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건강을 위한 사회정서적 발달
| “여러 발달 영역 중 사회정서에 특히 초점을 두고 강조하는 것은 이것이 대인관계 형성뿐만 아니라 인성발달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학생들의 마음건강과 사회정서는 서로 깊은 관계에 있다. (본문 발췌) |
2024년도 1학기가 시작되었다. 지난 1월 교육부는 2024년도 교육개혁 비전으로 ‘사회 난제 해결과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을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 필자는 교육부가 제시한 10대 과제 중에서 학생의 마음건강을 최우선으로 지원한다는 목표가 눈에 들어왔다.
주요 내용은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사회정서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학생의 마음건강을 최우선으로 지원한다. 이를 위해, 학교급별(초·중·고) 사회정서 교육프로그램을 올해 개발하여 내년에 현장 적용하고, 기존의 학교폭력 대응을 중심으로 한 학생 상담·치유 프로그램(위(Wee) 프로젝트)을 정신건강 지원까지 확대한다(출처: 교육부 네이버 블로그)’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전부터 학생들의 정서와 사회성 발달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특히 코로나 이후부터는 사회정서 역량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코로나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결손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2021년도부터 사회정서 역량을 신장하는 것을 학교 교육의 목표로 두고 있었다. 이러한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각 학교에서는 저성취 학생들을 발굴하여 도움을 주고자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위와 같은 입장은 학생들이 학습결손을 보이게 된 영향 요인과 유지 요인 중 하나가 또래 관계와 개인의 심리정서적 어려움이라는 이론적 견해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또래에 비해 낮은 학업성취로 위축되고 이로 인한 낮은 자존감이 또래 관계를 더 어렵게 한다면 학생의 사회정서 발달을 우선 순위에 두고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적응을 잘하게 되면 안정된 마음으로 친구들도 사귀고 학습에 대한 동기도 형성된다.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을 경험하면서 차근차근 학습결손으로 인해 벌어진 격차를 메꾸어 나갈 수도 있다. 이처럼 학생들의 사회정서 발달은 적응과 학업, 관계 등 일석삼조의 역할을 하는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사회정서교육(Social Emotional Learning: SEL)은 1990년대 초 미국의 정서지능이 대중화되고 사회적으로 정서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강조된 사회적 접근이다. 이후 한국교육개발원에서도 SEL(초기에는 ‘사회성감성교육’으로도 불림)의 목표와 이론적 배경을 우리나라 교육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학생들의 대인관계 기술을 증진시키기 위한 목표에만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 즉 인성 함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3년도부터 이전까지와는 조금은 다른 목표를 두고 사회정서 발달을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본격적으로 정상 등교가 시작되면서 잠잠하던 학교폭력 사안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교에 등교하지 않아서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나 갈등이 일어날 일이 없었다. 그러나 정상 등교가 시작되면서 이전의 학교 생활로 돌아왔지만, 학생들이 친구를 사귀고 잘 지낼 수 있는 관계 형성 능력을 발달시키지 못하게 됨에 따라 크고 작은 학교폭력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가 ‘사회정서’ 교육을 더욱 강조하게 된 것이다. 그중에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사회정서 기반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 컨설팅이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된 성과이겠다.
지난해 우리의 교육현장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와 관련된 묵은 과제에 대한 해결을 떠안게 되었다. 학교 내에서 서로가 믿고 의지하며 협력해야 할 교사와 학생 사이가 교권 상실과 학생 권리라는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교육부의 사회정서 증진을 위한 마음건강 최우선이라는 과제는 분명 중요하고 현 시점에서 매우 필요한 목표가 맞다.
교육부가 관련 프로그램을 올해 학교급별로 개발한다고 한다.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사회정서 프로그램은 법무부, 교육부 및 현장 연구를 통해 이미 다양한 관점과 접근에서 개발되었으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도 각 학교에 사회정서 기반의 프로그램을 보급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교육부가 올해 개발하여 내년에 보급하겠다고 하는 프로그램이 궁금하다. 이전의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수정 보완하여 적용해야 할 사회정서 역량과 발달의 접근은 무엇인지 깊이 있는 문헌 고찰과 현장 사례의 탐색이 잘 이루어져 이것들이 새롭게 개발될 프로그램에 포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부의 또 다른 마음건강 과제는 ‘마음이지 검사’의 보급과 활용이다. 위기 학생들에게 언제든 본 검사를 실시하고 선별하여 그에 적합한 심리지원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새롭게 개발되어 보급된 ‘마음이지 검사’는 그동안 위기 학생들 선별을 위해 3년마다 실시했던 정서행동 특성 검사와 달리 학생과 교사가 필요할 땐 어느 때이건 간에 실시하여 심리정서 개입을 보다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의 학생들은 코로나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은 세대이다. 이들은 온라인 활동에 이미 익숙해져 있어, 대면으로 관계하고 활동하는 것이 어색하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약 3년 정도만 온라인 활동을 했을 뿐이라는 견해를 보이고도 있지만, 새로운 변화에 쉽게 흔들리고 수용하고 난 후, 또 다른 변화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학생들에게는 대면의 학교 생활과 적응이 낯설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코로나 시기로 인해 각 발달 단계의 중요한 과업들을 배워야 하는 기회를 놓치고 지나간 탓에 생활에서 중요한 사회적 적응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전 생애적 관점에서 볼 때 발달은 인지, 정서, 사회성, 신체, 행동 등의 여러 영역과 인성 형성이 서로 함께 이루어지며, 생태학적 이론에 따른 사회문화적 환경과 개인의 연결도 고려해야 한다. 여러 발달 영역 중 사회정서에 특히 초점을 두고 강조하는 것은 이것이 대인관계 형성뿐만 아니라 인성발달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사회에 적응하며 삶을 살아가야 하는 목적이자 정체성이다.
사람은 누구나 소속감을 갖고 살아가고자 한다. 사회 안에 소속되어 있을 때 그 존재감이 빛나게 되며, 내가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이 발달된다. 여러 사람들과 관계하면서 좋은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슬프고, 화가 나거나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면서 서로 맞춰가며 살아가기도 한다. 다양한 정서를 느끼고 표현하며 살아가는 것이 곧 사회적응이며 마음이 건강한 상태이다.
학생들의 마음건강과 사회정서는 서로 깊은 관계에 있다. 교육현장에서 사회정서 교육을 학교폭력 예방을 강조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전 교과 시간과 생활지도의 목표로 두어 학생들의 안정된 마음건강에 관심을 갖고 지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은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감과 학생 간의 관계 형성을 한 달 목표로 세우기 좋은 시작의 달이다. 새 학년 새 학기는 늘 그렇듯이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두의 마음에 기대와 긴장이 돌지만, 힘차게 새로운 과제를 시작해 보자! 학생들 모두가 행복한 학교 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회정서교육의 현장 적용을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예비교원, 현직교사, 학부모 교육을 통해 학교 현장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안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wejoy@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