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AI 디지털 교과서 이야기, 환상적이기만』을 읽은 뒤의 느낌과 비평
| 이 글은 앞서 게재된 강태중 교수의 칼럼 ‘AI 디지털 교과서 이야기, 환상적이기만’을 읽은 몇몇 독자분들의 느낌과 비평을 담고 있습니다. ‘환상에 젖은 거창한 정부의 구호들이 정책을 호도하고 있고, 대표적으로 AI 디지털 교과서 이야기를 꼽으며 이런 이야기와 정책들이 학교 교육을 근본적으로 망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칼럼을 읽고, 우리 독자분들은 어떤 의견을 주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물론 이는 일부 독자분들의 의견으로, 모두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 원문 바로가기 클릭 : 『AI 디지털 교과서 이야기, 환상적이기만』(강태중) |
1. 홍완기 (전국영어교사모임 상임고문)
교육부에서는 ‘세계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국가 단위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학습자 중심의 맞춤형 학습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것이라 하며, ‘500만 학생을 위한 500만 개의 교과서’라는 구호를 내겁니다. 당장 내년인 2025학년도부터 초중고에서 수학, 영어, 정보 및 국어(초등 특수교육) 교과에 도입됩니다.1
그러나 교육부가 꿈꾸는 AI 디지털 교과서는 만들 수 없다고 합니다(강태중. 2023. 2024)2 강태중은 AI 디지털 교과서에 담을 모든 교과 내용과 관련한 학습 과정(sequence)을 인과적(因果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지식이 없고, 또 학생 개인차를 감안할 수 있는 지식도 없어서 AI 디지털 교과서는 가능하지 않다 합니다.
현장 교사의 경험으로 보아도 AI가 학습할 소위 맞춤형 수업 실천 사례 즉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수업이 우리의 수업의 일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몇몇 예외적인 사례가 있을 수 있으나 이 또한 문서화되지 않아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 ‘학생 맞춤 교육’은 학생 즉 학습자 변인을 고려해야 하는데 학습자 변인에는 학습 준비도뿐 아니라 사회성‧감성 등의 감정과 동기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학습자의 개인적 차이를 고려한 수업은 교사의 수업 중 관찰과 학생과의 대화 등 ‘학습을 위한 평가’를 통한 수업 조정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교과 내용의 위계 또는 계열성과 수준 맞춤 검사(adaptive test)의 기술을 조합하여 수업 기계(teaching machine)인 듯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정도’의 AI라면 이런 것들이 전혀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교육부의 AI의 ‘맞춤’은 획일적이고 행동주의적이라는 지적에 크게 공감합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맞춤형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을 공유하지 않은 상태로 국민들을 향해 가능하지 않은 이상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한다는 점입니다.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의 ‘학생 맞춤 교육’의 이론적 근거로 보편적 학습 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UDL)를 듭니다. UDL은 모든 학생들의 학습을 보장하기 위하여 다양한 표상, 행동과 참여 및 동기 부여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모든 학생의 배경과 경험을 고려하여 다양한 관심을 반영하고, 적성 및 학습 필요를 충족시키며, 평가 및 교육 자료 형태를 다양화하며, 다양한 종류의 활동 기회와 다양한 학습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UDL과 개별화 수업(Differentiated Instruction)이 공유하는 특징이라고 온타리오 주 교육부는 명시합니다.3 교육부가 추진하는 AI가 이런 수업 접근 방법을 그 특징으로 수용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명시적이며 계량적으로만 목표를 설정’할 수밖에 없는 AI 디지털 교과서를 ‘학생 맞춤 교육’의 전형으로 강행한다면 결국 교육의 본질이 더욱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 꼭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교육부가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마다 반복되는 문제입니다. 그간 교육부는 그야말로 대강의 내용만 있는(새로운 전문용어를 도입한) 정책을 확정한 뒤에 발표합니다. 그러면 언론은 교육부 발표를 그대로 베껴 수업이 나아가 교육이 크게 바뀔 것처럼 보도합니다. 재빠르게 현장에서는 연수가 계획되고 진행됩니다. 먼저 담당자에 대한 연수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개별 학교를 대상으로 전달 연수가 실시됩니다. 그런데 이는 꼭 업무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졸속이라는 오명을 떨칠 수 없을 뿐 아니라,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면 수업이 바뀌는 것보다 새로운 업무가 생기는 것이 현실입니다.
전국영어교사모임 홈페이지(https://et21.org/)에 올라온 울산의 한 고등학교 영어교과 선생님이 전하는 디지털 교과서 연수 상황입니다.
“5월에 디지털 교과서 관련해서 금년8월 ~ 내년2월 사이에 연수를 하겠다고 저희 학교 영어선생님 중 연수지명자 명단을 제출하라 해서 제출했는데요.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 연수 날짜도, 연수 내용도, 과목도 모두 자세한 것은 정해진 게 없답니다. 제가 교과 대표라… 영어과 선생님들께 연수 관련 안내를 해야 해서 일을 하면서도 날짜가 안 정해져 있는데 연수 신청을 해달라 부탁하니 이게 뭐지? 싶었어요.”
실체가 아직 없습니다. 그럼에도 예산은 집행됩니다. 경기도 교육청의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위한 2024 디지털 기반 교원연구모임 지원 계획(2024. 7)에 의하면 10명 이상의 연구모임을 250개 내외로 공모하여 각 모임에 500만 원 내외를 지원한다고 합니다.
AI가 교사를 대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AI가 별로 효용성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먼저 모든 학생을 위한 수업을 일상적으로 실행하기 위하여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림을 하나씩 그려 나가길 원합니다.
2. 박용태(대구 효성여자고등학교 진로교사)
교수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교사로서 이번 AI교과서 강행은 정말이지 개탄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무엇보다, 교육부장관이란 단 1인의 독단적인 결단으로 이렇게 군사작전처럼 진행시키는 과정에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현 이주호 장관은 ‘입학사정관’ 제 도입 때부터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든 관철시키고 마는 독단적인 비교육자 출신 장관이었는데 이번에도 하는 짓이 똑같습니다. 현장에 있는 있는 교사로서 졸속으로 도입되는 AI교과서(상기하신 바처럼 그 실체에 대해서는 어떤 단초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는 분명 더 교실을 황폐화 시킬 겁니다.
기본적으로 허황된 교육부의 주장에 부합할 만한 AI기술과 데이터(교수님도 말씀하셨지만)가 없습니다. 교육 분야는 아니지만, 오죽하면 천하의 애플도 타 회사의 AI를 도입해서 신제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보나마나 교육부 주관으로 한국 내의 기업들과 협작해서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 전혀 효용성 없는 맛보기 식의 디지털 교과서만 만들 것입니다.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는 정도의 의지도 비판받을 건데 AI교과서라니요. 진짜 어이가 없습니다.) 만약 AI교과서가 나오면 교실이 어떻게 될까요? 교육부장관인 이주호 장관에게 직접 묻고 싶네요. 우리나라와 같이 입시 사정을 위한 변별이 교육의 대전제인 국가에서 디지털 교과서로 ‘개별화’ 교육을 한다고요? 한 교실 내에서 학생들이 서로 다른 문제를, 그것도 혼자서 AI교과서를 붙들고 공부한다는 발상 자체가 가당키나 한 건지요? 그럼 교사는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들고 골몰할 때 돌아다니면서 뭐하고 있는지 감독하는 감독관으로 기능하란 건지요? 그리고 디지털 기기 보급과 관련한 엄청난 폐해를 도대체 어떻게 감당하라는 건지 정말이지 묻고 싶습니다. 현재도 교육청마다 넘치는 교육세로 우후죽순 아무 기준도 없이 디지털 기기를 학교마다 지급한 상태인데, 디지털 기기를 어떻게 보관, 관리, 사용하는지에 대해서 어떠한 피드백도 없습니다. 실제로 현장은 그냥 학생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개인용 기기일 뿐입니다. 교육용으로 사용하는지, 개인 취미용으로 사용하는지 제대로 된 분석과 연구는 전무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또 막대한 예산을 들여 AI교과서랍시고 1인 1기기를 또 보급한다? 교육부는 교육예산을 교육청에 나눠주기만 하고 그 예산의 사용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 모든 개악적인 상황의 원인으로 상기한 바와 같이 독단적인 교육부장관에게 책임을 따지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도대체 국가교육위원회는 뭐하는 단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육비전을 논한다고 만들어 놓은 단체에서 이런 졸속적인 교육행정을 손놓고 있는게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제발 이 망국적인 급조된 AI교과서 정책은 폐지하고 근본에서 다시 고찰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 교육부(2023). 한국학술정보원.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
- 강태중. AI를 동원하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기만(欺瞞) 또는 망상 (2023.08.10.)
http://21erick.org/column/11203/
강태중. AI 디지털 교과서 이야기, 환상적이기만 (2024.7.18.)
http://21erick.org/column/13225/ - 온타리오 교육부(2013). Learning For All.
<교육 제4의 길> 편집실에서는 논급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안에 대하여 적절한 형식으로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