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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기초학력 담당교사가 바라본 기초학력 향상 시스템의 문제점과 해결 방향

#1002 김대길, 부산 사직초등학교 교사 2024.01.03
“진정한 변화는 신념과 수업의 변화를 포함한다(마이클 풀란, 2017). 실제 현장에서 마땅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가장 적합한 도움을 받으며 각자의 꿈을 찾아 성장하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본문 발췌)                   

 

 

얼어붙은 강물

 

23년도가 끝날 즈음인 12월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81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18년에 실시된 평가 결과와 비교해서 OECD 회원국의 평균 점수는 하락했으나 한국은 전체 영역에서 점수가 유지되거나 상승하였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결과를 통해 “온라인 수업을 통한 교사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헌신의 결과”라며 원격교육을 통하여 학습 손실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다. 반면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사교육비가 늘었을 가능성이 있어 성취도가 유지된 이번 결과가 공교육의 효과인지는 더 분석해 봐야 한다”라면서 “이번 결과는 학습 결손이나 양극화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학습 결손과 양극화 말고도 교육 현장에서는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최근 교육 현장의 뜨거운 감자는 아무래도 ‘기초학력’이라 할 수 있다. 22년 기초학력 보장법을 제정하면서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개혁을 시작한 지 만 2년 정도가 지났다. 모든 개혁은 실행에 옮겨지는 현장에서 그 효과성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다. 비전이 아무리 그럴듯하더라도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면 속 빈 강정일 뿐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의 변화는 얼어붙은 강물처럼 그 흐름을 느끼기가 어렵다. 법도 제정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무엇 때문에 이렇게 변화가 어려운 것일까? 이 글에서는 기초학력 향상 시스템이 가진 문제점과 이를 통해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동상이몽

 

23년도 필자는 기초학력향상 시범연구학교의 연구부장이 되었다. 본교로 23년도에 전입해 왔기 때문에 연구학교 신청, 지정의 과정을 모르고 있던 터라 처음 연구부장직을 제의받았을 때 적잖이 당황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후 신청된 연구학교 과제를 검토하고 내면화하여 연구업무를 진행하는 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부산에서는 23년도에 기초학력 영역의 연구학교 15개를 운영하였다. 기초학력 연구학교의 경우 비교적 자주, 같은 영역의 연구부장들과 함께 연구에 대하여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안타깝게도 필자와 비슷한 연유로 연구부장이 된 선생님들이 제법 많았다. 기초학력 연구학교의 경우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우수모델을 개발하여 일반화할 목적으로 운영된다. 그런 중핵 학교를 운영하는 핵심 인력조차 어떠한 설득과 공감의 과정 없이 업무를 배정받게 된다는 사실에서 변화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어떠한 개혁이 형식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단계로 나아가려면 강력한 설득과 의미의 공유가 필요하다. 레윈(K.Lewin)은 변화의 3단계를 ‘해빙-변화-재동결’로 설명했다. 해빙은 변화에 관심을 갖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를 제대로 수행해야 구성원들이 변화에 협조하고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며 적극성을 갖추게 된다. 반대로 이 과정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즉 의미의 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없다.(Marris, 1975, p121)

 

이는 비단 연구부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선에 선 교사들은 기초학력에 관한 정책이 내려올 때마다 마치 어떤 꼭두각시처럼 적당히 그 역할을 수행하기를 명령받는다. 아무리 그 방향성이 옳고 좋다고 하더라도 실행자로서 중심에 선 교사에 대한 적절한 의미 공유 없이 진행된다면 결국에는 동상이몽이 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선생님들과 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할 때 성공적인 상담을 위해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탕수육을 맛있게 먹으려면 소스를 부어 먹을 것인가, 찍어 먹을 것인가 고민하기 이전에 먼저 비닐부터 벗기고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 그런 시점이다. 실천 주체 위에 쌓여 있는 두꺼운 비닐을 벗겨내고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것부터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뜬구름 잡기

 

어떤 변화를 유지하는 데는 예산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예산만 지원한다고 해서 반드시 원하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예산의 지원과 함께 반드시 큰 그림과 함께 구체적인 방법과 로드맵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실천의 현장에서도 그에 맞추어 함께 성공적인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는 것이다.

 

기초학력 보장법을 바탕으로 국가에서는 기초학력지원센터를 개설하고 기초학력지원 강사제를 비롯한 몇 가지 정책을 만들고 일선 학교에 예산을 지원했다. 이런 정책들은 깊이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서둘러 현장에 도입되었다. 빠르게 도입된 정책은 명확한 큰 그림 없이 단순히 예산과 행정 요령, 작성해야 하는 서식 정도만 제시되었다. 예를 들면 부산시 교육청에서는 23학년도에 초등학교당 1~4명의 기초학력지원 강사를 지원했다. 이때도 구체적인 선발을 위한 가이드라인 및 인력풀은 없었으며 강사들과 함께 어떠한 협력수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속히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업무를 수행한 학교가 대부분이었다. 현장에서 참 자주 듣게 되는 말로 “적의하게 하세요.”라는 말이 있다. 본래는 어떤 일을 알맞고 마땅하게 한다는 뜻이지만 현장에서는 적당히 문제가 없을 만큼 알아서 하라는 뜻으로 통용되었다.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정책의 실현도 적의하게 하라는 듯한 이러한 교육청의 태도는 교육현장에 혼란을 가중시켰다.

 

따라서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일선학교에 어떤 정책을 내릴 때 예산 뿌려주기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속도에 초점을 두어 정책을 빠르게 뿌리고 연말에 적당히 설문조사를 해서 효과성이 좋았다고 손뼉 치는 공치사는 그만두어야 한다. 현재의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출한 행정적 지시가 아니라 구체적인 전략과 로드맵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현장의 소리를 빠르게 듣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서 더 이상 ‘적의하게’ 하느라 혼란스럽기만 한 현장을 모른 척할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지원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효율에 목숨 걸기

 

현장의 교사들은 유례없이 많은 압박을 교실 내외로부터 받고 있다. 특히 비교과 교사의 수가 늘어나고 전담의 수가 줄어들면서 담임의 수업시수는 주당 23시간을 넘나들기 일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행된 각종 학력 향상 프로그램들은 어쩔 수 없이 담임이나 교과 전담의 역할이 되었다. 고학년을 맡고 있는 담임선생님의 일과를 살펴보자. 오전 8시경 출근하여 교실을 정비하고 학생들의 아침 활동을 지도한다. 이후 오후 2시 30분경 6교시 수업이 종료된다.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1시간 정도 지도하고 마무리하면 3시 30분이 된다. 퇴근 시간까지는 1시간 정도가 남는데 이 시간 동안 교사는 학습지도 프로그램 결과 정리 및 다음 프로그램 활동 준비, 다음 날 수업 준비, 본인에게 배정된 교육행정 업무, 상담, 교실 정리 등을 수행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인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현장에서는 효율성에 목숨을 걸게 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문제집이나 교과서의 문제를 가지고 단순 풀이와 강의식으로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로 인한 문제는 학교의 규모가 작아서 교사의 수가 적을 때 더욱 심해진다. 왜냐하면 학교 규모가 작을수록 교사 1인에게 부여되는 행정업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미 시행 가능성에 대한 숙고 없이 일방적으로 배당된 수많은 업무가 이런 사유로 인해서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유령회사처럼 생활기록부 등에 문서로만 존재하고 있다. 특히 학습지원대상 아동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기초학력을 보장하려는 시도에서 이러한 효율 추구는 프로그램의 타당도와 효과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학습지원 아동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고 흥미를 유지하기는커녕 효율적으로 끝까지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현장에서는 벅차기 때문이다. 학습지원 대상 아동을 지도한 경험이 있는 교사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일대일 밀착 지도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해당 아동에 대하여 심사숙고하여 판단을 내리고 지도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데 지금 현장에서는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맺으며

 

국가가 학생들의 기초학력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한다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일이다. 다만 이번 변화의 시도가 일관성 없이 들쭉날쭉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벌써부터 교육예산 삭감에 따라서 기초학력 지원에 대한 내용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현장에도 돌고 있다. 변화의 바람이 꾸준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제도 또한 견실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단순히 예산을 부어 넣으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너무 쉬운 낙관론에도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 진정한 변화는 신념과 수업의 변화를 포함한다(마이클 풀란, 2017). 실제 현장에서 마땅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가장 적합한 도움을 받으며 각자의 꿈을 찾아 성장하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 마이클 풀란.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21세기교육연구소, 2017.
• 김지예, “한국 중3·고1, 코로나에도 학업성취도 상위권… 수학은 ‘양극화’”, 서울신문, 2023.12.06.
• Loss and Change, Peter Marris, London, Routledge and Kegan Paul,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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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직초등학교 교사 김대길

부산 초등학교에서 15년째 활동하고 있는 교사로, 현재는 기초학력향상 시범연구학교인 부산 사직초등학교에서 연구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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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1. test 수정 삭제

    음… 오후 2시 30분경 6교시 수업 종료 후 기초학력 향상 프로그램 1시간 정도 지도하면 퇴근 시간까지는 1시간 정도가 남는다하셨는데, 조금 아주 조금만 늦게 퇴근하시고 그 시간을 학습지도 프로그램 결과 정리 및 다음 프로그램 활동 준비를 내실있게 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1. 이름 수정 삭제

      교사는 아니신가봅니다. 다음 날 수업 준비만 제대로 해도 ‘조금만’ 늦게 퇴근으로 될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왜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초과근무를 해가면서 내 체력과 건강과 정신력을 다 갈아넣으라고 요구하는지요.. 일정 시간 노동을 했으면 쉬어야 내일 또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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