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정책 방향에 대한 숙고 – 돌봄담당교사(늘봄교사) 도입의 현실성을 바탕으로 –
| “현 정부 국정과제인 돌봄교실 확대(늘봄교실)에 대해 현장에서는 많은 논란이 생기고 있다. 이에 교육부의 돌봄담당교사(늘봄교사)의 현실성에 대해 언급해 보려 한다.” (본문 발췌) |
1. 들어가며
국정과제인 늘봄학교 시행으로 학교의 돌봄 기능이 확대되면서 학교에 필요한 돌봄 인력은 크게 늘었고, 돌봄전담사만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돌봄을 충당할 수 없게 되자 자원봉사자, 학부모, 교과 수업을 맡는 교사까지 동원됐다. 돌봄 관련 행정업무도 교과 교사의 몫이 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3년 5월 17일 ‘초등돌봄 대기 해소와 2학기 늘봄학교 정책 운영 방안’을 발표하며 초등 늘봄학교의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늘봄교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진로·진학 상담교사처럼 늘봄 담당 교사제를 확립해 늘봄을 전담시키겠다”며 “(새로운) 비교과 교사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돌봄 업무를 담당할 새 비교과 교사 직군인 늘봄교사를 만들어 교사의 부담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에 늘봄학교지원특별법을 제정해 법적 근거를 갖추고, 교사들의 자격 요건과 배치 기준 등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1 또한 올해 2학기 늘봄학교 시범교육청 2개 내외, 학교 100개 내외를 추가 선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 정부 국정과제인 돌봄교실 확대(늘봄교실)에 대해 현장에서는 많은 논란이 생기고 있다. 이에 교육부의 돌봄담당교사(늘봄교사)2의 현실성에 대해 언급해 보려 한다.
2. 돌봄교실의 현실에 대해
그동안 많은 정권에서 초등학교 돌봄교실 확대와 관련한 공약, 국정과제 등을 제시했다. 이 정책은 여당과 야당(보수와 진보) 모두가 내걸었던 정책이기도 했다. 2010년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이 정책이 빠진 적이 없다는 것은 그 중요성과 교육수요자(학생, 학부모)의 요구가 크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동안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돌봄교실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되었지만, 실제적으로는 시·도별, 지역별로 상황이 상이하여 학교에서 최종 책임을 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가장 안전한 공간인 학교(초등학교)를 선호하지만, 학교 측과 교원들은 돌봄교실(업무)의 현실성에 대해 지적한다. 가장 많은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이 ‘공간’ 문제다. 학생 돌봄에 대한 수요는 농촌지역보다 도심지역이 더 많지만, 도심지역은 학생 수가 많아 과밀학급이 일반적이다. 특별실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 별도의 공간이 없다. 즉, 학교 내 유휴교실 공간이 부족하여, 돌봄교실을 운영할 여건이 안 된다. 정규 교과를 운영하는 교실을 돌봄교실로 쓰면 어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돌봄교실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반 교실을 사용하기는 어렵고, 리모델링을 통해 교실을 재구조화해야 한다.
반면 농촌지역은 도심보다 상대적으로 공간적 여유는 있지만, 돌봄 수요가 많지 않다. 도심에 있는 아이들을 도심 외곽으로 이동하여 운영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지만, 이동 시 안전 문제나 비용 문제, 이동 수단(버스, 대중교통 등)의 문제가 생기기에 쉽지 않다. 결국 돌봄 수요-학교 환경이 가져오는 미스매칭이 가장 큰 문제인데, 단순히 유휴교실이 많은 학교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학교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단순 관심끌기용 정책에 불과하다.3
두 번째는 초등학교가 돌봄 기관인지의 문제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우 보육(돌봄)과 교육은 거의 구분하기 어렵고, 굳이 구분할 이유도 없다. 초·중·고등학교는 교육기관이기에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준수하도록 되어 있다. 교사양성과정도 교대와 사대(교육대학원, 교직이수 등)로 구분되어 운영되고, 체계적인 임용고사도 치러지고 있다.4 국가가 하는 교육이기에 교육과 보육에 대해 구분하기 어렵거나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고, 이것이 명확하게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주력이 어디냐의 문제이고 현재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구분하여 볼 필요는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정규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보육이라고 보기는 애매한 상황이다. 학년마다 다른데 고학년의 경우는 오후 2시 30분 전후로, 저학년의 경우에는 그보다 일찍 수업이 종료된다. 그 이후에는 원칙적으로는 학생들이 하교하게 된다. 일부 학생들의 경우에는 방과후활동(방과후수업)에 참여하게 되나, 수익자 부담이고 방과후활동은 정규교육과정이 아니다. 이는 학교마다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정규교사들이 아닌 계약직 강사들이 운영하고 있다.5 돌봄교실의 경우에도 일부 희망자에 한해서 운영되며, 그 비율이 전체 학생 대비 높지는 않다. 다만, 돌봄이나 방과후수업을 이용하지 않고 사교육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것과 돌봄·방과후수업의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찾기는 애매하다. 학교 방과후수업이나 돌봄의 질이 낮다는 지적들이 있는데, 단위학교에서 운영하는 상황이고, 예산-인력의 상황을 볼 때 높은 질 개선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본다.6
돌봄전담사는 시·도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초창기 계약직에서 최근에는 무기계약직으로 대부분 전환되었다. 이 돌봄전담사7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교원단체, 학교현장, 시·도교육청마다 혼란을 빚고 있고,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들의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제시된 적이 없어, 돌봄의 전반적인 업무를 모두 넘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최종 책임은 공공기관의 성격상 학교(관리자, 돌봄담당교사)가 져야 하는 상황이기에 그렇다. 워낙 쟁점이 많고, 지역별로 상황이 상이하여 단정 짓기도 어렵다. 교원단체들은 돌봄 자체를 학교에서 맡아서는 안되고 지자체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며, 학부모 단체나 맘카페를 비롯한 학부모들의 입장은 학생 돌봄은 국가직 공무원인 초등교사 고유의 역할이고, 이를 거부하는 것은 직무유기라 말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주체별 입장이 상이하고, 난제가 다수 발생한다. 이 상황 속에서 보육과 교육의 구분을 명확하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돌봄 업무를 학교에서 떼어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 넘기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이다. 교원단체나 현장 교원들은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제도권 내 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는 정책에 대해 명확하게 구분하여 다른 기관에 넘겨준 사례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8 개인의 의견이긴 하나, 여러 상황이나 학부모들(단체)을 비롯한 여론을 고려해 본 종합적 판단이다. 비판이 예상되지만 오히려 현재 학령인구 감소나 교육개혁의 기조 속에서 과원 교원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어떻게든 교육과 돌봄의 통합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즉, 돌봄전담교사의 필요성 자체는 시대 상황상 불가피하게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돌봄전담교사를 어떻게 양산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각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쟁점들이 산적해 있다.
3. 돌봄전담교사(늘봄교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교육부에서 밝힌 대로 돌봄전담교사(이하 늘봄교사)를 비교과 교사로 선발한다는 것은 현재 교육계의 상황을 볼 때 현실성이 낮다. 입법 과정에서도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장 큰 쟁점 중의 하나가 비교과 교사들로 선발한다는 것인데, 여러 언론에서도 지적했다시피 도입은 만만치 않고, 주체별 갈등만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교사들도, 돌봄전담사들도 교원단체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가장 큰 반발 세력은 의외로 예비교사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교과 교사(영양, 상담, 사서, 보건)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논의하지 않겠지만, 비교과 교사들이 교과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교과 교사들에 비해 고충이 적거나 덜 노력하거나 일이 더 수월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학교 현장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 초‧중등 교사들과 물과 기름처럼 구분되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9 이 중에는 담임 업무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다른 곳으로 불똥이 튀어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상당수일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비교과 교사들에 대해 별도 TO를 준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기재부에서는 비교과 교사의 선발 시 교원 총 정원에서 일반교과 교사(초등교사)를 줄이는 방식으로 TO를 산정하고 있다. 때문에 비교과 교사들의 TO는 일반교사들을 선발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교원단체나 예비교사들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을과 을의 싸움이다. 만약, 이번 교육부의 발표대로 늘봄교사를 선발하게 된다면, 초등교사를 그만큼 적게 뽑게 되어 현재 적체가 심해지고 있는 초등 예비교사들에게도 그 영향이 불가피하다.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는 순간, 예비교사들의 즉각적인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발 여부를 떠나, 비교과 늘봄교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고민이 된다. 돌봄은 현재까지 정규교육과정도 없었고, 체계적인 양성과정도 없었다. 돌봄전담사나 늘봄교사의 역할과 업무를 제대로 정의한 적도 없다. 학교별, 시‧도별로 편차가 커 표준교육과정을 만들 수도 없다. 앞서 말했듯이 교육과 보육도 구분이 안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떻게 늘봄교사를 비교과로 선발한다는 것인지, 자격요건이나 규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다. 보통 기존 비교과 교사들은 최소 4년제 대학 과정을 이수하고 기본적으로 교사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이에 맞추어 늘봄교사를 위한 양성과정을 만들어 운영한다고 하면 교육과정을 만들고 양성기관을 선정하는데 5-6년 이상이 걸린다. 그 사이 현 정권은 임기를 마치게 될 것이다. 교육부의 국정과제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난 뒤 다음 정권에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늘봄교사 양성과정이 만들어진다고 한들 동력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지원자가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늘봄교사 양성과정에 대해 별도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교사 자격을 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고, 현실성이 있겠는가? 돌봄은 업무나 역할이 정의 내려진 적이 없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자격증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고 초등학생을 이해하려면 교대 교육과정으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2023년 기준 교대를 졸업한 학생들의 임용률도 50%대에 그치고 있으니, TO를 늘려 늘봄교사로 임용하게 되면, 충분한 인적 공급이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같은 교대를 졸업한 이 중 누구는 초등교사로 임용하고, 누구는 늘봄교사로 구분하여 임용한다는 것이 현실적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 실제로 돌봄임용고사 제도 자체를 만들기도, 자격제도를 만들기도 어렵고 설사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만들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사회적 갈등은 커질 것이다. 학교 내에서도 교육과 보육(돌봄)을 구분하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양성과정(임용과정)에서 교육과 돌봄을 구분한다는 것에 대해 누가 동의하겠는가?10
양성과정을 만드는 것과 비교과 교사로 임용한다는 것은 제도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깝지만 얻는 실익도 없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돌봄을 맡고 있는 구조를 생각한다면, 차라리 신규 초등교사들을 일정 비율 임용해주고, 교육과 돌봄을 함께 맡는 구조, 또는 분업화 하는 방식의 시도를 조심스럽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기존 배치된 경력 교사들에게 이것을 병행하게 하여 운영한다면 좋을 수 있겠으나, 현장의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늘봄교사 양성과정의 신설보다, 기존 운영되고 있는 제도권 내에서 대안적-실험적 형태의 우선 도입이 필요하다. 신규교사로 임용된 이들에게 순환보직제의 형태로 교육과 돌봄을 병행해서 운영하는 방안이 어떨까 싶다. 다만, 이렇게 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여전히 교원들과 교원단체는 돌봄은 교육이 아니며, 초등학교가 맡아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늘봄교사를 신설하게 되더라도, 근무시간과 역할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수많은 쟁점들이 산적해 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점은 이미 초등학교 현장에서 돌봄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돌봄교실 담당 교사도 초등학교 교원인 적이 다수 있었으며, 업무를 맡았을 때 승진가산점을 준 지역도 일부 있었다. 현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늘봄 사업의 경우 한시적으로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여 업무를 맡기는 곳도 있다. 기간제 교사는 되는데, 정규 교사는 안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 기간제 교사도 정규 교사와 동일한 역할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11 기존에 승진가산점을 받았던 이들도 있는데 이제 와서 우리 업무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국민들, 그리고 동료 교사들을 설득하긴 어렵다고 본다.12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업무를 가져가기 어려우니, 현재의 돌봄전담사를 비약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의견도 있다. 무기계약직이 가능한 일자리니 최대한 확충하자는 뜻이다. 일정 부분 설득력은 있어 보이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현재도 무기계약직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 초기 예상된 인건비와 비교하여 실제 들어가는 예산은 어마어마하다. 실제 정규직보다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학교 현장에 너무 많은 무기계약직이 양산되고 있는데, 처음의 정책적 취지에 맞게 본연의 기능을 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며, 정작 정규 교원들이 하기 싫은 업무에 대해서만 기형적으로 제도화되고 있다. 혼란(업무가중 등)이 있는 업무들을 대상으로 초단기로 계약 → 계약직으로 전환 →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등 인원 늘리기의 방식으로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규 교원보다 많은 계약직, 무기계약직으로 인해 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더욱 생기고, 갈등 속에서 다시 교원(정규직)의 업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현장 교원들 사이에서는 무기계약직이 된 직종이 실제적으로 교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이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교원들이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어떤 집단이 세가 커지고, 제도적으로 안정화되면 당연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세력화되는 현상이 있다. 초기에 초단기 계약이나, 계약직으로 있었을 때와 달리, 시스템이 제도화되거나 안정화된 상황에서 이해집단이 만들어지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교원들은 이러한 변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차라리 구조적으로 동질 집단의 순환근무 형태로 만들고, 자신들이 해당 업무를 맡으면서 분업화를 통해 TO를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는 업무의 세분화를 통한 세력의 확장인 것이다. 일반공무원들(소방, 경찰, 군인, 일반행정직)은 이 방식을 택했고, 교원들은 이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의 학교 현장에 혼란 상황을 초래한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처럼 지금의 상황을 잠시나마 개선해 줄 달콤함을 찾고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누가 지원인력(계약직, 무기계약직 등)으로 오더라도 교원들에게 그 업무는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다. 오히려 이런 대안적인 방법을 모색하자는 말을 꺼내는 순간 내부의 적이라는 지탄을 받게 된다.
돌봄 업무를 학교에서 떼어낼 수 없다면 차라리 현재의 상황을 기회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발전하는 집단은 위기를 기회로 삼고, 제도의 유연화를 통해 시스템을 개선한다. 경직된 시스템만을 고집하는 동안 시스템이 기형적으로 변해 자신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현실에 대해 외면하는 것이 안타깝다.
아쉽게도 교원들은 돌봄은 우리 영역이 아니라며 지자체 이관만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마저 이러한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 실제로 지자체에서는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을까? 한두 곳에서 의미 있는 변화는 있었지만, 지속되지도 않았고 일반화되지도 않았다. 여러 기회로 지자체 관계자를 만나본 결과, 관심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통합의 필요성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돌봄 업무를 지자체에서 가져가게 되면 딱 이 업무만 가져갈지도 의문이다. 학습을 통해 진화할 가능성이 높고, 그 다음 수순은 교육자치와의 통합을 근거로 삼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 간혹 돌봄과 관련된 토론회에서 외국의 경우 지자체에서 방과후교실이나 돌봄교실을 운영한다는 논리를 펼치는 교원들이 많다. 외국의 경우 교육자치와 일반자치가 일반적으로 통합 구조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칫, 곡해하면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통합이 필요하며, 일원화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되어 버릴 가능성도 있다. 교원들이나 교원단체에서 이 점도 염두하고 요구하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와 문화적-제도적 맥락이 다른 해외사례를 무분별하게 제시하며 정당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수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4. 나가며
늘봄교사를 비교과 교사로 양성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고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늘봄교사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동의하는 바이다. 이제 몇 년 안에 한 해 태어나는 학생 수 20만 명이 붕괴될 것이 자명하고, 이미 태어난 아이들만 고려했을 때 5년 안에 초등학교 현실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불가피하다. 단언컨대 초등학교에서 현재 담임교사의 역할만으로는 교원의 현재 규모를 유지할 수 있지 않다. 상황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정책을 고민하는 이들 누구나 다 인지하는 현실이다. 쉽고 단순하게 말하자면, 현재 학생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상황을 고려해 교원 규모를 어떤 방식으로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원의 기능을 개편하여 이것을 늦출 수 있는지의 문제다.13 공무원 정년 연장 이야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공무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교원들의 상황은 타 공무원과는 사뭇 다르다. 위기감을 가지고, 기능 개편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외면하고 거부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절박감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학생 수가 줄어들고, 사교육비는 갈수록 늘어나니 학교에서 아이들을 맡아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 상황을 교육과 돌봄이 구분되어야 한다는 논리만으로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낭만적으로 보기 힘들다. 정치권은 결국 학부모나 국민들의 표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교원들이 원하는대로 지자체로의 이관을 이루어 낸다고 한들 교육자치-일반자치의 가속화만 가져올 상황이 높다. 오히려, 돌봄전담사의 규모가 커진다면, 굳이 교원이 필요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규직보다 무기계약직인 돌봄전담사만 기형적으로 늘리는 것도 시스템 유지 차원에서 오히려 더 큰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14
어떻게든 교원이 돌봄 업무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경직된 생각만 유지한다면, 근본적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상황은 악화될 것이다. 교원이 직면한 문제는 교원 스스로가 풀어가야 한다. 이미 초등학교에 들어온 정책을 누가 가져가 주지도 대신해 주지도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 글을 보고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글쓴이를 비판하는 교원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한다.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무엇이 되었든 대안을 가지고 해법을 논의해 봤으면 한다. 지금까지 나온 대안들은 주로 지자체 이관 요구와 돌봄전담사 확충뿐이었다. 그 결과는 현장 교원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이다. 나아진 것은 없었고, 기간제 교사나 전입한 교사에게 업무를 떠넘긴 정도였다. 학교 현장이 파행적으로 운영된 것은 정책과 제도의 탓도 있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순간의 달콤함을 즐기는 패착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도 필요하다. 다른 직종보다 유연하지 못한 교원 제도의 한계가 앞으로도 현장의 어려움으로 반복되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늘봄교사 논란은 언젠가 종식될 수 있으나, 초등학교에서의 돌봄 요구는 정치권, 학부모단체, 맘카페 등에서 끊임없이 요구되고 증폭될 것이다. 한발 앞서 대안적인 요구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한 해법이 꼭 정답이 되지는 않겠지만, 실마리를 제공하는데 일정 부분이라도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 경향신문 5.18일 기사
- 이하 늘봄교사로 통일
- 초등학교 상황을 이해 못하거나, 잘 모르는 이들이 카더라 식으로 정책(공약)을 만들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 공립학교 유아의 경우에도 임용고사는 치러지고 있으나, 전체 유아교사 중 공립교사의 비율은 많지 않다. 쟁점이 있을 수 있으나 유아교육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양성과정이 일원화되지 않았다(1-4년제 과정 존재).
- 현재 방과후학교의 운영(계약) 주체는 단위학교이다. 방과후 강사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해달라는 요구가 있지만, 현재 구조나 운영 상황으로 볼 때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 획기적인 예산 지원, 인력 구조, 시스템 마련이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지만, 역대 정권에서 이러한 시도를 한 적은 없다.
- 돌봄노동자라고도 하며, 노동자이기에 노동절(근로자의 날)에 쉰다. 현재까지는 공무원의 개념이 아니다. 이 장의 주제인 돌봄담당교사(늘봄교사)와는 다른 개념이다.
- 국가적인 차원의 의제(국정과제 등)로 들어가거나, 입법이 된다면 가능할 수 있으나 그렇게 여론이나 학부모들이 지지할 동력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고, 애초부터 기형적 제도나 시스템으로 인해 생겨난 현상이지만 서로 간의 오해와 불신이 생기며 현장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 유보통합에 대한 논의만 수십 년째인 상황을 고려해 봐야 한다.
- 공적 업무 수행 시 순직 처리까지 되고 있어, 계약기간을 제외하고 정규 교사와 거의 동일한 업무-혜택을 받고 있다.
- 오히려 교사 중 약자(기간제, 신규)에게만 업무를 떠넘긴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단순히 신규 임용을 줄여 기존 경력 교사 규모를 유지할 수도 없다. 기존 임용된 교원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학생 수에 비해 과도하게 많아지기 때문이다.
- 대표적으로 학교 내 무기계약직의 파업으로 인해 학교 행정이 마비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학생들의 피해가 종종 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