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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신년특집] 새로운 학교 체제를 위한 방향과 과제

#1004 김성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2024.01.03
“‘기-승-전-입시’로 귀결되는 우리의 현실을 바꾸려면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국가와 시장이 주도하는 학교 모델이 아니라면 대안은 무엇인가? 혁신의 가치를 담아낸 공동체형 모델에서 그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본문 발췌)

 

 

1. 새로운 교육 비전을 수립할 수 있을까?

 

1995년 5·31 교육개혁안을 대체할 수 있는 교육 비전을 우리는 갖고 있을까? 정권은 바뀌었지만,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그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문성도, 실력도, 의지도, 전략도 없이 대통령실이나 교육부의 뜻을 추인하는 수준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 것 같다. 5·31 교육개혁안에 대해서 신자유주의 등을 운운하면서 비판을 했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안을 누가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비판하기는 쉽지만, 새로운 대안을 막상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큰 틀에서 아름답고 이상적인 용어와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이해관계의 문제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복잡한 정책 결정 과정을 감안한다면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미약한 ‘용두사미’에 그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군부독재 시절에는 전격적으로 방안을 발표하고, 일사천리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정책 환경은 매우 복잡해졌다.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결과 역시 좋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새로운 교육 비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고, 저출생 고령화 문제를 대비하는데 교육이 갖는 중요성을 정치권에서도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말 많고 탈 많은 교육 분야를 잘못 건드리면, 본전도 못 찾는다는 인식을 정치권에서는 갖고 있다, 결과적으로 각 정당의 정책 공약집과 인수위 백서에는 교육 공약 몇 줄만 구색 갖추기용으로 들어가고 만다. 사교육비 경감, 돌봄 및 무상교육 강화 등 추상적이고 분절적인 공약 몇 줄 만으로 무수히 많은 교육 아니 우리 사회의 난제가 풀릴 것인가? 회의적인 시선을 갖지 않을 수 없다.

 

 

2. 현재의 학교 체제, 무엇이 문제인가?

 

크게는 국가가 관리하는 양적 표준화 시스템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자치의 철학과 문화, 토대가 취약하다. 국가가 전격적으로 관리하는 교육과정과 교과서, 평가, 행정 시스템에 학교는 오랜 세월 적응하였고, 그 과정에서 교육자치 내지는 학교자치의 가치와 문화를 상실했다. 3주체가 스스로 논의하고 의사결정 할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가? 스스로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 교육부와 교육청에 어떤 사안에 대해서 물어보거나, 공적 회신을 받거나, 공문이나 지침의 근거를 확보해야 움직이는데 우리는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여기에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근거를 넘어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근거가 있어야 우리는 일을 할 수 있다. 각종 지침과 규정이 넘쳐나는 시대에 학교자치의 가치를 지켜나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한편, 공동체로서 학교가 그 위상을 갖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교육부나 교육청이 과거와 같이 학교를 일일이 촘촘히 통제하는 상황도 아니다. 정부 실패를 우려한 나머지 시장 기제가 교육 분야에 일부 들어왔지만, 그것이 현행 학교 체제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중심 기제로 보기도 어렵다. 현재의 학교 체제는 국가주도형, 시장주도형, 공동체형 그 어떤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일관성 없이 여러 기조가 혼재되어 있으니 열심히 일을 하고는 있는데 그 성과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문서로 존재하는 교육과정의 철학과 목표가 현실에서는 상당한 간극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교육과정의 총론을 보라. 아름답고 멋진 용어들의 집합체이다. 세계적인 교육개혁의 동향과 지역별 실천의 흐름을 반영하였다. 하지만, 이번 교육부의 대입 발표안을 보면 5지 선다형 수능의 위력은 여전하며, 동시에, 내신 절대평가를 당장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프로젝트 수업, 교육과정 개발, 역량 중심 등의 용어는 겉돌 수밖에 없다. “상위권 대학을 향한 변별력”이 교육과정의 실제로 작용하면서 최상위 가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에듀테크와 AI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미래교육의 방향이 무엇인가를 모색해야 하며, 다시 학교의 모습을 진단하며 성찰해야 한다. 학교의 목표는 무엇이며, 교직원들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학교의 비전과 철학, 가치를 세우고 공유하면서, 이를 교육과정-수업-평가-생활지도 등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학교가 얼마나 될까? 일부 혁신학교에서 숙의의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학교에 발령을 받자마자 기능적으로 학년, 교과, 업무를 배정받을 뿐 이 학교에서 어떤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를 구현할 것인가에 관한 철학을 공유하고 논의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작전도 모르는 상태에서 선수가 정신없이 그라운드를 뛰고 있다.

 

여기에 교장실과 교무실, 행정실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가? 학교운영과 교육과정, 자치회 등에서 3주체의 참여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각자가 어떤 수업을 하고 있는가를 서로 바라보고, 공유하고 개방하는 문화가 있는가? 공간과 주체,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지 못한 채 교육부나 교육청이 요구하는 문서에 대응하기 급급한 상황이라면 참으로 암담할 뿐이다.

 

여기에 촘촘한 각종 법률, 시행령, 규칙, 조례, 지침 등이 학교를 질식시킨다. 어떤 일의 본질을 생각하기 전에, 그 일을 했을 때 ‘감사에 다칠 것인가, 아닌가’를 우선 순위에 놓고 일을 하다 보면, 형식주의로 흐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일을 하지 않으면 다치지 않지만, 일을 하면 오히려 다칠 가능성이 크다. 소극주의로 대응하게 되는 핵심 이유이다. 과거에는 승진 점수를 매개로 중심 그룹을 형성하여 주요 업무를 추진했지만, 탈승진화 경향이 MZ 세대들에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 학교의 업무 추진 동력을 어디에서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분리, 순환근무제, 학교의 지역 분리 현상 등은 지역 소멸에 대한 대응을 상당히 어렵게 하고 있다. ‘넘나들며 배우기’의 가치를 확산하려는 여러 층위의 실천이 있지만, 아직 중심이 아닌 변방의 담론에 머물러 있다. 마을교육공동체에 관한 학술적 논의와 담론이 존재하지만,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을교육공동체 내지는 마을연계교육과정, 학교시설복합화 논의는 일부 지역과 학교의 실험적 차원의 시도에 그치고 만다.

 

 

3.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교육’ = ‘학교’로 인식하는 우리의 관점부터 바뀌어야 한다. 평생교육법 제2조 1항(개정안)에서는 평생교육을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문해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성인 진로개발역량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활동”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아무리 봐도, 평생교육 내지는 평생학습의 영역 안에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이 들어와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2022)는 연간 종합 독서율이라고 해서 지난 1년간 일반도서(교과서, 학습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 제외)를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발표한다. 초·중·고교 학생의 경우에는 연간 종합 독서율이 91.4%, 연간 종합 독서량 34.4권인데,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 연간 종합 독서량은 4.5권에 그쳤다.

 

교육부(2021)가 발표한 우리나라 성인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30.7%로 나타났는데,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이,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 거주자가 참여율이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은 고3 때 어느 대학에 가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인식으로부터 우리가 자유롭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학력-자격-경력이 호환되는 상황에서, 제2, 제3, 제4의 기회가 평생학습을 통해서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전망이 불투명해지면, 수능을 종착역으로 인식하면서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을 해소하기 어렵고, 그 과정에서 공교육은 황폐해진다.

 

수능을 확대할 것인가 말 것인가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 새로운 사회를 설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도 공정성의 덫에 빠져있다. 5지 선다형 평가의 대표적 아이콘인 수능 시험이 과연 미래지향적인 평가 체제에 부합하는가? 한줄 세우기 공정성이 아니라 다양성 내에서 보장되는 공정성으로 재개념화 내지는 재해석해야 한다. 기본학습이 학생들에게 이루어졌다면, 각자의 인생 경로로 보게 되면 국영수만 중요하지 않다. 학생들의 진로와 인생에서는 과목별 가중치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를 인정해야 교육과정은 새로워진다. 수학은 중요한 과목이고, 음미체는 중요하지 않은 과목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수학은 주당 4-5시간을 배워야 하고, 음미체는 2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누가 정할 수 있는가? 일본어나 중국어가 영어보다 덜 중요하게 취급받는 현실을 누가 만들었는가? ‘기-승-전-입시’로 귀결되는 우리의 현실을 바꾸려면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국가와 시장이 주도하는 학교 모델이 아니라면 대안은 무엇인가? 혁신의 가치를 담아낸 공동체형 모델에서 그 대안을 찾을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공동체 모델이 갖는 한계로 고착성 내지는 폐쇄성을 이야기한 바 있다. 한마디로 변화에 둔감한 고인 물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의 가치를 결합한 공동체 모델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동체 모델은 학교자치와 공화주의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중요한 학교의 의사결정은 학교 스스로 하며, 그 책임 역시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진다. 하지만 학교마다 지역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자율과 자치만 강조했을 때, 편차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편차와 격차의 문제 해소를 위해 교육부와 교육청, 교육지원청의 역할과 기능, 개입, 지원이 필요하다. 한편, 학교자치는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의 균형을 도모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으로부터, 혹은 학교장으로부터의 자유를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사적 이해관계, 욕망, 이기주의를 통제할 수 있는 공적 자아를 기대하면서, 공공의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을 지닌 3주체의 상호작용에는 협력을 전제로 하면서도 견제와 균형, 거버넌스의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

 

표준화된 교육과정은 이제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초학력과 기본학력에 대한 점검과 확인을 전제로 하면서도 수준과 흥미, 진로에 따라서 교육과정의 경로 다변화가 필요하다. 예컨대, 수학을 1단계에서 15단계로 위계화하여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면, 9단계까지를 기본 과정 내지는 필수 과정으로 설계할 수 있다. 학생들은 9단계에서 끝낼 수도 있고, 15단계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학생마다 학습의 경로가 다를 수 있다. 모두를 위한 수월성 개념 적용이 가능하다.

 

우리의 교육과정은 상당히 허술한 체제인데, 한마디로 출석 일수만으로 졸업과 진급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가 출석 일수 중심의 양적 학습체제를 성취 기준 중심의 질적 학습체제로 변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지만, 그런 접근은 사실 고등학교가 아닌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부터 적용되어야 한다. 책임교육의 가치가 적용되면서 학습 경로의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학습 경로는 온라인, 학교 밖 등을 포괄하는 유연한 배움 시스템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 변화를 위해서는 인사-조직-행정 혁신이 불가피하다. 교육지원청은 하급 행정기관이 아닌 중간지원조직으로서 그 위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돌봄, 방과후, 마을 연계 교육과정, 학교 밖 학습, 일반자치 협력, 통합행정 지원, 학교폭력 대처, 학습 및 정서위기학생 지원 등 학교에서 시급히 지원해야 할 사안들을 파악해서 집중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행정은 통합하면서, 지원센터는 세분화하고, 필요하면 지역별로 재단법인을 만들거나 기관이나 단체 위탁을 통해 서비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학교장 선발은 승진형, 초빙형, 공모형(A형, B형), 개방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자율학교뿐만 아니라 일반 학교에서도 교장 결원 예상 시에 어떤 유형을 선택할 수 있는가를 구성원들의 숙의를 통해 정할 수 있으며,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모두 참여하여 최적의 교장 후보를 고르는 직선제형 공모제 방식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 학교자치의 철학과 정신은 최적의 학교장 유형과 후보를 선택할 때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학교의 모습을 성찰하고 반성해 보면 수정해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 하지만, 논의 조차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인구정책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진작 폐기했어야 할 정책을 경로 수정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를 여러 이해관계를 고려하다가 놓쳤다. 학교정책도 자칫 그럴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교육과 학교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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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원대학교 교수 김성천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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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 수정 삭제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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