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시대의 사회성·감성 교육
| “새로운 시대에 열린 테크놀로지 경험이 우리 아이들의 사회성·감성 교육을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시도와 명확한 근거의 실증연구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본문 발췌) |
현재 교육계의 관심은 에듀테크에 집중되어 있다. AI를 기반으로 한 교육용 온라인 플랫폼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으며, 그 기술력도 대단하여 놀라움을 주고 있는데 심지어 한 가지를 익히기도 전에 새로운 것이 출시되는 추세다. 필자도 지난주 교내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주최한 ‘Chat GPT를 수업에 적용하기’와 ‘AI 기반 에듀테크가 교육계에 적용되는 사례’에 대한 특강을 들으며 사회적 급변을 체감하였다. 직접 체험하니 신통방통한 방법이라 놀랍기도 하였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사실 필자는 이해하기도 따라잡기도 어렵게 느껴진 내용이었다. 그리고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교육자가 세상의 변화를 재빠르게 수용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지 않는다면 기계보다 더 못 가르치는 시대가 오겠구나…
사실상 온라인 교육은 십여 년도 훨씬 이전부터 이미 교육 시장에 진출하여 있었지만, 많은 교육자가 학생들과 눈 마주치며 소통하는 대면 교육을 선호하였던 터라 입시 위주의 강의가 주를 이루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세계적 팬데믹 위기가 닥치면서 비대면의 온라인 교육 시장이 활발하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코로나 초기에는 업로드된 녹화 영상을 학생들이 시청하면 출석을 체크하고 소감문을 작성하게 하는 정도로 그쳤으나, 점차 교육 격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실시간 온라인 수업과 여러 가지 비대면 활동이 함께 진행되었다.
비대면 수업을 위해 1인 1태블릿 pc를 지원하는 교육 정책이 활성화되었고, 온라인 플랫폼의 종류도 꾸준하게 더 나은 기술력을 갖추어 출시되면서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단순한 녹화 동영상 교육 컨텐츠에서 더 나아가 AI 기술이 접목되고 있으니 사람이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한다기보다는 기계 안에 있는 인공지능이 사람을 가르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부모들은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 플랫폼에 대해 반기는 마음 반, 우려의 마음 반을 표현하고 있다. 학교에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학습하며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렇지만, 혼자 태블릿을 보며 공부하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과연 좋기만 할까? 공부 시간 동안 친구들과 함께 팀 수업을 하며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즐거운 시간을 온라인 플랫폼이 제공해 줄 수 있을까? 태블릿은 학교 수업에서 활용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스마트 수업을 하는 교실 장면 사진을 보면 즐겁게 웃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여있기는 하지만 각자의 태블릿을 보며 웃고 있다. 어떤 이야기들을 하면서 웃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서로 소통은 없이 그저 태블릿 화면의 영상이 재미있어서 웃고 있는 것일까? 학습 결손과 격차는 해소할 수 있겠으나 우리 아이들이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친구를 이해하면서 소통하는 대인관계 경험이 중요한 사회성·감성 교육은 괜찮은 것일까?
얼마 전, 한 사회적기업에서 감정인식 AI 기술이 들어간 메타버스 교육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내용의 인터넷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학습 결손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치원‧초등학생의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비대면 교육의 몰입도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시작되었다고 한다. 위 사회적기업의 메타버스 교육 플랫폼이 교육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바로 학습자의 행동과 감정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기술을 접목하여 개발하였기 때문이다. 비대면 교육 환경의 가장 큰 단점이자 약점이었던 정서적 상호작용의 한계를 극복하고 메타버스 환경 안에서 학습자의 감정을 읽어내어 학습을 잘 했을 때는 칭찬과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기사를 보니 걱정했던 마음이 조금은 놓이기도 하면서, 이제는 사회성·감성 교육도 비대면의 메타버스 환경을 수용해야 하는 현실이 다소 씁쓸하기도 하였다.
필자는 교육자이긴 하지만 에듀테크를 늦게 접한 느린 교육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얼마 전 학교의 이벤트 문자를 받고 메타버스를 처음으로 사용해 본 경험은 너무도 놀라웠다. ‘나’라고 만든 아바타가 대학 캠퍼스를 누비며 도서관에 앉아 공부도 하고, 캠퍼스 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친구를 만나 인사까지 나눴다. 처음이라 내 마음대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해 본 학생들은 아주 능숙하게 자신의 아바타를 사용해 못 가는 곳 없이 다니는 모습이 부럽기까지 하였다. 기술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조금만 늦으면 따라잡지 못하고 학생들과 나눌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가 하나도 없겠다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까지 들어 열심히 참여하며 익혀보려 했지만 따라가기는 어려웠다.
교육자는 시대의 변화를 재빠르게 읽고 수용하고 이해하면서 학습자보다 한발 먼저 익힌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고 배웠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기계를 다루는 IT 측면에서는 학습자보다 느리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우리 아이들의 사회성·감성 교육을 에듀테크에만 의존하여 맡길 수는 없다. 에듀테크 또한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기술이라 사람의 손이 닿아야만 활용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유용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교육자가 먼저 접하고 배우며 적용해 보는 것은 새로운 교수법을 익힐 때와 같다. 단지 대면 교육과 비대면 교육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사회성·감성 교육과 에듀테크를 어떻게 연결하여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가르치는 교육자와 배우는 학습자의 상호 소통의 정서적 유대감이 메타버스 내에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적 환경을 연습할 수 있는 컨텐츠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어려운 학생, 자신감이 없는 학생, 발표가 불안한 학생,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경험한 학생,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학생, 동아리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필요한 학생, 학습전략을 배워 공부를 잘하고 싶은 학생 등 연습이 필요한 사회적 기술(social skills)은 많지만 사회적 장면을 모두 체험하기 어려울 때 메타버스 환경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때 교육자가 학습자에게 필요한 사회적 기술을 단계적으로 연습할 수 있도록 1:1 또는 그룹 상황을 만들어 연습하도록 할 수 있다.
필자가 경험한 캠퍼스 메타버스 안에서도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면서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와 같이 서먹하고 쑥스러운 감정을 똑같이 느꼈다. 만일, 이 상황이 사회성·감성 교육을 하는 메타버스 장면이었다면 필자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분명, “처음이라 쑥스럽지? 먼저 인사해줘서 고마워~ 우리 친하게 지내보자!” 하며 새 친구를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적 기술의 언어 표현을 가르쳤을 것이다. 실제의 ‘나’이기도 하지만, 실제의 나를 표현하는 ‘나의 아바타’가 움직이고 말을 하고 표현을 한다. 흥미를 갖고 참여하니 재미가 붙고, 감정도 느껴지고 더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교육자로서 또 다른 의문과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메타버스 환경 안에서 실제의 나와 똑같은 행동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나를 솔직하게 보이지 않아도 되는 비개방성과 익명성에 가려져, 내가 원하는 모습만 보여주며 행동을 해도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실제로 경험하는 현실과 다른 장면에서 내가 움직이고 활동하는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내가 아닌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런 상황에서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될까, 아니면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될까?
에듀테크 기술을 사회성·감성 교육에 활용하는 일은 교과 학습을 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비대면 환경이라 하더라도 누가 접속했는지, 누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교육자가 민감하게 학습자 개개인의 특성과 성향을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에듀테크를 잘 활용하는 교육자의 첫 번째 임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시대에 열린 테크놀로지 경험이 우리 아이들의 사회성·감성 교육을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시도와 명확한 근거의 실증연구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감정을 익히고 표현하고 반응하는 시대이다. 비대면 교육 활동에서 벗어나 대면 교육으로 복귀하는 현시점에서 한 차원 더 높은 비대면 교육환경이 개발되어 다각적인 활용 가능성을 제안하고 있다. 이제는 대면과 비대면의 공존으로 일상에서 양쪽 모두를 오가며 교육과 배움을 경험해야 할 때이다. 하지만,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고 공감의 언어로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중요한 사회성·감성 교육만큼은 더욱 세심하게 고민하여야 한다는 교육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교육은 그 방향성을 잃고 이리저리 부딪히며 혼란스러움을 겪어왔다. 이러한 시기이기에 대인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할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의 사회성·감성 발달은 더욱 중요해졌고, 더 나아가 이것은 교육의 방향성을 잡아줄 키(key)의 역할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회정서교육의 현장 적용을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예비교원, 현직교사, 학부모 교육을 통해 학교 현장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안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wejo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