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마음건강을 챙기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 “학교에서 지향하고 키우고자 하는 목표에 학생들의 ‘사회정서역량’이 있어야 하고, 이 목표가 지식공부와 마음공부의 균형을 잘 갖출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 (본문 발췌) |
지난 달 인천의 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학교부적응 청소년의 양육과 교육’이라는 주제로 특강이 있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2023년 교육정책인식조사(한국교육개발원)’의 설문 내용을 살펴보다가 흥미로운 질문과 응답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초·중·고생 1만 3,863명에게 학교를 반드시 다녀야 하는 이유와 학교를 반드시 다니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묻는 항목이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학교를 반드시 다니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다녀야 하는 이유보다 전체 학생 대비 응답률이 조금 더 높았다. 전체 학생 중 46.6%가 학교를 다녀야 하는 이유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에’로 응답하였고,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되는 이유로 ‘학교 이외의 곳에서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어서’에 47.4%가 답하였다.
위의 질문은 ‘학교를 반드시 다녀야 한다고 생각합니까?’의 하위 문항이다. 학교를 다녀야 하는가에 대한 응답률로 보면 10명 중 3명은 ‘아니오’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7명이 아니라, 그 반대로 생각하고 있는 3명의 학생이다. 순조롭게 학교에 적응하여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학교 생활에서 재미와 흥미를 느끼며 친구들과 함께 잘 지내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 가는 것이 참기 힘든 학교 부적응 학생들이 있다.
실제로 학교 부적응을 보이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질적연구에서 아이들의 진술을 보면 학교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괴롭고, 학교 안에 있을 때 숨이 막히고 답답함을 느껴 도저히 학교 안에서는 생활하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학교 부적응은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가 되기 때문에 교사와 부모들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학교’를 어떤 곳으로 생각하고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어른들에게 묻는다면 어떤 답을 듣게 될까? 어른들이라면 명확한 이유로 설명하지는 못해도 그래도 가야 하는 곳이라는 답을 가장 많이 들을지도 모르겠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의무적으로 다녀야만 하는 곳이며, 가기 싫어도 억지로 다녀야 하고,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해 공부하러 가는 곳이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학교 안에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똑같이 생활하면서 적응해야 하는 곳이다.
학교 안에서는 모두가 학사과정에 따라 공통된 내용을 배우고, 체험하고 있다. 함께 배워가는 공동체 안에서 협력과 이해, 배려 등의 덕목을 갖추고, 자기인식과 관리를 습득하여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면서 책임 있는 의사결정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모든 학생들이 같은 성과를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각 개인의 개성이 넘치는 잠재력을 끌어내 주기에는 뭔가가 부족하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재미를 느끼고 창의성을 발휘하고 싶어도 못할 수밖에 없겠다. 만일, 학생들이 학교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얘기하고 놀이하는 쉬는 시간일 것이다.
우리 교육은 많은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초 교육부는 ‘사회정서성장지원과’를 신설하였다. 학생들의 마음건강증진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였고, 몇몇 교육청에서는 ‘사회정서학습’을 토대로 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그리고 전국 100여 개 학교에 마음챙김 동아리를 신설하여 위클래스(Wee class)를 중심으로 마음건강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도 하고 있다. 이전까지와는 달리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시도가 반갑다. 하지만, 주변에는 여전히 교사의 마음과 손길이 닿지 않아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 이외의 다른 곳에서도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는 학생들의 생각이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된다면, 다른 곳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주 조금이라도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그 교육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반드시 학교에서만 배워야 한다고 욕심을 부리기보다 학교를 기본으로 하여 배워 나가는 것이 우리의 삶에 또 다른 의미를 줄 수도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직은 학교 밖의 사회에 나가보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 마음이 힘들어 학교를 떠나는 일은 없도록 우리 교사들이 최선을 다해 학생들의 마음 상태를 헤아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마음이 힘들어요’라고 한다면, 학교는 그 학생의 어려움에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취지로 ‘학생 맞춤형 마음건강 지원방안’이 추진되었다. 지난 8월에 제정된 이 방안은 ‘마음건강지원 3법’을 통해 더욱 세부적이고 다각적인 측면에서 위기 학생들에게 빠른 개입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지금까지는 학생들이 위클래스에서 상담받으려고 할 때 보호자 동의를 얻기까지 많은 절차와 시간이 소요되어 즉각적인 위기개입이 어려웠다. 이러한 점이 개정되어, 보호자 동의 없이도 우선 긴급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교육부의 발표 자료를 보면서 이제 위기개입의 특수성에 맞추어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도 물론 학생들을 돕기 위한 방안을 세우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법안까지 만드는 적극성을 보여주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성장의 현장’이어야 한다. 가정 이외에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불편함이 있더라도 잘 이겨내고 극복할 수 있는 환경적 지지가 있어야 한다. 특히, 선생님과 친구들이 가장 큰 사회적 지지가 될 수 있다. 학교 부적응의 원인이 개인의 문제에 있든, 개인의 외부에서 발생한 문제에 있든, 중요한 것은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마음이 힘든 학생들을 어떤 방법으로 선별해 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초1, 초4, 중1,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기 초에 정서행동검사를 실시하고, 기준점 이상이 넘어가면 심층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매우 위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학기 중 이후부터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새 학기에 검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받아 상담을 받는 데까지 몇 달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학생들도 자신이 왜 힘들었는지 잊어버린 채 지내다가 상담에 오기도 하고, 더 힘들어진 마음으로 오기도 하여 적절한 상담 개입에 어려움이 있었다. 마음건강지원 3법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학생들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보다 빠르게 도와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에 즉시 상담 개입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
학생들의 행복한 마음건강은 곧 우리 사회의 마음건강과 같다. 학교는 공부를 배우러 가는 곳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 개인으로서 잘 성장하기 위한 마음을 가꾸러 가는 곳이어야 한다. 공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현재의 우리 교육에서 지식 습득을 위한 공부뿐 아니라 마음공부도 하는 곳이 바로 ‘학교’가 되어야 한다. 즉, 학교에서 지향하고 키우고자 하는 목표에 학생들의 ‘사회정서역량’이 있어야 하고, 이 목표가 지식공부와 마음공부의 균형을 잘 갖출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
학생들의 마음건강을 위한 ‘예방-발견-치유-회복’의 과정으로 진행될 지원방안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와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는 그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을 떠올려 보자. 한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생각과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 단 한 명의 학생이 있더라도, 모든 어른들이 그 한 명의 학생에게 관심을 갖고, 마음을 헤아려주며 필요한 지원으로 도와줘야 한다.
앞으로는 학교 내 위클래스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상담교사와 전문상담사들의 전문적 역할이 더욱 강화되고 중요해질 것이다. 상담교사가 모든 학교에 상주하고 있으면 좋겠지만 학교마다 환경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순회하여 상담실을 돌면서 학생들을 살피는 곳도 많다. 앞으로 학생들의 마음건강의 안정화를 돕기 위해서라도 상담교사의 수를 늘려 위클래스에 상주하면서 학교 내 학생들의 마음을 살피는 일에 그 역할과 소임을 다하도록 정체성 확립을 통한 입지를 굳히는 것도 필요하겠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한다. 학교에 가면 기분이 좋고, 때로는 친구와 갈등이 일어나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게 되고, 더 많은 친구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내일도, 다음 날도, 앞으로도 계속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 어려운 공부를 배우고, 시험과 평가로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더라도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다면 스트레스를 극복해 낼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교육자들이 이론적인 생각에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고 행동해야 할 때이다.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마음건강을 돌보고, 지킬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학교의 최종 목표가 될 것이다. 많은 교사들과 부모들이 기대하고 기다리는 사회정서역량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이 보급되어 학생들이 자신의 마음을 잘 가꿀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중요한 것은 이 또한 하나의 수행 과제와 교과목 중 하나가 아니라 실천과 행동으로 체험하고 습득할 수 있는 경험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저 가만히 있다고 주어지는 마음건강이 아니라, 교육의 3주체인 교사, 부모, 학생 모두가 노력해서 얻어지는 값진 결실이 곧 마음건강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며 지키고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회정서교육의 현장 적용을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예비교원, 현직교사, 학부모 교육을 통해 학교 현장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안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wejoy@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