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기대하는 교육부의 역할 – 현장체험학습 버스 논란을 지켜보며 –
| “교육부의 직무유기와 오판으로 현장은 마비가 되었으며 공공기관을 신뢰하여 계약을 체결한 업체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교육부에 대한 신뢰는 늘 바닥인데, 언제까지 이런 일들을 방치하고, 되풀이할 것인지 묻고 싶다.” (본문 발췌) |
1. 들어가며
2022년 10월 법제처는 제주교육청의 유권해석 요청으로 『도로교통법 제2조 제23호』 등과 관련해 “비상시적 현장체험학습도 교육과정의 하나이므로 어린이 통학버스 이용대상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전세버스조합 연합회 등에 “전세버스를 현장체험학습 등에 비정기적으로 운행할 때도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를 준수해 달라”는 협조 공문을 2023년 7월 말에 보냈다. 이 공문에는 어린이 통학버스를 신고하지 않고 운행할 경우 운영자에게 과태료 30만원이 부과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도로교통법 제52조). 이 내용은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지원청을 거쳐 단위학교에도 그대로 전달되었다.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통학버스(일명 노란버스)는 13세 미만 어린이에게 적용되며, 이는 일부 중학생과 대부분의 초등학생에 해당한다. 어린이 통학버스는 차량 전체를 노란색으로 칠하고, 어린이 탑승 안내 표지와 어린이 체형에 맞춘 안전띠를 설치해야 하며, 운전자의 안전교육 이수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지침을 모두 지키려면 한 대 당 5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위 공문이 오기 전까지 관행상 학교는 예외 적용 기관이라 인식하고, 현장체험학습에서 일반적인 전세버스를 이용하였다. 사실 어린이 통학버스는 비용도 비싸지만, 당장 대규모 학교를 수용할 만한 어린이 통학버스 업체를 찾기도 쉽지 않다.
법제처의 해석과 경찰청의 신고 요청으로 모든 학교는 현장학습체험을 실시할 때 어린이 통학버스를 이용해야 한다고 못박은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성인들이 이용하는 전세버스를 임대해 사용해오던 관행이 하루아침에 불법으로 규정되었다. 불법이기 때문에 사고가 나게 되면 학교나 교사의 과실 여부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교육부는 2023년 9월 이후 몇 차례 유관기관들과 논의를 하여, 계도 기간을 가지고 단속을 유예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학교 및 시·도교육청에 발송하였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초기에 원인 제공을 한 법제처는 충분한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입장을 번복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교원단체들의 성명서, 항의, 시·도 교육감협의회와 국회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교육부는 뒤늦게 움직였다. 결국 교육부는 2023년 9월 13일 국토부 등 관계 부처와 ‘현장체험학습 버스 대책’을 발표하고 입법예고를 거쳐 9월 22일부터 관련 규칙을 개정했다. 현장체험학습용 전세버스에 대한 어린이 통학버스 기준을 완화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자동차규칙) 개정안인데, 규칙 개정에 따라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일시적으로 이용되는 어린이 운송용 대형승합자동차(전세버스) 기준 중 △황색(노란색) 도색 △정지 표시장치 △후방 보행자 안전장치 △가시광선 투과율(70% 이상) 등이 제외된다. 보호자 동승 시에는 승강구 발판 등의 기준도 적용하지 않는다. 어린이 하차 확인 장치는 차량 뒤쪽에 경고음이 발생하는 경음기 설치로 대체한다.1 논란이 된 지 두 달도 안 된 기간 동안 이루어진 개정 작업이었다. 국회도 관련 입법 발의를 한다고 알려졌다. 이와 같은 결론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현장 교원들 중 뒤늦은 법 개정이 발 빠른 대응이라 칭찬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부랴부랴 여론이 들끓자 움직였기 때문에 늦장 대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2. 사태가 가져온 파장
개정작업을 거쳐 사태가 마무리된 듯하나 해당 사태에 대해 다시 한번 ‘절차-방식-대응’ 등에 대해 복기할 필요가 있다. 제주교육청이 왜 법제처에 해당 내용을 문의 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추측하기로는 민원이 들어오거나, 단순 질의였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파장은 만만치 않았고 특히 2학기 개학을 앞둔 전국의 초등학교는 대 혼란을 겪었다. 짧은 시간 안에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워 결국 학교 현장에서는 2023학년도 2학기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하거나, 불법을 인지하면서도 강행해야 하는 등의 문제들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교사-교장·교감-행정실-학부모회 간의 갈등이 봉합되기 어려운 수순까지 간 곳도 있었다. 특히 교권침해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던 시기와 맞물려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내었다.
학교를 잘 모르는 이들은 현장체험학습을 가고 안 가는 것이 큰 일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학기 초에 계획하고 준비한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고, 다시 계획을 세워 학운위를 통과해야 하고 업체와도 계약을 조율해야 하며 학생·학부모에게 다시 안내해야 하는 등 여러 절차상 행정력이 부수적으로 발생한다. 또한, 학교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학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학교가 불필요한 민원 대응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거나 불신을 사게 되기도 한다. 이미 공문이 시행된 8월 22일 이후, 교육지원청과 학교 현장에는 체험학습 관련 문의가 빗발쳤고,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하는 학교들이 속출했다. 경기도의회 오준환 경기도의원은 “고양시 89개 초등학교 중 이번 건으로 현장학습을 취소한 곳은 무려 57개교이고, 전세버스운송조합에 따르면 5천300여 대의 전세버스 운행 계약이 연달아 취소됐으며, 경기지역의 전세버스 업계 피해액은 74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2 이 자료를 근거로 전국 상황을 추정한다면, 과반 이상의 초등학교가 현장 체험학습을 취소했을 것이고 관련 업계의 피해가 수 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법제처의 법 해석 공문 한 장으로 인해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 및 현장 체험학습장, 관련 버스 업계 등 모두가 대 혼란을 겪었다. 현장체험장과 버스 업계 모두 분노하여서 학교와 지역교육지원청 등에 법적 대응을 하거나 위약금 소송을 하기도 하였다. 학생을 교육하는 공공기관을 상대로 너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상황을 보면 이해가는 부분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부터 거의 3년간 현장체험학습 관련 업계는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했다. 관련 업계 종사자만 수 만에서 수 십만 명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코로나19가 끝난 2023년에 현장체험학습이 재개되었는데, 어린이 버스 논란으로 취소가 되니 얼마나 당황스러울 것인가. 물론, 학교가 업계 종사자들을 우선시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는 논리를 내세우는 이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학교와 관련 업계는 상생하는 구조였음을 감안해야 하고, 현장체험학습의 교육적 효과가 없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도 의미 있지만, 또래 학생들이나 담임교사와 함께 하는 현장체험학습도 분명 교육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교사들이 원한다고 이 현장체험학습을 일방적으로 폐기할 수는 없고 학생과 학부모들 다수가 이를 원한다는 것이 현실임을 인지해야 한다.
현장체험학습이 연이어 취소되고 위약금 소송 등 학교 측의 부담이 커지자, 부산교육청을 비롯한 몇 개 시·도교육청에서는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교육청에서 진다고 공문을 통해 안내하였다. 개별 소송에 휘말릴 경우 공문 한 장으로 면책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었다. 경기교사노조에 따르면 의정부시 A 초등학교의 1~2학년 교사인 B씨 외 5명은 최근 학교 측으로부터 현장체험학습 취소에 따른 전세버스 대절 계약 위약금 200만 원을 나눠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3 이 외에도 많은 학교에서 위약금을 어떤 주체가 어떤 예산으로 내야 하는지, 누가 내야 하는지를 두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교육부, 교육청에서도 위약금에 대한 예산지원은 없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교원단체나 교사들은 왜 현장체험학습을 학교에서 운영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과거와 달리 가정에서의 각종 체험이나 여행이 보편화된 분위기인데다 단체로 움직이는데 따른 안전사고의 위험을 감수해서까지 꼭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가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학부모단체나 시·도교육청 등은 교육과정의 일환이므로 일방적인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위 사태는 교사들이 울고 싶은 상황에서 뺨 때려 준 격으로, 현장체험학습이 불법적인 수단(전세버스)을 이용하여 사고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학교와 교사가 져야 한다는 불안감이 확대되어 더욱 폭발력을 가졌다.
실제 어린이 통학버스 논란과 관련해 유치원·초등학교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에서 발생하는 학부모 민원과 고소·고발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하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023년 9월 7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원 1만 21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체험학습 관련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민원·고소·고발이 걱정된다’는 답변이 97.3%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현장체험학습 중에 일어난 일로 민원, 고소·고발 경험이 있었거나 학교 또는 동료가 이를 겪었던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30.6%로 조사됐다. ‘그렇지 않다’ 46.7%, ‘잘 모르겠다’ 22.6%였다. 또한, 2학기 현장체험학습 시행 상황은 ‘계획한 일정상 부득이 진행키로 했다’(30.5%), ‘위법행위로 판단해 취소했다’(29.7%), ‘현재 논의 중이다’(29.6%)가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교총 측은 이번에 단속 유예가 된 어린이 통학버스에 대해 “현장 교원들은 단속 유예라 해서 불법이 합법이 되지 않으며 사고 시 학부모들의 민·형사 소송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 당국에서 책임지겠다고 밝힌 부분을 신뢰하지도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4
3. 나가며
일련의 사태와 논란 속에서 다시 한번 교육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부각되었다. 교사 커뮤니티에서는 ‘현장을 하나도 모르는 교육부’, ‘관료행정의 끝판왕’이라는 비아냥이 넘쳐났다. 불편하지만 사실인 부분이 있고, 결론적으로 교육부의 직무유기와 오판으로 인해 현장은 마비가 되었으며 공공기관을 신뢰하여 계약을 체결한 관련 업체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굳이 그런 문의를 한 제주교육청이나, 현장 상황을 모르고 판단한 법제처에 화살이 향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제주교육청이나 법제처는 자신들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법제처가 어린이 통학버스에 대해 회신을 한 2022년 10월에 교육부가 발 빠르게 대응했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적어도 새 학년이 시작하는 2023년 1월에 결론을 지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분명 관련 부서나 담당자들은 이 내용을 인지했을 것이고,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텐데 왜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실무자가 단순히 공문을 이첩했더라도 문제고, 향후 상황을 예측하고도 무시했다면 직무 유기인 것이고, 상황 예측이 되지 않아 모르고 넘어갔다면 이는 교육부의 조직과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 된다.
가장 암울한 것은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장의 공문에서 비롯된 2학기 교육과정 파행을 지켜보며, 향후 교육부의 정책적 오판으로 인해 현장이 마비가 되는 일이 빈번하겠다고 예상되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러한 나비효과를 생각하지 못하는 상위기관이라면 그 역할과 기능에 대해, 그리고 존재의 이유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상황을 사전에 막을 방법이 없었는지, 그럴 의지가 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교육부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은 ‘현장을 대변하지 않는’, ‘현장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상황이 발생하고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등의 수식어로 대변할 수 있다. 현장을 모르면, 잘 아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책상에 앉아서 좋은 정책이 나오기는 어렵다.
물론 교육부 차원에서도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많은 민원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파장이 커질 만한 사안이라면, 교육부 내부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고 정책적으로 세밀하게 접근했어야 한다. 더욱이 9월 이후 논란이 되자 두 달 만에 입법 논의까지 끝낸 것을 본다면, 할 수 있는데 안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현장은 더 분노했고 더 나아가 비참함까지 느꼈다.
본 사태는 끝난 것이 아니다. 교육부 차원에서 재발 방지에 대한 내부 논의, 사태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복기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교육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교육부의 오판과 실패에 익숙한 현장 교원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나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각자도생만이 답이고, 결국 학교자치를 하기 위한 수순(의도)이라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현장과 국민들의 교육부에 대한 신뢰도는 늘 바닥인데, 언제까지 이런 일들을 방치하고, 되풀이할 것인지 묻고 싶다.
마지막으로, 체험학습 취소로 인한 소송이나, 위약금 지급을 요구받은 학교가 있다면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이 일괄 조사하여 예산지원과 법적 대응을 함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문제는 학교 측에서 시작한 문제가 아닌, 어찌 보면 교육부에서 시작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법제처 탓을 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본다면 교육부 대응 방식이 이 사태의 핵심 문제이다. 위약금을 개인이나 학교가 부담하는 것은 향후 발생할 유사한 모든 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 확률이 크기에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적극 해결하려는, 그래서 신뢰를 얻고 책임지려는 교육부의 달라진 모습을 현장에 보여주었으면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