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2026 국가 교육과정의 과제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 “이번 칼럼에서는 핀란드 2016 현 교육과정의 특징, PISA 2003-2023 결과 추이 분석, 그리고 에스토니아 교육을 토대로 핀란드 2026 새 교육과정의 과제를 도출하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찾아보겠습니다.” (본문 발췌) |
1. 들어가는 말
10년마다 개정되는 핀란드 국가 교육과정을 위해, 2016년에 마련된 현 교육과정을 성찰하며 2026 새 교육과정을 준비하기 위한 정부 조직 편성이 완성됐습니다(핀란드 국가 행정조직 위원회). 아직까지 현 교육과정 실행 과정에서 고찰해야 할 명확한 교육적 상황 및 문제에 대한 합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2016 국가 교육과정 발표 당시처럼 전 세계가 깜짝 놀랄만한 내용이 담길지는 아직 모릅니다1. 교육의 세계화를 외치며 교육과정과 평가의 표준화를 강조하던 시기에, 핀란드는 지방 정부와 학교, 그리고 교사의 자율성을 더욱 강화하며 표준화된 평가는 여전히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교과목 중심의 수업을 실생활과 연관된 현상중심 수업(phenomenon-based learning)으로 전환하면서, 공개적인 수업 환경 (open-learning), 교과목 간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적 접근(multidisciplinary), 그리고 디지털 능력의 비약적인 도약(Digital-leap in school)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핀란드 교육 행정부, 2016).
이제 현 교육과정 실행에 따른 효과성을 점검할 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핀란드 국가 교육과정은 한국과는 달리 매우 포괄적인 상위 지침만 제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인 학사 운영(교사 채용, 학교휴업일, 수업일수 등) 등을 지방정부와 학교에 일임하였고, 교실 수업(교과서를 채택하거나 자체 제작 자료를 이용하거나, 분반 수업을 할 것인지, 평가 횟수와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결정은 철저히 교사의 자율성에 맡겼습니다. 따라서 교실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곧바로 교육과정의 실패나 잘못으로만 귀결지을 수 없으며, 특히 핀란드 대학 입학 시험(고등학교 졸업 시험)제도, 교사 교육 제도, 교육 기관 종류 및 진학 비율 등이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성급한 비교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국가 교육과정과 학교 현장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으며,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교육전문가, 교사,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교육이 어떤 모습일지 성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핀란드 2016 현 교육과정의 특징, PISA 2003-2023 결과 추이 분석, 그리고 에스토니아 교육을 토대로 핀란드 2026 새 교육과정의 과제를 도출하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찾아보겠습니다.
2. 핀란드 2016 교육과정 특징
현 핀란드 교육과정의 특징은 다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현재 핀란드 교사 교육은 전국 8개 종합 대학에서 프로그램별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은 정부의 새로운 교육과정을 참고하여 자신들만의 커리큘럼을 수정하였습니다. 한 예로, 핀란드의 대표적인 교육 대학이자 정부의 주요 정책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유바스큘라대학(University of Jyväskylä)에서는, 현상중심 접근법2에 대한 교과목을 새로 신설하였습니다. 현상중심 접근법은 사회-구성주의적 관점 (Social-constructivism)에서 학생 중심 교수학습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조차 어려운 학문적 접근법을 현장에 바로 투입하면서, 학생들은 방치되고, 교사들은 개개인의 관심사를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실시하는 프로젝트 학습은 현재 정착단계에 와 있습니다.
둘째, 핀란드 학교 내 열악한 환기 시설을 보수하기 위해 (오래된 학교 건물이 많음) 학교 전면 재보수를 전국적으로 실시하였는데, 이와 동시에 열린 수업 환경(예를 들어 수학을 하다가 음악을 할 수도 있는 환경, 중간 문을 오픈하면 두 개의 반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을 썼습니다. 그런데 초기 열린 수업 환경의 취지와 무색하게, 옆 반의 소음이 다른 반의 수업을 방해하는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각 학교에서는 소음 방지용 창문을 설치하거나, 두 교실 중간에 자료 보관실 등을 만들어서 교실을 이동할 수 있으나 서로 방해가 되지 않도록 보완했습니다.
셋째, 정부는 각 학교에 디지털 기기(전자 칠판, 태블릿, 노트북 등)를 더 많이 공급하고, 디지털 활용 보조교사 채용을 늘렸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끊이질 않습니다.
넷째,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students with learning difficulties)을 일반 학급에서 동일한 담임 교사가 특별 교육 담당 교사와 협력하여 가르치는 통합학급을 운영하였습니다. 통합 학급 운영을 위해, 정부는 많은 예산을 특별 학생 선발(1,2,3단계)과 특별 교육 교사 교육 및 채용에 투자했지만, 도움이 필요한 학생 수에 비해 지원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여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3. PISA 2000-2022 핀란드 결과 성찰
PISA 2000-2022 결과를 성찰해 보면, 아직까지 수학, 읽기, 과학 분야에서 핀란드 학생들의 결과는 OECD 회원국의 평균 점수보다는 상위에 있지만, 전 분야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팬데믹 기간을 보낸 만 15세 학생들의 점수 하락폭은 매우 컸습니다.
[그림 1] 핀란드 학생들의 수학, 읽기, 과학 분야 PISA 성적 추이 (2000-2022)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아래 [그림 2]와 같이 우리도 핀란드와 비슷하게 전 분야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읽기 (문해력과 연관된) 영역의 가파른 하락세는 남은 두 영역(수학과 과학)의 활약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림 2] 한국 학생들의 수학, 읽기, 과학 분야 PISA 성적 추이 (2000-2022)

수학과 과학 분야는 비교적 정해진 답과 논리적인 문제 풀이 과정이 있기 때문에, PISA에서 측정하는 문제 유형과 비슷한 문제를 한국 등 아시아 국가 학생들은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PISA 홈페이지에서 문제 샘플 공개3). 그런데 핀란드 교육 전문가들은 PISA 문제 유형을 핀란드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핀란드에서는 PISA 결과 이외의 자체 평가(KARVI) 등을 토대로 모국어와 수학에 대한 기초 기본 능력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읽기 분야는 다릅니다. 핀란드 학생들도 종이책 읽기 비율이 매우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데, 방송 매체에서는 가정에서의 독서 환경의 변화(미디어 중심)와 학교 교실 환경의 변화(차분한 학습 환경 조성이 어려움)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해력 저하가 최근 주목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독서 논술 학원과 각종 미디어 콘텐츠, 그리고 문해력과 관련된 각종 매체 보도와 EBS 다큐멘터리 등에서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들의 자율적 책 읽기 비율이 감소하고 있고 이는 곧 학업 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4. 핀란드 교실 속 교사와 학생의 어려움
사실 PISA 결과는 핀란드 교육 전문가 집단과 교육 현장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자료가 아닙니다. 다만, 학교 간 격차(지역 간 격차보다는)와 핀란드어가 제 2언어인 학생들과 핀란드 학생들 간의 학업 능력 격차는 핀란드 사회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평등과 공평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핀란드에서 왜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일까요? 그리고 핀란드 아이들(청소년 포함)은 왜 독서에 관심이 적은 것일까요? 다양한 원인들이 있겠지만 이 중에서 디지털 환경과 통합 학급에 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첫째, 스마트폰이 학생들의 집중력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2023년 핀란드 정부는 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는 조례를 발표했으며, 이에 대한 시행을 지방정부와 학교에 강력하게 권고했습니다. 이는 유네스코 보고서에서 지적한, 학교 내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과다 사용이 제한과 안내 없이 지속될 경우 전체적으로 학업 능력의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 부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들은 휴대폰을 소지할 수 있으며, 수업 시간 내 사용(가방에 넣어두고 무음이나 진동으로)만 제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쉬는 시간(7학년 이상) 휴대폰 사용이 자유로운 곳이 대부분이며,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소셜미디어 및 게임 등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그러나 15-30분간 사용한 휴대폰을 자발적으로 종료하고 스스로 학습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높은 자기 조절 능력을 보이는 학생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 교사의 교수 행위를 몰래 촬영하고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문제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반면, 특정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청소년들의 미디어 노출 시간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따라서 자유와 구속이 아닌, 적절한 제한과 규칙을 통한 자기 조절능력의 강화를 디지털 기기 활용과 어떻게 현명하게 연계시킬지가 핀란드 교육의 현 과제입니다.
[그림 3] 쉬는 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핀란드 학생들

(출처: YLE. https://yle.fi/a/3-9398509)
둘째, 통합학급을 운영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통합학급의 이상적인 아이디어는, 본래 분리되어 운영되던 특별 학급(special education class;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급; 석사 학위 이상의 특별 교육 전문가가 담당함)을 일반 학급과 통합하여 지도 및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4. 그런데 문제는 학급 담임과 협력하여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을 도와줄 특별 교육 전문 교사도 추가로 양성해야 하는데, 예산상의 문제와 교사 수급 문제(석사 학위 이상의 전문 교사 양성의 공급과 현장 수요와의 불균형)로 결국 담임교사 1명이 이전에 지도하지 못했던 학생들까지 한 학급에서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왔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교실 환경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학생들 사이의 다툼과 학부모의 민원을 불러일으키는 일들, 집중 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주의력 결핍 장애, 과잉 행동 장애 등)이 적절한 지도를 받지 못해서 모든 학생과 교사가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원래 핀란드 교실 환경은 평온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개별 학습(학생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학습을 할 때 교사가 학급을 돌아다니면서 개별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을 선호하는데, 일부 학생의 행동을 교정하거나 학생 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문서로 작성하는데 교사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합니다5.
휴대폰 및 디지털기기의 과다 사용이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등 학습에 어려움을 유발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충분히 많습니다. 애플의 혁신적인 아이템인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지 17년이 지났고, 디지털 문맹 할머니와 할아버지 세대, 스마트폰 최대 긍정 경험자인 부모 세대를 거쳐, 스마트폰 태생으로 여겨지는 현재의 아이들이 동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제 사회의 변화(전쟁,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한 난민 증가)로 가정의 사회·경제적 차이가 커지고, 가정에서 충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어쩌면 자연스럽게 디지털 기기에 빠져들고 학습에서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5. 에스토니아 교육의 교훈
핀란드 교육이 에스토니아 교육(PISA 성적도 참고하여)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도 바로 에스토니아가 ‘디지털 교육의 위험성’을 매우 빠르게 자각했다는 점입니다. 에스토니아는 핀란드와 비슷한 시기에 교육 분야의 미래화를 외치며 디지털 교육에 집중 투자했습니다. 현재 핀란드는 디지털 종합 시험(대학 입학 시험)을 도입하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초등학교(1-6학년)에서는 거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디지털 환경은 사고(Thinking)의 확장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깊이 있는 사고와 그것의 표현에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실 환경은 오히려 전통적인 수업 방식에 가까운, 종이와 펜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핀란드 교실에 비해 에스토니아 교실의 경우 교사 중심의 교실 운영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이것은 교사의 권위가 높다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적절한 제한을 주면서 교사의 지시를 따르도록 하려는 교실 문화와 연관됩니다. 따라서 핀란드 교실의 자유로운 학습 분위기가 활동적인 남학생들의 과잉 행동을 강화하거나 학습 집중력을 저하시켜서, 성별 간 학업 성취도 차이를 초래했다고 지적되기도 합니다.
[그림 4] 칠판과 컴퓨터를 모두 수업에 사용하는 에스토니아 한 초등학교 교실(종이 교과서 중심으로 수업에 필요할 경우에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있음.)

(출처: YLE. https://yle.fi/a/74-20062560)
6. 2020 그리고 2024 대한민국의 교육
2020년 3월, 한국의 모든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학생들의 개학 연장은 계속되었고, 결국 EBS 시청과 학습지 자율학습으로 이어지다가 주 1-2회 등교, 홀짝 등교, 학년별 주별 등교와 함께 학교 선생님들의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금방 끝날 것 같은 팬데믹 기간은 지칠 만큼 길어졌고, 2년이 훌쩍 넘은 2022년 5월, 드디어 다시 학교 문이 열렸습니다6.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친구와 선생님의 미소를 볼 수 없고, 소란스럽기도 한 모둠 활동 모습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2년의 시간은, 아마 전 세계 아이들에게 평생 상처로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초기부터 강력한 방역정책과 선진 의료기술, 그리고 자발적 위생 실천 등의 도움으로 초기 팬데믹 대응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고, 뛰어난 정보통신기술과 초고속 인터넷망 등의 디지털 환경 덕분에 아이들의 학업 공백 없이 학년을 잘 보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2022년에 치러진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의 결과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교육부는 즉각 PISA 2022 대한민국의 결과를 다음과 같은 보도문7으로 발표습니다. 그 외에도 ‘코로나도 이긴 교육의 힘’, ‘공교육은 무능하지 않았다’, ‘외신 깜짝 놀라게 한 한국 학생들… 선진국과 성적 격차 벌렸다’ 등의 미디어 기사8가 줄을 이었습니다.
|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2에서 우리나라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모든 영역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은 평균 점수를 기록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수학 1∼2위, 읽기 1∼7위, 과학 2∼5위로 높은 성취를 나타냈으며, 전체 81개국 중에서도 수학 3∼7위, 읽기 2∼12위, 과학 2∼9위로 높은 순위를 기록하였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2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2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에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18 대비 성취수준은 유지되었고 국가 순위는 상승하였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성취를 유지 또는 향상시키기 위해 국제적인 교육동향을 분석하여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교수학습 및 사회정서역량 부문에 대해 지속해서 관리하고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에 추진 중이던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공교육 경쟁력 제고, 사교육 경감대책 등 다양한 방안의 추진 동력을 제고하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
공부는 진짜 잘하는데 한국 학생 10명 중 2명이 ‘삶에 불만족’이라는 결과도 같이 나왔지만, 이 부분은 우리가 불편한 진실로만 여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수시로 바뀌는 대학 입시제도, 국가 교육과정, 비정상적인 사교육과의 불편한 동거 등은 교육 환경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악영향은 고스란히 교사,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떠안고 있습니다. 이제 곧 우리 아이들은 원하지 않아도 AI 디지털 교과서로 공부해야 하는데, 학교나 교사가 교과서나 수업자료 및 평가를 선택할 자유가 없습니다. 교사들은 교육 현장을 떠나려고 하고, 학생들은 학습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학부모들은 경쟁 사회에서의 아이들의 미래를 불안해 합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니 받아들이는 체념과 포기 속에서, 그래도 ‘배워야 성공한다’라는 믿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10년 주기로 개정되는 핀란드 국가 교육과정, 그리고 실제 교육 현장의 성찰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할 수 있을까요? 한국의 국가 교육과정은 제 1차 교육과정 이후 2-7년의 짧은 주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국제 사회 정세에 발맞추어 교육 현장을 더욱 빠르게 개혁하려는 의지가 보이긴 하지만, 한 국가 정책이 현장에 도입되어 그 결과를 관찰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우리의 이러한 짧은 주기의 개정으로는 현 교육과정을 성찰하기까지의 다양한 데이터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교육 혁신은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모두가 협력할 때 성공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교육의 세계화와 표준화를 외칠 때, 그것이 왜 필요하고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를 먼저 고찰해야 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가 교육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으니 미리 교육 환경의 선진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할 때, 학교 교실 속에 들어가서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모습, 그리고 학부모들이 양육하는 모습을 먼저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 유네스코 2023 Global Education Monitoring Report: Technology in education: A tool on whose terms? https://gem-report-2023.unesco.org/
• 핀란드교육문화부 (2023.12.20). The reform of the education administration is progressing – from the beginning of 2026, five agencies would take care of tasks in OKM’s administration.
• 핀란드교육행정부 (2016). National core curriculum for primary and lower secondary (basic) education. https://www.oph.fi/en/education-and-qualifications/national-core-curriculum-primary-and-lower-secondary-basic-education
• Ikävalko, K. (16 September 2022). Non-discriminatory teaching is not a problem in schools, says an expert: “We can’t talk about inclusion not working when it doesn’t exist”. YLE. https://yle.fi/a/3-12626457
• Jaskari, K. (31 January 2023). “Digitalization has led to the fact that we stop thinking”. YLE. https://yle.fi/a/74-20015100
• Parkkari, J. (9 December 2023). A better school for boys. YLE. https://yle.fi/a/74-20062560
• Symeonidis, V., & Schwarz, J. F. (2016). Phenomenon-based teaching and learning through the pedagogical lenses of phenomenology: The recent curriculum reform in Finland. In Forum Oświatowe (Vol. 28, No. 2 (56), pp. 31-47). University of Lower Silesia.
• Uutisluokka YLE. (25 April 2023). With Luvia, a large number of middle school students enjoy unlimited screen time and do not see it as a problem. https://yle.fi/a/74-20028750
• Valtanen, T. (24 April 2023). The school imposed strict restrictions on students’ phone use, and the young people’s reaction surprised the teachers. YLE. https://yle.fi/a/74-20028459
각주
- 헬싱키 타임즈 (2016.1.21). The Finland that can inspire the world. 현상중심 학습 (phenomenon-based learning)에 무게를 두고 무학년제, 무교과제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음. 학습자 중심 개별 학습 및 실생활 문제 해결 프로젝트 학습을 강조하였음. 학습 어려움이 있는 학습자와 일반 학습자를 한 학급에서 가르치는 통합교육(Inclusive education)을 실시함.
- 현장중심 접근법은 현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통해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최근의 기후 변화, 유럽연합, 미디어와 기술, 물과 에너지 부족, 전쟁과 기아’ 등의 사회 현상이 한 예가 될 수 있으며, 실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 도구(디지털 포함)를 활용한다. 전통적인 교과목을 배우기보다는 학생 개인이 궁금한 것을 협력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교과목 주제 혹은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 교사는 학생들이 ‘질문’을 생성할 수 있도록 현상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준비하며, 학생 개개인의 학습 상황을 모니터해야 한다(Symeonidis & Schwarz, 2016).
- https://pisa2022-questions.oecd.org/platform/index.html?user=&unit=MAT/MA104-CarPurchase&lang=kor-KOR
- https://yle.fi/aihe/artikkeli/2020/11/02/erityisopettaja-sulautti-koulun-aanekkaimman-ja-nakyvimman-pienryhmansa
- 핀란드 교원노조연합 (OAJ) 설문조사 결과
- 교육부 (2022.04.20). 5월부터 모든 학교 정상 등교한다……교육활동 전면 재개.
- https://if-blog.tistory.com/14680 [교육부 공식 블로그:티스토리]
- 에듀프레스 [코로나도 이긴 교육의 힘 .. PISA, 한국 학생들 성적 올랐다], 교육언론창 [(PISA 긴급분석) 공교육은 무능하지 않았다 /이혜진], 시사저널 [외신 깜짝 놀라게 한 한국 학생들…선진국과 성적 격차 벌렸다]
한국에서 공립 초등학교 교사로 10여 년간 재직했으며, 현재 핀란드 탐페레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학적 사고의 언어화와 교사교육을 연구하며, 교육을 정치·사회·경제·문화와 연결하여 바라보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국제동향 집필에 참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대한민국 교육 트렌드 2026』(에듀니티, 공동저자)가 있습니다.
- Linkedin: www.linkedin.com/in/eunji-kim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