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외 기간제 교사’, 제도화는 가능할까?
| “기간제 교사 중기 계약은 교사 양성-임용 및 교직사회 전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태풍의 눈이며 부정적인 파급력이 너무 크다. 보다 나은 방식의 정원 외 기간제 활용 방식으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보려 한다.” (본문 발췌) |
들어가며
교육부가 ‘정원 외 기간제 교사’의 제도화를 추진한다고 한다. 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뜻이다. 2024년 이후 교사 정원 감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충격 완화 차원에서 기간제 교사 제도화에 대해 준비하는 의미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없지만 시·도교육청과 논의하여 결정하겠다고 한다. 정원 외 기간제의 일정한 사용 기한을 정한 뒤 관련 법령에 정원 외 기간제 교사 채용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교육청 재량에 맡기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정원 외 기간제 교사’는 교사 정원(TO) 권한을 기재부-교육부가 가지고 있어 교원 정원을 유연하게 늘릴 수 없기에 불가피하게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상시적으로 활용되어왔다. 지역마다 사정도 다른데, 한 예로 경기를 포함 신도시가 많은 곳에서는 인구 유입으로 학교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활용되던 정책이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 이후, 과밀학급을 줄일 필요가 있어 정원 외 기간제가 더욱 확대되어왔다. 규모 면에서 정원 외 기간제 교사는 전국에 걸쳐 2021년 4277명, 2022년 8489명이 운영되었다. 정원 내·외와 관계없이 기간제 교사는 2020년 5만 7776명에서 지난해 7만 57명으로 늘어났다. 정규 교사 규모는 같은 기간 44만 505명에서 43만 7736명으로 줄었다.1
정원 외 기간제 교사 제도를 현행의 1년에서 다년간 계약이 가능하도록 하는 중기 계약 방식으로의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와, 이대로 제도화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월 26일,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은 1월 24일 성명서를 내고 정원 외 기간제 제도화를 중단하라며 반대 의견을 밝힌 상태다.
기간제 교사란?2
보통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을 대체하는 계약직 교사를 뜻한다. 시간강사와는 다른 개념인데 시간강사는 1개월 미만의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짧은 기간 동안 정규직 자리를 대체하는 방식이다. 보통 연가, 병가 등 일시적인 기간을 뜻한다. 교사자격증이 있는 이들로 대체하는 방식이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사자격증이 없는 이들도 4년제 대학을 나오면 시간강사를 할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허용한 적이 있다.3
기간제 교사는 시간강사와는 달리 계약기간이 1개월 이상이다. 보통 정규교사의 결원 보충으로 활용된다. 임용 주체는 단위학교이며, 계약 기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된다. 현재 계약 기간은 1년을 초과할 수 없다.4 정규교사의 대체인 기간제 교사는 계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규교사들이 각종 휴직(군휴직, 육아휴직, 병휴직, 간병휴직, 유학휴직 등)과 병가 등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어서이다. 간혹 국회나 시·도의회에서 왜 교사들의 잦은 휴직으로 기간제 교사를 양산하냐며 질타하는 이들이 있는데, 교원 숫자는 40만 명이며, 휴직은 법으로 보장된 본인들의 권리이다. 일반 직장도 육아휴직 등 휴직이 권장되고, 휴직자가 발생하면 대체 자원을 선발-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막을 이유도 없고, 육아휴직 등의 제도 활용을 오히려 장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앞으로도 기간제 교사 자리는 꾸준히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5
기간제 교사의 처우는 과거에 비해서는 매우 좋아지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계약 기간의 제약 이외에는 차별적 요소가 상당히 사라지고 있다. 가령 기간제 교사의 육아휴직도 가능해졌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따라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가진 기간제 교사가 그 자녀의 양육을 위해 필요한 경우 자녀 1명에 대해 최대 1년의 육아휴직 신청이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6개월 이상 근무 시 활용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긴 하다. 기간제 교사의 호봉 제한(14호봉까지)이 있었던 것도 폐지되어, 연금대상자가 아닌 이상 호봉을 그대로 인정받는다.6 또한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2020년부터 기간제 교사도 이수할 수 있게 되었다. 그에 따른 호봉인정도 정규 교사와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정규 교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성과급도 지급되고 있다.7 다른 이야기지만 과거 세월호 참사 때는 기간제 교사의 순직처리가 인정되기도 하였다.8 물론 기간제 교사의 입장에서는 계약 자체가 차별이고 정규직과 모든 것을 동일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마지막 남은 차별점인 계약기간 연장이나 무기계약직을 거론하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제도가 만들어진 태생적 한계가 있다. 즉, 정규 교원 결원 대체, 특정 교과의 한시적 담당 등 일시적 정책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실제로 기간제 교사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에서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제시되어 있다.9
기간제 교사는 계약 기간의 제약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하는 일은 정규교사와 동일하게 수업과 행정업무를 맡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부장이나 담임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에서는 담임업무는 물론, 일부에서는 부장교사까지도 하는 사례도 일부 나오고 있다. 과거 여러 설문조사에서는 기간제 교사의 절반이 담임을 맡고 있다는 자료가 여러 차례 나온 적도 있다.10 그렇다면 업무나 보직·담임을 거부하면 되지 않냐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학교 측에서 계약이라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 학교에서 정규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 등을 도맡아 할 수밖에 없는 ‘을’의 위치이기도 하다.11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다른 계약직처럼 몇 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의 법과 제도 내에서는 불가능하고, 만약 기간제 교사가 무기계약직이 되면 임용고사 제도의 무력화라는 파급력을 가져,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여러 이유로 기간제 교사는 최대 1년 이라는 제한된 상황에서만 학교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정원 외 기간제 교사란?
정원 외 기간제 교사는 학교에 교사 정원으로 잡혀 있으나 교육청에서 발령을 내지 않아서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채용하는 인원을 말한다. 원칙상 시·도교육청 내 총 정원을 초과해 기간제 교사를 임용해서는 안 되지만, 실제로는 정원 외 기간제의 형태로 많은 기간제 교사를 선발-활용해왔다. 정원 외 기간제는 정규교사의 대체 자원으로 뽑는 방식이 아니라, 정규교사가 발령이 나지 않은 곳(발령이 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교사가 추가적으로 필요해서 일시적으로 활용하는 인력이다. 즉, 정규교사 발령이 나야 하고 그것이 원칙이지만 언제 발령이 날지 모르므로 발령 전까지 활용하는 방식이다. 신도시나 교사 정원이 급격하게 늘어 확대가 불가피한 지역, 교사 정원 확대가 쉽지 않은 일부 교과에서 활용한다.12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확대하고, 이를 교육부 차원에서 허용하기도 하였다.
교육부의 검토 내용인 ‘정원 외 기간제’의 제도화가 가져올 파장
여러 기사에서 교육부가 정원 외 기간제 교사의 제도화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현재 학령인구 감소나 공무원 정원 동결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불가피하게 제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연금 문제, 지역소멸 문제, 교육전문대학원 도입 등 양성과정 개편 문제, 교육개혁에 대한 요구 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고, 무분별하게 교사 정원을 늘일 수는 없는 상황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교원단체의 요구나 교육부의 고민 모두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여기에서 몇 가지 중요한 점은 꼭 고려해야 한다.
우선 현행 1년에서 제도를 바꾸어 다년 간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이다. 기간제 교사의 다년간 계약을 검토하기 전에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던 영어회화전문강사(이하 영전강)에 대한 내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중앙정부 차원에서 야심차게 시작한 영전강은 2009년을 시작으로 4년간의 한시적인 사업으로 시작되었다. 강사는 원래 단독 수업이 불가능한데, 시행령을 개정하면서까지 제도화하였다. 이후 4년 더 연장하고, 추후 시·도교육청과 학교로 권한을 이양하였다. 결국 4년마다 계약이 갱신되는 상황이고, 이 상황에서 학교현장은 여러 혼란이 불가피하였다. 타 강사들과는 달리 단독 수업과 호봉이 인정되는 영전강은 초기에는 정책적인 힘을 받아 학교나 당사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현재 학교 측이나 당사자들은 고용-계약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달라고 교육청-교육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등 이에 대한 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인력 수만 보더라도 2010년 기준 4730명이었는데, 2023년 현재는 절반도 남아있지 않다.13 영전강들은 현재 무기계약과 상황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이며, 고용과 관련한 법적 판결도 몇 차례 나왔다. 2017년(부산)과 2020년(서울)의 대법 판결에서 승소한 사례도 있다. 영전강들은 교육청이 ‘고용 형태’의 근거로 삼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근본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10여 년 간 주장해왔으나 교육부와 교육청은 난색을 표해왔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국정 과제로 삼았던 2017년에 정규직화 예외 사유에 포함되었다. “다른 법령에서 기간을 정하는 등 교사·강사 중 특성상 전환이 어려운 경우”를 가이드라인에 적시하여, “교육현장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무기계약직 대상에서 영전강을 제외했다.14
영전강은 중앙정부 입장에서 볼 때 좋은 취지에서 도입한 정책이었겠지만, 학교현장에 상처만 남긴 정책이 되었다. 10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도 해법이 보이지 않고 갈등만 초래하고 있다. 학생을 위하는 좋은 제도라며 급조한 정책으로 인한 대가는 컸다. 각종 소송과 다툼에서 자유롭지 못한 학교현장은 새로운 제도와 정책에 대한 두려움만 커질 뿐이다.15 그 외에도 교육공무직, 스포츠 강사 등 제도가 도입되고 진화될 때마다 혼란스러움은 가중되었다. 또한 도입하려다 철회된 융합과학교육전문강사(일명 과전강)16의 논란 등은 중앙정부에서 학교현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재 정원 외 기간제 교사의 다년 간 계약(중기 계약)을 검토하기 전에 기존에 도입했던 제도에 대해 근본적으로 검토해 보고, 제도 전환을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향후 몇 년 또는 몇 십 년 동안 학교 현장에서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있기에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교직이 아니더라도 급조된 정책의 폐해는 멀지 않은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과거 2014년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만든 시간선택제 공무원(시간제 공무원) 제도가 결국 현장에 안착되지 못하였고, 2023년 현재는 부작용이 많아 차라리 일반 전일제 공무원으로 전환하자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당시에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목적으로 도입되었지만, 현재까지 퇴사율 50%가 넘는 등 제도 안착도 되지 못하였다.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수령하는 상황, 직장 내에 승진을 비롯한 차별적 요소가 상당 수 존재하고, 또한 대대적인 정책시행 때와는 달리 현재는 정책적 힘을 실어주지 않아 대다수 국민들은 존재 자체를 잊거나 모르고 있는 이들이 더 많다. 제도를 믿고 들어온 당사자들만 억울할 따름이다. 이런 제도의 희생자에 대한 구제책은 딱히 없고 결국 당사자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만 남는다.
현재 교육전문대학원 도입 논란과 맞물려 임용고사 제도의 변화에 대한 논의도 있지만, 현행 임용고사 제도가 전면 폐기되지 않는 이상 정원 외 기간제 제도화는 또 하나의 기형적 구조 제도로 학교현장에 안착될 가능성이 있다. 가령 임용고사를 통과한 신규교사, 교육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신규교사, 정원 외 기간제(중규직) 트랙의 3개의 신규교사를 맞이하는 학교현장의 혼란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의아스럽다. 더군다나 이것이 새로운 계급 사회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사립학교의 경우 정원 외 기간제가 정규교사를 대체하는 현상이 심화되어 사립학교의 고령화를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처럼 정원 외 기간제의 활성화가 편법적으로 활용되어, 청년층으로부터 양질의 일자리를 빼앗는 방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대안과 고민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기간제 교사가 제도화되고 현장에 정착되어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그런데 갑자기 정원 외 기간제 제도화를 검토하면서 다년 계약(중규직화)에 대한 카드가 나오는데, 학교현장에서는 그 변화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고 있지 않다. 물론 도입 이유인 학령인구 감소 상황을 모르는 바가 아니며, 이상적이거나 낭만적인 이야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제도 전환이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정답은 없으나, 기간제 교사 중기 계약은 교사 양성-임용 및 교직사회 전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태풍의 눈이며 부정적인 파급력이 너무 크다. 다년 계약보다 나은 방식의 정원 외 기간제 활용 방식으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보려 한다.
먼저 기간제 교사 인력풀의 제도화-정교화가 필요하다. 지금도 시·도교육청 별로 인력풀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냥 목록 작성일 뿐이다. 우수 기간제의 재계약 시 확실한 인센티브 확대도 필요하지만 이는 현행 법·제도 내에서는 불가능하다. 기간제를 경험한 이들에게 재계약 시 또는 임용고사 시 가산점 등의 인센티브를 줄 수 없다. 일정 부분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인력풀을 정교화하여 운영하고,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를 줄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가령, 임용고사에서 다년간 기간제를 경험한, 현장 경험 경력직 트랙을 일정 비율 뽑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 전체 TO의 10-20% 이내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추후 상황을 봐서 확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 경력 7-10년 정도의 기간제 경험을 한 이들에게만 제한적으로 경력직 트랙으로 자격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17 이렇게 경력직을 별도로 선발하고, 일정 비율 제한을 두는 것은 일반 회사에서는 흔한 방식이다. 물론 교직은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 물론 임용고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이것이 초·중등 임용고사에서 재수 이상은 필수이다시피 하는 현실에서 예비 교사나 학교현장이 윈-윈하는 정책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일부 초등(교대생) 학부생은 불만일 수 있겠지만, 현재 초등 임용고사 경쟁률의 상승 추이를 생각한다면 향후 초등도 무작정 반대한다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기간제 교사는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학교에서 선택받은 이들이고 두 세 학교 이상 거치며 기간제 교사를 5년 이상 경험한 이들은 학생을 가르치고 대하는 기술이나 태도가 정규교사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세부 사항은 정책연구-설문조사를 통해 조율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 정책을 만들어도 학령인구 감소는 불가피하고, 결국 정규직 교사의 정원을 줄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다. 정규교사들을 얼마나 뽑을 것인지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는 데이터와 설득 논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교사들에게 일정 부분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기존 명예퇴직 교원들을 최대한 받고, 정규직을 일부라도 선발하는 방식의 해법이 필요하다.18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다년 계약(중기계약)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면 재 계약조건을 1회에 한하며, 교단을 경험하고 명예퇴직한 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모든 정원 외를 중기계약으로 한다면 사실상 이에 비례하여 임용교사 TO가 감소하므로, 정원 외 교사 전체 활용 비율 대비 다년 계약은 10-20% 이내로 한다든지 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19 도심지역은 워낙 선호하는 이들이 많으므로, 도심 외곽이나 순회교사 등의 특별한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최소한의 방식으로만 쓰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현재도 임용고사에서 지역트랙(충남, 전남, 경기)을 별도로 뽑고 있는 지역이 있어 지역에 정주하는 교사를 만들고, 지역 활성화를 하는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당연히 법적 근거도 만들어야 하고, 안전장치를 여러 군데 두어야 한다. 앞서 다른 제도에서 보듯 다년간 계약을 한 당사자들은 결국 무기계약직을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여 철저한 판단-대비를 해야 한다.20
정원 외 기간제 교사의 다년간 계약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더라도 학교 현장이 소송이나 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남아있다. 예를 들어 초·중등교육법 제22조는 교육에 필요하면 교원 외의 강사가 교육을 담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앞서 말한 영전강이 이에 해당한다. 같은 법 시행령으로 그 기준 등을 자세히 정해놓고 있는데, 시행령 제42조 제5항에 “영어회화전문강사를 기간을 정하여 임용할 때 그 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필요한 경우 계속 근무한 기간이 4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이렇게 해놓았지만 결국 10년도 되지 않아 법적 소송전이 시작되었다. 정원 외 기간제를 다년 계약으로 한다는 것 자체도, 자동 연장한다는 것도 무리수라고 본다.
정원 외 기간제 제도화까지는 일정 부분 동의할 수는 있지만, 다년간 계약이라는 카드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현재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 없을 수는 있지만, 이는 스노우볼 효과처럼 눈덩이처럼 커져 학교 현장과 미래세대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결국 이들은 중규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남아서, 그로 인해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많아질 것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힘들더라도 정규교사를 뽑아 제대로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덜 치를 수 있다. 학교 현장의 갈등도 줄어들 것이고, 미래 청년세대와 학생에게 희망을 가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계약직(비정규직) 교사 선발이 쉽고, 현재 예산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달콤함에 빠져 기형적인 제도를 섣불리 도입한다면, 결국 기존의 어설픈 제도들처럼 학교 현장을 망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학교에서 신규 교사 정원의 대부분이 정원 외 기간제(계약직) 교사로 이루어져 있을 때 과연 공교육이 책임교육을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나가며
정원 외 기간제의 제도화는 불가피하게 정규직 TO 감소와 교직 기피 현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점진적으로 교단의 안정화가 불투명하게 되어 공교육 붕괴의 신호탄이 될 수 있고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중장기 교원 TO와 신입생-양성과정과의 연동은 꼭 필요하다. 전체적인 교원양성-임용제도 개편의 그림 속에서 정원 외 기간제 교사의 제도화가 일정 부분 다뤄져야 하지 그것이 핵심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원 외 기간제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새로운 교육에 대한 수요가 발생함을 의미한다. 신규교사를 선발하는 제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기존 경력교사의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경력교사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도 고민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 교사들의 역할을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할 것인지, 새로운 역할을 부여할 것인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몇몇 지역은 안타깝지만 5년 내 급변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신규 TO가 줄어들고 교단의 고령화로 인해 기존 경력교사에 대한 투자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이 초래된 근본적 원인은 중장기 교원 TO와 신입생-양성과정이 연동되지 않았기에 발생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예비교사들의 고통은 그 끝과 현실을 모르고 양성과정에 들어갔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교·사대라고 임용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가 일정 부분 책임감을 느낄 필요는 있다.
끝으로 영전강 부당해고 소송에서 대법원에서 승소한 한 영어회화전문강사의 발언으로 이 글을 마무리 하려 한다.
“정부 부처에 부탁하는데, 어떤 제도를 만들 땐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계적으로 만들어놓고 시작해 달라. 고용과 노동의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라. 그에 따른 문제가 생긴다면 피해자가 제각각 구제에 나설 게 아니라 제도를 만든 사람들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 뉴시스(2023.1.24.),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통계.
- 보통 기간제 교사라 표현할 때는 정원 내·외를 구분 없이 일컫지만,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기간제 교사는 정원 내 교사를 뜻함.
- 이에 대해 많은 우려와 논란이 있었지만, 코로나19라는 중대하고 애매한 상황이라 특별하게 학교 현장의 혼란을 야기하지는 않았다. 다만, 추후 어떤 상황이 초래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
-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3조.
- 정부는 여성들의 일·육아 병행을 지원하기 위해 육아기근로시간단축 대상 자녀연령도 현행 ‘8세’에서 ‘12세’로 상향하였음(고용노동부-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 2023.1.30.).
- 정규직은 상시적으로 호봉 승급이 되지만, 기간제는 계약 당시의 호봉만 인정되고 상시 호봉 승급이 되지 않아 차별이라는 논란이 있다.
- 정규직과 다른 기준(액수)으로 성과급이 지급되고 있어 이 역시 차별이라는 논란이 있다.
- 이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본 지면에서 다룰 내용은 아니라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지 않는 계약제교원은 다음과 같음
① 기간제교원 : 휴직· 파견 등에 의한 결원보충, 다른 법령에 의하여 사용기간을 별도로 정한 경우에 해당
–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2호, 동법시행령 제3조 제3항 제1호
– 교육공무원법 제32조 및 동법시행령 제13조, 사립학교법 제54조의 4 -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초·중·고교 기간제 교사 4만 2000여 명 중 담임을 맡은 교사는 2만 1521명으로 과반을 차지(2016.1.11., 헤럴드 경제).
- 모든 학교가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기간제 교사를 구하기 어려운 중등으로 갈수록 더욱 심한 편이다.
- 특수, 보건 등의 교과 등에서 활용하는 방식이다. 정규교사를 늘려달라고 요구하나, 여러 상황상 여의치 않으니 정원 외 기간제를 활용하고 있다. 일부는 사립학교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 경기도교육청 기준 2012년 1천 170명에서 매년 그 수가 감소해 현재 480여 명으로 줄었다.
- 오마이뉴스(2022.06.28.).
- 영전강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제도의 희생자가 다수 있을 수 있기에, 새로운 제도를 만들 때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 과학교육진흥법 개정안(2013) 내용 중 일부.
- 예비교사들의 반발은 있을 수 있으나, 법령 개정 후 시범 도입(약 5%)하여 점진적 확대를 검토해 볼 수 있다. 정원 외 기간제 중기 계약보다는 훨씬 안정적일 수 있다.
- 교직환경이 어렵다는 증거이기는 하다. 2022년 강원도에서는 정년퇴직보다 명예퇴직 교사가 더 많은 상황이다. 본인 스스로 원하는 명예퇴직은 막기 어려우니, 스스로 희망하는 이들은 떠나보내고 빈 공간을 청년들에게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다.
- 무분별하게 확산될 경우, 임용TO 자체를 줄이고 정원 외 교사(다년 계약)만으로 신규교사를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전장치를 두자는 의미이다.
- 이들이 무기계약직이 되면, 임용고사를 보고 들어온 이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되어버린다. 또 하나의 교직 사회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