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서 기반 학교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의 중요성
|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 성장에 양질의 밑거름이 되어 줄 수 있는 사회정서 발달!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며 성장하는 교육 현장이 되기를 바란다.” (본문 발췌) |
필자는 지난 12월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위한 컨설팅을 하게 되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하 한청원)이 실시한 사회정서 기반의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을 각 학교에 보급하고 신청을 받은 학교에서 잘 진행되고 있는지, 진행 사항에 어려움은 없는지, 앞으로 수정해 나가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컨설팅하는 역할이었다.
필자가 수업에서 만난 한 초등학교 교사의 이야기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학교에 등교하기 시작하면서 학생들 간의 크고 작은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점점 학교폭력 사례가 늘어나 교내 협의회가 자주 열리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생들도 갈등이 빈번한데 사춘기 시기의 중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이 되었다. 이번에 컨설팅을 맡게 된 서울시 한 중학교의 담당 교사도 교내에서 만만치 않은 사건과 사고가 많아 본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한청원에서 보급한 프로그램은 사회정서 기반으로 이루어진 내용이었다. 사회정서 기반으로 구성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자체만으로 본다면 그 내용과 목적은 괜찮았지만, 신청서를 내고 지원을 받은 여러 학교에서 본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우선, 사회정서교육(사회성감성교육이라고도 함)에 대한 내용을 모르는 교사들이 의외로 많았고, 컨설팅을 신청한 여러 학교의 사례에서도 본 프로그램을 그대로 실시한 학교는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필자가 컨설팅을 하였던 중학교에서도 이 사회정서 프로그램이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였다. 프로그램의 대상 아이들은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되기도 했고, 생활지도가 매우 필요한 학생들이었지만 학교의 분위기와 학생들의 상황에서는 본 프로그램이 적용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학교 자체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컨설팅을 한 중학교는 차상위 계층이 전교생 중 약 40%나 되는 지역적 특수성을 지닌 곳이었다. 이 학교의 아이들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기초학습능력이 매우 부족하였고, 문화 체험과 경험이 결핍되어 있어 사회적 관계를 맺고 형성하는 기본적인 사회적 기술도 배울 기회도 많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적 영향으로 인해 아이들은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지키기 어려워하였고, 학교라는 제도 안에서 적응하기보다는 자기중심적인 욕구만을 표현하며 대인 간 경계를 지키지 못하는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이런 문제점과 어려움을 안타깝게 여긴 교사 한 명이 주도하고 나서서 관심을 갖고 학생들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컨설팅을 요청한 교사가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을 모아 학교 밖으로 데리고 나가 문화 체험을 하거나, 교내에 강사를 초빙하여 원데이 클래스를 열어 다양한 활동으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면서, 학생들이 학교에 마음을 붙이고 잘 다닐 수 있도록 훈육하고, 어르면서 생활지도까지 맡고 있었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경험하는 특별활동에 참여하면서 점차 학교에서 하는 활동에 관심과 재미를 갖게 되었다. 학교에서 재미있는 활동을 하게 되니 친구들과 다툴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활동들을 지속해 오면서 학교폭력 사건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하였다.
학생들도 학교에 오면 재미가 있으니 오히려 친구도 잘 사귀게 되고, 부정적인 감정 표현도 감소하여 자연스럽게 과격한 행동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지도 교사가 보여준 학생들의 활동 사진에는 너무도 해맑게 웃으며 댄스를 배우고 있는 신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러한 활동이 사회정서 기반과 관련이 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학생들은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고, 친구와 함께 긍정적인 감정을 나누면서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외부 활동에 나가게 되면 규칙을 지키는 책임감을 발휘해야 하고, 갈등이 일어날 때 문제해결을 위한 소통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체험은 사실상 사회정서 기반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지도 교사 자신도 사회정서 기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하면서 더 깊이 있게 알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으나, 시간적인 여유와 기회가 부족하여 충분히 배우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교사가 사회정서 기반에 대해 명확한 이해를 하고 있었다면 분명 학생들에게 본 프로그램의 목표와 관련된 피드백을 더 많이 제공해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현재 사회정서와 관련된 많은 연구물들이 꾸준히 발행되고 있다. 사회정서에 관심이 많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연구회를 꾸려 모임을 갖고 공부하면서 학급의 학생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사례도 보았다. 그러나 이번 컨설팅 사례에서는 사회정서교육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 분명 어려움이 커 보였다.
우선 프로그램이 일괄적으로 보급되어 현실적으로 볼 때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내용을 선정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었다. 초중고 아이들의 발달은 분명히 다르고, 각 학교의 분위기와 학생들의 특성이 모두 제각각인데 프로그램 내용이 같아서 일반 교사들이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어 보였다.
모든 학교의 사례를 일일이 듣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보급할 수는 없을지라도 교사들이 사회정서 기반의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어떠한 점에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본 프로그램이 잘 실시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각 학교에서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구성과 내용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 예방이 단지 교사들만의 몫은 아니라는 점이다. 학교폭력 예방은 분명 가정에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와의 갈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제해결 역량과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부모도 함께 대화하며 지도해야 한다. 즉, 사회정서 기반의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의 목적을 잘 살려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관심과 학부모의 협력이 필요하다.
사회정서 기반의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은 분명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방법론적 접근을 고민하면서 프로그램 활용 범위를 융통성 있게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고, 체험하면서 습득할 수 있는 다양한 교수방안들이 제안된다면, 다각적인 활용의 방향성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무엇보다 사회정서 기반의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이 더 활발하게 보급되고 적용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재구성이 필요할 것이다. 각 지역의 특수성, 학교 풍토와 초중고 학교 급별 발달 수준의 이해, 대상 학생 개개인에 대한 상황 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교사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꾸준한 연수를 통해 사회정서가 또 하나의 업무가 아닌 우리 반 학생들에게 접근해야 하는 기본적인 교육 방향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교사의 말과 태도만으로도 충분히 적용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정서 기반의 부모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보급된다면, 학교와 가정의 연계가 실현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24년 새해가 밝았다. 곳곳에서는 청룡의 기운이 가득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덕담을 나누고 있다. 우리 아이들도 청룡의 기운을 듬뿍 받아 힘차게 새 학년을 준비하면서 학교에서 친구들과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 성장에 양질의 밑거름이 되어 줄 수 있는 사회정서 발달!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며 성장하는 교육 현장이 되기를 바란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회정서교육의 현장 적용을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예비교원, 현직교사, 학부모 교육을 통해 학교 현장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안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wejo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