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학의 현실, 두 번째 이야기 : 현실을 외면하며 불완전한 교직과목
| 이 글은 한국 교육학에 관한 비판적 성찰을 목적으로 하는 연속 기고의 하나로서, ‘한국 교육학의 현실’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로 교직과목의 문제를 다룬다. 이 글의 순서는 아래와 같다.
1. 교육학은 왜 교직과목이 되었을까 |
1. 교육학은 왜 교직과목이 되었을까
「서장」에서 나는 한국 교육학이 대학의 취업률 경쟁에서 밀려 교육학이 아닌 ‘교직학’의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한 바 있다. 물론 ‘교직학’이란 교육학과를 대체하는 이름(‘교직학과’)을 찾는 과정에서 등장한 무개념 용어로서, ‘교직과목’이 그 실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교직과목 제도의 정확한 역사는 알 수 없다. 아마도 멀리는 일제 강점기에 등장한 사범학교에 그 연원이 있을지 모르지만, 해방 후 교사 양성 제도가 정비된 이후 나름 체계화된 형태의 교직과목 제도가 등장했으리라고 짐작할 뿐이다. 현재의 교직과목 제도는 1978년에 제정된 문교부 고시 「유치원 및 초등·중등·특수학교 등의 교사 자격 취득을 위한 세부 기준」(이하 ‘기준)에 의해 도입되었고, 이후 10여 차례 개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으니 45년의 역사를 안고 있는 셈이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초중등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교직과목 최소 이수학점은 21학점(7과목)이다. 교직과목으로는 교육학 하위 영역 9개 과목1이 제시되어 있지만, ‘그 밖의 교직 이론에 관한 과목’이라는 항목이 있어 다른 추가 과목을 개설할 수도 있다.
여기서 다소 엉뚱한 의문을 하나 제기해 보자. 교직과목, 즉 교사가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으로 왜 교육학이 채택되었을까? 바꿔 말하면, 예비 교사들에게 교육학을 공부하도록 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학 교사는 수학을 잘 알면 되고 국어 교사는 국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만 가지면 되지 않을까?
아마도 교육을 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 대번에 반박성 답을 내놓을 것이다. 즉, 교사는 단순하게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교육’을 하는 사람이기에 자기 전공 지식뿐만 아니라 교육학 지식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교직과목으로 교육학이 선택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육학자나 교육정책 당국자 처지에서 보면 맞는 말이다. 반세기가 되도록 지금의 교직과목 제도가 유지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교직과목을 공부하는 예비 교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 대다수는 교직과목으로 교육학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현행 제도를 달가워하지 않으며, 그것이 실제의 교직 수행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런데 예비 교사가 교육학을 공부하는 게 당연하다는 말에는 중요한 전제가 숨어 있다. 그것은 교육학을 공부하면 ‘교육’에 관해 잘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럴까? 지난번의 글에서 나는 현존하는 교육학이 사실상 알맹이 없는 종합학문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다양한 분과 학문 체계로 화려한 외양을 갖추고는 있지만, 정작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핵심 질문에 대해서는 어디서도 속 시원한 답을 찾을 수 없는 속 빈 강정과 같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교육학을 배운 교사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교육학자들조차 교육의 의미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은 이러한 판단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교직과목 내용으로 교육학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있다. 교직과목의 이수 목적이 예비 교사들이 교육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면, 현재의 교육학을 환골탈태하던가 교직과목을 교육학이 아닌 다른 것으로 바꾸려는 상상이 필요하다.2
2. 교직과목의 존재 이유
교직과목 제도가 왜 생겼을까? 앞서 언급한 ‘기준’에서는 교직과목을 ‘교직 이론’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교육학 개론을 포함한 9개 교육학 과목이 교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이론들이며, 따라서 예비 교사들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교육학을 공부하면 교육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된다는 말처럼 교직과 교육학의 관계에 대한 근거 없는 기대에 불과하다. 이미 언급했듯이, 현재의 교직과목들이 교직 수행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은 그리 많지 않다.
아마도 교직과목 제도는 교사와 학자의 역할이 같지 않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학자는 자기가 연구하는 분야의 지식만 깊이 알면 되지만,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사람이므로 학문적 지식에 더하여 교육활동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능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생각은, 한때 그 시비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 적도 있었지만, 사범대학과 교직과목 제도를 정당화하는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교육학이 있었다. 아마도 교육학이 교사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제공하리라는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 기대가 타당한 것이었을까?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 교사의 교육활동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능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학이 그러한 것들을 충족할 만한 것인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우선, 교사의 교육활동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이를 제대로 검토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부터 따져보아야 하지만, 일단 여기서는 통상적인 관념을 좇아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상정하고 출발하기로 한다.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교육에 대한 이해이다. 이것은 교육에 대한 학문적 이해를 포함하여 교사 나름의 교육관을 정립하는 일을 가리킨다. 실제로 교사들은 교육 현장에서 교육이 지식을 전수하는 것인지 아니면 학생 스스로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것인지, 정부 정책을 충실하게 따라야 하는지 아니면 학생의 행복을 더 중시해야 하는지 등의 가치 갈등을 자주 겪는다. 이것은 교육에 대한 이해가 개념적 이론적 차원을 넘어 실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차원까지 확대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학생에 대한 이해이다. 학생은 학생이기 이전에 인간이므로 보편적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고, 또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관한 일반적인 이해도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의 교육활동에서는 이러한 일반론과 함께 구체적 존재로서의 학생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즉, 학생의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 특성은 물론 학습 능력과 이력 등을 알아야 하고, 나아가 학생을 둘러싼 가족과 경제적 사회적 배경도 파악해야 한다.
세 번째로 필요한 것은 교육 내용에 대한 이해이다. 교육학은 전통적으로 교육 내용을 교과 지식으로 보았으나 근래에는 그 범위를 삶 전체의 차원으로 확장함으로써 교육 내용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이나 생명공학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 미래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으며, 학교에서 이미 낡아 미래 사회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기존의 지식을 가르치기보다는 차라리 학생들에게 공부할 내용을 선택하도록 하자는 생각도 점차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네 번째로 필요한 것은 교육 방법에 대한 이해이다. 같은 내용을 같은 시간에 가르치더라도 그 성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교육 방법의 차이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교육 방법은 단순한 교수법이나 지도법 차원을 넘어 매우 포괄적인 의미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교사가 남다른 능력과 헌신적 태도로 학생들이 학습에 몰두하도록 이끄는 경우, 그 자체를 중요한 교육 방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교사 자신에 대한 이해이다. 교직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대가로 급여를 받는다는 점에서 여느 서비스직종과 다름없지만, 그 행위의 결과가 다른 사람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도덕적 책임을 수반하는 직업이다. 또 보통의 직업은 자기가 지닌 능력에 비례하여 효능감을 가질 수 있지만, 교직은 타인과의 관계가 그 효능감을 좌우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교직을 선택하려고 한다면 자기가 어떤 가치관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 교직 적성이 있는지 등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상 다섯 가지 영역의 지식과 기능들은, 그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교직과목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것들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 익혀야 하는 지식과 기능들인데, 교직과목은 이를 위해 마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교직과목을 교직의 실제에 맞추어 새롭게 구성한 게 아니라 기존의 교육학으로 대체했다는 점이다. 교육학을 가져다 놓고 교직과목이라는 이름을 붙인 셈이다.
그렇다면, 교육학은 위 다섯 가지 영역의 지식과 기능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 이에 대하여 현행 교직과목 제도는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외견상으로나마 앞의 다섯 가지 영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응 과목들을 개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 교육에 대한 이해 : 교육학 개론
• 학생에 대한 이해 : 교육심리학
• 교육 내용에 대한 이해 : 교육과정
• 교육 방법에 대한 이해 : 교육 방법 및 교육공학
• 교사에 대한 이해 : (교사론)3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외견상의 대응이 곧 교사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교육학 개론의 교육에 대한 이해 관련 내용을 보자. 교재들을 보면, 대개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 아래 사전적인 개념과 어원 분석을 제시하고, 이어 몇몇 학자들의 정의를 소개하면서 그에 대한 해설을 덧붙이는 정도이다. 반면, 현실의 구체적인 맥락에서 교육이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고, 교사로서 각자의 교육관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지에 관해서도 생각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학생에 대한 이해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에 대한 원론적인 이해나 아동 발달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은 소개하지만, 학생 간 개인차나 경제적 사회적 배경에 따른 학생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외국의 교육 불평등 이론을 소개하면서도 정작 우리 사회의 불평등 현실을 조명하는 일에는 인색하다. 교육 내용이나 방법, 교사 자신에 대한 이해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말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현행 교직과목들은 예비 교사가 알아야 할 내용을 개념 수준에서 짚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현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한다. 그 결과 예비 교사들은 교육 현실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이나 준비 태세 없이 현장으로 직행하게 된다.
3. 교직과 먼 교직과목
교직과목이 겉보기에는 교사에게 필요한 내용을 담았으면서도 실제로 교사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교직 현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교직과목이라는 명칭이 갖는 의미와 달리, 현재의 교직과목들은 구체적인 교직 현실과 무관하거나 지나치게 개괄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아래 몇 가지 사례들로 미루어 그 실상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교직과목과 교육학의 혼동
교직과목 강의 내용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나라면 먼저 강좌의 내용 영역과 관련한 나의 전공 지식을 중심으로 강좌 내용을 구성하고, 강좌의 목표를 고려하여 내용을 선별, 조직하는 과정에서 교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사례를 예시하고자 할 것이다. 내가 가장 자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하되 그것을 통해 예비 교사들의 교육 및 교직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장차 현장에서 직면할지도 모를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사고 실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교직과목 강좌가 얼마나 될까? 내가 듣거나 간접적으로 접한 강좌 중 압도적 다수는 주로 앞의 예 중 전반부에만 해당하는 방식이었다. 즉, 우리의 교육 현실이나 교직의 특성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주로 외국에서 만들어진 특정 이론이나 개념, 사례 등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방식이다. 사실 이런 강의는 ‘학생이 필요한 것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교수가 아는 것을 가르치는 강의’여서 교육학 강좌로서도 적절치 않을뿐더러 교직과목으로서는 더더욱 부적절하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무언가를 배우기는 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왜 배워야 했는지 또 그것이 우리 교육 현실을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아무런 감도 잡지 못한 채 한 학기를 보내게 된다. 그런 그가 수년 후 학교 현장에 갔을 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직과목 강좌 내용을 우리 교육 현실과 직접 관련된 소재로만 채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소재는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교직과목이라면 예비 교사들에게 우리 교육이나 교직 현실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들은 오래지 않아 한국의 학교에 나가 교직을 수행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교사론 없는 교직과목
유감스럽게도 현행 ‘고시’에는 교직과목 목록에 교사론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몇몇 주요 대학의 교육학과 교육과정을 보더라도 교사론을 개설하고 있는 곳은 극소수이다. 이를 근거로 단순화시켜 말한다면, 우리나라 교직과목은 앞의 다섯 가지 존재 이유 중 하나를 충족하지 못한 채 운용되고 있는 셈이다.
교사론 과목이 없다는 사실은 예비 교사들이 교직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기회가 없이 그리고 스스로 교사가 되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교직에 입문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것은 현행 임용고사 제도와 맞물려 교직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교사로 밀어 넣는 통로가 되고 있다. 자기 적성이 교사가 되기에 적합한지,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이 무엇인지, 자기가 교사로서 평생을 살아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교직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자기에게도 불행한 일일뿐더러 그가 만날 무수한 학생들에게도 재앙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교사론이 교직과목에 반드시, 할 수만 있다면 필수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4
○ 교직 경험 없는 교수들
교직과목 제도가 교직의 실제와 멀게 운용되는 이유 중 하나는 교사 양성기관 교수의 충원 방식과 관련이 있다. 구체적으로 조사해 보지는 않았지만, 현재 교육대학교나 사범대학교 교수의 임용 방식은 일반 대학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대개는 해당 분야의 학위와 연구 실적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그렇다 보니 교사 양성기관에서 충분한 교직 경험을 가진 교수를 보기 힘들다.5 그 결과 예비 교사들은 우리 교직(은 물론 교육) 현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교수들을 통해 교직 입문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교사 양성기관의 교수들이 반드시 교직 경험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또 경험이 있다고 해서 예비 교사들에게 교직 현실을 더 잘 이해시킨다고 보기도 어렵다. 어쩌면 교수의 교직 경험 유무보다는 현장 이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예비 교사들에게 현장 접근 기회를 더 많이 주는 일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교수 충원이든 교수 인식 차원이든 교사 양성기관에서 교직과목 제도의 운용 방식이 달라질 전망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4. 소결 : 교육학과 교직과목의 차이
지금까지 한국 교육학의 현실태를 살피는 일의 하나로 교직과목 제도 운용 실태를 약술하였다. 이 과정에서 강하게 치켜드는 의문은 ‘교육학과 교직과목이 같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든, 현실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이 둘은 동전의 앞 뒷면처럼 서로 다르게 보일 뿐 사실상 하나이다. 각주1)에서 보듯이, 교직과목들의 명칭은 여러 대학의 교육학과에서 개설하는 교육학 전공과목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 곱씹어 볼수록 이 둘이 같다는 점이 불편하다. 그 주된 이유는 양자의 목적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교육학은 교육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하여 그 특성을 이론적으로 규명하고, 그 실천적 의의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학문 탐구를 위한 교육학 강좌는 교수의 특성에 따라 목표만 분명하다면 매우 편협한 내용으로 구성될 수도 있으며 현실과의 관련성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교직과목은 이와 같을 수 없다. 그것은 조만간 교직에 입문할 예비 교사들에게 교직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과 교직에 대한 실제적인 지식과 안목을 길러주는 데 목적을 둔다. 따라서 교직과목 내용은 교직 실무는 물론 교직을 둘러싼 객관적 현실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교수의 개인적 취향보다는 예비 교사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앞에서 말한 불편함의 실체는 학문 지향적인 교육학과 실무 지향적인 교직과목의 차이를 무시하고 사실상 하나로 취급해 온 제도와 관행에 대한 불만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도보다는 기존 교육학계와 교원 양성기관을 향한 불만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제도적으로 기존의 교육학 과목들을 교직과목으로 삼은 과정은 행정 편의의 결과라고 하더라도, 이를 운용하는 교원 양성기관(나아가 교육학계)은 교직과목과 교육학의 차이를 인식하고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직과목을 강의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교육학 강좌의 교수요목을 그대로 들고 가지 말고, 예비 교사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추가하여 재조직하는 성의라도 보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서도 교직과목 강의가 교육과 교직의 이해보다는 임용고시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 대체되고, 학교 강의보다는 노량진 학원 강의가 중시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자괴감이 앞선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고 억지와 편법이 승자의 자리를 빼앗는 현실에서 진지한 말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용기를 내어 한국 교육학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 혁신을 시작하기 위한 첫 번째 작은 과제로 교직과목과 교육학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작업을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아마도 그것은 교직과목 체계와 내용의 개편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 교육학 개론, 교육철학 및 교육사, 교육과정, 교육평가, 교육방법 및 교육공학, 교육심리, 교육사회, 교육행정 및 교육경영, 생활지도 및 상담
- 아마도 교육학자들에게는 교직과목으로 교육학이 아닌 다른 것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매우 도전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교사 양성 과정에서 우리와 유사한 교직과목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그런 상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 유일하게 교사론은 빠져 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언급한다.
- 오래전 일이지만, 나는 교육대학원에서 여러 해 강의하는 동안 학생들에게 사흘 밤낮 식음을 전폐한 채 ‘내가 왜 교사가 되려 하는가?’를 놓고 고민하지 않는다면 아예 교사가 되지 말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 이런 현실은 우리나라 대학의 학문 후속세대 양성 과정의 특성에 기인한다. 교수들은 대체로 대학과 전공을 바꾸지 않는 순혈주의와 직업을 갖지 않은 전업적인 학생을 선호한다.
현재 건신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이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원장, 한울고등학교 교장, 이우학교 초대 이사장, 참여정부 교육혁신위원회 상임위원, 교육을바꾸는사람들 21세기연구소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그 외에 '사회정책 제3의 길(2008), 대안교육 이해하기(2007), 현대사회와 교육의 이해(2004), 고등학교 교육학(2002)' 등 다수의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