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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 ‘2028 대입제도’] 2028학년도 대입제도 예견 (2)

#819 강태중,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22.10.19

[기획칼럼 – ‘2028 대입제도’]
이 기획칼럼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다루며, 격주로 연재합니다. 구태에 갇힌 ‘개편’ 담론을 비판하고, 새로운 공론의 길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교육을 ‘술책의 게임’으로 전락시켜 온 대입제도를 되짚으며, 학교와 교육의 의미도 재조명하고자 합니다.


 

[요약]

지난번 칼럼에서 학생부에 대해 예견해 본 데 이어, 이번에는 수능에 대해 예견해보고 있다. 새로운 교육과정이 ‘역량 함양’을 표방하고 있고 또 정부 쪽에서도 ‘미래 트렌드‘를 얘기하며 ‘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수능이 범교과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았다. 여전히 고등학교 교과를 주축으로 하는 교과 기반 시험으로 남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제2외국어/한문 등의 구도도 크게 바뀌지 않을 듯하나, 변화가 생긴다면 제2외국어/한문 부분에서 일어나리라 짐작했다. ‘탐구’ 영역에서 과목 선택 구도도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고 보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일반 선택’과 ‘진로 선택’ 범주 안에서 조합이 이루어지리라고 예상했다.

 

 

글을 이어가고 있어서, 지난번 글에서 했던 이야기와 뒤로 넘겨 두었던 이야기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시작해야 하겠다. 앞글에 적었던 대로, 교육부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예고하면서 아래와 같은 사항들을 중요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었다.

 

내신평가 및 학생부 기재 방법, 수능 시험과목 및 출제 범위, 수능 및 대입전형 체계, 공론화 방식, 교사 전문성 강화와 입학사정관 역량 강화 등 현장안착 및 사전준비 방안 등

 

위 항목 가운데서 지난 글은 ‘내신평가 및 학생부 기재 방법’에 관련해서 이야기했다. 교육부가 논의한다면 어떤 방향에서 하게 될지, 그리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할 때는 어떤 대안으로 기울어질지 예견해 보았다. 학교생활기록부가(특히 ‘비교과’ 부분에서) 단출해지기는 하겠지만, 그 기록에 적용되는 의미 부여나(대입전형 자료로 사용한다는 전제나) 그것이 궁극적으로 상대적인 우열 비교 자료라는 점에서는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테면, ‘비교과’ 기록들이 전형에서 중시되지 못하도록 제어될 터라 학생부 ‘종합전형’이 위축되고, ‘교과 학습 발달 상황’ 기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교과전형’이 확장될 여지는 생길 것이다. 그러나 교과전형의 실제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보았다. 학교의 ‘내신평가’가 이른바 절대평가(‘성취평가’) 체제로 옮겨 가야 하는 정책(‘고교학점제’)의 당위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변화 시도가 쉬이 용납되지 않을 거라고 짐작했다. 절대평가를 표방한 지표들이 학생부 기록 사항 안에 새롭게 포함되기는 하겠지만, 전형에 실지로 활용되는 데서는 그것들의 힘이 명목적인 데 그칠 것이라는 짐작이다. 그것들은 결국 상대평가 지표들과 병기되는 수준에서 포함될 것이고, 그렇다면 이제까지 보아왔던 것처럼 상대 비교 지표들의 그림자에 가려 맥 못 추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제 이어서 이야기해야 할 항목은 ‘수능 시험과목 및 출제 범위, 수능 및 대입전형 체계’이다. 교육부가 예고해 놓은 이 논의사항이 구체적으로 어떤 개편 대안으로 갈지 짐작해 가보기로 한다.

 

 

수능의 과목 체제가 바뀔까?

 

교육부가 대입제도를 개편하면서 ‘수능 시험과목 및 출제 범위’를 중요하게 논의하겠다고 예정한 것은 자연스럽다. 수능 자체의 존폐나 ‘국가시험’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한, 수능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고심해야 하는 것은 수능의 위상을 감안하면 지당한 것이다. 특히, 교육과정을 개정해서 적용하고, ‘고교학점제’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최대한 수용하려고 할 때, 이 새로운 제도 아래에서 교육받은 결과를 평가하려면 당연히 시험과목과 출제 범위를 그에 맞춰 재편해야 할 것이다.

 

수능의 시험과목과 출제 범위를 ‘논의해서 결정하겠다’는 말은, 우선, 수능이 2028학년도 대입전형을 위해서도 유지된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 이 전제에 바로 따라오는 과제는, 교육부의 계획대로, 그렇다면 시험과목은 어떻게 구성해야 하느냐일 것이다. 국가 교육과정이 바뀌고 학생들의 수강 선택이 다양해지는데 이전 시험과목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능 시험과목에 대해서는, 우선 두 수준의 논점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하나는, ‘범교과’ 체제로 갈 것인지 아니면 ‘교과 특정’ 체제로 갈 것인지 하는 수준이고, 다른 하나는, 교과 특정 체제로 갈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을 포함할 것이냐는 수준이다. 이렇게 두 수준을 대치해 놓는 게 논리에는 맞지 않을 것이다. 범교과 체제를 채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더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논리적으로는 이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사실상 닫혀 있다.

 

교육부도 그렇고 사회 일반에서도 교육과 관련해서 종종 ‘미래’를 이야기하고 ‘융합적인 인재’를 이야기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도 “다양한 분야[를]… 융합적으로…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창의적 사고 역량”을 키우겠다고 표방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라면 수능 같은 시험을 범교과적으로 바꾸는 대안을 떠올림직도 하다. 현재처럼 낱낱의 교과 과목으로(그 안에서도 선택 영역을 쪼개면서) 시험을 부과하지 말고 ‘교과 통합적인’ 영역을 구성하여 부과한다면 학생들이 그런 시험을 겨냥해서 ‘융합적으로’ 공부하게 될 것이라는 발상을 해봄직도 하다는 뜻이다.

 

이런 발상과 제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지로 그런 생각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의제는 논의에조차 오르지 못할 듯하다. 수능의 역사는 그 가능성을 이미 테스트했다고 볼 수 있겠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역량 중심’이라면, 수능은?

 

수능은 본디 범교과적인 시험으로 출발했다. 수능 제도는 1994학년도부터 적용되었고, 당시 시험과목은 통합 교과적이었다. 당시 수능에서는 시험과목을 ‘과목’이라 부르지 않고 ‘영역’이라고 불렀었으며, 그 이름들은 언어, 수리·탐구(Ⅰ), 수리·탐구(Ⅱ)(사회탐구, 과학탐구), 그리고 외국어(영어)였다. 영역의 이름들에 교과 이름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는 하지만, ‘언어’ 영역 같은 경우, ‘관련 교과 및 출제 범위’가 “전교과(국어교과,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분야)”로 규정되었었다. ‘사회탐구’나 ‘과학탐구’ 영역도 출제 범위에 사회와 과학 분야의 거의 모든 교과를 포함시켰었다. 그렇게 해서 각 영역의 시험(문항)이 실지로 얼마나 통합 교과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물론 평가들이 갈릴 것이다. 적어도 수능의 공식적인 취지는 “통합 교과적이고 고차적인 사고력”을 평가하는 데 있었다. 수능의 이름도 최종적으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낙착되었지만, 초기 논의에서 통용되던 이름은 ‘대학교육적성시험’이었다. 수능은 당초 교과 시험이 아닌 ‘적성’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논의되고 구상됐던 것이다.

 

수능의 역사가 보여준 대로, 범교과적 또는 적성 평가를 지향하는 취지나 시험의 구도는 곧 깨지고 해체되었다. 시행되고 얼마 가지 않아 수능은 교과별 시험이나 진배없게 바뀌어서 지금에 이르렀다. 수능이 도입되자마자 “학교에서 준비시켜 주지 못하는 시험”이어서 안 된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고, 정책은 여론의 흐름을 따라 곧 휘었다. 이런 이력을 지닌 수능이 다시 범교과적인 시험으로 되돌아가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더욱이 30년 가까이 익숙해져 온 상황에서, 수능을 범교과적으로 과격하게 바꾸자는 대안은 ‘국민’에게도 너무 뜻밖의 것일 터이다.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 방향으로 가려고 하면, 필경 ‘학교 공부만으로 준비할 수 없는 시험’이 된다는(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부담론’(그리고 ‘불공정론’)이 수용을 막을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원론적으로 이해하면서 수능 역시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충실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면, 수능을 통합 교과적인 시험으로 개편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명분이 생기기는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이른바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것이라고 표방하고 있다. 그런 교육과정은 교과 간 연계를 강조하며 생활과의 연계도 강조한다. 교육과정 개정을 주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빌리면, 역량이라는 것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에, 학교 교육에서도 교과나 학습 활동이 고립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치대로라면 수능은 1994학년도 처음 시행했던 때와 비슷한 양식으로 변화하고, 문항도 일상 속 문제해결 중심으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추구하기에는 ‘역량 중심 교육’의 주장이 그런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을 만큼 실체를 발전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1,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그 정도로 과격한 변화를 국민이 수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교육과정 개정 취지와 관련짓지 않더라도, 교과 기반의 시험보다 적성 평가의 시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일어왔고 지금도 종종 나온다. 특히,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시행하는 SAT와 같은 시험을 염두에 두고, 그런 시험을 도입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리라고들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국가 수준에서는 그런 적성 시험을 시행하는 데 그치고, 대학별 전형에서 고등학교에서의 교과 이수나 그 외 다른 활동에 주목하여 학생들을 선발하도록 한다는 식이다. 그러면 고등학교 교육이 지금보다 ‘정상화’되고 사교육도 줄어들 것이라 예견한다.2 일리 있는 주장이고, 앞으로 논의에서 그런 방향의 논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안이 개편될 제도 안으로 편입되기에는 역시 너무 과격하다고 받아들여질 것 같다.

 

 

수능의 ‘판’은 어느 정도 흔들릴까?

 

수능이 범교과적인 시험으로 갈 가능성이 닫혀 있다고 보면, 이제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수능이 교과별 시험으로 유지될 때 어떤 모양으로 구체화될까 하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아직 최종적인 결정을 보지 못한 상태이긴 하지만, 발표해 놓은 ‘시안’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고등학교 교과는 ‘공통’과 ‘선택’ 두 수준으로 나뉘고, 선택은 다시 ‘일반선택’과 ‘진로선택’ 그리고 ‘융합선택’으로 나뉠 것이다. 그렇다면 수능이 교과를 단위로 부과하게 되는 시험인 한, 그것이 어떤 수준의 어떤 과목들을 대상으로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게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제로 남는다.

 

그 결정이 중요하고도 어렵다는 말은, 교육적으로 온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저돌적인 이해 충돌을 조정하여 이루어져야 할 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보아 왔듯이, 수능 과목이 어떤 구도를 이루는가는 학교 교육 현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그 구도 결정은 신중하고도 교육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결정은 종종 ‘정치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수능 과목에 편입되나 못 되나가 교과나 학문 영역의 생존을 결정한다고 여겨지는 형편에서, 과목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타산은 첨예하게 대립한다. 결국 그런 충돌은 관료적인 절차 이행과 ‘나누어 먹는’ 원리를 따라서 처리되곤 했다. 이런 현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면, 수능 과목 결정이 어떻게 낙착을 볼지는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를’ 일이 된다. 결정 과정의 우발성이 너무 커서, 특정한 논리나 경험의 틀을 기반으로 예견하는 게 무의미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예견은 동전 던져 짐작하는 것과 다름없겠지만, 그런 상황의 윤곽이라도 잡아보자.

 

수능 과목의 구도를 그려보기 위해서는 먼저 수능의 판 자체가 어떻게 될지부터 그려보아야 한다. 부분적으로 이것은 교육부가 말한 ‘수능의 체계’에 대한 것이라 볼 수도 있겠다. 이를테면, 수능의 분화 가능성, 시험 시간, 출제와 채점의 방식 등과 관련지어서라야 수능 과목의 윤곽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수능이 가지를 칠 수 있을지 짐작해보자. 수능 개편 이야기 가운데는 ‘이원화’ 주장이 있다. 앞에서 얼핏 비쳤듯이, 이런 주장은 적성 검사와 교과 시험으로의 이원화를 뜻하는 경우가 있지만,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이라는 범주를 따라 이원화하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염두에 두고, 고등학교 1학년 단계에서 이수하게 될 공통과목들에 대해 일차로 시험을 부과하고, 이후 2~3학년에서 선택 이수하게 될 교과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수능으로 평가하자는 제안이다. 교육과정 개정의 취지를 감안할 때 당연히 따라 나올만한 대안이다. 그러나 현실적이지는 못하다.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우선 관리상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와 같이 수능을 관리할 경우, 출제와 시험 시행에 들어가는 자원과 통제 기제의 규모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할 때, 이원적인 시험을 운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종류의 시험이 각 한 번씩, 매년 적어도 두 개 시험이 시행되어야 하는데,3 무엇보다도 그걸 치러낼 만큼의 자원을 동원할 수 없을 것이다.4 더 나아가서, 시행을 위한 행정의 번거로움을 정부가 감당하기도 버거울 것이다. 게다가 학생이나 학부모도 반기지 않을 것이다. 두 번의 시험은 한 번의 시험보다 부담스럽다. 대입제도에 대한 우리 정책 결정은 ‘부담’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고등학교 단계에서 ‘고부담’ 시험을 두 번이나 쳐야 하는 부담, 시험과목 수도 필경 많아질 부담 등이 반가울 리 없고, 이런 부담에는 사교육 부담까지도 같이 연상되기 마련이다. 설령 수능 이원화 대안이 교육적으로 매우 바람직하다 하더라도, 정부가 그런 부담을(그리고 그에 따른 저항까지) 감안하면서도 그 대안을 수용할 리는 없어 보인다.

 

다음으로, 시험 시간에 대해서 큰 변화를 줄 수 있을지 보자. 수능에 할애할 시간을 길게 잡을 수 있다면 시험과목을 결정하는 데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수능을 하루 안에 끝낸다. 세밀하게 안을 들여다보면 사실 지금도 수능은 무리하게 시행되고 있다. 일반 학생들이 아침 일찍 시험장에 들어가서 어두워져야 나오는 현실도 무리에 가깝지만, 장애를 가져서 과목당 시간을 좀 더 길게 받아야 하는 학생들의 경우 밤 10시 가까이 되어서야 시험이 끝날 수도 있다. 고부담의 시험을 그렇게 긴 시간 갇혀서 치도록 요구하는 게 얼마나 무리인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아울러서, 시험 시간 제한 때문에 과목별 시험의 포괄성 역시 떨어지기 마련인 것은 교육적으로 작지 않은 문제이다. 국어, 수학, 영어 같은 과목에 대해서는 70분을 넘겨 할당하지만(이마저도 다른 나라들에 비교하면 매우 짧은 것이다), ‘탐구’(사회, 과학, 직업)나 한국사 같은 과목에 대해서는 30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 조건에서 문항 수나 형식은 결정적으로 제약된다. 그런 시험으로 한 과목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게, 그것도 일생에 가장 중대한 결과를 낳도록 평가하는 게 합당한지 충분히 의구할 만하다. 정책 결정자들이나 교육자들이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시험 시간을 왜 더 길게 잡지 못했을까? 우리 정책 관성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수능과 같은 시험이 그만큼 행정상 버겁다는 걸 말해준다. 시험 시간을 대폭 늘리고 시험의 형식도 다양화할 교육적 이유는 충분하다. 그렇지만 이제까지의 정책 관성을 버리지 않으면 앞으로도 수능 일정이 크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루 안에 마쳐야 하는 시험이 될 것이고, 과목당 시간은 최소한으로 주어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수능의 판이 획기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획기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우리 관성에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올 엄청난 저항을 감당해야 할 터인데, 앞으로 1년 사이에 그런 저력이 민심이나 정부에 생성되진 못할 것이다. 결국, 수능 시험과목의 수도 크게 변화하지 못할 것이고, 출제와 채점 방식 그리고 문항 형식도 현재 양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여전히 합숙 출제 방식을 유지하며 ‘문제은행’과 같은 대안적인 방도를 고려하지 못할 듯하고, 객관적인 문항으로 컴퓨터 채점이 가능하게 하는 지금까지의 시험 체제도 대체로 유지할 듯하다.

 

물론, 그동안 정부가 ‘미래형’이라는 말을 기회 있을 때마다 부르짖어 온 만큼, 최소한 ‘서·논술형’ 문항으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할지 모르겠다. 정책연구기관들이 그런 준비를 나름대로 해오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판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런 시도는 기껏해야 과거 수학 과목에서 ‘단답형 30%’를 포함시켰던 정도의 변화에 그칠 것이다. 이를테면 ‘국어’나 ‘탐구’ 같은 영역에까지 간단한 ‘서술식’ 문항을 삽입하는 정도가 예상해 볼 수 있는 한계일 것이다.5 개혁의 생색을 위해 ‘논술형’이라 이름할지도 모르지만, 그것들은 결국 기계적인(컴퓨터) 채점이 가능해야 하는 한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수능에는 어떤 과목들이 포함될까?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전제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교과들이 수능 시험과목이 될까? 요컨대, 학생들의 선택을 권장하고 또 다양하게 허용하려면 시험과목 수를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시험을 이원화하거나 시험 시간을 대폭 늘려야 하지만, 이미 본 것처럼,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과목 수도 늘리고 문항의 형식도 교육적으로 의미 있게 바꾸어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들을 포함할지는 일차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교과 범주를 놓고 논란하리라고 예상된다. 교육과정은 ‘공통 과목’과 ‘선택 과목’으로 층져 있고, 선택 과목은 다시 ‘일반 선택’, ‘진로 선택’, ‘융합 선택’으로 나뉘어 있다. 현재 수능 체제에 가까운 구도를 예상해 본다면, 2028학년도 수능도 ‘일반 선택’과 ‘진로 선택’을 아우르는 수준에서 과목을 구성할 것이라 짐작된다.6 몸을 사려온 수능 개편의 관성을 감안하면, 이 안이 가장 유력하리라고 전망해 볼 수 있다.

 

우선,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과학/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 등으로 구획된 현재 구도에 변화를 주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 구도 자체가 ‘기득권’의 바탕이므로, 변화를 위해서는 엄청난 후폭풍을 견뎌야 할 것이다. 정부에 그런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현재 시험 구도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탐구’의 공간에 어떤 과목을 넣을 것인지를 두고 싸움이 치열할 것이다. 이 싸움까지 함께 치러내야 하므로, 대입제도 개편을 주도하는 주체가 견고한 교육(정책) 철학을 견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맷집’도 대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조건이 충족되길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탐구 공간의 재구조화 정도가 열려 있는 가능성이라면, 그 자리를 채우는 데 ‘일반 선택’과 ‘진로 선택’ 범주에 있는 과목들을 후보로 삼는 것이 그나마 버틸 만한 대안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현재의 기본 구도를 조금이나마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분명히 일기는 할 것이다. 이를테면 ‘제2외국어/한문’의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려고 들지 모르겠다. ‘주요 과목’에 대한 통념에 비추어, 그리고 민족주의적 경향에 비추어,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에 대해서 포함 여부를 운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건드릴 수 있는 대상이 제2외국어/한문 공간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논란하곤 했다. 제2외국어나 한문의 교과 위상에 대해서, 그리고 그 영역의 성적이 전형에서 널리 활용되지 않는 점들에 대해서 논란들이 있었다. 이런 기억들이 작용하기는 할 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 쪽으로 논의가 흐를지는 예상하기 쉽지 않다. 적어도 출발선에서는 탐구 공간에 지금보다는 많은 과목을 포함하려고 시도할 듯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논의가 어떤 과목 구도에 정착할지는 싸움이 끝나봐야 알 것이다.

 

사회와 과학 각 영역 안에서 그리고 그 두 영역 사이에도 자리다툼이 치열하리라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교육과정 개정이나 입시제도 개편 때마다 싸움은 늘 치열하고 원시적이었다. 게다가 최근 부상한 ‘이과의 문과 침공’ 논란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전례도 없어서 결과를 예견하기가 더욱 어렵다. 이 논란은 또 국어나 수학 과목 안에서의 ‘선택’에도 관련돼 있어서, 수능 재편의 갈등은 주요 과목의 공간에 대해서까지 번질 수도 있다. 이런 이슈들은, 좀 더 일반적으로, 수능 그리고 대입전형 체계가 어디로 갈지 짚어보면서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대입 공정성’ 요구는 어떤 전형체제로 수용하려고 할지, 대입전형에서 수능의 비중은 얼마나 될지, 수시-정시 체제가 변화하지는 않을지, 대학에 자율권은 얼마나 주게 될지 등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은 상태로 과목 개편만 다루는 것은 반편의 일이 될 터이다.

 

좀 더 큰 틀의 문제에 대해서 다루는 일은 다음 글로 미루어야 하겠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 예견’ 이야기는 다음 글에 가서야 일단 마무리 지을 수 있을 듯하다. 그렇게 ‘대입전형 체계’를 이야기한 후에는, 그 체계를 포함하는 대입제도 일반의 문제를 짚어보게 될 것이다. 제도 개혁 자체가 예상대로 간다면 어떤 점이 문제인지, 공정성 얘기는 여전히 지배적일 텐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 궁극적으로 학교 교육은 어디로 흐르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전 칼럼]

• [기획칼럼-‘2028대입제도’] 2028학년도 대입제도 예견 (1)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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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역량 교육의 주장들이 그런 수준으로 발전하는 게 가능하기는 할지, 그리고 그에 앞서, 역량 중심의 주장이나 시도가 바람직하기는 한지는 따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역량 교육의 주장이 대중적인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서 적지 않은 나라나 지역들이(우리나라를 포함해서) 그 아이디어를 채택해 왔지만, 그런 움직임이 과연 교육을 발전시켰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문제도 뒤에 학교 교육의 본연을 이야기할 때 다루게 될 것이다.
  2. ‘능력주의’(meritocracy)에 관한 최근 논의에서는 교과 시험보다 학업 적성(scholastic aptitude) 검사가 대입전형 자료로써 더 공정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교과 시험에 비해 적성 검사가 ‘능력’을 더 근본적으로(‘외부요인’이 작용하기 이전 상태에서) 평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우리 사회 논란에서는 아직 부각하지 않았지만 곧 수입될지 모른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가 될 것이다. 역시 이 ‘기획칼럼’ 시리즈 안에서, 교육제도의 정의(justice) 또는 공정성과 관련해서 검토하게 될 것이다.
  3. 학생 개인은 이를테면(과목 이수가 끝나는 시점에 시험을 치게 된다고 가정하면) ‘공통과목’ 시험을 1학년 말에 치고 ‘선택과목’ 시험을 3학년 말에(시간 간격을 두고) 치게 되지만, 시험을 운영하는 측면(국가 수준)에서 보면, 두 종류 시험을 매년 시행해야 한다. 결국 시험을 쳐야 하는 1학년과 3학년은 매년 생겨나기 때문이다.
  4.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하나의 출제 기관이, 수많은 출제 위원과 검토위원을 동원해서, 정해진 기간에 특정한 공간에 합숙하며 출제해야 한다는 조건만 따져보아도, 종류가 다른 시험을 두 번 시행하는 게 불가능하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수능 문항의 질, 출제 정보 통제, 채점 보안 등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5. 소수 대학이 시행하고 있는 이른바 ‘논술고사’ 같은 시험으로 변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예상과 관련해서는, 다음 글에서 ‘대입전형 체계’를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6.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 보면, ‘탐구’라는 공간에 관련되는 ‘일반 선택’과 ‘진로 선택’ 범주에는 윤리, 지리, 역사, 법,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영역에 관련된 ‘사회’ 교과들과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의 영역에 관련된 ‘과학’ 과목들이 위계적으로 들어 있다. 이 모든 과목이 낱낱으로 시험과목 후보가 되기보다는, 현재 수능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게, 일종의 ‘하이브리드’ 과목이나 ‘일반-진로’의 위계적 연계 과목들을 선택 풀에 넣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강태중

‘교육사회학’ 선생으로 일했다. 부족했던 점을 성찰하며,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해 더 공부하고 있다.  한 사회가 교육과 학교에 대해 어떤 신화(상식)를 만들고 품는지, 그리고 그런 신화는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분석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인류 역사와 사회의 구분을 따라, 교육의 관습과 제도로 드러나고 또 변전해 온 신화들을 캐며 비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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