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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en Barad를 읽고, 그의 개념을 통해 유아교육현장 변화시키기

#1020 이연선, 부산대학교 교수 2024.02.14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바라드를 읽을 것을 제안한다.” / “바라드를 읽으며 교수-학습의 역동성과 얽힘을 이해하며 교수실천 행위를 보다 더 역동적이고, 상호작용적이며 관계적인 노력으로 바라보기를 기대한다.” (본문 발췌)

 

 

캐런 바라드는 현대와 호흡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물리학자이자 페미니즘 철학자이다. 그는 신유물론자 중 한 명으로 양자물리학의 핵심 개념들을 발전시켜 세계가 물질과 의미(의식)의 얽힘(entanglement)과 관계성으로 생성된다고 보는 행위적 실재론(agential realism)을 제안하였다(박신현, 2023). 들뢰즈와 스피노자의 영향으로 철학적으로는 신유물론을, 닐스 보어의 영향을 받아 과학적으로는 양자역학 해석을 토대로 행위적 실재론이라는 독특한 이론을 창안하였다.

 

현대 물리학자이자 페미니즘 철학자의 이론이 유아교육에 왜, 그리고 어떻게 필요할까? 이번 원고의 제목을 <Karen Barad를 읽고, 그의 개념을 통해 유아교육현장 변화시키기>로 정한 이유는 바라드의 철학과 현대적 개념들이 교사의 교수방법이자 실천인 페다고지를 변화시키는데 핵심적이고도 의미있는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아교육 분야에서 어린이와 학습을 이해하는 인식론적 도구로는 행동주의를 비롯하여 프로이트, 에릭슨, 피아제, 비고츠키 등 사회적 구성주의로 이어져 오며 발달심리학과 인지심리학이 중심에 있었고, 존재론적 관점으로는 루소, 로크, 페스탈로치, 프뢰벨, 몬테소리 등으로 이어져 오는 고전철학에 머물러 있었다. 이후 비판이론, 후기구조주의, 후기식민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교육과정 재개념화 운동과 비판적 연구가 유아교육에 침투하였으나 국내에서는 교육을 거시적이고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읽어내는 교육사회학과 같은 교과 자체가 없거나 유아교육 및 아동 관련 학과 내에 없다 보니 개인 연구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그치거나 주변부에 머무르며 미시적인 영향들만 주고 있다. 이후 현대 사회과학과 인문학은 들뢰즈, 해러웨이와 브라이도티를 포함하여 포스트휴머니즘을 수용하기 시작한다. 오늘 원고에서 소개하는 바라드의 행위실재론 등을 비롯하여 인본주의 자체를 흔드는 사조와 인식론과 존재론, 윤리의 분리불가능성을 제안하는 윤리-존재-인식론의 관점을 수용하며 각 학문의 기초가 되어 온 기존의 패러다임을 재고하려는 노력들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양자물리학자이면서 들뢰즈, 스피노자, 버틀러, 푸코 등의 영향을 받아 구성주의 이론을 극복하고 인식과 존재의 얽힘을 강조하는 바라드의 이론은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사회과학 내 유아교육에 대한 성찰과 다른 실천을 이끌어 내는데 있어 풍부한 개념들을 제공한다. 바라드의 철학적 개념이 함축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해석하여 각자가 자신의 현장 사례들에 접속하며 읽어 볼 것을 제안한다.

 

 

지식(knowledge)과 놀이에 대한 관점: 복잡성, 상호연결성과 얽힘의 수용

 

바라드는 전통적인 데카르트의 이분법에 도전하며 지식을 세계 외부에 존재하는 객관적인 어떤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또한 주체가 있고 그 주체가 지식을 소유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Marcelli& Morselli, 2022) 지식은 특수한 존재론적, 인식론적, 방법론적 장 안에서 나타나거나 드러난다고 본다(St. Pierre, 2013). 지식과 실재에 대한 수행적 이해를 강조하며 사물의 경계와 정체성은 고정적이지 않으며 반복적인 수행을 통해 드러난다고 본다.

 

그의 철학은 인식자/지식자(the knower)와 지식(the known)을 분리하는 전통적인 인식론에 도전한다. 이는 얽혀있으며 그 경계 또한 본질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다. 행위적 절단을 통해서 경계가 드러나게 되는데 어린이의 놀이를 보면 역할놀이(병원놀이)를 시작하면서 테이블은 병원 침대로, 색깔이 다른 구슬들은 알약으로 물질화되고, 민규는 독감에 걸린 환자로 은진이는 의사로 물질화된다. 바라드의 행위실재론에 따르면 물질과 의미는 분화되지 않은 현상 안에 하나로 얽혀있고 상호연결되어 있다. 병원놀이라는 행위적 절단에 의해 테이블은 침대가 되고, 간식시간에는 음식을 놓는 테이블이 되고, 한 아이가 몸을 테이블 밑으로 숨기면서 숨는 공간이 된다. 이처럼 영유아기의 어린이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은 단편적이거나 미리 결정되어 있지 않고 우주적인데, 우주가 내부-작용(intra-action)으로 생성되는 역동적인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그러하다.

 

따라서 유아교육현장에서 환경, 물질, 학습과정의 상호연결성과 얽힘에 대한 인정이 요구되며 세계와 내부-작용하며 지식을 역동적으로 구성해 나가는 어린 학습자의 능동성, 행위성과 탐구정신에 대한 지극한 존중이 필요하다. 어린이는 물질과 만나며 직접 경험을 통해 능동적으로 배워야 하며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영유아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Barad의 얽힘의 관점은 어린이의 시간성과 공간성에 대한 지각-수행과 닮아있다. 어린이들에게 공간은 기하학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외부로부터 경계가 지어진 주어진 공간이 아니라 공간성은 내부-작용으로 생산된다.

 

학습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고 즐겁게 배우는 맥락인 자유놀이와 충분한 놀이시간이 강조된다. 과학적 실재론을 따르지 않는 어린이의 놀이에서는 모두가 복수 자아로 포스트휴먼의 특징을 지닌다. 어린이가 놀이하는 순간을 보면 사물들이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여타의 사물들과 전부 중첩(superimposition)되어 얽혀있다. 행위를 함으로써 중첩이 깨어지고 실재하게 된다. 놀이는 반복적인 수행이자 차이 생성으로 어린이가 세계와 관계를 맺는, 다시 말해 지식을 공동으로 생성해 나가는 과정이다.

 

 

배움(knowledge)에 대한 관점

 

전통적인 인본주의 존재론에서는 어린이를 고유의 정체성을 가진 고정된, 주어진 독립된 인식의 주체(knowing subject)로 간주한다(St. Pierre, 2013). 즉, 경계가 명확한 신체를 가진 인간 존재 개인의 정신활동을 통해 배움이 발생한다고 가정한다. 바라드의 행위실재론에서 배움이란 담론, 물질, 테크놀로지, 그리고 주체 위치성(교사와 어린이)이 얽혀서 내부-작용하면서 수행된다. 여기서 행위성(agency)은 분리되어 선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작용하는 관계 안에서 발현된다. 따라서 내부-작용은 차이가 만들어지는 것과 만들어지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으며 배움을 내부-작용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개체의 개별 행위성, 인과관계, 주체-개체의 이분법을 포기하고 어린이의 배움은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라 늘 변화하고 새롭게 펼쳐진다는 것을 수용한다.

 

예를 들어, 과학교육에서 바라드의 철학은 객관적인 과학적인 지식이 외부에 있고 어린이가 그 지식을 수용하고 이해하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어린이가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지식이 어떻게 구성되어가는지 그 경로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즉, 공동의 지식생성(knowledge creation)의 과정의 일부로 교사가 참여할 것을 강조한다.

 

바라드 철학은 또한 지식의 관계적 특징을 매우 강조하기 때문에 교과와 영역을 연계시키는 활동을 통한 전인적 접근을 취할 것을 촉구한다. 누리과정 5개 영역의 분리불가능성과 연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학습 영역이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활동(interdisciplinary activities)을 통해 세계에 대해 더 깊이 있게 관계 맺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바라드가 보는 어린이의 배움에 대한 관점은 교사중심 혹은 내용중심이 아닌 놀이와 탐구기반 접근(inquiry-based approach)으로 연결된다. 영유아기의 어린이는 질문하고, 표현하고 스스로 탐색한다. 교사는 어린 학습자의 자연스러운 호기심을 존중하고 어린이가 탐구 스킬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바라드의 개념과 교육철학을 사용할 수 있다.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사고

 

바라드의 철학은 유아교사의 성찰과 자기-인식을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바라드를 읽는 교사는 ‘어린이’와 ‘교수학습’에 대한 나의 관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인식하고 이를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한다. 관점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사의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사고가 중요하다. 교사는 어린이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관계적이고, 역동적이고, 상호작용적인 노력들과 그 경로들로 보며 유아교실의 역동성에 응답하는 능력을 기른다. 이 과정에서 회절적 사고와 글쓰기 등의 방법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반성(refleciton)과 회절(diffraction)

 

Segall(2008)은 반성(reflection)을 개개인의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으로 간주하는 인간주의적 이해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지적하였다. 즉, 전통적인 교수법에서 반성적 과정이란 집단과 맥락에서 발생하는 과정이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사유를 통해 깨닫는 방식을 더 많이 강조한다. 교육 관련 문제는 실제로 사회와 얽혀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교사로 하여금 더욱더 어린이만을 보도록 내몰 수 있다는 것이다. Klein(2012)은 인간주의적 담론이 지니는 한계에 대해 우리의 삶은 외부 담론과 함께 작동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한계 짓게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Barad(2003)는 사회구성주의 접근에서 현상을 바라보는 방식인 반성(reflection)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거울 사이에서 운동하는 이미지들의 무한한 활동을 전제하는 기하 광학의 개념적 구조 속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하여 반성성의 언어를 취하여 현상을 바라볼 경우 인식론적 사유는 마주보는 거울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길에 갇혀 있을 수 있다.

 

기하 광학(geometric optics)의 재현주의자들이 놓아둔 덫에서 벗어나 우리들의 초점이 물리 광학(physical optics)으로 옮겨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반성성(reflection)에 대한 질문이라기보다 회절성(diffraction)에 대한 질문이다. (Barad, 2003; 802-803)

 

회절적 방식으로 사건이자 얽혀있는 덩어리인 현상을 읽어나간다는 것은 실재를 재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며 수행적이고 변화-지향적인 관점으로 새로운 방식의 관계 맺기를 생산해낼 수 있는 패러다임과 대화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Lenz Taguch(2012)은 회절적 글쓰기를 통해 교육적 기록작업을 할 때 일어난 상황을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재기술하고 정확하게 재현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실험하고 탐구를 해나간다고 하였다. 즉, 회절적 시와 글쓰기는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사고와 더불어 차이를 생산하는 수행이자 얽힘으로 이해된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질문들은 해(solution)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질문함 자체가 수행이 된다.

 

 

유아교육과정과 관계적 페다고지(relational pedagogy)

 

주체과 개체의 분리불가능성과 상호연결성을 강조하는 바라드의 철학은 유아교실에 있는 모든 미시적인 관계들을 가치있게 여기고 존중한다. 지식구성에서 교사나 또래와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사회적 구성주의를 넘어서 교육과정 텍스트, 교육공간의 물질성, 테크놀로지를 비롯한 비인간 물질의 얽힘과 내부-작용을 통한 물질화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관계적 페다고지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유아교실에서 유아교육과정(텍스트)과 교사의 페다고지와의 관계에 대한 인식론을 살펴보자. 유아교육과정 텍스트가 절대적이어서 페다고지를 이끈다고 보는 교육과정 결정론은 본질주의에 가까워서 교사의 행위성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에 교사의 페다고지가 교육과정 실행을 이끈다고 보는 페다고지 결정론은 도구주의에 가까우며 교사가 더 많은 행위성을 갖는다. 관계적 페다고지, 즉 얽힘의 페다고지(entangled pedagogy)의 관점에서 보면 행위성이란 교사, 교육과정, 어린 학습자, 교육정책과 하부구조 등의 여러 요소를 통해 협상된다. 행위성은 늘 관계적이기 때문이다. 즉, 유아교육과정은 고정된 문서가 아니라 맥락적이고 관계적이고 복수적이다. 즉, 교육과정과 페다고지는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교육과정은 페다고지의 일부로 목적, 가치와 맥락에 강력하게 응답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반복적으로 수행된다.

 

 

경청의 페다고지(pedagogy of listening)

 

모든 실재는 만남에서 비롯되며 만남이 개체보다 앞서고 관계가 주체보다 앞선다는 관계적 존재를 수용하는 바라드의 존재론에서 각 만남들은 중요하게 여겨진다(박신현, 2023). 그리고 관계의 장에 있는 어린이의 만남에 주목하고 듣는 것을 핵심적인 교육적 실천으로 본다. 이는 일상적 경청(listening-as-usal)인 재현(representation)으로써의 듣기(O’ Sullivan, 2006)가 아닌 발현적 경청(emergent listening)을 말하며, 관계적 마주침인 순간의 즉시성을 의미한다.

 

바라드에게 관찰은 누구나 같은 결과를 내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행동이 아니라 적극적인 수행으로 수동적인 기록을 넘어서 실재를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참여를 의미한다. 바라드의 관점에서 관찰하는 사람은 관찰 대상의 외부에 있지 않다. 양자역학을 통해 관찰자와 관찰 대상을 분리하는 이분법에 도전하며 모두 얽혀있으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독립적인 실재는 없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관찰과 기록을 통해 교사는 다른 실재를 만들어내는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에 응답하면서 윤리적으로 수행을 한다. 여기서 윤리란 맥락과 상관없이 분리된 도덕적 코드가 있고 그것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협력적인 상호구성적인 노력이다.

 

끝으로,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바라드를 읽을 것을 제안한다. 바라드가 취하는 학문적 접근은 광범위한 인식론적, 존재론적 윤리적 프레임워크로 전통적인 학문체계의 경계를 넘어서기에 다채롭고 복수적이다. 그의 철학적 개념을 이용하여 어린이의 배움과 교사의 페다고지를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 전환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바라드를 읽으며 교수-학습의 역동성과 얽힘을 이해하며 교수실천 행위를 보다 더 역동적이고, 상호작용적이며 관계적인 노력으로 바라보기를 기대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 박신현(2023). 캐런 바라드. 서울: 컴북스이론총서.
• 이연선(2024). 2024년 the (R)이해 동계특강. 포스트휴먼과 포스트질적연구. 포스트질적연구 강의자료. (2024. 2. 1)
• Barad, K. (2007). Meeting the universe halfway: Quantum physics and the entanglement of matter and meaning. Durham, NC: Duke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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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교수 이연선

컬럼비아 대학에서 국제교육을 전공했으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에서 연구원으로도 근무했다. 현재는 부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이름과 뜻을 같이하며 교육을 바꾸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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