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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소담소담 No.6] 프레네교육’ 실천가 · ‘나눔교육’ 디자이너, 전성실 선생님과의 만남

2020.05.28

 

interviewer. 김명진

 

2014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나눔’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나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들과 내가 가진 재물을 나누는 것?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누어 주는 것? 어떤 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참된 나눔일까요? 또 교육 현장에서 바람직한 ‘나눔교육’이란 무엇일까요?

이런 의문들을 풀기 위해 이번 소담소담에서는 이 시대에 필요한 ‘나눔’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며 그를 바탕으로 ‘나눔교육’을 디자인하는 실천가, 전성실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삶과 앎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전성실 님은 16년간 교실에서 ‘나눔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하시다가 올해부터는 학교를 넘어 지역 사회에서 ‘나눔교육’을 실천하고 계십니다. 스스로를 ‘프레네교육 실천가’, ‘나눔교육 디자이너’로 소개하는 전성실 선생님의 ‘나눔교육’ 이야기, 이제부터 함께 들어보실까요?


 

 

교사에서 활동가로!

전성실 선생님의 2막

 

Q) 어떤 계기로 교사가 되셨나요?

 

전성실) 저는 전북 부안 계화도에서 나고 자랐어요. 그곳에서 제가 처음으로 대학을 갔죠. 마을 사람들 기대도 컸어요. 그런데 대학 진학을 고민할 무렵 제가 당시 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 당시 교회의 한 누나가 서울에서 교대를 다니고 있었어요. 그게 참 멋져 보이더군요. 덧붙이자면 제가 특별히 잘하는 한 가지는 없어도 특별히 못하는 것도 없었거든요.(웃음) 그래서 어떤 과목 교사가 돼야 하는 중등보다 초등 쪽에 관심이 갔어요.

 

Q) 16년 동안 교사로 사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신 때는 언제인가요?

 

전성실) 졸업한 후에 학생들이 와서 같이 이야기 나눌 때, 애들이 잘 사는 모습 보면 뿌듯해요. 얼마 전에도 만났네요. 무엇보다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제자들과는 애틋함이 있어요.

 

Q) 그럼 반대로 교사로서 가장 안타까우셨던 때는 언제인가요?

 

전성실) 좋은 의도로 아이를 지도하고 있는데 부모가 그 의도를 모른 채 반대하실 때요. 예전에 한 아이가 수학에서 너무 뒤처지는 거예요. 그래서 1학년 과정부터 따로 지도를 했는데, 아이의 부모가 그걸 알고 역정을 내더군요. 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애가 그럴 리 없다고 보시는 거죠. 교사인 제가 판단할 땐 아이가 이전 과정에서 배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 뿐인데 말이에요. 결국은 그 아이가 전학을 가게 됐어요. 그런 상황에 부딪힐 때 안타깝고 무력하게 느껴집니다.

 

Q) 16년간 학교에 계시다가 그만두고 지역 사회 활동으로 눈길을 돌리신 계기가 궁금해요.

 

전성실) 학교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고 해서, ‘교육’을 등지고 지역사회 활동을 하는 건 아니에요. 교육이 곧 학교라고, 학교가 곧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좁은 틀이고, 삶과 연계되는 교육, 학교보다 더 큰 의미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쭉 생각하고 활동해 왔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그 길을 걷고자 마음먹게 된 것이지요.

제가 시기상으로, 이제 나이도 그렇고 경력도 있어서 곧 관리자가 될 연배예요. 그런데 교감이란 직책은 학교 관리를 책임지는 자리기 때문에 학교 밖에서의 활동은 어려워요. 물론 교사일 때도 저녁이나 주말에만 강의를 하러 나갔지만, 교감이 되면 아무래도 학교에만 신경을 써야 할 테니까요.

또, 관리자로 승진한다고 해도 요즘은 100세 시대인데, 퇴직하고 난 뒤에 나는 어떤 삶을 살게 될지에 관해 고민을 깊이 했어요. 100세 시대라고 하죠? 퇴직을 하더라도 그 뒤에 한참의 삶이 남아 있게 되지요. 사람이 어떤 곳에 얽매이면 그 조직을 위해서만 일하게 되는데, 그 조직에서 벗어나면 하던 일로부터 단절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저를 고용하고 싶었어요. 제가 활동할 수 있는 교육의 폭을, 활동의 폭을 넓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실제로 아주 다양한 단체와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었죠.

 

Q)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교육자’란 어떤 사람인가요?

 

전성실) 아이들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있도록 돕고, 또 실제로 그걸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좋은 교육자라고 생각해요. 저는 교육자가 아이들의 조력자이지 아이들이 탄 배를 이끄는 선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KEY WORD, ‘나눔교육’

 

Q) ‘나눔교육 교사연구회’ 대표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특별히 ‘나눔교육’ 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전성실) 2005년 ‘아름다운재단’에서 하는 서울시 교육청 직무 연수에 참가했어요. 관심이 가고 호기심도 있어서 가볍게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선생님들 중 제가 나이가 제일 많았어요. 그래서 곧 대표를 맡게 됐죠.(웃음) 당시 모임에서 저보다 어린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했던 활동 내용을 이야기하는데 그걸 들으면서, 그동안 제 교사 생활을 많이 반성하게 됐어요. 선배로서 부끄러웠죠. 대표를 맡게 된 것보다 이 경험이 저를 ‘나눔교육’에 빠져들게 했죠.

 

Q) 『아름다운 나눔수업』이라는 책도 내셨는데, 그 책 내용에 당시 나눔교육 교사연구회의 활동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전성실) 그렇죠. 그때 함께 활동하던 내용들도 있고, 제가 새로 고안한 프로그램도 포함되어 있어요. 사실 교사연구회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참여해서 책을 내려고 했는데,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어요.

 

Q)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나눔’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전성실) 사실 사람들은 ‘나눔’을 기부나 봉사로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진짜 나눔일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 거죠.

렛츠(LETS:Local Exchange Trading System)라는 활동이 있어요. 지역화폐 개념을 응용한 프로그램인데, 한쪽 벽에는 나누고 싶은 것을 적고, 다른 쪽 벽에는 나눔 받고 싶은 것을 적는 거예요. 그래서 그 항목에 따라 사람들이 나눔을 실천하는 거죠. 물론 나눔이 일어나면 지역화폐가 전달되는 거고요.

작년 어떤 연수에서 이 프로그램을 하는데 50대 여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자기는 나눌 수 있는 것도, 나눔 받고 싶은 것도 없어서 그냥 앉아 있었대요. 그런데 끊임없이 누군가 와서 무언가를 하고 돈을 가져가거나 넣어주거나 하더래요. 한참 이야기를 하더니 들어준 대가로 돈을 주고 가고, 안마를 해 주고 돈을 가져가고. 결국 자기는 가만있었는데도 돈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거죠.

프로그램이 끝나고 이 선생님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나눔이 되더라.’ 이러시는 거예요. 사실 제가 이 프로그램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우리는 꼭 물질적 보상, 즉 돈을 받아야만 내가 일을 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그냥 존재하고 있기만 해도 ‘나눔’은 가능해요. 여기서 알 수 있는 ‘존재에 대한 나눔’이 첫 단계에요.

그런데요, 존재에 대한 나눔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끊어지면 나눔이 끝나버리거든요. 그래서 ‘나눔’은 결국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더 나아가 내가 나눌 게 없으면 다른 사람을 소개해 주면 되잖아요. 그래서 세 명이 관계를 맺으면 되죠. 결국 나눔이란 서로의 욕구를 소통함으로써 함께 행복해지는 거라는 결론입니다. 그때 나눌 수 있는 건 무한에 가깝죠.

 

Q) 책에서 ‘자아 존중감’을 중요하게 다루고 계시다 느꼈습니다. ‘나눔’의 관점으로 볼 때, 자아 존중감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성실) 일반적인 나눔교육, 인성교육은 ‘주위를 좀 봐. 쟤 어때? 불쌍하지? 그러니까 우리가 도와주자.’ 이런 맥락에서 출발해요. 사실 그런 논리에서는 나눔의 주체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죠. 그런데 무슨 행동이든 주체가 제대로 서 있지 않으면 바르게 일어나기 힘들어요. 나누는 사람이 상황이 좋지 않으면 제대로 나눌 수가 없잖아요. 결국 좋은 의미의 나눔이란 내가 행복해야, 내 자존감이 올라가야 가능해요. 자존감이 있어야 다른 사람이 보이고, 소통하게 되고, 서로 부족한 걸 알게 되고… 단적으로 자존감이 낮으면 다른 사람을 누군가에게 소개하기도 힘들어요. 다른 사람으로 인해 자기가 피해를 볼까 봐, 그 사람 때문에 자기가 인정받기 어려울까 봐 어려워지죠. 책에서도 밝혔듯이 상대방이 원치 않는 걸 나누는 건 폭력일 수 있어요.

 

 

KEY WORD, ‘프레네교육’

 

Q) ‘프레네교육 실천가’로도 자신을 소개하셨는데, 프레네교육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전성실) 간단히 말씀드리면, 학교와 사회를 분리하지 않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배우는 학교와 삶의 터전인 사회가 분리된 건 짧은 시간에 아이를 노동자로 키워야 했던 산업화 시대의 필요성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공교육이 생겨난 거죠. 그렇게 학교와 집도 분리된 거고요.

또, 과학의 발전과도 관련이 있어요. 예전에는 물을 연구하려면 시냇가에 가서 직접 관찰을 했죠. 자연 속에서 물의 흐름을 보고 그 안에서 에너지를 찾아낸다든가 하는 거죠. 그런데 과학이 발달하니까 이제는 물을 떠와서 연구실에서 현미경으로 관찰을 하게 된 거죠. 그런데 연구실로 옮겨오는 순간, 물은 하나의 샘플이 되거든요. 물의 흐름이라든지 동식물이나 나무와 같은 다른 환경과의 자연스러운 조화는 버리고 가져오는 것이기에, 어쩌면 본질을 연구하고자 만들어낸 모형이나 샘플이 정작 대상의 본질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어지고야 마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아이들 중에도 집에서의 모습과 학교에서의 모습이 상반되는 애들을 가끔 볼 수 있어요. 집에서는 활달한 아이가 학교에만 오면 멈춤 상태가 되는 거죠. 그런데 프레네교육에서는 삶과 앎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되는 것을 추구해요.

 

Q) ‘프레네교육’에 바탕을 둔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전성실) 학교와 집, 학교와 사회를 연결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어요. 집에서 있었던 일을 학교에서 친구들과 공유하는 거죠. 글을 써서 발표를 하고, 신문도 만들고요. 그런데 이게 전형적인 학문 중심 교육과정의 잣대로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이에요. 학교에서 교사가 배움의 내용을 빠른 시간 안에 아이에게 가르치는 게 아니니까요.

 

Q) ‘나눔교육’과 ‘프레네교육’은 어떤 관련이 있나요?

 

전성실) 강단에 선 교사가 질서 있게 줄 맞춰 앉은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교육 문화 속에서는 ‘나눔’이 일어날 수가 없어요. 일반적으로 교사는 정해진 배움의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수업의 ‘형식’을 활용합니다. 그런데 저는 수업의 ‘형식’을 주되 ‘내용’은 아이들이 직접 다양하게 만들도록 하는 거죠. 그 과정 속에서 ‘나눔’이 일어나는 거고요.

 

 

‘나눔교육’으로 학급 경영하기

 

Q) ‘나눔을 통한 학급경영’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전성실) 책에도 소개했다시피 다양한 1년 계획표들이 있어요. 그 공통점을 중심으로 말씀드린다면, 월별로 주제를 하나씩 잡아서 활동을 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3월에는 나눔 알기, 4월에는 친구 나눔, 5월에는 가족 나눔… 이런 식으로요.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또 주제별로 자세히 다룰 수도 있지요. 학교마다, 또 선생님마다 얼마든지 다양하게 계획표를 짤 수 있겠지요.

 

Q) 그런데 계획표에 있는 여러 가지 활동들은 수업 시간에 하셨던 건가요? 아니면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활용하신 건가요?

 

전성실) 저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진행했어요. 일반적인 교육과정에서 여기저기 겹치는 내용을 빼고 매주 교안을 다시 짰어요. 원래 다음 주 주안을 담임이 만들어서 내보내게 되어 있어요. 그게 안내장이죠.

 

Q) 가장 호응이 좋고, 효과도 좋았던 활동 세 가지만 꼽는다면 어떤 건가요?

 

전성실) 베개친구라는 활동은 엄마들이 좋아해요. 친구네에서 하룻밤 같이 자는 활동인데요, 친구 집에 방문할 때 갖춰야 할 예의도 배우고, 서로 공간을 나누는 경험도 해보는 거죠. 요즘은 일부러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친구와 함께 잘 기회가 거의 없으니까요. 함께 지내보면, 우리 집과 친구 집의 문화가 이렇게 다르구나 하고 아이들이 직접 느끼는 거죠.

장애인의 날 주로 하는, 서로 밥 먹여주는 활동도 추천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밥을 먹여본 적이 없으니 빨리 먹이고 놀러 가려고 난리가 나죠. 그런데 친구도 나한테 그렇게 마구 먹여 주거든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상대방이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게 도와주게 되는 거죠.

또 책을 읽고 하는 가족 토론도 좋아요. 진지한 토론 형식이라기보다 간단한 그림책 읽고 이야기하는 건데, 이건 시작한 가족은 보통 연말까지 쭉 하시더라고요. 누가 옆에서 보는 것도 아닌데 한번 해 보신 부모님들은 아시는 거죠. 가족끼리의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요.

그 밖에 실수 데이(day)나 나눔 장터도 호응이 뜨겁습니다.

 

Q) 실수 데이라면,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 실수를 해도 용서해 주는 날을 말씀하시는 거죠?

 

전성실) 네. 저는 늘 월요일을 실수 데이로 정했어요. 이게 처음엔 별 효과가 없는 듯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수해도 괜찮으니 한번 해보자’는 아이들이 많아지더군요. 발표하는 아이들이 아주 많아졌죠. 그리고 아이들끼리 서로 용서하는 분위기도 생기고요.

 

Q) 나눔 장터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전성실) 아이들과 회의를 해서 어떤 물건으로 장터를 할 건지 결정하고, 교사인 제가 책상을 분양해요. 책상 하나에 100원씩이에요.(웃음) 당연히 물건을 많이 가져오면 책상을 여러 개 분양 받아야겠죠? 그 이후에 저는 사진 찍고 구경하고 나머지는 아이들이 전부 해결합니다. 포스터, 메뉴판 이런 것도 애들이 알아서 만들어요. 애들이 여럿이 모여 동업하는 경우도 있어요. 사은품 담당, 호객 행위 담당, 판매 담당 이런 식으로 자기네들끼리 나누어 하더라고요.

 

Q) 나눔 장터에 대한 부모님 반응은 어떤가요? 번거로워하시거나 하진 않나요?

 

전성실) 학부모님 반응은 최고죠!(웃음) 물건만 내주면, 나머지는 애들이 신나서 하니까요. 외부 장터에 가족들과 함께 나가는 것도 했었어요. 부모가 알아보고 직접 준비하고 이 모든 걸 알아서 하려면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어려운데, 담임인 제가 제안해서 같이 가니까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저도 제 아이들과 함께 참여했었어요. 그때 함께 했던 부모님들과는 아직도 연락하고 만나요.

 

Q) 그렇게 ‘나눔’을 통한 학급경영을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다른가요?

 

전성실) 아이들에게 ‘우리 반은 나눔 반이야!’ 이런 인식이 생겨요. 예를 들어 나눔 연대기 프로그램을 해요. 그동안 ‘준 나눔’과 ‘받은 나눔’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거죠. 그럼 한 학급이 30명일 때 사연이 60개나 돼요. 이걸 하나하나 발표하다 보면, “우리 반은 나눔이 넘치는 반!” 이러면서 아이들의 어깨가 쓱 올라가요. 하교할 때, 다른 반 아이들에게 자랑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죠. “야, 우리 반 무슨 반인 줄 알아? 우린 나눔반이야!” 이렇게 자부심도 생기는 거죠.

 

Q) 학부모님들의 반응은 전체적으로 어떻던가요?

 

전성실) 학교에서 제가 그렇게 수업을 하고, 학급경영을 한 지 좀 되다 보니, 담임이 저인 걸 아시면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은 뭔가 특별한 걸 한다’, 뭐 이런 기대감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만나면, ‘선생님 이런 거 이런 거 하신다면서요?’ 이러면서 다들 좋아해요.

 

Q) 그렇지만 혹시나 학습 면에서 뒤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분들은 안 계시나요?

 

전성실) 물론, 나눔 장터나 여러 활동을 통해 이미 친해진 학부모님들도 가을쯤 되면 공부를 너무 등한시하는 거 아닌가 염려된다는 분들 계시죠. 사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 3학년이 책을 통해 공부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좀 회의적이거든요. 그런데 학부모들은 시험 봐서 점수가 안 나오면 아무것도 안 배운다고 생각하죠. 그럴 땐 일단 다 들어줍니다. 그리고 제 교육관에 대해 설명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나중에 학년이 바뀌고 나서 한참이 흐른 후에 저한테 전화하셔서 그때 했던 게 우리 애한테 정말 좋았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우리 교육현장에서

‘나눔교육’을 꼭 해야 하는 이유

 

Q)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중고등학교에서의 ‘나눔교육’은 실천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전성실) 관련된 내용의 논문이 있어요. 사람은 어떤 음식이 나쁜 걸 알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안 먹게 돼요. 또 어릴 때 좋다는 걸 알면 나중에 언젠가 하게 돼요. 실제로 미국에서 어릴 때 기부교육을 받은 사람이 성인이 됐을 때 실천할 확률이 20% 는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더불어 제가 요즘은 교육 자체를 바꾸자는 강의도 하고 있지요.

 

Q) 만약 중고생을 대상으로 ‘나눔교육’을 시작한다고 할 때 추천할 만한 프로그램이 있으신가요?

 

전성실) 제일 호응 좋은 게 재능 나눔이에요.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과 함께 청소년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앞에서 말한 렛츠 활동을 응용한 프로그램인데요, DIY라고 해요. Discover In Yourself + Design It Yourself + Do It Yourself 라는 의미죠. 전북 김제 수련원에서 2박 3일 과정이었는데, 마치고서 애들이 헤어진다고 울더라고요. 졸업식에서도 안 우는 아이들이 말이에요. 애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자기 능력을 보여 주고, 인정을 받는 거니까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요리사가 꿈이어서 요리를 배우고 있지만 내성적인 성격이라 아이들과 활발하게는 어울리지 못했던 한 남학생이 있어요. 그 아이가 ‘내가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자기가 알고 있는 괜찮은 탕수육 레시피를 떠올렸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제 시작 된 거죠. 이 레시피가 진짜 괜찮은 레시피인 건 분명한데, ‘이걸 나눌 자신감’이 없는 거예요. 자기 입맛에는 괜찮은 탕수육인데 다른 아이들이 ‘에이, 별 거 아니네.’라고 여길 수도 있다는 두려움, 사람 입맛이 서로 다 다르니까 아예 입맛에 안 맞는다고 혹평을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아이들이 이걸 과연 좋아할까…하는 불확실성. 이런 것들을 넘어서야 했던 거예요. 그런데 실제로는 어땠는 줄 아세요? 이 아이에게 여자애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엄청나게 호응을 해 준 거죠. 박수도 치고, 진짜 맛있다고 호들갑도 떨고, 진짜 요리사 같다고도 해 주고 말이죠. 이런 식의 경험은 이 아이에게 신세계 같은 것이었어요. 이런 경험이 하루 내내 여러 번 반복됐을 때 남학생은 어땠을까요? 아이들의 경우 이런 경험이 인생 전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Q) 말씀 들어보니, 교사 직무연수나 초중고 학생들 대상 프로그램에서 대개 굉장히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전성실) 그만큼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 아닐까요? 복지관에서도 했었는데, 애들이 너무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담당자한테 물어보니 학교에서 이런 걸 해 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이런 교육을 용납하지 못하는 교사들이 있는 게 현실이고요. 교육 현장에서 아이를 ‘주체’로 보지 않고, 교육의 ‘대상’으로 보니까 생기는 문제지요. 교사가 감독의 역할을 하면 애들은 배우가 됩니다. 그런데 학생이 감독이 되면 교사는 스텝의 역할을 하게 돼요. 이 차이는 엄청난 거예요.

 

Q) 아직 성장 중인 아이들이 온전히 ‘주체’적으로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아직 그럴 자격을 충분히 갖추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전성실) (웃음) 주체가 될 ‘자격’을 갖춘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에요. 누군가를 대상으로 보느냐, 주체로 보느냐는 이런 차이예요.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들끼리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를 하게 하려고 프로젝트를 한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때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보면 결국 할 수 있는 일이 인사하자는 포스터를 붙이고 잘하면 상 주는 게 전부잖아요? 반면 입주민을 ‘주체’로 보면 이 프로젝트는 질적으로 달라져요. 엘리베이터를 입주민들이 인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주는 일이 되니까요. 예를 들어 입주민 자녀 누구누구가 이번에 대학 시험을 보는데, 격려해 달라는 문구를 남기는 거죠. 그럼,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되지 않겠어요? 결국 4%에서 25%로 인사하는 비율이 늘었대요.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학생이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교사가 무언가를 줘야 된다고 생각하죠.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우리 어릴 때는 학교에서 노래를 배웠죠? 그런데 제 막내딸이 지금 여섯 살인데, 벌써 200여 곡의 노래를 알아요. 누가 가르친 게 아닌데 말이에요.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으로 못 배우는 게 없잖아요. 그런데 여전히 어른들은 아이들을 노래를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 거죠.

 

Q) 그럼 아직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보는 교사분들께는 어떤 말로 설득을 하시나요?

 

전성실) 왜 가르치느냐, 왜 공부하느냐, 왜 사느냐. 이런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봐요. 예전에는 먹고사는 거, 돈 벌고 성공하는 거 이런 게 중요했어요. 그런데 이건 55세에 정규직 퇴직하고 몇 년 더 살고 죽던 시대에 통하던 가치죠. 이제는 사람들이 100살까지 사는 시대예요. 자식 키우는 걸 보험이라고 생각했던 옛날 세대 어르신들이 요즘은 이렇게 말해요. 내 건강, 내가 할 일, 그리고 내가 베풀고 사는 거 그게 최고라고. 퇴직하고 45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그 긴 시간을 자식에게 짐이 될 수 없잖아요. 또 그걸 어려워하는 자식들에게 배신감도 많이 느끼셨을 테죠.

그렇다면 좋은 대학 가서 대기업 가서 돈을 많이 버는 게 인생의 목표라고 말하던 교육도 바뀌어야 해요. 삶을 사는 여러 가지 방식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해요.

예전에는 ‘지식’이라는 게 참 중요했죠. 그런데 요즘 세상은 변했어요. 지식을 외워 활용하는 게 전부가 아니죠. 유투브, 위키피디아처럼 플랫폼만 제시하고 콘텐츠를 직접 창조하지 않아도 기획력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어요. 그런데 현재의 교육 현장에서는 아직도 산업화 시대의 노동자를 키우는 교육을 반복하고 있어요.

이런 이야기를 강의에서 풀어가다 보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고개를 끄덕이시고 생각을 바꾸십니다.

 

Q) 그렇지만 아무래도 선생님의 수업이나 학급경영 방식이 일반적이지는 않은데, 학교 측의 반대나 압력 같은 건 없으셨나요?

 

전성실) 제가 학교에서 교무부장 위치에 있다 보니 그런 건 없었어요. 교장, 교감 선생님들도 크게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셨고요. 오히려 저는 학교 측보다는 함께 진행해야 할 다른 반 교사들을 설득하는 게 더 부담이 됐죠. 학년이 같으면, 수업이나 경영 방식이 같아야 하는데 다른 반 담임교사에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수업하자고 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죠. 그리고 이게 저학년은 되는데 고학년은 어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함께 했던 동료들이 1년 함께해 보고 다들 만족했어요.

 

Q) 개인적으로 수업이나 학급경영을 새롭게 구성해 보고자 하는 교사들이 많이 계신 걸로 아는데, 학교 측과 마찰이 있는 경우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요?

 

전성실) 저는 교장, 교감 선생님들과 긴 시간을 들여서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끈질기게 말했어요. 쉽게 말해 교사의 권리라든지 뭐 이런 걸 들어 학교 측과 정면으로 싸운다기보다 인간적으로 접근해서 끊임없이 들이댔다고 할까요?(웃음) 해 주실 때까지 말했으니까요.

그리고 또 연대가 한 방법이라 봐요. 학교 안에서든 밖에서든 모임을 만들어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거죠. 스페인 협동조합의 성공 사례를 보면, 한 신부님이 스터디 모임을 2,000여 개를 했대요. 그만큼 많은 조직이 있었던 거예요. 그래야 지역이 바뀌고 나라가 바뀌는 거겠죠. 그래서 저도 복지관이나 여기저기에서 어머니들 모임을 만들고 함께 활동하도록 하고 있어요.

 

 

학교 안팎이 함께 호흡해야

완전해지는 ‘나눔교육’

 

Q) 학교를 벗어나 지역사회로 나가셨는데요, ‘나눔교육’을 전체 학교 단위에서 실천하고 그런 학교모형을 다른 학교들에 전파하는 방향의 활동에는 마음이 없으셨나요?

 

전성실) 실제 제가 근무했던 학교들에서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나눔교육을 경험했지요. 아까 말씀드린대로 교무부장으로 학교단위의 나눔교육은 어느 정도 진행해 본 셈이에요. 나눔교육 학교모델을 다른 학교들로 전파하는 일도 물론 의미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것보다 나눔교육의 경계가 학교 담장에 갇혀 있는 것을 해결해 보고 싶었던 거지요. 학교의 문을 활짝 열고, 지역 공동체와 소통하고, 아이들이 동네에서 생활하면서 삶에서 자연스럽게 나눔을 실행할 수 있어야 이 나눔교육이 완전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 교육 프로그램 차원의 나눔교육은 ‘나눔교육 교사양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지금도 간접적으로는 소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 자신은 지역사회 단위의 나눔과 나눔교육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그래서 많은 단체들과 함께 이것저것 의미 있는 일을 벌여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Q) 그럼 현재는 어떤 활동들을 주로 하고 계시나요?

 

전성실) 교사일 때보다 지금 훨씬 더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있어요. 전에는 ‘나눔교육’ 자체를 알리러 다녔다면, 지금은 ‘나눔교육’을 통해 지역 사회를 변화시키는 게 목표가 됐죠. 아이공유(I·共·U) 교육센터에서 인문학과 나눔교육의 접점에 대한 ‘나눔인문학’ 강의도 하고, 강사 양성 과정에서 강의를 하기도 해요. 청소년 휴카페에서 하는 지역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고요.

그리고 활동을 하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아름다운 나눔수업』 책을 낼 때와 생각이 변하거나 발전한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다음 책도 준비하고 있어요.

 

Q) 프레네교육 실천가로서, 또 나눔교육 디자이너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전성실) 올해 월드컵도 있고, 아시안 게임도 있고…(웃음) 사실은 저한테는 이제 곧 농한기에요. 그래서 좀 쉬어 볼까 해요. 물론 여름엔 강사 양성 과정을 좀 할 거 같고요.

좀 길게 보자면, 저는 오로지 ‘나눔교육’에 집중하려고 해요. 나중에 나눔교육만 특화해서 학교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입학부터 졸업까지 나눔반 학생으로 사는 거 어때요? 그런 꿈을 꾸는데, 그런 것들을 좀 더 깊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기적의 사과』라는 책에 보면, ‘자연 농법’이라는 게 나와요. 원래 사과를 키울 때 농약이 꼭 필요하대요. 그런데 한 농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연 농법’으로 사과를 키우는데 자꾸 실패하죠. 농부는 9년이나 지나서야 그동안 실패한 이유를 깨달아요. 사과는 사과나무가 키우는 건데, 인간인 농부가 자꾸 뭔가를 한 거죠. 아이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땅 갈아 주고 물만 주면 되는데, 우리가 그 이상의 것들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사실, ‘나눔교육’이라고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면 심심하니까 얼마나 많은 일들을 아이들이 스스로 하겠어요?(웃음)

 

Q) 마지막으로 교사들에게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가요?

 

전성실) 교사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삶의 목적, 가치관을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그 모든 게 ‘돈’으로 환산되죠. 사람을 때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뭐죠? 그 사람이 아프니까, 그건 나쁜 짓이니까 하지 말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내가 ‘돈’으로 물어줘야 하니까 때리면 안 된다는 논리가 통하는 시대예요. 이건 거꾸로 물어주지 않아도 된다면 때려도 된다는 얘기거든요.

12년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는 이유요? 학문, 자아 성취 그런 것과는 별 상관없어요. 오로지 취업이 잘 되느냐에만 관심이 있죠. 또, 취업을 잘했다는 건 돈을 많이 번다는 것만을 의미하게 되었죠.

우리는 학교에서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해요. 그래서 애들은 시키는 대로 하는 척을 하죠. 그런데 사회에 나오면 누구도 그렇게 살고 있지 않아요. 이런 사회에서 행복하려면 돈이 필요하고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교육이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16년을 학교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시다 범위를 넓혀 지역 사회를 ‘나눔’ 사회로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 전성실 선생님과의 만남은 ‘나눔교육’의 방법만 알려준 게 아니라 ‘나눔’에 대한 제 생각까지도 통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사람의 존재 자체가 나눔이라는 말씀이, 서로의 욕구를 소통하면서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 나눔이라는 말씀이 이후로도 오랫동안 제 마음에 남아 힘이 되고 있듯이,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께도 이 행복한 소통의 메시지가 삶의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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