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지 말아야 할 학교현장의 각종 시그널과 그 해법들 – 현장의 부장교사와 담임기피 심화, 기간제 교사 역할 확대 상황을 중심으로 –
| “공교육이 서서히 추락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시그널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현재처럼 담임 및 부장 기피, 기간제 확대의 세 축이 고착되면 공교육에 균열을 넘어 심각한 문제가 분명히 생겨날 것이다” (본문 발췌) |
2012년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1.3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로 높았던 것이다. 당시 초고령사회인 일본의 출산율 1.4보다 낮다면서 언론과 정부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근본적 대책을 만든다고 호언장담하였다. 그 뒤로 280조1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었는데, 10여 년이 지난 2022년 출산율 결과는 0.78(25만 명)로 참담했다. 결국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어디인지 끝 모를 저점을 향해 가고 있고, 출생아 연 10만 명 선 붕괴라는 우려와 함께 시한부 국가로 살아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래 없이 외부의 원인이 아닌 스스로 소멸하는 첫 번째 국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현상에 대한 이해도 없고, 사안에 대한 분석도 없고,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정부 부처가 오로지 단기간의 성과에만 집착하는 전시행정을 하다 보니 받아든 성적표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현상 분석 연구와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만들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부동산과 교육(사교육비)의 문제를 꼽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현재의 대한민국이 발전하게 된 것도 일정 부분 부동산‧건설 붐과 교육에 대한 열의였으니, 결국 부동산과 교육에 부모 세대의 욕망을 투영하여 후세대에 태어나야 할 아이들은 태어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출산율 감소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초‧중‧고교에 입학하는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굳이 아이를 낳아 내가 희생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딩크족2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 인식이 변하다 보니 한 아이 낳는 것도 쉽지 않고, 한 아이라도 낳은 가정은 환경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물론 내 아이가 소중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냐마는 과거에 비해 ‘내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긍정적인 요인도 있겠으나 부정적인 요인도 만만치 않다. 부모들의 과도한 민원으로 폐업하는 소아과가 줄을 잇고, 군대에서도 헬리콥터 맘3들의 민원에 시달리는 소대장이 늘며 장교 지원율은 낮아지고, 이직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부모들의 과도한 요구를 원천차단하기 위한 카페나 식당의 노 키즈존은 흔하다. 학교현장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와 달리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아지고 있다. 학교폭력 관련 제도나 교육복지(돌봄, 교복 등) 정책으로 과거와 다르게 민원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민원의 양과 내용이 많다 보니 학교 현장이 소화해낼 수 없고, 교사들이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고 행정적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정작 수업‧교육환경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은 소중하나, 한 아이만 키우면서 발생하는 과도한 대응이 과연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공성이 결여되어 있는 사회나 조직체계는 늘 문제가 따른다. 최근 모 방송에서 아동학대 혐의를 받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다룬 일이 있었다. 시청자가 80만 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고, 이는 현장의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일들의 바탕에는 출산율 저하, 학생 수 감소라는 과거와는 다른 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인구수가 급감하는 동안 사회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지고 있는데 정책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곳에 280조가 넘는 돈을 들여 변화를 추구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위기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전혀 안 되는 정책만 난무할 뿐 현장 중심의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2030세대들은 한 아이 당 1억을 준다 해도 낳지 않겠다는 이들이 많다. 과거 모 정치인이 선거 공약으로 한 아이 당 1억을 주자고 하고,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주자고 했을 때 정신 나간 사람이라 비판하고 웃었던 이들이 지금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관련 기사 댓글마다 아이 당 1억을 주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실제 2030의 인식들은 이것과 거리가 크다. 지난 이야기지만 인구 수가 급감하기 이전인 10여 년 전에 1인당 1억을 줬다면 해결되었을 수도 있다. 어차피 10년 동안 들어갔을 세금을 가정으로 돌렸으면 효과를 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기에, 적기에 판단하여 대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무척 크다. 지금은 아무리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 부어도 출산율이 오르는 일은 보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보다 10년 후에는 10년 전에 출산율이 0.78이나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며, 지금을 그리워할 지도 모르겠다.
각종 사회 현상과 문제는 그 시그널을 잘 포착하고 대응해야 한다. 정책은 가용시기가 있고,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어떤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인지 조기에, 적기에 정책적으로 투입할 것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정무적인 판단을 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더군다나 현 정권의 이익을 우선시해서 무엇인가 이슈를 만들려고 하더라도, 다음 정권에 정책이 없어지거나 수정되면 의미도 없다. 아쉽게도 수십 년간 역대 정권에서 교육이 늘 소외되었으며, 지금까지도 그 기조는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그나마 대한민국이 현재의 선진국 대열에 오른 것은 공교육의 질이 좋아서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늘 사교육과 비교하면서 사교육만큼 투자해주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면 교사들을 탓하며 조롱하고 욕받이 역할을 하게 하는 현실이다. 이 상황 속에서 교사들은 더 이상 바랄 것도 희망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젠 중앙정부의 정책에 일말의 기대조차 없는 교사들이 많다. 마치 지금의 출산율의 상황에 견주어,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바라보는 2030세대와 같다. 예를 들어 정부 당국에서는 90년대 생이 가임기가 되면 출산율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데, 정작 당사자들인 가임기 여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정반대이다. 마찬가지로 기대치가 없고 각자도생하는 학교현장과 교사들의 절대 다수, 아니, 모두가 그렇다고 봐야 한다. 조금 과장해 표현하자면 교사들의 처지는 집단 우울증에 걸린 상황과도 같다. 우울하지만 직시해야 하는 현실은 앞으로 이런 상황이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 일은 없다는 것이다.
교직 붕괴의 구체적인 시그널들
최근에 흥행한 모 드라마 두 편이 대한민국의 학교를 대변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학교폭력(이하 학폭) 문제를 다룬 드라마, 그리고 공교육 현실과 사교육 열풍을 다룬 드라마가 그것이다. 미디어나 방송은 그 당시 우리 사회의 학교 상황과 이슈가 되고 있는 정책을 조망하고 그 현실을 대변한다. 학폭과 공교육 문제(사교육)가 부각되면 부각될수록 수많은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포장된 전시행정들이 뒤를 이을 것이고 정책과 제도로서 학교현장을 옥죄일 것이다. 결국 권한 없는 무한 책임만 난무한 채 교사들의 사기는 점점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실제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중앙정부가 움직일수록 학교에는 재량권이 사라지고, 작동기재가 멈춰버렸다.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할 사안이 있다. 1-2월의 학교는 부장, 담임을 구하느라 전쟁을 치렀다. 부장을 시키려는 교장‧교감과 어떻게든 부장‧담임을 안 맡으려는 교사와의 전쟁이다.4 3월이 되어 전국 초‧중‧고에는 담임이나 부장‧담임이 어찌 되었던 임명이 되었기에 일시적인 전쟁은 멈췄다. 전국 1만 3천여 개 학교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동일했다고 생각한다. 극히 일부 승진 점수가 있는 시‧도나 지역에서는 서로 부장을 하려고 경쟁하는 곳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절대 다수일 것이다. 부장기피 현상, 담임기피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육계 전반에 만연한 문제이고,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다. 그러나 책임이 있고,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이들 중 어느 누구 하나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학교 측의 상황과 책임으로만 넘기고 있다. 부장‧담임교사 기피 현상을 선생님들의 본연의 업무 기피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교직 기피 현상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기간제가 부장이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겠는가? 우리 시대의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음을 상징하는 현상들이다.
유사한 사례는 교육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교대‧사대 외면도 그렇다. 사대(사범대)는 중등 임용 TO의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지 오래되었으나, 교대는 최근까지도 교사 임용이 어느 정도 보장된 까닭에 IMF 이후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으로 인식되었고 실제 입학 성적이 그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2023학년도 교대 입시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9등급이 모 교대에 1차 합격되었다는 사실과, 실제 5-6등급의 학생들이 교대에 합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교대를 졸업해도 교사라는 직업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초등 교사 정원이 계속 줄고 경쟁률은 매년 높아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교대 재학생들의 이탈율은 심각하게 높아지고 있다. 교대생의 10%에 육박하는 이들이 휴학이나 자퇴를 선택하고 있다.5 안정적인 교대를 선호하던 시기와는 사뭇 다른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바탕에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원인도 있지만, 교권추락 등 공교육 붕괴 현상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이미 임용되어 현직에 있는 교사들마저 모 대기업 자동차 그룹의 생산직에 입사 지원을 했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6 결코 생산직과 교직을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지만 전통적인 인식체계가 흔들리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현직에 있는 교사들 중 여러 이유로 면직(사직)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교대생이 임용 TO가 줄은 이유만으로 자퇴를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학령인구를 감안하여 미리부터 중앙정부 차원에서 움직이고, 출산율 감소와 연동하여 교‧사대 양성 신입생부터 서서히 줄여나갔어야 한다. 하지만 10년 전도 지금도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 오히려 교‧사대가 수요자에게 외면 받으며 미달이 되는 상황임에도 교육전문대학원을 추가적으로 만들겠다고만 하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정부에서 제시한 교육개혁의 방향은 모호한 내용으로 실체가 없다. 긍정적 방향의 개혁을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방향과 실체가 없다면 학교현장은 변화하지 않는다. 지금 나오는 정책들에 대해 교육정책을 10년 넘게 연구한 이들도 해석이 안 되는데, 학교현장에서 묵묵히 학생만을 가르친 교사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동안 주요 정책이 없어서 학교현장이 변화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지금 학교는 아동학대 논란이나 학교폭력 사안으로 인한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조금 살을 붙여서 말하자면 상처와 갈등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실이다.7 어쩌면 교직이 붕괴된다는 것은 개개인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듯 하지만, 대한민국을 유지했던 중요한 중심축이 흔들리는 것과 같다. 앞으로 더 많은 현상과 시그널들이 생겨날 것인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시그널이라도 제대로 확인하고 정확하게 대응해야 현재의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적합한 교육 방향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거시적인 정책이나 거대 담론도 좋다. 하지만, 이미 수없이 나온 거대 담론과 정책들은 거의 다 실패했다. 오히려 학교 현장과 교사들의 마음을 얻는 정책이 접근하기도 용이하고, 정책적 효과도 클 수 있다.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이미 서서히 우리나라에서 교직은 기피 직업이 되어가고 있다.8 어쩌면 이는 공교육 붕괴의 시작이며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와 파장을 가져온다고 볼 수 있다. 현직 교사들의 자존감은 바닥이고, 신규들과 경력자 모두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시기의 문제일 뿐이지 모두가 상황이 되면 바로 떠날 기세이다. 관련 기사 댓글에 누군가가 교사로서의 불만이나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하면 할 사람 많으니 그만두라는 조롱 섞인 답 댓글이 달리는 상황은 흔하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이러한 반응들은 공교육 붕괴에 더욱 가속도를 붙게 할 뿐이다. 이미 학교 내부에서 기능이 마비되고 있고, 공교육이 서서히 추락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시그널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부장교사 기피
누군가의 희생으로 기관이나 조직이 움직이는 것이라면 그 기관이나 조직은 수명이 다 한 것이다. 학교가 바로 그렇다. 매년 연말‧연초가 되면 아무도 희망하지 않는 부장교사를 구하기 위해 학교마다 전쟁이다. 원칙적으로 부장교사는 보직제이며, 누군가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도 안하려고 하니 추첨제, 학교의 장기근무자, 순번제 등 다양한 방식이 고려되고 있고, 심지어 어떤 경우는 정해진 부장TO를 임명하지 않고 학교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렇게 원칙이 없는 것도 학교 자율이라고는 하지만 상급기관의 직무유기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정규교사들이 이렇게 부장교사를 기피하다 보니, 기간제 교사에게까지 부장교사 배정이 되고 있다.9 아마 현재 기간제 교사들의 부장교사 비율을 전수조사하면 충격적인 수치가 나올 수도 있다. 초등의 경우는 그나마 덜한데, 기간제 구사를 구하기 어려운 중등의 경우는 기간제 교사 부장교사 비율이 상당히 높다. 부장교사를 경험하면, 차년도 재계약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부장교사를 맡은 기간제 교사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부장교사는 기능부장(정보, 체육, 연구, 교무 등)과 학년부장이 있다. 부장교사를 하면 승진에 필요한 점수의 일정 부분을 받게 되고 보직수당(월 7만 원)을 받는다. 학교는 교감‧교장을 제외하고 모두 수평적인 구조다. 권한도 없고, 책임져야 할 일만 많은 부장교사는 기피 대상 1호다. 수당도 20년 째 7만 원이라는 비현실적인 금액이다. 호칭은 부장인데 하는 일은 일반 교사보다 몇 배 이상 많다. 20년 전의 물가를 감안한다면 지금의 7만 원은 정말 안 받고 안 한다는 것이 이해되는 상황이다. 교직에서는 현재 대다수가 승진 자체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10 교직이 꼭 인센티브나 금전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보상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장이라는 호칭과 책임을 주려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일반 공무원들, 특히 지방공무원들이 각종 업무를 할 때 추가적으로 받는 수당체계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감사, 교원단체, 예산 담당 지방직 공무원은 별도의 수당을 받는다. 교감, 수석교사, 교장, 사무관 등은 별도의 관리수당을 받고 있다. 하물며 업무 담당자만 하더라도 8만 원 이상의 수당이 나오고 있는데, 부장교사는 해야 할 일에 대한 범주가 굉장히 넓다. 때문에 현재 받는 7만 원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20년간 물가 상승률만 감안해도 최소 30만 원 가까이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어 교원단체 중심으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나 늘 동결되고 있다. 교사들은 수당의 현실화에 대한 부분을 말하며, 자존감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현장에서 ‘부장교사의 보직제’가 무너진 현실은 지금 대한민국 공교육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 현상이 아닐까 싶다. 이미 학교현장 현실과 맞지 않는 문화적‧제도적으로 실패한, 실패하고 있는 정책으로 생각된다.
2) 담임교사 기피
부장교사는 업무에 대한 부담이지만, 담임교사는 생활지도에 대한 부담이라고 볼 수 있다. 촌지나 체벌이 선배들의 잘못된 유산이라 불가피하게 현 교사들이 일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과거와 지금은 시스템적으로 또는 인적 구성‧정책‧제도가 상당히 다르다. 그때의 오명으로 인해 현재 교사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위에서 언급한 모 방송(아동학대) 내용의 파장으로 학교현장은 더욱 담임교사 구하기가 어려워질 것 같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한숨 쉬면 정서학대, 소리 내면 공포감 조성, 가만 놔두면 방임으로 인한 아동학대 처벌을 피할 수 없다며, 모든 교사가 잠정적 아동학대범인 게 말이 되느냐며 분노하고 있다. 이렇게 학생들을 지도할 수단은 없으면서 아동학대의 오명을 짊어지게 될지 모르는 우려 속에 지내야 하는 담임교사라면 수당 13만 원은 매력적 요인이 될 수 없다. 교과지도와 생활지도를 완벽하게 분리하는 방식이 도입되거나, 담임교사 수당의 현실적 인상만이 답이 될 수 있으나, 중앙정부에서는 오로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니 참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담임은 이제 학교 업무분장 시에 가장 불리한 신규교사나 전근 온 교사들의 주 몫이다. 특히 기피학년(고3, 중2, 초6 등)은 더욱 그렇다.
3) 기간제 교사의 역할 확대
1), 2)의 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업무부담이나 생활지도에 대한 부담, 각종 민원 스트레스로 인한 교사들의 휴직이 늘어나고, 특정 사업이 확대되는 이유까지 더해 기간제 교사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원 외 기간제의 중기계약 제도화를 중앙정부가 검토하고 있다. 올해부터 실시되는 늘봄교실(돌봄교실)의 주요 역할을 정원 외 기간제 교사에게 맡기겠다는 교육부의 방침도 있었다. 정작 현직 교사들에게는 거의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데, 국가 주요 사업을 기간제가 담당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들이 많다.11 현장에서는 그만큼 돌파할 의지가 없거나,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될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이렇듯 주요 정책과 역할(부장교사, 담임교사)에 있어서도 기간제 교사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현직교사들의 부장, 담임 등의 기피 현상과 기간제 교사들의 역할 확대는 비례하여 늘어나는 것이다. 지금의 기간제 교사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1급 정교사를 받고, 10년 이상 기간제 교사만 한 이들도 있다. 이들이 부장교사 보직을 맡는게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시선이기도 하다. 기간제 교사도 교사이기에 부장, 담임을 하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다는 시선이 있을 수 있는데, 정규 교사가 하지 않아서 그들의 업무와 보직을 떠맡는 방식이 문제인 것이고, 자발적으로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싫어하는 업무를 맡는 방식이 문제인 것이다. 부장교사‧담임교사와 마찬가지로 학교현장에서 보면 싫어하는 업무는 기간제 교사의 몫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학교에서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간제 교사가 현직교사보다 더 많은 업무에 시달리고 있으나, 재계약을 위해 아무 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규교사보다 기간제 교사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는 학교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보는 이들은 없다. 앞으로 교단이 고령화되고 정규교사 TO는 줄어들 것이다. 책임 있게 부장교사를 할 사람들은 줄어들고 빠르게 기간제 교사로 대체되어 갈 가능성이 높다.
해법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책은 제대로 된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하고, 조기‧적기에 투입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소한 변화에 대한 시그널이더라도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 방지대책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그 비용이 크더라도, 치러야 할 대가나 희생보다 적다면 과감하게 예산을 투입해야 있다. 현재 출산율은 10여 년 전 출산정책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제도나 정책을 바꾸는 것은 쉽지만, 구성원의 마음을 얻는 것은 무척 어렵다. 교직은 인센티브로만 해결되지는 않는다. 단순히 금전적인 것이나, 혜택만으로는 교사들의 마음을 사기 어렵다. 공교육 붕괴의 시그널을 단순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12 현장은 이미 생각보다 더욱 심각한 한계 상황이다. 그 해법은 단순하고 명료하고, 현실적인 대안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교사들을 평가하고, 당근과 채찍 중심의 인센티브 방식으로 기계적 접근을 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며, 설사 도입하더라도 후 순위의 정책이 되어야 한다. 학교의 공동성, 공동체 의식, 학생 교육이나 미래 상황을 예측해가며 접근해야 한다. 대규모 예산이 들더라도 일부라도 효과가 있고, 더 나빠지지 않는다면 도입해야 한다. 그나마 학교현장에 교육에 대한 애정이나, 사명감이 있는 이들이 일부라도 있으니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다. 현재처럼 담임 및 부장 기피, 기간제 확대의 세 축이 고착되면 공교육에 균열을 넘어 심각한 문제가 분명히 생겨날 것이다.
첫째, 우선적으로 부장‧담임교사 수당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금전적인 정책이 좋은 정책은 아니나 교사들에게 최소한의 정당한 대우와 명예 회복은 해주어야 한다. 수당을 급격하게 높이면 많은 예산이 투입될 것이다. 중앙정부가 늘 하던대로 대규모 예산 투입이 어렵다면 단계적으로라도 일정 기간 매년 상향하는 방식으로라도 접근해야 한다. 담임, 부장수당은 최소 30만 원 정도가 현실적이다. 그 이하로 접근하게 되면 안 하고 안 받는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현재 상황만 악화될 뿐이다. 만약, 이 정책이 실현된다면 기간제 교사들이 담임을 맡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기간제 교사에게 부장을 돌리는 방식은 없을 것이다. 기간제 교사의 부장 금지 같은 부정적인 제도의 확대보다는 훨씬 긍정적이고 좋은 방식의 접근 방식이다. 모 교육청의 경우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이나 부장을 금지한다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학교현장을 고려할 때 현실성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둘째, 일반교사와 부장교사의 급여 트랙의 이원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부장교사의 수당이 7만 원인 상황에서 부장교사를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호봉승급(1호봉 가산)을 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부장교사를 하다가 다시 일반교사가 되는 경우 다시 호봉이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방식이 유지된다면 지속적으로 부장교사를 하려고 하는 이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2023년도 초부터 4급 이상 공무원 봉급 동결을 이유로 교장들에게 지급한 급여의 일부를 반납하게 하는 정책으로 인해 논란이 된 바 있다.13 교총에서는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고,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교장‧교감 승진 시 이원화된 직급체계(1호봉 가산)이었다. 상당히 파격적이고 현실적인 안이라 생각한다. 현재도 교사들은 1급 정교사 자격을 받으면 1호봉 가산이 되고 있다. 교장‧교감‧부장교사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다. 당연히 예산이 많이 들 수는 있다. 그렇지만 현장 교원들의 사기는 크게 올라갈 것이고, 역할 부여에 대해 반발도 줄어들어 갈등 비용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굳이 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활용하면서 쓰이는 비용들을 줄여도 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도 부수적으로 생길 것이다. 공교육을 책임지는 이들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한 뒤 역할을 부여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나간 기회는 다시 오지 않으며,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수많은 정책을 만들고 투입하는 예산의 1프로14 만이라도 교원에게 투입하면 그나마 공교육에서 희망을 발견할 것이다. 이렇게 구구절절 절박하게 이야기 해도 현실적인 변화가 없을 것이고 혼자만의 제안으로 그칠 것을 이미 익숙히 잘 알고 있다. 특히 예산을 이유로 교육부나 기재부는 미동조차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출산율에서도 볼 수 있듯, 저출산 정책에 대한 지금의 1억 투입과 10년 전의 1억 투입은 효과가 극명하게 달랐을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 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늘 희망하고 희망하지만 1프로의 변화마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욕을 먹더라도 뭔가 변화를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현장에는 절망밖에 없지만, 일반적인 다수처럼 현실을 개탄하기보다,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정책가의 숙명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임을 꼭 말하고 싶다.
많은 현장 교원들이 인지하다시피 현장에는 변화를 외치는 사람은 커녕 변화를 원하는 사람마저 없어지고 있다. 그냥 이대로가 좋다고 생각하거나,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탈출하려는 이들은 의지라도 있거나, 능력 있는 이들이라 평가하고 있는 웃픈15 상황이다. 능력 있는 2030세대는 이직을 노리고, 4050세대는 명퇴라는 제도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5060세대는 은퇴하고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기간제 교사나 시간강사를 하기도 한다. 영구적으로 떠나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든지 일시적 휴직 카드도 활용한다.
지금 상태로는 학교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사실 한 번 붕괴되어 가는 거대한 조직을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 제안한 내용을 일부라도 활용한다면 학교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은 더디게 올 것이고, 그 간의 공교육의 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다. 다만, 근본적인 변화는 가져오기 힘들다. 교육정책과 제도가 워낙 기형적이라 그렇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교육 관련 예산 축소로 인해, 학부모들의 과도한 요구와 민원으로 인해 공교육은 계속 위축되고 기능이 변질될 것이 자명하다. 부수적으로 교사들의 연령 증가(고령화), 비정규직 교사들의 증가, 중앙정부의 비정상적인 교육에 대한 인식 등이 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일자리, 거주지, 교육, 의료의 네 가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학령인구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을텐데, 그 중요한 축인 교육을 어떻게 할 지는 정치권이나 중앙정부의 방식에 달려있다. 현장 중심의 총체적 개혁 방식을 쓰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나, 그 시기와 가능성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본다. 안타깝지만 이미 대한민국은 전 세계 최초로 자연 소멸되는 나라가 될 예정이다. 교육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에 따라 공교육이 이 가속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도, 또는 일부라도 저지 시킬 수도 있다. 부장교사 기피, 담임교사 기피, 기간제 교사의 역할 확대는 결코 긍정적인 시그널이 아니다. 우리는 학교현장과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이 시그널의 의미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그 해법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10년 후 지금 현 시점이 ‘교육의 황금기’였다고 통탄하며 외치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 2010년 이후 예산이라고 함. 기사, 자료마다 데이터가 약간씩 다름. 저출산, 노령화, 인식교육 등의 예산을 총 망라한 금액이라 보임.
- double income, no kids의 약자. 아이를 낳지 않는 새로운 가족 형태
- 자녀 양육과 교육에 극성스러울 정도로 관심을 쏟는 부모를 지칭하는 용어
- 전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만큼 치열하고, 서로 입장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운영해야 하는 관리자(교장, 교감)와 수업만을 하고 싶어하는 교사와의 입장 차이이다.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57598_36199.html
- 모 대기업에서 400명을 뽑는 생산직 신입생 사원공고가 10년 만에 이루어졌다. 연봉 1억에 근무조건이 좋다고 알려져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들까지 입사원서를 내서 경쟁률이 매우 높았다.
- 교사, 학생, 학부모 등
- 2023년도 9급 국가공무원 경쟁률이 31년만에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 심지어 신규교사나 기간제 교사에게까지 가장 어렵고 힘든 교무부장을 시키는 곳도 있다.
- 앞으로 교장‧교감을 희망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져, 임명 방식이나 승진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 물론, 정부에서 추진하는 늘봄교실 자체를 지자체에 넘겨야 한다는 교원단체의 요구가 많다. 이에 대해 이 글에서는 별도의 의견을 담지 않을 예정이다.
- 부장수당이 없어서 공교육이 붕괴된다는 것이 무리한 해석이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미 학교현장은 황폐화되고 있고, 제도적으로 문화적으로 책임의식이 결여되는 여러 현상들을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상징적으로 볼 수 있는 부장제도 기피현상을 쓴 것이다. 찾아보면 이것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시그널을 볼 수 있다.
- 교장은 4급 대우를 하기는 하나 교사와 마찬가지의 단일호봉제를 활용하므로, 4급이라고 볼 수 없다. 4급 공무원에 준해 동일하게 급여 삭감을 함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동일 호봉 교사보다 급여가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 교육부의 2023학년도 예산은 100조가 넘었다. 굳이 많은 설명이 필요하진 않을 것 같다.
- 웃기고 슬픈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