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바꾸는사람들

칼럼 검색
칼럼 모아보기
ERICK squareal Research & Innovation Center of Korea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2022 싱가포르 유아교육과정」이 지향하는 ‘가치(Values)’ 만나보기 : 공존 가치에 중점을 두는 공동체적 시민성 함양

#948 이연선, 부산대학교 교수 2023.08.16
“싱가포르는 2022년 세 가지의 핵심 가치를 중점에 두고 교육과정을 개정하였다. 이 글에서는 학교교육의 역할에 인성교육과 공동체적 시민성 함양을 교육과정의 핵심 중 하나로 포함시키는 싱가포르 사례를 살펴볼 것이다.” (본문 발췌)

 

 

한국의 교육공동체는 지금 많이 아프다. 겉으로 보기엔 교사, 학생, 학부모로 구성된 교육기관인 학교는 긴장이 연속되는 갈등의 장이 되어 점점 더 예민해지고 있다. 교사는 어린이에 대한 가치, 교육하는 방법과 가르칠 내용, 새로운 교육이론과 기술을 배워 현장으로 가지만… 교사는 곧바로 생존 문제에 놓인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고질적 문제인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존중 부족과 지나친 간섭과 요구가 이젠 초등학교로, 경계에 있으면서 지원이 좀 더 필요한 아이들을 만나는 상황으로, 점차 개인적 서비스를 교사에게 강요하는 일들이 교육 현장에서 일상이 되어 간다. 상호 존중과 배려가 상실되어가는 사회에서 어린이를 돌보고 가르치는 일을 점점 더 사회적 서비스로 규정하게 될 때 이처럼 서로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또한 분명 영유아보육과 교육정책 방향, 그리고 사회 변화와 맞물린 사회적 문제이기에,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 교육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민이 필요한 중대한 시점이기도 하다. 어떤 시민들로 구성된 사회로 나아가야 할까? 학교교육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

 

교사 교육자로서 느끼는 무력감과 더불어, 최근 수업을 통해 예비유아교사를 바라보는 순간순간, 교육 행위의 의미 찾기를 하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영유아기 어린이의 존재론적 가치와 그들의 숭고한 놀이를 통한 배움을 가르치는 것이 예비교사들에게 이후 어떤 의미가 있을까? 국가와 사회(학부모)가 영유아교사를 사회서비스 제공자로 위치시키는 담론과 힘이 강해질 때, 교육 현장에 첫발을 내딛는 초임 교사가 경험하게 될 상실감과 괴리감, 무력감은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

 

영유아 시기의 교육과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는 선진화된 정책으로 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국가와 사회가 담당하고자 하는 영유아 신체발달과 보건위생정보를 기록‧관리하고, 국가가 돌봄을 책임질 수 있도록 더 이른 시간부터 근무를 시작하고, 학부모가 원하는 만큼 아이들을 맡길 수 있도록 돌봄 시간을 다양화하고, 개별 요구에 맞는 개별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가 교육 현장에 지속적으로 예산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공공의 역할을 다해나갈 때, 서비스화되어 가는 교육 현장에서 교육자(educator)보다는 노동력(workforce)로 위치되는 문제와 이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적 갈등에 대해 우리는, 누군가는 문제를 제기하고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국가수준의 유아교육과정인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 유아교사는 여전히 놀이를 통해 스스로 배우는 어린이를 지원하고 교육하는 교육자로 위치되어 있다. 현 정권의 과제 중 하나인 유보통합을 추진함에 있어서 보육교사와 유아교사의 사회적 위치성에 대한 혼란, 일원화된 교육과정 내에서의 유보통합적 성격의 교사 역할과 기능에 대한 새로운 이해, 영유아기 어린이에 대한 깊은 철학 및 미래지향적 교육 방향 등에 대한 공부와 논의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답답함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최근에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과정을 공부하면서 싱가포르 유아교육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과정으로 선도적인 개편을 한 나라인 싱가포르는 2022년 세 가지의 핵심 가치를 중점에 두고 다시 한번 교육과정을 개정하였다. 한국의 건강하지 않은 교육적 상황들과 현안들이 내 몸을 관통하고 있기에 싱가포르 유아교육과정은 다르게(회절적으로) 읽혔다. 본 칼럼의 제목을 “「2022 싱가포르 유아교육과정」이 지향하는 ‘가치(Values)’ 만나보기: 공존 가치에 중점을 두는 공동체적 시민성 함양”으로 정한 것과 연결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학교교육의 역할에 인성교육과 공동체적 시민성 함양을 교육과정의 핵심 중 하나로 포함시키는 사례를 살펴볼 것이다.

 

2003년 싱가포르 교육부는 유치원 교육과정 Nurturing Early Learners(이하, NEL)를 만든 후, 10년 후인 2013년에는 역량을 중심으로 개정하였고, 다시 약 10년 만인 작년에 가치(value), 사회‧정서 역량(social and emotional competencies)과 긍정적인 학습 성향(positive learning dispositions), 이 세 가지를 핵심에 두고 다시 개정하였다.

 

서문을 보면 개정의 목적이 잘 드러난다.

 

우리는 지금의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특징인 불확실성과 불완전성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할 수 없음을 안다. 또한 그것은 싱가포르 유아교육의 목적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린이들이 불확실성을 잘 다루고 불완전성을 헤쳐나가는데 필요한 역량(skills)으로 무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교육부, Chan, Chun Sing, 2022, p.11)

 

미래 사회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역량을 강조하면서 이어 어린 학습자인 어린이에 대한 신념을 구체화시켜 기술해 놓았다. 2022 NEL에 기술된 어린이는 발달주의 관점을 벗어나 존재 그 자체로의 유능성과 무한한 잠재성을 인정하고 있다.

 

⦁ 어린 학습자로서의 어린이에 대한 신념

 

– 어린이는 즐겁고, 호기심이 많고 유능한 학습자이다.
: 어린이는 놀이, 탐험과 발견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려는 욕구를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즐거운 학습자이다. 어린이들은 세계를 수동적으로 관찰만 하거나 그들 앞에 놓인 도전을 무시하지 않는다. 어린이들은 호기심을 갖고 태어났다. 어린이들은 적극적으로 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알기 위해 또래와 성인들과 함께 환경을 탐구하고 관찰한다. 어린이들은 유능한 학습자이다. 그들은 적절한 지원과 적절한 환경만 제공되면 거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p. 24).

 

– 어린이는 다양하고 다-문화적인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놀고, 배우고 성장한다.
: 어린이는 사회적 존재로 … 다른 사람과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 어린이에 대한 우리의 신념은 학습과 발달 과정에서 행위주체적(agentic)이고 적극적(active)이라는 관점을 수용한다(p.25).

 

‘어린 학습자로서의 어린이에 대한 신념’에서 언급되어 있듯이, 어린이들을 적절한 지원과 환경만 제공하면 거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유능하고 태생적으로 즐거운 어린 학습자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OECD의 2030 Learning Compass에서 강조하는 학습자 행위성(Learner agency)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우리 역시 유보통합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에서 영유아기 어린이에 대한 국가적 신념이 필요하다. 2022 NEL에서 제공하고 있는 어린 학습자에 대한 이미지는 2020년에 개정된 캐나다의 British Columbia 유아교육과정의 관계적 존재론이 지니고 있는 어린이, 교사,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대한 깊은 존중과 배려 정신과 더불어 함께 참고해 볼 만하다 하겠다.

 

2022 NEL은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 싱가포르 유아교육 현황을 설명한 후, 2장에서는 NEL에 대한 개요와 함께 어린이에 대해 다룬다. 다음으로, 3장에서는 2022 NEL 개정의 중점인 ‘가치, 사회·정서 역량과 학습 성향’이 무엇이고 왜 필요하며, 그것이 길러졌을 때 어린 학습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영유아기 어린이의 특징에 맞추어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또한 사회·정서 발달을 연령별 성취목표를 두고 구분하여 가르치는 학습영역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를 어린 학습자로 위치시키며 가치, 역량과 성향을 배양시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p.27). 이 세 가지의 영역은 어린이가 사회적 존재로서 미래 시민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태도와 행동, 그리고 의사결정 방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육과정에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으며 가치를 먼저 제시한다.

 

• 가치(values)는 어린이에게 이정표이자 기준으로 그들의 행동을 안내하는 규준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것은 어린이가 지금까지 배운 지식과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형성케 하고 행동을 해야 할 때 행동을 할지 하지 않을지를 결정케 해준다.

 

• 사회·정서 역량(social and emotional competencies)은 어린이가 자신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관계를 맺도록 하는데 필요한 지식, 기술과 성향을 어린이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가치를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한다.

 

• 긍정적인 학습 성향(positive learning dispositions)은 평생학습을 수용하는데 있어 크게 도움이 된다.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세계에서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애에 걸쳐서 새로운 것들을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동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p.27).

 

강력한 핵심 가치에 의해 행동을 안내받는 아이들은 가족과 사회 그리고 국가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좋은 인성을 가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네 가지의 핵심 가치를 ‘존중(respect), 책임감(responsibility), 배려(care)와 정직(honesty)’으로 규정하며, 취학 전 연령 어린이의 옳고 그름에 대한 개념을 발달시키고, 책임 있는 선택을 하고 사회에 필요한 역할들을 더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싱가포르 교육부는 아주 어린 영유아기 시기부터 공존 가치에 중점을 두는 공동체적 시민성 함양을 교육의 핵심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네 가치에 대한 개념 설명과 함께 유아기의 아이들이 실제로 교육과정을 통해 배웠을 때 어린이가 할 수 있는 적절한 행동도 구체화시켜 놓았다(p.28). 우리나라 「2019 개정 누리과정」 해설서에 제시되어 있는 ‘추구하는 인간상’과 비슷한 형태로 기술되어 있다. 건강한 사람,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감성이 풍부한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이것이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과 연계되어 제시되어 있는 것처럼, 2022 NEL에서도 연계되어 있으나 차이점은 민주적 가치과 공동체적 시민 의식을 아주 어린 시기부터 함양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 존중(respect) – 존중한다는 것은 어린이가 모든 사람의 내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며 가치롭게 여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 존중하는 어린이는 예의가 바르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행동을 한다. 가족, 친구, 선생님과 사회의 여러 사람들이 제공하는 도움과 지원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 책임(responsibility) – 책임 있다는 것은 약속을 잘 지키고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의 결과에 대해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 책임 있는 어린이는 자신이 한 행동에 자긍심을 갖고 상황을 경험하면서 동기부여를 받는다. 잘못되었을 때 변명하거나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다.

 

• 배려(care) – 배려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돌보고, 필요한 것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 배려하는 어린이는 다른 아이들과 놀고 활동할 때 친절한 말과 행동을 선택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과 관심을 보이고 도움이 필요한 친구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 정직(honesty) – 정직하다는 것은 정직함이 다른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고 화나게 만들더라도 진실한 것이 옳은 행동임을 아는 것을 말한다.
: 정직한 어린이는 실제로 발생한 상황에 근거하여 사실을 말한다.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를 용기 있게 수용하고 기꺼이 실수로부터 배운다(p.28-29).

 

취학 전 연령이 배워야 할 네 가지 핵심가치는 싱가포르 교육부가 지향하는 인성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의 6대 핵심 가치 중 일부이다. 이 네 가지 가치는 특히 강력한 가족 간의 유대를 형성하는데 기초가 되기에 더욱 중요하다고 여겨지므로 어린 시기부터 존중, 배려,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갖도록 양육하는 것이 인성교육과 민주시민교육, 다시 말해 싱가포르가 국가적 차원에서 제공하는 유아교육과정의 가장 기초가 된다고 하겠다. 존중, 배려, 책임과 정직은 어쩌면 현 한국 교육공동체의 상황에서 가장 결핍되어 있는 사회적 가치라 할 수 있다. 다민족, 다언어, 다문화의 국가에서는 아주 어린 시기부터 공동체의 가치 함양을 교육의 중점에 두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가 아닐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민주시민교육이나 인성교육 혹은 다문화교육 등이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에서 핵심이 아니라 교과외(extra-curricular) 교육이나 활동에 머물러 있는 한국과 다른 것으로, 이러한 싱가포르의 접근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 싱가포르 교육부 (2022). Nurturing Early Learners: A good start for every child.

🖨️ 인쇄(Print)하기

부산대학교 교수 이연선

컬럼비아 대학에서 국제교육을 전공했으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에서 연구원으로도 근무했다. 현재는 부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이름과 뜻을 같이하며 교육을 바꾸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전글 [내 꿈, 민들레로 피어나다] 마음의 뜀틀을 넘어 다음글 고립 상태여도 괜찮아
칼럼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