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논란과 대입제도 재검토, 입시경쟁과정의 공정성에서 담대한 교육기회균등으로!
며칠 전에 만난 교육당국자는 혹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의 딸을 둘러싼 지금의 대입공정성 논란이 수시축소와 정시확대 요구로 귀결될까봐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아니나 다를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1일 동남아순방을 떠나면서 조국 후보의 가족문제와 별도로 대입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상론에 치우치지 말고 현실에 기초해서 실행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라”고까지 덧붙였다. 이쯤 되면 교육부가 수시축소와 정시확대 정책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았다.
다행히 사태는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교육단체들은 정시확대가 사교육과 문제풀이수업을 부추기며 일대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도 “정시와 수시 비율을 바꾸는 것으로는 불평등과 특권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못 박으며 중심을 잘 잡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번 기회에 학생부종합평가(학종)에서 비교과 3대 독소(자소서, 자율동아리, 수상실적)를 들어내자며 대안을 제시했다. 교육계의 큰 호응을 받았다. 교육부 입장도 다르지 않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 밖에도 여러 방안이 제출됐다. 예를 들어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하고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를 만들어 학벌문제와 입시경쟁을 완화하자는 입장이 다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신평가등급을 지금의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줄이고 같은 등급끼리는 과감하게 추첨으로 선발하게 함으로써 경쟁 압력을 근본적으로 낮추자는 보다 급진적인 입장도 들린다. 모두 대입경쟁교육의 멍에에서 학생과 부모를 풀어줄 소중한 의견들로서 공론장에 붙여져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조국 논란은 성공한 부모의 문화자본과 사회관계망이 자녀의 교육에 미치는 특권적 영향에 우리사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우리 사회는 조국 딸의 교육특혜 논란을 교육에서 또한 교육을 통해 계급격차와 계급대물림을 어떻게 줄여야 할지를 본격적으로 성찰하는 일대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입전형의 공정성 문제, 특히 수시비중 확대냐, 수능비중 확대냐, 혹은 4지선다형 평가냐, 논술형 평가냐의 기술적 문제로만 축소될 수 없다.
근본적으로는 중하위층 가정의 자녀들이 중상위층 가정의 자녀 못지않게 문화자본에 노출되고 문화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공정사회를 어떻게 만들지의 문제다. 산간도서지역의 아이들이 대도시 아이들 못지않게 문화자본에 노출되고 문화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균형발전사회를 어떻게 만들지의 문제다. 의지와 방법의 문제다. 중상위층 자녀들은 부모와 부모의 네트워크를 통해 풍부한 문화자본에 접근한다. 중하위층 자녀들이나 산간도서지역의 아이들은 가정이나 지역에서 그게 안 된다.
따라서 가정과 지역에서의 문화자본 결손을 어디서 보충해야 할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그건 아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지내는 학교일 수밖에 없다. 지역이나 부모와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공교육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공교육과 학교가 중상위층이 일상적으로 제공하는 문화자본을 보편적으로 제공할 의지를 갖고 있으며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지의 여부다. 우리 사회가 이를 위해 얼마나 추가 투자를 할 용의가 있으며 여기에 필요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의지를 갖고 있는지의 여부다.
우리 사회와 기성세대, 교육당국이 교육의 기회균등을 정말이지 진지하게 생각한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고소득층 밀집지역과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학교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대도시와 산간도서지역의 학교격차를 줄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지역사회의 조건이 열악한 지역의 학교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지원방침에 합의하게 될 것이다.
학교격차 해소는 시간이 걸린다. 일단 어려운 지역의 학교부터 더 먼저, 더 많이 지원해서 교육력을 높이면서 학교격차를 줄여나가는 게 필요하다. 상당한 수준으로 학교격차가 줄어들면 모든 학교가 보편복지로서 중상위층 가정이 부럽지 않은 교육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다. 모든 아이들은 학교에만 들어서면 어디에서 태어났건 부모가 누구이든 중상위층이 자녀에게 제공하는 풍요롭고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받게 될 것이다. 교육에서 기회균등은 이때 비로소 실체를 갖추게 된다.
지금까지 중상위층 운운한 것은 조금도 중상위층의 문화자본이나 감수성을 절대화하거나 이상화하려는 게 아니다. 공교육의 수준은 모든 면에서 중상위층을 넘어서야 한다는 당위와 중하위층과의 교육기회 격차가 없어야 한다는 당위를 말하고자 함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이럴 집단의지를 갖고 있느냐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치밀한 연구조사와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데 필요한 국민적 토론을 해보지 못했다. 조국 논란이 이를 앞당기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면 그나마 사회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서울법대와 펜실베니아대 로스쿨에서 수학한 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교수로 재직하며 노동법, 사회보장법, 공정거래법, 인권법을 가르쳤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과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5.18 시민상을 수상했다. '행복한 교육혁명'을 가치로 2010년 6월 2일 서울교육감으로 선출돼 공교육의 표준 교체와 교육행정 혁신을 시도했다. 대표적 교육정책으로는 체벌금지와 학생인권, 문/예/체 교육과 혁신학교가 꼽힌다. 인사, 사학, 시설, 구매 등 모든 교육행정에서 시민참여와 투명성을 북돋으며 사회적 책임을 불어넣기 위해 애썼다. 701일이라는 짧은 교육감 재임기간에도 불구하고 공교육 2.0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를 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4월부터 펙트TV에서 '곽노현의 나비프로젝트, 훨훨 날아봐'로 진보적 관점의 교육전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징검다리 교육감> 등이 있다. 본래 강자를 법의 지배 아래, 약자를 법의 보호 아래 두는 법치주의의 전사였으나 이제는 교육계 사람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