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서학습(SEL)의 적용과 실제에 관한 제언
| “현재 눈 앞에 벌어지는 일들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한 걸음 한 걸음씩 꾸준히 나아가며 대대손손 물려주는 한국적 사회정서 기반의 교육적 시각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적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본문 발췌) |
CASEL(비영리 민간단체인 ‘학업 및 사회적 감정학습을 위한 협력체; The 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Emotional Learning’)의 사회정서학습(Social Emotional Learning: SEL)에 대한 관심이 다양한 장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2000년대 초 한국교육개발원이 사회정서학습을 소개한 이래로 코로나 이후의 현시점이 가장 주목받고 있는 듯하다. 사실 아이들의 사회정서역량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그 하위 영역을 제안한 것은 CASEL뿐만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발달심리학적 접근 기반인 SEL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교육이 사회정서학습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정서학습 관련 자료를 찾다가 필자는 우연히 교과 학원에서도 사회정서학습을 기반으로 한 교육과 코칭 수업을 하고 있는 한 블로거의 글을 보게 되었다. 블로거의 프로필을 따라가다 보니 서울 소재 대학의 아동코칭학과 대학원 과정에서 이미 사회정서학습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 양성하는 아동코칭 전문가들이 현장에 나와 사회정서학습을 기반으로 한 교수법을 적용하면서 보급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는 학교 밖 지역사회에서도 사회정서학습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이미 그 성과와 효과를 경험했다는 뜻일 것이다.
사회정서학습이 지향하는 이론적 근거들을 살펴보면 지역사회의 교육에서도 우리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자신의 삶을 탐색하고, 자신이 나아갈 진로를 잘 찾도록 돕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누구인가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는 역할 책임과 자율성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관한 나에 대한 탐색에서 시작된다. 어떤 일을 할 때에도 ‘나’의 생각과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지니 자기이해를 잘하고 있는 아이일수록 사회 적응의 준비된 자세를 보일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고 표현하면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기 위한 준비를 하도록 도와주는 첫 단계가 바로 ‘자기이해’이다.
두 번째 단계인 ‘자기관리’를 보자.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고 표현하려고 할 때에는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났다고 해서 어떤 상황에서든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 반대로 내 기분이 너무 좋고 신이 난다고 하여 다른 사람들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내 기분만 표현하는 것도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때문에 나의 감정을 잘 조절하여 타인의 입장과 상황에 맞게 표현하는 것이 바로 자기관리이며, 이는 성숙한 대인관계를 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자기이해와 자기관리를 잘하게 되면 다음으로 ‘사회적 인식’ 단계를 습득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타인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보다 깊은 관게를 맺고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기술을 활용하게 된다. 내 주변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면 우선 가족관계가 첫 번째로 떠오른다. 가족 구성원 간의 활발하고 유대감 있는 상호작용은 아이의 ‘사회적 인식’을 촉진시키는 밑거름이 되고, 그래서 가정 환경이 안정된 아이일수록 사회적 관계도 좋다. 다음으로는 친구 관계이다. 우정을 형성하고 유지하면서 넓은 사회적 관계로 확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이 사회적 인식이다. 특히, 나와 다른 점을 갖고 있는 친구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지사지의 태도와 상황적 맥락에 근거한 공감적 능력이 중요하다. 사회적 인식이 잘 되면 친구들과 갈등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상황에 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다.
네 번째 단계가 ‘대인관계기술’이다. 사회적 인식 단계에서 타인을 공감하며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에 문제 상황이 일어났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실제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대인관계기술’이다. 이는 학교 내외에서 관계 갈등 상황이 일어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단계이다. 우리는 가족 내에서 또는 학교 내에서 그리고 지역사회 내에서 다양한 대인관계를 경험한다. 항상 긍정적인 관계가 유지되기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갈등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학교 내에서 친구들끼리 벌어지는 크고 작은 다툼이 학교폭력 사건으로 번지는 것도 그러하다. 이러한 관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선의 문제해결 방안들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슬기롭게 대인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서로가 win-win 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비폭력 대화와 회복적 생활교육을 적용하기도 한다.
마지막 단계로, ‘책임있는 의사결정’이 있다. 아마 이 단계가 교육 현장에서 적용하기 다소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이 될 수도 있다. 한 편에서는 아이들에게 의사결정을 맡기는 것도 미덥지 않은데 책임감까지 주려니 부담만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무엇에 대한 의사결정과 책임감인지 모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발달학적 관점에서 이 역량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와 어른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의 사회는 학교와 학원 등일 것이다. 어른과는 다른 사회에 소속되어 있지만, 그 안에서 아이가 반드시 해야 할 책임감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학교 숙제와 과제, 친구들에게 예의 있게 말하고 행동하기, 모둠 활동에 참여하기, 협동하기, 배려하기 등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행동들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것이 된다. 내가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낄 때 비로소 자기결정성을 보일 수 있으며, 진정한 사회인으로서 역할을 해내며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사회정서학습은 인간의 전 생애적 발달과정을 다루고 있다. 영아기 시기 부모와의 상호작용에서 경험하는 자기이해 습득은 점차 성장하면서 자기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더 큰 사회 안에서 사회적 인식 능력을 습득하면서 대인관계 역량을 발휘하게 되고, 결국에는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내 의사를 결정하며 자율성과 자기결정성을 갖춘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때문에 현 시점인 이 시기에 사회정서학습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게 된 것이기도 하다.
사회정서학습은 여러 장면에서 적용이 가능하다. 해외의 사회정서학습을 있는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우리나라 문화와 교육적 방향에 맞게 수정하여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가정에서는 사회정서학습 기반의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양육 행동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아직까지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있지는 않지만 각 발달단계 별로 접근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된다면, 부모들의 사회정서학습에 대한 중요성과 인식을 높여 인성교육 차원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학교 장면에서는 현재 인성교육을 위해 사회정서학습 기반의 프로그램이 꾸준히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다. 또한 각 학교 급별로 지역 내 특수성을 고려한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나오고 있다.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과정을 보았을 때 인성교육 과정이 한 번 만들어졌다고 하여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에 따른 아이들의 성향과 특성에 맞게 주기적으로 수정 보완하여 적용해야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지역사회 장면에서는 아이들의 진로코칭, 학습코칭 등에도 사회정서학습을 적용할 수 있다. 나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조절하면서 학습에 흥미를 갖고 집중하도록 도울 수도 있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진로를 찾기 위한 자기이해를 폭넓히도록 촉진할 수도 있다. 또한 내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단계에서 시행착오를 견디며 스스로 길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정체성 형성을 돕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만 보면 사회정서학습이 마치 우리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침이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맹신하여 이것만이 좋다고 무작정 적용하는 것은 분명 위험성이 있다. 우선, 교수자가 해당 이론에 대한 충분한 공부와 이해가 깊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발달이 어느 한순간에 급격하게 성장한다거나 지속적으로 성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발달은 일평생 일어나는 일이다. 현재 우리가 사회정서학습을 기반으로 이를 인성교육, 진로교육과 여러 교과학습에 적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교육의 효과와 성과가 언제 나타날지는 모를 일이다. 전 생애 발달과정 중에서 개인에게 필요한 그 순간에 배움의 경험을 떠올려 활용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교육의 성과가 빛을 보게 되는 것일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였다. 현재 눈 앞에 벌어지는 일들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한 걸음 한 걸음씩 꾸준히 나아가며 대대손손 물려주는 한국적 사회정서 기반의 교육적 시각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적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회정서교육의 현장 적용을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예비교원, 현직교사, 학부모 교육을 통해 학교 현장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안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wejoy@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