을 집필했다. 대표적 저서로는 『Significant Scribbles(중요한 낙서)』(Longman), 『Active Skills for Communication(능동적 의사소통 기술)』(Cengage), 『Writing from Within(내면으로부터의 글쓰기)』(Cambridge) 등이 있다. 뇌과학과 언어교육을 연결하는 무료 잡지 <MindBrainEd Think Tanks>의 구독을 독자들에게 적극 권유한다. ctskelly@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