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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문제점 분석과 해법모색

#20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12.09.21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줄여서 국영평)에 대해 말이 많다. 영어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필자로서 개인적 입장을 밝혀 사회적으로 이 시험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 글의 순서
• 이 시점 국영평은 굳이 필요한 시험인가?
• 국영평은 도입 목적을 달성할 것인가?
• 국영평 도입을 일정대로 강행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무엇인가?
1. 실현가능성(feasibility)
2. 수업의 파행
3. EBS의 국영평 준비 프로그램이 영어 교육과정을 대체
4. 영어 격차의 확대
5. 영어를 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영어를 포기하게 만드는 문제
6. 초중고생의 모의시험의 수요로 인해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문제
7. 채점 부실로 인한 공정성의 문제
8. 여전히 미국영어를 표준으로 삼고 정확성에 필요 이상의 비중을 두어 평가하는 문제
9. 변별력 부족과 영어읽기 능력 저하
10.‘실용영어중심 영어교육’의 오해와 부작용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Q1. 이 시점 국영평은 굳이 필요한 시험인가?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영어 사교육비 증가 걱정을 많이 하는데 타당한 우려다. 그러나 사회적 관련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교육적 판단으로만 보면 필요하다.

 

첫째, 국가 영어교육과정이 있고 그에 따라 교과서가 존재한다. 그런데 교육이란 성취목표에 도달을 확인하기 위해서, 또 학습자의 성장을 위한 피드백을 주기 위해서도 평가는 필요하다. 그럼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고 평가를 하면 될 것이지 왜 굳이 사교육을 증가시키고 또 다른 우려가 많은 국영평을 도입하는가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 문제는 현재 한국에서는 교과서의 영어 말하기/쓰기의 수행평가가 학생들의 장래 진학문제와 연계되는 순간 제대로 작동되기 어렵다는데 있다. 또 말하기/쓰기의 지도나 평가에 대한 교사의 준비 상태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또 주관식 평가인 경우 평가자 간의 편차가 큰 상황이다. 게다가 교사1인당 학생수가 많은 경우 주관식 평가를 제 때에 제대로 해내는 것도 물리적으로 어렵다. 또 한편 학교 내에서의 주관식 평가 결과에 대해서는 사회적 신뢰가 매우 낮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수행평가의 경우 기본점수를 많이 주어 채점 시비를 줄이려고 한다. 이런 상황만 봐도 내신으로 말하기/쓰기를 제대로 평가하기는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 따라서 내신 말하기/쓰기 평가의 강화를 통해 말하기/쓰기 능력 향상을 꽤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말하기/쓰기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내신이 아닌 국가 수준의 공신력 있는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둘째, 한국에서는 ‘영어공부=듣기/읽기 중심 객관식 문제풀이 능력 향상’의 등식이 성립한다. 이러다 보니 ‘영어 성적=영어사용능력’이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영어 1등급 맞아도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말하기, 쓰기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국영평의 도입은 이런 상황을 타파해보자는 의도가 강하게 깔려있다. 국영평을 통해 말하기/쓰기 시험을 도입하면 어쨌든 학교에서는 말하기/쓰기 수업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의 영어 사용능력이 늘 것은 충분히 예상된다.

 

셋째,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단독이든 공동이든 자국이 개발한 말하기/쓰기 시험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도 있고, 일본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객관식 시험의 기술은 잘 축적되어 있지만 말하기/쓰기와 같은 표현기능 평가 기술이 축적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는 TOEIC/TOEFL 등의 국제 공인시험을 많이 이용했던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도 말하기/쓰기 공인평가 도입이 다른 큰 부작용을 수반하지만 않는다면 도입의 필요성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Q2. 국영평은 도입 목적을 달성할 것인가?

 

달성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국영평 도입 목적은 이주호 장관이 5월 26일 공개토론회를 통해 밝힌 바에 의하면 ① 실용영어 중심 학교 영어교육 추진을 통해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영어 교육 ② 학생들의 수준과 진로에 맞는 맞춤형 영어교육 ③ 학교가 중심이 되는 영어교육 이상 3가지이다. 현재로선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 하나도 달성하기 어려운 장애요인들이 있다.

 

우선 도입목적 ①의 ‘실용영어 중심 학교 영어교육 추진을 통해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영어 교육’을 보자. 이런 영어교육의 목표가 현재의 한국적 상황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이유는 첫째, 듣기/읽기를 제외한 말하기/쓰기의 경우는 사용의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서 공교육을 받고 있는 동안 일상적으로 영어를 말하고/쓸 기회가 거의 없다. 우리 사회는(교육계 포함) ‘가르치면 배울 것이다 배워두면 사회에 나가 나중에라도 쓸 것이다’란 큰 착각을 하고 있다. 말하기/쓰기는 배워두면 그릇에 물건 넣어 두듯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곧 잊혀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공교육 상황에서 말하기/쓰기 교육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주당 3~5 시간의 수업시수만으로 교과서 진도를 다 나가면서 현 교육과정의 네기능(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극히 상위권 소수를 제외하면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세계적인 영어 교육전문가의 한 사람인 제레미 하머(Jeremy Harmer)도 학교 교육만으로 영어를 제대로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자신의 저서에서 공공연히 하고 있고, 이미 한국의 영어교육 학자들도 대부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필자가 이런 말을 하면 북유럽 국가들은 어떻게 가능하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직접 방문해(예: 핀란드) 관찰하고 인터뷰한 내용과 외국어 습득이론에 비추어 유추해보면 핀란드는 ‘사용을 통해서 배운다; 영어교사가 대부분 핀란드 인이고 영어구사력이 원어민 수준에 가깝다. 모국어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과제를 많이 수행해서 간접적으로 사용의 기회를 확보 한다; 숙제가 적고 한국처럼 밤늦게까지 학원 갈 일도 없어 가정에서 자막 처리한 재미있는 영어 프로그램을 자주 볼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처럼 정확성 중심의 평가를 지양 한다; 쓰기에서는 특히 초급에서는 질보다 양을 중시한다.’ 등이 가장 큰 차이점이자 특징으로 보였다.

 

한국에서 이게 가능하려면 현재와 같이 초등 고학년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입시준비에 몰두하는 사회 환경과 영어의 정확성을 강조하는 문화가 크게 완화되어야하며 입력 과 출력(말하기, 쓰기, 영어를 모국어로 번역하기, 프로젝트 수업 등) 중심의 활동이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핀란드 영어 교과서에는 핀란드어를 영어로 번역하라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한국도 말하기/쓰기에 매우 유익한 모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던 좋은 교수방법 TEE(Teaching English in English) 을 도입한 적이 있었지만, 무분별한 CLT(Communicative Language Teaching)의 시행 속에서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는 안타까운 일이며 지금이라도 적극 다시 살려야 한다.

 

그 다음으로 국영평 도입목적 ② ‘학생들의 수준과 진로에 맞는 맞춤형 영어교육’을 보자. 언뜻 들으면 매우 바람직하게 들릴 수 있다. 이는 대학 전공별로 요구하는 영어의 수준과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대학은 이에 적합한 영어능력을 요구하고, 고교에서도 자기 전공을 일찍 정해 전공에 필요한 성격의 영어를 배우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영어의 과수요를 줄여 사교육비를 줄여보자는 기대도 깔려 있다. 이런 가정 자체가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한국처럼 전공적합성보다 일류 대학에 가는 것이 유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는 ‘전공적합성에 맞는 대학진학’이란 것이 이뤄지기 매우 어렵다. 그리고 이것이 바람직하다는 객관적 근거도 없다. 21세기 사회는 직업의 소멸, 기술의 융합, 온오프라인의 통합, 학문과 산업간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현상, 직업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심화 등으로 자신의 전공적합성(이를 상당한 기간 동안 열심히 그 분야 일을 해보기 전에는 자신에게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어려움)에 맞추어 대학에 가는 것이 모든 학생들에게 현명하지도 않다. 만약 전공적합성을 제대로 알 수만 있다면 상위 20-30%에 속하는 아이들에게는 전공적합성에 따른 진학이 부분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왜 그것도 부분적으로만 의미가 있을까? 미래 사회의 직업별 수요와 공급을 예측한 믿을 만한 자료도 없고, 연구를 한다 해도 신뢰도도 낮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20년의 기술의 80%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2020년 직업의 70%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이 전공 적합성보다는 취업 가능성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진학을 하려는 노력은 매우 합리적인 판단이다. 전공적합성은 진로나 적성관련 검사 몇 가지를 해본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2급과 3급으로 나누어 향후 실용영어가 필요할지 혹은 학술적인 영어도 필요할지를 판단하란 것은 현실성이 매우 적다.

 

국영평을 도입하는 이유 ‘③ 학교가 중심이 되는 영어교육’을 살펴보자. 이것 역시 실현 전망은 매우 어둡다. 우선 제라미 하머의 주장처럼 현재의 학교 수업시수만으로는 영어를 잘 할 수 있기에는 영어에 노출되는 양이 너무 적다. 대표적인 예로, 현 초중고 영어 교과서의 읽기 자료를 다 합치더라도 웬만한 두께의 책 한 권 분량도 채 안 된다. 현재 성취기준에 도달한 학생들의 경우는  학교가 가르쳐서라기보다는 유학이나 외부 사교육에서 추가적으로 배운 것 때문이란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학교가 중심이 되는 진정한 영어교육이 가능해지려면 사회구조와 의식의 변화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미래에 먹고 사는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한 경쟁은 불가피하고 이런 상황이 입시중심의 교육을 계속 강화해 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 속에서는 진정한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 이 외에도 학교 중심의 영어교육이 가능하려면 몇 지 조건이 더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영어가 유창한 영어 교사 수가 획기적으로 늘어야 한다. 또, 교사 1인당 학생 수도 더 줄어야 한다. 교과서 분량도 획기적으로 줄여서 깊은 학습(deep learning)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교사가 출석 부르고, 수업내용 설명하고 하다보면 아이들 각자가 말하기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은 1분씩 돌아가기도 어렵다. 그리고 교사들에게 능력차이가 큰 아이들이 섞여 있는 교실의 수업을 잘 해낼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 주어야 한다. 말하기/쓰기의 경우는 상위권 아이들의 경우라도 개인별 차이가 상당히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국어 활용의 이점(예: 모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것)을 적극 살려야 한다. 이런 조건들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학교가 중심이 되는 진정한 영어교육도 가능해 질 수 있을 것이다.

 

Q3. 국영평 도입을 일정대로 강행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무엇인가?

 

이주호 장관이 5월 26일 관련 공개토론회에서 국영평 시험의 수능대체 여부는 학생들이 학교교육만으로 이 시험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다. 만일 정부가 이 약속을 지킨다면 이 시험은 실행되기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 약속과 상관없이 이 시험을 강행한다면 어떤 점이 문제가 될까? 그 우려사항을 살펴보자.

 

첫째, 실현가능성(feasibility)이 우려된다.
총 80~90만 명의 학생들이 iBT 시험 형태로 연간 최소 2회 이상 국영평 시험을 볼 경우 이를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시스템의 안정성 문제 외에 문제의 질과 채점의 질이 담보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우려가 많다. 우선 학교 단위에서 사용해보면서 우려되는 사항을 불식시킨 다음 조금 천천히 수능 대체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둘째, 수업의 파행이 우려된다.
특히 영어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국영평 ‘우수’를 획득했을 때 그 학생은 영어 수업에 소홀해질 수 있다. 시험의 변별력이 낮은 쉬운 시험을 도입하면 교사가 수업을 이끌어 나가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또, 말하기/쓰기 수업의 경우는 수준별 수업을 하더라도 학습자간 실력의 차이가 다양하고 피드백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서 거의 개별 맞춤 수업을 해야 할 텐데, 다인수 학급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소수 정예반 운영을 통해 개인별 맞춤 학습을 제공하는 사교육과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잘 하는 아이는 수업에 더 이상 집중할 이유가 없어져 문제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말하기/쓰기가 너무 어려워 집중하지 못하여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학교 시험도, 수업도 모두 국영평 유형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영평의 말하기/쓰기의 평가 유형은 2-4개로 매우 제한적이다. 이는 다양한 수업을 사라지게 만들고 국영평 시험문제 패턴에 맞추는 획일적인 수업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셋째, EBS의 국영평 준비 프로그램이 영어 교육과정을 대체할 것이 우려된다.
수능 시험을 EBS 강의와 강하게 연결시키면서 지금까지도 교과서는 뒷전이고 학교에서 EBS문제집을 풀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국영평의 경우는 이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말하기/쓰기의 iBT 모의 평가 수요는 소수의 사설 교육 업체와 EBS가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iBT 형식의 국영평 준비를 EBS가 강화하면 할수록 학교의 영어 교육은 EBS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다. 국영평 준비는 방과후 수업을 통해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정규수업에까지 크게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국영평이란 꼬리가 교육과정과 교과서란 몸통을 송두리째 흔드는 현상은 매우 비교육적이다.

 

넷째, 영어 격차의 확대가 크게 우려된다.
영어의 경우 가정의 경제력과 실력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학교 현장에는 우스개 같지 않은 우스개 소리가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 가정의 부유함 정도를 알고 싶으면 영어로 질문을 해보면 안다.” 그 정도로 영어실력은 가정의 경제적 환경과 직결된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에 대한 근본 대책이 없이 국영평 시험의 도입은 매우 우려스럽다. 영어격차 해소를 부르짖던 정부정책과는 정반대로 영어격차의 확대를 가속화하게 될 것이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EBS 방송을 통한 지원을 해서 국영평 준비를 사교육 받지 않고도 누구나 할 수 있게 하려고 하지만 이는 매우 순진한 생각으로 보인다. 말하기/쓰기의 경우 역시 사교육의 소수 정예반에서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배우는 것이 백분 유리할 것이다. 읽기/듣기 중심의 내신과 수능시험 제도 하에서도 영어 격차가 큰 문제인데, 말하기/쓰기가 대입전형에 도입될 경우, 이는 영어격차, 소득격차의 확대를 통해 계층의 고착화와 재생산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다섯째, 영어를 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영어를 포기하게 만들 것이 우려된다.
읽기와 듣기는 문제를 풀면서 혼자서도 공부 할 수 있다. 하지만 말하기/쓰기는 특히 기초 수준의 아이들이라면 누군가가 이끌어 주고 봐주어야 한다. 국영평 시범 평가에 참가했던 한 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선생님이 몸담고 있는 학교는 좀 수준이 낮은 사립고인데 채점을 해보니 말하기/쓰기 문항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아이들이 거의 없어 대부분이 최하위 점수를 맞게 되더라는 것이다. “이는 영어 못하는 아이들 영어 공부 말라는 것과 같은 얘기예요.”라며 큰 우려를 나타내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국영평이 교육적이려면 말하기/쓰기 시험의 문항 수를 지금보다 늘려 아주 기초적인 문제도 다수 포함시켜야 한다. 고교생 중에는 정상적인 중1실력도 안 되는 아이들이 많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실력이 부족한 아이들도 ‘나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란 자신감을 줄 수 있도록 보완해야 그 평가는 교육적이고 교실 수업도 정상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 현재 국영평의 말하기는 2.3급 모두 4문항이고, 쓰기는 2급은 2문항, 3급은 4문항이다. 이 정도의 문항이라면 영어의 기초가 부족한 아이들은 3급의 말하기/쓰기 어느 것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평가 설계가 Think globally, Act locally란 원리를 무시하고 Think globally, Act globally한 결과로 보인다.

 

여섯째, 초중고생의 모의시험의 수요로 인해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 우려된다.
초중학교, 고등학교 1.2학년의 영어 말하기/쓰기 수업과 평가를 상상해보자. 이미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학생들 중에는 국영평의 ‘보통, 우수’의 실력을 갖춘 아이들 또 갖추고 싶은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 소수지만 학부모들과 전화로 의견청취를 해봤을 때 자녀의 현재 영어 실력이 스킬별로 국영평 몇 급의 어떤 수준에 해당되는지 매우 알고 싶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학부모 중에는 영어는 초등학교 때 수능 수준 정도는 다 끝내 놓는다는 입시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점까지 감안하여 생각해 본다면 고3 이전의 국영평 모의 시험 수요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고3이 되기 전까지는 이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국영평 시험을 볼 수가 없다. 이들의 이런 실력 확인 욕구는 누가 채워 줄 것인가? EBS가 이런 욕구의 일부를 담당할 수도 있지만 첨삭의 질이나 피드백의 질이 사교육업체보다 떨어지고 그 이후 후속 약점의 보완을 사교육업체만큼 잘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큰 사교육 업체가 국영평 모의시험 서비스 준비를 해왔고 준비되는 대로 실시할 것이 확실시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영평의 도입은 사교육비 증가와 함께 영어격차를 크게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자녀의 현 영어실력을 알고 싶은 수요를 학교가 채워줄 수 있게 하는 대안 마련이 급선무로 보인다.

 

일곱째, 채점 부실로 공정성이 우려된다.
미국 주요 말하기 시험의 경우(예: ACTFL) 피 평가자의 사례를 놓고 복수 평가자들이 준 점수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많은 논의를 하면서 평가자의 평가능력을 계속 향상시킨다. 말하기/쓰기의 평가능력이 하루아침에 이뤄지기 어렵다. 실제 EBSe의 국영평 관련 연수를 받고 있는 선생님들 얘길 들어보면 제시된 평가기준을 충실히 이해하고 평가를 해도 동일 문항에 대해 이전 전문가가 채점한 것과 차이가 많이 난다는 말을 하면서 공정성의 우려를 표명한다. 신뢰도가 높아질 때까지 평가의 전문성을 높이는 많은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여덟째, 여전히 미국영어를 표준으로 삼고 정확성에 필요 이상의 비중을 두어 평가할 것이 우려된다.
교육과정에서는 한국 공교육이 목표로 하는 영어는 영미모국어가 아니고 세계 공용어로서의 영어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 국영평 평가 기준을 보면 말하기 평가에서 발음의 정확성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이해가능성에 비중을 두겠다는 조치, 그리고 읽기 시험에서 문법을 뺀 것은 늦었지만 크게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말하기 평가의 발음뿐만 아니라 쓰기의 경우에도 이해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는 선언과 해당 평가기준에 이를 반영하는 조치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말하기는 이해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쓰기는 여전히 세계어로서의 영어가 아니라 미국영어 중심의 정확성에 비중을 두어 평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어로서의 영어 평가기준은 지금까지의 전통적 미국영어 중심의 영어평가 기준과 다르다. 이렇게 영어를 세계 공용어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평가에 참여하는 교사들의 표준에 대한 마인드부터 변해야 하고 정확성 대신 이해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평가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또 유창성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한 정의를 내린 다음 평가자들의 적응 훈련이 필요한 부분이다.

 

아홉째, 변별력 부족과 영어읽기 능력 저하가 우려된다.
대입시에 변별력 부족으로 상위권 대학들은 또 다른 보완책을 찾으려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 게다가 말하기/쓰기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려면 교과서의 분량이 현재보다 많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지금도 턱없이 부족한 읽기 자료의 양이 지금보다 더 줄어든다면 국영평 도입으로 인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클 수도 있다.

 

열 째, ‘실용영어중심 영어교육’의 오해와 부작용이 우려된다.
실용영어란 말 그대로 실용적인 듣기/읽기/말하기/쓰기/문법/어휘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분위기로는 그동안의 듣기/읽기 중심의 교육은 마치 실용영어가 아닌 것으로 취급해 왔다. 그 뿌리는 ‘10년 영어공부하고도 벙어리 편지 한 장 못 쓴다’란 비판과 관련이 깊다. 한편 이것을 가능하지 않게 만든 주범은 입시와 문제풀이 중심의 학교 교육이다. 이런 환경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개선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실용영어=말하기 강조’가 과연 바람직할까? 언뜻 들으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가만히 분석해보면 우려되는 면이 많다. 강조하더라도 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면 현 한국적 상황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또, 읽기의 상대적 소홀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사실 정확성만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고, 사용의 기회만 주면 누구나 유창한 콩글리쉬로 웬만한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영미모국어 사용자 수준에 가까운 발음과 정확성을 목표로 달려왔다는 데 있다. 스웨덴처럼 명사 다음에 괄호치고 알맞은 전치사 넣기 등을 시험에 내지 못하게 하였더라면 중고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한 사람이면 떠듬거리면서라도 콩글리쉬로 서바이벌 수준의 영어구사는 누구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교육 기간 중에는 생활 속에서 영어 말하기/쓰기의 사용기회가 거의 없고, 사회 구성원들(특히 교사와 학부모) 간에 신뢰가 적어 객관성과 신뢰성을 유난히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지금까지의 객관식 문제 풀이 교육이 불가피했던 면은 있다.

 

실용영어 강조가 읽기(reading)의 소홀을 불러와서도 안 되며 ‘한국적 상황에서는 실용영어 강조가 읽기의 강조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주장에는 쉽게 동의하지 않을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아시아적 상황에서 읽기의 중요성을 오랫동안 주장해온 세계적인 학자 Stephen Krashen을 들먹이지 않고도 왜 한국적 상황에서는 실용영어의 중심은 읽기가 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읽기는 한국적 상황에서 마음만 먹으면 항상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입시중심의 한국적 영어교육 상황에서도 영어 읽기는 절대적인 영어 노출시간을 늘일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 영어몰입교육 도입 논란이 뜨거웠었는데 몰입교육 이전에 영어 노출량을 늘기기 위해 다독(extensive reading)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더라면 많은 박수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영어 읽기의 또 다른 장점은 영어공부와 독서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독서의 중요성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감성, 인성, 긍정적 자아개념, 창의성, 사고력 신장 등 학교 교육으로 제대로 해줄 수 없는 것을 영어 독서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지금의 수능시험에서 영어지문을 좀 더 긴 것을 내고 요약이나 주관식 문제를 내면 독서를 많이 하게 될 것이다. 독서를 많이 하면 듣기/말하기 실력의 기초도 잘 갖춰질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독서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발음의 개입이 필요하다. 우리의 뇌는 단어(문자언어)를 보고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간에 음소인식(phonological awareness)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를테면 ‘d-o-g’란 단어를 보고 ‘개’란 의미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의식적으로라도 [도그]라는 발음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 뇌과학이 밝혀낸 내용이다. 그래서 읽기를 위해 음철법(phonics)의 선행 학습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읽기는 소리로 읽든 녹음을 동원하든 듣기의 과정은 꼭 필요하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권장될 읽기 책에는 구어체 표현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것도 상황과 함께 주어져 있기 때문에 어떤 구어 표현을 어떤 상황에 쓰는지도 동시에 배울 수 있다. 읽기와 말하기/쓰기는 매우 긴밀한 연관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Krashen의 주장처럼 영어를 모국어나 제2외국어가 아닌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적어도 중학교 때까지는 많은 읽기로 영어란 외국어 시스템을 익히라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고교 혹은 대학에 가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말하기/쓰기를 잘하고 싶으면 그때부터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하기/쓰기를 할 때 읽기를 통해 내용지식을 충분히 쌓지 않으면 서바이벌 수준 말고는 할 말이 제한적이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려면 어떻게 말할까(how to say)와 무엇을 말할까(what to say)가 동시에 가능해야 한다. 영어 읽기는 말하기에서 무엇을 말할까를 담당해준다. 읽기가 영어 말하기/쓰기와 매우 다르고, 지금까지의 읽기/듣기 중심의 교육이 잘 못된 것처럼 여겨온 것은 큰 오해다. 교과서의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그 내용에 대해 요약하고 간단한 토론이라도 이뤄지는 수업을 했더라면 읽기와 말하기/쓰기가 완전 분리된 것이란 오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말하고 쓰고, 읽은 내용에 관해 말하고 쓰는 상호작용(interaction)이 풍부한 제대로 된 듣기/읽기 교육을 하는 것은 국영평 도입과 상관없이 영어교육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정리하면 실용영어중심의 영어교육이 지금까지의 듣기/읽기보다 말하기/쓰기에 비중을 더 둔다면 이는 큰 우(遇)를 범할 가능성이 높으며 4스킬 중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Q4.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1. 국영평 도입 목적 달성 가능성 제고

 

5월 26일 1차 공개토론회에서 이주호 장관은 실용영어 중심 학교 영어교육 추진을 위해 국영평 도입 목적으로 아래 3가지를 들고 있다.
①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영어 교육
② 학생들의 수준과 진로에 맞는 맞춤형 영어교육
③ 학교가 중심이 되는 영어교육
필자의 본 칼럼 Q2의 분석에도 보듯 국영평 도입의 목적 달성은 어렵고 부작용이 너무 클 것이 우려된다. 도입 이전에 근본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2. 영어 격차 확대우려에 대한 대안 마련

 

국영평 도입으로 영어를 못하는 아이와 잘하는 아이의 영어 격차가 더 벌어지고, 가난한 아이들이 좋은 대학 들어갈 가능성이 더 낮아질 수 있으므로 이런 부의 요인을 줄일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한 후 도입 시기를 결정한다. 학습부진아나 기초학력 미달자도 노력하면 풀 수 있는 문제를 일부 포함시켜야 공정하고 교육적일 것이다.

 

3. 각종우려 사항의 충분한 재 검토

 

평가의 신뢰성(문항과 평가자의 질), 시설 측면에서 실행가능성, 수업의 파행, EBS의 교재 중심의 학교 영어수업 운영 등 크게 우려되는 점들을 재점검하고 수용할 만한 수준인지 확인 후  도입 시기를 결정한다.

 

4. 초중학생, 고1.2학생들의 국영평 모의시험 욕구를 채워줄 수단 마련

 

앞에서 필자가 우려 사항으로 지적했듯이 초중고 생 공히 현재 자신들의 영어 실력을 국영평 기준 어느 수준에 해당되는지 매우 알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국영평 시험을 볼 수 있는 시설용량이 제한적이라서 이런 수요를 수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수요는 고스란히 사교육 수요가 될 것이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사교육업체의 모의시험 서비스를 공교육에서 저렴한 값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초중고생의 국영평 모의시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한 후 국영평을 도입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5. 문항 개선의 필요성

 

현재의 말하기/쓰기 문항들은 학습 능력이 정상적인 아이들만을 고려한 시험문제로 볼 수 있다.

 

아래의 말하기 문제로 예시한 것을 보자.

 

우선 한 가지만 지적 하면, 지시문이 너무 길다. 게다가 이것이 영어로 되어 있다. 이는 인지능력과 학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흔히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약점인 작업기억(working memory) 용량이 작아 지시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업 기억 용량이 작은 학습자는 지시문의 두 번째 문장을 읽는 순간 앞문장의 내용을 잊는 경우가 많다. 지시문이 영어인 경우 이런 현상은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영여 격차를 줄이겠다면서 이렇게 긴 지시어를 영어로 주는 것은 앞뒤가 안 맞고 비교육적인 조치이다. 평가의 주목적은 책무성을 묻고 대입 전형 요소로 쓰이는 것 외에 학습자의 배움과 성장을 돕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6.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교과서 분량의 하향 조정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반영해 만든 국영평의 말하기/쓰기 3급의 성취수준을 보면 아래와 같이 되어 있다.

 

• 말하기 3급C: ‘매우 기초적이고 친숙한 주제에 관한 의사소통은 기초적인 단어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대체로 가능하나, … 기초적인 단어와 문장의 발음, 강세, 억양은 비교적 정확하지만,..’
• 쓰기 3급C: ‘문장단위에서도 단문은 기초적 어휘를 사용하여 쓸 수 있으나, 중문이나 복문의 문장을 쓰는 데 있어서는 어려움이 있다.’

 

이런 성취기준은 중상위권에게도 만만치 않다. 하물며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도달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일 것이다.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국영평의 성취수준을 동시에 낮출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말하기/쓰기 수업까지 제대로 하려면  종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업시수를 더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교과서의 분량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7. 평가 기준의 보완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 세계어로서의 영어(EIL: English as an International Language) 패러다임 도입을 선언하였다면 말하기의 발음뿐만 아니라 쓰기의 경우에도 이해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는 선언과 함께 해당 평가기준에 이를 반영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가자들은 3인칭 단수에 s를 붙이지 않은 경우, ‘논의하다’를 discuss about으로 말하고 짐가방을 셀 때 two baggages라고 말했을 때 과연 감점을 주지 않을지 궁금하다. 문법의 정확성을 낮은 수준이라도 반영해야 하겠지만 이 때 그 기준은 틀린 항목이 의사소통에 지장을 주는 오류냐 아니냐를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어로서의 영어란 언어 적합성(legitimacy) 을 잘 갖춘 경우이면 영미의 문법과 달라도 틀린 것으로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또 부가의문문에서 주절의 조동사나 시제와 상관없이 isn’t it?를 사용하는 것들(인도영어나 싱가포르 영어에 전형적으로 나타남)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또한 Aren’t you coming? 이란 대답으로 No, I am coming.으로 대답하는 것 역시 완전히 틀린 것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아시아 문화권의 영어의 특징으로 볼 것인가 등은 앞으로 논의거리가 될 수 있다. 한국의 영어교육이 미국영어 중심의 정확성 중독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영어 교육 성과에서 놀라운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이다.

 

또 한편, 정확한 영어에 대한 기준이 영미 원어민이 사용하는 영어가 아니라 유창한 한국인 교사의 발음과 영어란 의식을 우리 사회가 갖게 될 때 영어 미국영어 일변도의 시대착오적인 상황도 개선하고, 한국인 영어 교사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아이들 앞에 떳떳이 설 수 있을 것이다.

 

8. 각종 도우미 제도 마련

 

영어 교육을 포함 바람직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학교를 방문해보면 교사들이 너무 바쁘다. 담임업무, 보직교사 업무,  방과후 지도, 학생상담, 행정처리, 동아리 활동 지도 등의 일로 일과 중에 차분히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많은 교사들이 ‘교실에 들어가면 출석 부르고 진도빼기 바쁘다’란 말을 한다.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할 경우는 그 다음날 수업에 지장을 줄 만큼 체력이 저하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각종 도우미 시스템(예: 행정업무 도우미; 숙제검사 도우미; 방과후 지도 도우미; 수업 도우미; 채점 도우미; 상담 도우미; 급식 도우미)을 도입하고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말하기/쓰기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영어 수행평가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이렇게 바쁜 환경에서 교사들이 많은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교사들이 학생을 이해하고 상담하고 수업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 국영평 도입을 위해서는 대학이 대학생들로 하여금 지역 사회의 요구에 일치하는 구조화된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위 봉사학습(service learning)에 대한 학점부여 제도를 강화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정리를 하면, 국영평의 도입은 더 많은 준비와 검증이 필요하다. 또, 시범운영을 통해 실현가능성과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인 요인을 충분히 확인 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영어 격차 심화와 사교육 증가 정도 등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 마련과 함께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실용영어 강화가 말하기/쓰기의 강조를 의미한다면 이는 크게 잘 못된 판단일 수 있다. 교실 밖에서 사용할 기회도 없는 말하기/쓰기의 강조는 한국적 상황에서 실현도 어려울 것이고 올바른 접근도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국가는 물론 우리 사회가 깨달을 수 있었으면 한다. 세월이 지났을 때 이 거시적 판단 잘못으로 또 한 번 한국 영어교육의 방향이 잘 못되었음을 깨달았을 때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몇 년 전 교과부와 평가원이 유럽의 학자 4명을 초빙해서 한국의 영어교육 방향에 대해 워크샵을 개최한 적이 있다. 그 때 세계적인 영어 연구학자 David Graddol은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한국 실정에 맞는 영어교육 방식’을 권했다. 이 때 한국의 실정이란 ‘교사의 영어 구사 능력, 학급의 학생 수, 한국에 맞는 교수학습법’ 등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국가나 한국의 영어 교육계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 우리가 정말 ‘Think globally(세계화된 세상에 영어의 필요성은 크게 강조하되), Act locally(한국 실정에 맞게)’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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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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