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소담 No.3] ‘교사로 산다는 것’ 아버지와 딸, 김활현 & 김정아 선생님과의 만남

Interviewer. 김명진
소담소담 독자 여러분, 지난해 잘 정리하시고 새 마음으로 2014년 지내고 계신지요? 소담소담 스물아홉 번째 만남을 계획하고 진행하다 보니 어느새 201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3년은 언제나 그랬듯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사회의 갈등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는 분명한 반증이 아닐까요? 우리 아이들의 교실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학교, 지역 사회 등 여러 갈등의 축이 교육문제로 날마다 부딪히는 것은, 조금 더 나은 교육 현장을 만들어 가기 위해 서로 화해하는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2014년 첫 만남의 주인공은 교육 현장의 든든한 기둥인 우리 ‘선생님들’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김활현, 김정아 선생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김정아 선생님은 13년차 중견 교사로 광주광역시 풍암초등학교에 근무하고 계십니다. 올해 5학년, 3학년이 되는 두 아이들의 엄마이기도 하지요. 김활현 선생님은 40여 년간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교직에 몸담으셨고 몇 해 전 퇴직하셔서, 현재는 등산과 여행으로 활기찬 노후를 보내고 계십니다. 그리고, 김활현 선생님은 김정아 선생님을 낳고 기르신, 아버지이십니다.
선생님으로 수십 년을 살아오신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뒤를 따라 교사의 길을 가고 있는 딸이 나누는 우리교육, 우리학교 이야기, 들을 준비 되셨나요?
교사를 교사로 살게 하는 건,
매일 아침 재잘거리는 우리 아이들
Q) 김정아 선생님께서는 특별히 교사가 되신 어떤 계기가 있나요?
김정아) 아버지가 전라남도에서 교사 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 전라남도 구석구석을 누비며 자랐죠. 그래서 주변에서 보는 ‘직업’이 농부, 어부, 아니면 선생님밖에 없었죠. (웃음) 그래서였을까요? 당연히 나도 커서 아빠처럼 선생님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그럼 아버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겠네요?
김정아) 그렇죠. 아버지는 집에서는 존댓말도 쓰지 않고 친구처럼 대해 주셨어요. 학교에선 어른께 존댓말을 쓰라고 가르치고 배우지만요. (웃음) 방학 숙제로 탐구생활이라는 걸 할 때면 같이 실험도 해 주실 만큼 자상한 분이셨거든요. 그런데 그것과는 또 다르게 학교에서 보는, 선생님으로서의 아빠는 늘 자랑스러웠어요. 어렸을 땐 제가 수학을 좋아해서 ‘수학 선생님’을 꿈꿨죠. 결국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됐지만요.
Q) 이제 13년차라고 하셨는데, ‘교사가 되길 참 잘했다’라고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김정아) 매일 아침이요. (웃음) 아침에 등교해서 자리에 앉기까지 쉬지 않고 조잘조잘 떠드는, 그렇게 늘 명랑하고 활기 넘치는 아이들을 보면 “선생님이 되길 참 잘했다” 그래요. 아이들은 그 전날 어떤 말썽을 피웠든지 싹 다 잊고, 다음 날이 되면 또 순한 양들이 되어 해맑게 “안녕하세요?”라고 반겨 주거든요. 물론 그 다음 순간에 또 어떻게 제 속을 뒤집어 놓을지 모르지만요. (웃음)
Q) 초등학교 교사라서 더 그렇겠네요. 초등학교 선생님이어서 더 좋은 점도 있을까요?
김정아) 제가 여러 과목을 골고루 모두 좋아하는 편이라 국어, 수학 공부하고, 음악 시간엔 노래 부르고, 악기 연주하고, 체육 시간엔 아이들과 함께 뛰고… 이런 것들이 즐겁다고 할 수 있겠네요.
또 초등학생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의 마음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거예요. 어른과는 다른, 어린이들만의 세계에 대한 이해랄까요? 그런데 사실 교사로서 느끼는 만족감은 학생들 때문이라기보다 제가 하는 일 자체가 즐거워서 그런 것 같아요.
Q) 물론 교사로서 학생들을 대하면서 안타까울 때도 많으시죠?
김정아) 교사인 제가 해결해 주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 늘 안타깝죠. 주로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부모들의 상황 때문에 마음 한 구석에 상처가 있는 학생들이요.
전남 보성에 있을 때, 집에 불이 나서 당장 살 곳을 잃고 여섯 가족이 비닐하우스에서 지내던 학생들이 있었어요. 그때 그 아이들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학교에 나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어요. 물론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지도하신 거겠지만요.
또,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할 시기에 엄마, 아빠의 문제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을 볼 때도 안타까워요. 학기 초만 되면, 교과서에 가족 소개하는 활동이 왜 그렇게 많은지……. 물론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나 이런 식으로 해맑게 가족을 소개하지만, 그 웃음 속에 내비치는 아이들의 허전함이 보여서 마음이 아프죠. 아무리 제가 이것저것 신경을 써 준다 해도, 아이들 마음속에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 테니까요.
Q) 그렇게 특별히 신경 쓰시는 아이들, 그러니까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이거나 한부모 가정이라거나,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많은가요? 또 그런 경우 어떤 점에 신경을 쓰고 계시나요?
김정아) 한 학급이 25명이라고 할 때 한 부모 가정은 4~5명, 다문화 가정은 1~2명 정도? 하지만 겉에서 볼 때 이 학생들이 크게 도드라져 보이진 않아요. 학교에서 이런 아이들을 위해 우유 급식이나 방과 후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고요. 또 신청자에 한해 pc 지원, 통신비 지원도 하죠. 그런데 학부모와 상담을 해 보면 이렇게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다른 아이들이 모르게 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하세요.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이 사실을 모르게 하려고 어떻게든 신경을 쓰고 있어요.
한번은 엄마가 일본인인 학생을 맡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어머니께서 본인이 직접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한국식 교육에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하시고 아주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냈다고 해요. 그 영향인지 그 학생은 선택적 함묵증을 앓고 있었죠. 가족에게만 얘기하고, 학교에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 거죠. 이런 식으로 가정의 다양한 문제들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쳐요. 그런 경우, 반 친구들과 큰 마찰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아무래도 주의 깊게 살피게 되죠. 상황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직접 개입하기도 하고요.
교실문제 & 교권문제의 실사
Q) 사회적으로 왕따나 학교 폭력 등이 큰 문제가 된다고들 하는데 초등학교 교실에서 직접 느끼시기에 어떤가요?
김정아) 저학년 학생들은 가끔 피해자로 관련이 있긴 하지만 사실 그런 문제와는 거리가 멀고요, 5~6학년이 되어 사춘기에 접어들면 점점 그런 문제들이 나타나요.
따돌림의 경우, 어릴 때부터 대인 관계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친구의 말에 어떻게 맞장구를 쳐야 하는지, 상황에 따라 자기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말하자면 사람들과 함께 사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이 표적이 되는 거죠. 5~6학년, 사춘기가 되면서 일부 아이들이 만만하고 엉뚱하게 생각되는 그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 그게 누적되면서 상황이 악화되고요. 그런 경우, 어렸을 때 부모와 함께 치료가 필요하다고 봐요.
학교 폭력은 좀 다른 방식인데, 학교 폭력의 가해 학생을 보면 마음속은 거의 중학생이에요. 친구들한테 1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빼앗은 학생이 결국 전학 조치된 사건이 있었어요. 빼앗은 돈은 유흥비와 옷값으로 썼다고 해요.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그런 걸 보면, 어른들의 세계와 별 다른 바는 없어 보여요. 그저 규모가 작을 뿐이죠.
Q) 그런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보통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게 되나요?
김정아)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서 사과 후 학교 봉사, 사회 봉사 등을 하도록 하죠. 피해자가 원하면 전학 조치도 하고요. 그런데 사실 학교 폭력 사건에서 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느끼는 문제는 가해 학생과 그 부모의 도덕성이랄까요? 피해 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이 피해 학생에게 있다는 식으로 핑계를 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식으로 본인들의 피해의식을 훨씬 강조하거든요. 그런 걸 볼 때마다 어릴 때부터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아이들의 도덕성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돼요.
Q) 요즘은 학생과 교사의 몸싸움이나 학부모와 교사의 몸싸움 등이 연일 신문에 날 만큼 교권 실추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혹시 초등학교에서도 실감하시나요?
김정아) 교사 경력 13년차이지만 아직까지 그런 몸싸움은 본 적 없어요. 근처 학교에서 들은 적도 없고요. 다만 교사에게 폭언을 퍼붓는 학부모가 있긴 해요. 특히 학부모보다 교사가 어릴 경우 ‘급식 지도는 이렇게 해라.’, ‘교사가 되어서 일 처리를 왜 이렇게 하느냐?’ 등등,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가르치려고 하는 경우도 있죠.
Q) 아무래도 초등학교다 보니까 학생들과의 직접적인 마찰보다는 학부모와의 관계에 어려움이 있으신 거군요. 그럼 아버님은 어떠신가요? 더 오랜 기간 교직에 계셨으니까, 교사의 권위 실추에 대해 현장에서 느끼신 바가 있으실 거 같은데요?
김활현)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교사나 학교장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폭언을 하는 경우가요. 중증 비만인 학생이 학급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아이도 좀 위축되어 있고 그랬나 봐요. 그래서 담임교사가 고민 끝에 학예 발표회에 그 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적이 있었죠. 학생들의 가정환경이나 이런 문제들은 다른 학생들이 모르도록 조심하면 되지만, 중증 비만은 눈에 딱 보이는 문제라 사실 해당 아이에게도 상처가 되고 해결이 쉽지 않지요. 그래서 담임이 묘책을 낸 거예요. 발표 주제를 “날지 못한 백조”라고 짓고, 그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 운동도 하고 식습관도 바로잡아 결국은 훨훨 날아가게 되는 이야기로 꾸민 거죠. 발표 준비를 하면서 학급 아이들도 주인공인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외모 때문에 늘 주눅 들어 있었던 해당 아이도 다른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게 된 거죠. 발표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학예회에 온 학부모들이나 이를 본 학생들도 극찬을 했어요. 교장인 제가 봐도 정말 감동적이고 극도 훌륭했어요.
문제는 다음 날 그 아이의 학부모가 교무실에서 그 교사의 자질이 없다고 폭언을 퍼붓고, 교장실까지 쫓아 와서 그 선생을 당장 다른 학교로 전근 보내라는 거예요. 어떻게 다른 학부모들 앞에서 자기 아들을 그렇게 창피 줄 수 있느냐는 거죠. 노발대발 막말을 쏟아내더군요. 차분히 설득해 보려고 애썼지만 그렇게 화가 나 있는 사람에게 말이 어디 통하나요?
Q) 그렇게 학부모와 갈등이 커진 경우 그럼 결국 어떻게 해결을 하게 되나요?
김활현) 몇 차례 만나서 담임교사가 학예회를 그런 내용으로 준비하게 된 이유도 설명해 주고 해도 설득이 안 되어서 결국은 학교운영위원회를 소집하고 여러 절차를 거친 끝에 그 학부모도 앞뒤 상황을 이해하고 마무리가 되었죠.
그런데 문제는 그런 사건이 있을 때 해결이 잘 되었다고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거예요. 학급 내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고 애 썼던 그 교사가 앞으로도 이전처럼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적극적으로 덤벼들 수 있을까요? 차라리 큰 고민 없이 학급에서 소위 잘 나가는 아이를 주인공 시켜서 특별할 것 없는 내용으로 학예회를 준비했다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 교사만 그렇겠어요? 주변에서 이 사건을 보는 모든 교사들이 그렇게 움츠러들게 되죠.
Q)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고 그게 끝이 아니라는 말씀 정말 와 닿네요.
그런데 그 사건에서 보듯이 담임교사가 교육적 의도를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학부모가 전체의 그림을 보지 못하여 오해하게 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겠네요?
김활현) 그렇죠. 아무래도 학부모는 자기 아이가 제일 먼저니까요. 게다가 초등학교 아이들의 경우는 어른이 다그치면, 그쪽에 유리하도록 이야기를 바꿔서 전달하려는 경향도 크거든요. 또 한 번은 어떤 학부모가 교장실에 들어오자마자 담임을 바꾸어 달라고 무작정 떼를 쓰면서 학교운영위원인 자기가 학교에 왔는데 담임교사가 인사도 제대로 안 한다고 화를 내요. 교실에서 수업 중인 교사가 학생들을 버려두고 학부모에게 인사하러 나오면 되겠습니까? 그래서 여차저차 들어보니, 담임교사가 자기 아이에게 파손된 의자를 창고에 가지고 가서 바꾸어 오라고 시켜서 화가 났다는 거예요. 어떻게 그런 일을 학생에게 시키느냐는 거죠.
Q) 그럼 담임교사가 무슨 다른 뜻이라도 있으셨던 건가요?
김활현) 담임교사를 불러 앞뒤 상황을 들어보니, 그 달의 생활 지도 중점 내용이 ‘자립심 키우기’였다고 해요. 그래서 교실에서 생활하다가 어떤 어려움이 생기면 스스로 해결해 보자, 집에서도 부모님들 도움 없이 자기 일은 자기가 해 보자 이런 내용을 가르치던 중이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내용을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학교에서 고장 난 의자를 바꾸러 창고에 갔다’라는 아이의 말만 듣고 학부모가 그렇게 역정을 낸 거죠.
딸의 고민에, 아버지가 답하다
– 교사로 살기, 이런 점이 어렵다
Q) 교사로 살기 어려운 점을 세 가지만 꼽는다면 어떤 건가요? 두 분의 의견을 함께 듣고 싶네요.
김정아) 이야기 들어서 아시겠지만 수요자 중심 교육, 다시 말해 학부모의 요구를 어느 선까지 받아들이는 게 좋을까 늘 고민이 많아요. 똑같이 숙제를 내 주어도 어떤 부모는 많다, 어떤 부모는 적다, 일기 검사를 왜 안 하느냐, 공부할 것도 많은데 일기는 왜 쓰라고 하느냐?, 시험이 너무 많다, 시험을 왜 안 보느냐?, 체험 학습에는 급식을 왜 안 주느냐? 등등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쳐 달라고 하는 민원 전화가 오거든요. 무시할 수도 없고, 전부 들어줄 수도 없는 요구 사항들이죠. 어떤 점에서는 그런 전화 한 통에 1년 교사의 사기가 떨어진다고도 볼 수 있어요.
김활현)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 참 당연한 말이죠? 하지만 이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만 요사이 교육 현장에서는 ‘적당히’가 너무 지나칠 만큼 많은 것 같아요. 선생도 학생도 학부모도 서로들 믿음은 없고, 비난만 넘쳐나죠. 게다가 학생들은 “안 하면 어쩔 건데?” 이런 생각을 거리낌 없이 내뱉어요.
이렇게 되물어 볼까요? 생활 지도, 숙제 검사, 학습 지도 등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걸까요? 사실 모두를 만족시킬 정답은 없어요. 하지만 교육은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되지요. 또 시대 탓, 사회 탓만 하고 있어서도 안 되고요. 결국 교사가 모든 부문에서 ‘나는 교사다’라는 사명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앞만 보고 가라고 하고 싶네요.
Q)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정말 중요한 것 같네요. 김정아 선생님께도 아버님의 조언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두 번째 교사로 살기 어려운 점도 들어 볼까요?
김정아) 막무가내인 학생들, 특히 5, 6학년의 경우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다루기 힘들어요. 특히 그런 아이들은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서 원하는 것은 다 가지고,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컸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려고 하거든요. 그렇게 무서울 게 없는 아이들이 한두 명만 있어도 반 전체의 질서가 무너져요.
Q) 앞서 아버님께서 말씀하신 ‘안 하면 어쩔 건데?’ 이런 경우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학생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숙제를 안 해 온다거나 이런 경우인가요?
김정아) 그런 건 귀엽죠. (웃음) 심한 경우 수업 중에도 마음대로 돌아다니려 하고, 교실 바닥에 드러눕기도 하죠. 또 선생님이 잠깐 없는 사이 교수용 컴퓨터로 채팅하려고 들고요. 그런 학생이 있으면 교사는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가기도 어려워요. 교실을 비우면 사고가 터지고 통제가 안 되니까요.
김활현) 그렇게 막무가내인 학생들의 생활 지도는 사랑과 열정밖에는 방법이 없어요. 이렇게 말하면 잘난 척 같지만 (웃음) 저는 교사 시절 가정 방문을 학기 초, 여름 방학, 겨울 방학 이렇게 세 번씩 다녔어요. 학생들 개개인에 맞게 생활 지도, 학습 지도를 하려면 생활환경, 가족 구성원, 통학 거리, 학습 조력자, 집에서의 문제점 등을 내 집 일처럼 알 필요가 있으니까요. 물론 그때만 해도 선생님을 깍듯이 대우하던 시절이라 그랬겠지만, 학부모들의 호응도 높았고 문제를 일으키는 학부모나 학생도 없었어요. 지금도 그렇게 믿어요. ‘내가 좋아하면 남도 좋아한다.’라는 말을요. 결국 애정과 믿음을 갖고 대화하다 보면,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해요.
김정아) 그동안 제가 과연 아버지 말씀처럼 사랑과 열정으로 아이들과 또 학부모들과 대화하려고 했는지 돌아보게 되네요. ‘내가 좋아하면, 남도 좋아한다.’ 저도 되새겨야겠어요.
Q) 그럼 세 번째, 교사로서 어려운 점을 꼽는다면 어떤 건가요?
김정아) 나이 들수록 서럽다? (웃음) 씁쓸하지만, 요즘 학부모들, 예쁘고 젊은 선생님을 선호하거든요. 그래서 경력이 많은 훌륭한 선생님들의 마음의 상처가 커요. 저는 매년 제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은 연륜이 많고 인자한 분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거든요. 학급 경영과 학습 지도의 노하우, 여유 있는 학교생활 등 모든 면에 경력만큼 믿을 만한 근거는 없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나이가 많은 선생님들이 천대받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김활현) 앞에서도 몇 번 말했지만 학부모들의 요구 중에 가장 무리한 부탁이 자기 아이 담임과 관련된 거예요. 한 학교에서 담임교사를 맡을 사람은 이미 결정돼 있잖아요? 물론, 부모들이 젊은 교사들을 선호하는 이유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 요즘 젊은 교사들, 교육에서의 열의나 전문성 측면에서 대단하니까요. 그런데 그들 못지않게 묵묵히 2~30년 갈고 닦은 노하우로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들도 경력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랄까 이런 부분에서 젊은 교사들이 못 따라오는 점이 많아요. 그런데 승진에서도 밀리고 나이 들어 퇴직할 때도 고생했다는 인사는커녕 무능력자로 평가받기도 하죠.
Q) 연륜이 주는 지혜를 학부모님들이 좀 더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시군요. 혹시 아버님께서 그 문제와 관련해 학부모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김활현) 우리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전문가인 의사의 처방을 따르죠. 쓰던 휴대폰도 고장이 나면 전문가인 기술자에게 맡겨 고치지요. 아이들의 교육도 마찬가지예요. 학부모들이 귀한 자녀들을 학교에 맡길 때, 그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가 교육 전문가들임을 믿었으면 해요. 그러지 않고 사사건건 시시콜콜하게 간섭하고, 문제가 생길 때만 책임을 전가하면, 누가 열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 할까요? 제도나 정책이 보완한다고 해도 결국 교육은 사람의 일이라 교사의 사명감이나 자신감이 땅에 떨어지면, 교육의 질도 떨어질 대로 떨어지게 돼요.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항상 격 없는 대화와 신뢰가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지요.
학부모가 된 교사,
‘교사’와 ‘학부모’를 다시 생각하다
Q) 김정아 선생님은 초등학교 다니는 자녀가 두 명 있다고 하셨는데요, 교사로서 아이들을 처음 학교 보낼 때 어떠셨어요?
김정아) 다른 엄마들하고 똑같죠! 그때는 교사라기보다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의 입장이 되더라고요. 우리 애가 학교에 잘 갈 수는 있을까? 선생님 말씀은 잘 들을까? 바른 자세로 공부는 할까? 친구들과는 잘 지낼까? 공부는 어렵지 않게 따라갈까? 등등 걱정으로 가득했죠. 오히려 다른 엄마들보다 더 많은 부담과 걱정을 안고 있었어요. 학교에서 워낙 다양한 학생들을 직접 보니까요.
더구나 저는 첫 아이가 제가 근무하던 학교에 입학했어요. 얼마 전까지 날마다 얼굴을 마주했던 동료 교사가 딸아이의 담임이라니. 친한 동료가 어느 날 갑자기 모르는, 새로운 ‘선생님’으로 다가오는 이상한 기분이랄까요? 처음 만나는 선생님보다 훨씬 더 부담이 됐어요. 교무실에서라도 서로 얼굴 마주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뭇거려지기까지 했죠.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Q) 둘째 아이는 어떠셨어요? 좀 안정이 되셨나요?
김정아) 사실,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이 저도 첫아이에게는 큰 기대를 갖고 있었죠. 그동안 봐 왔던 학생들 중 가장 훌륭했던 학생을 기준으로 삼아서? 그러다 점점 아이의 특성을 알고, 모든 사람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또 둘째 아이는 한번 해 봤다고 확실히 달랐어요. 긴장도 덜하고, 첫째에게 했던 허황된 기대 같은 게 없어진 거죠. 아이가 학교에서 즐겁게 생활하고 오는 것에 만족하고 있어요. 점차 안정기에 들어서는 느낌? 늘 처음이 어려운 법인가 봐요.
Q) 교사 입장에서 볼 때 좋은 교사와, 부모 입장에서 볼 때 좋은 교사는 어떻게 다른가요?
김정아) 교사의 입장에서는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해서 수업을 잘하고, 아이들과 소통이 잘 되는 게 좋은 것 같은데 사실 엄마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와 관련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네요. (웃음) 우리 아이에게 친절하고, 우리 아이가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선생님, 우리 아이의 장점을 칭찬해 줄 뿐 아니라 단점까지도 긍정적으로 이해해 주는 선생님? 참 이기적이죠? (웃음) 지나친 요구인 줄은 알지만 엄마 마음은 다 똑같은가 봐요. 그러니 학부모들이 교사들에게 그렇게 줄기차게 요구하시는 게 아닐까요?
Q) 그럼 자녀들을 직접 학교에 보내시고 나서 교사로서 어떤 심경의 변화랄까 이런 게 있으셨던 거네요?
김정아) 그렇죠. 엄마가 된 후에 제 교직관에도 큰 변화가 생겼어요.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을 제각기 따로 인정하게 된 거죠. 전에는 제가 만들어 놓은 일정한 테두리 안에 아이들을 억지로 분류해서 넣고, 정해진 기준대로 아이들을 끌고 가려고 했다면, 지금은 아이들이 가진 특성을 파악해서 최대한 살려 주고 단점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해요.
Q) 그렇다면 교사 입장에서, 어떤 부모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정아) 교사들은 사실 제 배 아파 낳은 자식들보다 맡은 반 학생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요. 그 동안 학급을 운영하면서 줄기차게 더 좋은 교수 방법을 연구하고, 학생들의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죠. 선생님마다 그 방법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요. 그러니 학부모라면 교사를 먼저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로서 학급 경영 방법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거나 본인의 육아 방식과 다른 점이 있더라도 학교생활만큼은 교사에게 믿고 맡기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사실, 자녀에게도 부모의 믿음이 정말 중요해요. 부모의 믿음과 지지 아래서 자란 아이들은 성격이 밝고,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일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면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늘 못 미더워하면서 채근하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새로운 걸 두려워하고 그 결과에 집착하느라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하지를 못하거든요. 새로운 것을 배우고, 문제 해결을 위해 이것저것 활동하는 학교가 그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 자체인 거죠.
Q) 따님이 교사에 대한, 자녀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더 오랜 세월 학교에서 학생들과 또 학부모들과 부딪혀 오신 아버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김활현) 저는 제 생각 대신 후배교사들에게, 또 학부모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물』이라는 책에 실린 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네요.
한 어머니가 처음으로 유치원 학부모 회의에 갔더니 교사가 그러더래요.
“아드님이 자리에 앉아 3분도 견디질 못해요. 아무래도 다동증(多動症)인 것 같으니 병원에 가 보세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어머니에게 선생님이 뭐라고 했는지 묻자,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선생님께서 우리 아들을 칭찬하시더구나. 1분도 자리에 앉아 있질 못하던 애가 지금은 3분 동안이나 견딘다고 말이야. 다른 애 엄마들도 모두 부러워하더구나. 반 아이들 가운데 우리 아들이 제일 얌전하다고.”
그날 저녁, 평소와 다르게 아들은 어머니가 일일이 먹여 주지 않아도 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대요.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학부모 회의에서 선생님은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죠.
“이번 수학 시험에서 아드님은 전체 학생 50명 가운데 겨우 40등을 했습니다. 혹시 아드님의 지능지수가 낮은 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와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선생님이 우리 아들을 무척 기특해하더구나. 워낙 머리가 좋아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네 옆 단짝 정도는 이길 수 있겠다고. 그 아인 이번에 겨우 21등을 했다면서?”
그 말을 들은 아들은 놀랄 만큼 침착하고 어른스러워졌대요.
중학교에 들어간 아들의 담임선생님은 어머니에게 지금 성적으로는 고등학교 입학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아들에게 선생님이 너한테 아주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시며,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고 전했죠.
그 이듬해 아들은 고등학교에 무사히 진학했고, 3년이 흘러 아들이 어머니에게 서류 봉투 하나를 주더래요. 명문 대학 이니셜이 붙은. 그러고는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엉엉 소리 내어 울더래요.
어머니가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이유를 묻자 아들이 그러더랍니다.
“엄마, 난 내가 머리 나쁜 애라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엄마는 지금까지 늘 나를 믿어 주셨잖아요.”
이 말에 어머니는 지난 10여 년간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눈물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아이와 함께 엉엉 울었답니다.
교사가 생각하는 ‘좋은 교사’
Q) 끝으로, ‘좋은 교사’란 어떤 교사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버님과 김정아 선생님 의견을 모두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정아) 교사로서의 삶을 즐겁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교사가 정말 좋은 교사 아닐까요? 말을 너무 돌려서 했나요? (웃음) 좋은 교사란, 아이들이 제각기 가진 능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잘 이끌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러려면 가장 먼저 교사 자신이 즐겁고 행복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주위를 충분히 살필 수 있는 여유도 있어야 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기도 힘들고 또 아이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힘들죠. 자칫하면 감정적으로 대하기 쉽고요. 이렇게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사실 행복한 사람 옆에 있으면 같이 행복해지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죠. 교사로서 행복한 교사가 학생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을까요?
김활현) 저는 이제 퇴직을 한 입장이다 보니, 좋은 교사란 사명감을 갖고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교사, 퇴직하면서 나는 2세 교육을 위해 어떤 일을 어떻게 실천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교사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초등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학습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렇게,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더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고자 물심양면으로 마음껏 열성을 쏟을 수 있는 가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한편에는 직접 아이들을 키울 수 없는 형편의 가정, 먹고살기가 바쁘고 힘겨워서 아이들에게 세심하게 신경 써 주지 못하는 부모도 적지 않습니다.
학교는 이렇게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한데 모아 교육하는 곳입니다. 학교는 이 모든 아이들이 우리 사회 안에서 제 역할을 하는 구성원으로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돌보고 키워 내야 합니다. 그 막중한 책임을 직접 짊어져야 하는 우리 ‘선생님’들께는 얼마나 튼튼한 어깨와 용기, 그리고 주변의 지원이 필요한 걸까요?
매일 아침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면 교사로서 행복하다는 김정아 선생님, 또 수십 년간 교직에 몸담고 계셨던 김활현 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사가 지는 책임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 밝은 2014년에도 우리 선생님들 모두 교사로서 행복하시기를 기원해 봅니다. 또 그 행복의 힘으로 힘 있게 학생들과 학부모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을 이끌어 주시기를 부탁드려 봅니다. 오늘도 기쁨과 슬픔, 보람과 고통으로 아이들을 키워 내시는, 우리 모든 선생님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