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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개혁의 주춧돌은 교사의 비판적 사고역량 강화

#458 박제원, 전주 완산고등학교 교사 2019.06.05

IB 교육과정을 도입하려는 이유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이 논란을 무릅쓰고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관내 학교에 국제공인 평가·교육과정인 IB 교육과정을 시범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교육단체나 교사 일각에서는 그 시기가 이르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근본적으로 IB 교육과정의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상당하다. 그 근거는 여럿 있는데 가장 큰 우려는 교육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교육의 증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과거에 혁신적인 교육평가제도라고 도입한 학생부종합전형, 논술고사 등을 볼 경우에 그와 같은 가능성을 마냥 기우라고만 할 수는 없다. 그 제도를 찬성하는 측에서도 그 점을 인정하고 보완책을 마련하기에 애쓰고 있다.

 

이처럼 대구와 제주 교육청이 자생적이지도 않고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는 IB라는 외국의 교육과정을 도입하려는 까닭은 무엇인가? 지난 반세기 넘게 한국의 교육과정에 악습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까닭이다. 즉 교사가 수십 년 동안을 교과별 성취기준에 대해 적절한 교수학습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주로 주입식 강의로만 수업하며, 객관식으로 평가했던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서이다. IB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모두는 “한국교육에서 그 질곡을 넘지 않고서는 대내외적인 시대적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라는 시각에는 동의한다. 그런 까닭에 긍정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제주와 대구 교육청이 비록 외국교육과정이지만 IB 교육과정의 강점이 교사의 일방적 강의를 지양하고 학생들의 참여와 토론을 중시하며 정답과 풀이과정을 모두 중시하는데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시행하려고 한다.

 

 

우려되는 IB 교육과정의 도입

 

지난 달 28일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IB 교육과정의 ‘국내 도입 종합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 주목할 점이 있다. IB 교육과정 도입에 있어서 “그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만 대입에서 특혜를 받을 수 있는 특권교육과정이 될 수 있고, 기존 교육과정에 익숙한 교사들이 짧은 시간 연수를 통해 그동안의 수업과 평가의 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가 회의적이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 우려는 과도하지 않다. 지난 새로운 교육제도를 도입하고 한국교육에 일어났던 현상을 반추하면 타당하고 정당하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노무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대입제도에서 논술고사가 크게 확산되다가 이명박 및 박근혜 정부에 이어 현 정부까지 쇠퇴하는 과정이 떠오른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입제도에서 수시비중과 논술고사를 확대했다. 논술고사의 비중을 확대한 취지 또한 지금 IB를 추진하는 사유와 비슷했다. 국가적인 교육정책으로 수시비중과 논술고사를 확대하여 객관식 평가의 분절적 사고를 지양하고 학생들에게 ‘비판적·창의적 사고’를 키우려고 했다. 그 취지는 공감할 만하고 당위적이지만 현실은 매우 달랐다. 각 대학은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춰 입시에서 수시전형과 논술고사의 비중을 크게 늘렸고 정부는 교사들에게 대응하라고 했지만 학교는 거의 속수무책이었다. 국가교육과정의 공통교육과정으로 논리적 사고를 교수 학습할 수 있는 과목도 의무화하지 않았고, 수업교재로 검증되어 사용할 수 있는 기본 텍스트마저 취약했다. 무엇보다도 교사가 그 과정을 수용하고 발전시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데 논술지도역량을 갖춘 교사들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대부분의 교사는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학생은 대입을 위한 궁여지책으로 사교육에 의존해야 했고, 그 사교육마저도 논리적 사고를 제대로 길러 주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학교도 비슷했다. 정규수업이나 방과 후 학교를 이용해 논술수업이 이루어져도 그 핵심인 논리적 사고의 함양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문학적 글쓰기나 일반적 글쓰기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심하면 국어교과나 사회교과 교사가 당연하게 감당해야 하는 몫으로 여기는 등 특정한 교과의 몫으로 넘겨졌다. 교육청이나 교사에게 논술이 피해갈 수 없는 교육적 의제가 되었음에도 논술교육에는 공감하지만 그 과정을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참여시키겠다는 교사들이나 교육청의 기반은 거의 부재했다.

 

 

교육개혁 실패에 대한 다각적 분석 필요

 

이처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IB에 대한 우려는 데자뷔(dejavu)한 측면이 있다. 비록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그 대안으로 정시에 논술을 자격고사로 도입하자고 했지만 교육과정과 연관시키거나 다른 대입제도와 상충되는 등 주요한 측면과 부수적 측면에서는 디테일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육개혁과 관련해 생각거리를 남겨준다. 그 같은 교육개혁이 왜 실패했으며 어떻게 교육개혁을 해야만 가능한가? 에 대한 물음이다. 실패 원인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정부든, 교육청이든, 교육시민단체든, 교사든, 주체세력이 한국교육의 문제를 바로잡고 학교의 교육역량을 키우려는 장기계획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개혁을 도모하기보다는 혁명적인 방식을 선호한 경향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교육부나 특히 진보교육청은 교육과정을 변화시키면 한국의 빈부격차나 대입경쟁과 그와 관련된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사교육비나 대입경쟁이 줄어들지 않았고 교육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커졌다. 지나친 대입경쟁이나 사교육비, 학교에서의 파행적인 교육과정 운영은 교육 내적으로 기인한 문제가 아니다. 또한 특정한 교육과정으로 변경해서 빈부격차, 권력의 집중, 사회문화적인 접근기회의 불평등을 결정적으로 해소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교육과정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제도와 정책으로 밀어붙이면 교사는 자연스럽게 교육의 내재적 목표에 부응하여 학교교육에 충실하게 되고 교육과 연관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태도는 관념적일 뿐이다. 상위권 대학을 진학하기 위한 극심한 경쟁, 학교에서의 교육과정 파행적 운영은 교육 이외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관련이 깊은 까닭이다. 그런데도 최근 몇 년 동안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교육의 내재적 목표만 강조하거나 그와 연관된 교수학습방식에만 천착하여 사회적으로 소외계층에 속한 학생들이 더욱 불평등한 지위로 추락했다.

 

한국 교육은 최근 몇 년 동안 선진교육국가를 닮아가려했는데 그 중 한 전형이었던 독일과 이런 점을 비교해보자. 지난 2월에 서울대 경제학부 주병기 교수가 발표하여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개천용불평등지수(기회불평등지수)’는 시사점이 많다. 개천용불평등지수는 부모의 학력수준이 자녀의 소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가를 측정한 지표이다. 주로 국내지표만 보기 때문에 스쳐간 지표가 있는데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할 연구결과가 있다. 국제사회 속에서 살펴보는 ‘한국의 기회불평등에 관한 교과목별 비교지표’이다. 2005∼2015년 국가별 수학성적 개천용불평등지수를 보면(지수는 0부터 1까지인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 일본이 0.79로 1위, 한국이 0.69로 2위이며 가장 낮은 나라는 독일 0.24와 프랑스 0.24였다. 한국은 독일에 비해 부모가 학력이 높을 경우에 소득이 높았고 자녀의 수학성적이 높았다. 또한 주병기 교수는 “현존하는 입시제도 중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고 말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포함한 수시 제도는 불평등을 더욱 벌릴 수 있어 우려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지만 2018년 ‘UN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소득분배의 공정성 지표인 ‘지니계수’가 한국은 0.316, 독일은 0.317로 비슷하다. 또한 소득 양극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인 ‘팔마비율’(소득 하위 40%에 대한 상위 10%의 비율로 수치 크기가 작을수록 소득 양극화가 심하지 않다.)의 경우에 한국과 독일은 둘 다 1.2였다.

 

주병기 교수의 연구와 그 연구에 나타난 비교지표 및 한국과 독일의 소득분배지표의 유사성은 한국교육에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 독일 국민의 소득은 한국사회에서 교육적 능력으로 작용하는 학력보다는 교육 외적인 요소가 더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한국교육문제의 근원은 교육 내적인 구조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교육문제를 풀기 위해 교육 내적인 구조를 아무리 바꾼다고 해도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 즉 독일은 대학을 가거나 가지 않거나 경제적 측면에서 소득 차이가 크지 않아서 그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크지 않지만, 한국은 매우 심각한데 그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교육과정에 대한 개혁으로 한국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오류를 범했다. 전체 기업 중에 한국의 대기업 비중은 0.2%, 독일은 0.8%이다. 참고로 미국은 1.9%, 일본은 0.6%이다. 대기업이 고용한 노동자의 비율은 한국은 12%, 독일은 65%, 미국은 50%, 일본은 25%이다. 즉 한국은 독일에 비해 대기업 비중이 1/4이며 대기업 노동자의 비율은 1/5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한국과 독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는 매우 크다. 독일의 중소기업 노동자의 통상임금은 대기업의 90%에 가깝다.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임금차이는 크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17년 기준으로 대기업은 월 488만원, 중소기업은 223만원으로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대기업의 1/2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육문제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가를 선연하게 보여주는 통계로 한국에서 일상화되고 박제처럼 굳어진 교육문제가 독일에서는 미미한 현상인 것은 당연하다. 그런 배경을 무시하고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SKY대를 졸업한 학생들이 대기업에 많이 가는 현실에서 학부모들의 공교육 불신풍조와 사교육을 선호하는 세태에 대해 누가 학부모를 비난할 수 있나? 즉 한국교육의 적폐라는 경쟁교육이나 성적지상주의는 교육의 근본적 목표나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혁신이 미비하기 때문이 아닌 교육 외부적인 이유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교육개혁의 토대는 교사의 비판적 사고력 강화

 

그 지점에서 교육문제를 바라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을 찾아야 하며 교육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도 어렵고 해법도 정교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이유는 독일과 한국이 모두 자본주의 경제구조이지만 그 역사적 배경과 경제생활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교육 외부적인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관된 개혁적 대안을 모색해야지 단지 교육과정의 당위적 명분만을 갖고 해결하려고 하면 더욱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지금 IB의 도입과 시행에 문제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라 교사들의 지적역량을 강화하고 수업방법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나쁘지 않다. 또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의견처럼 교육과정이나 대입평가에서 비판적 사고를 강화시킬 수 있도록 수능에 정시 논술고사를 도입하거나 지금의 수시논술고사를 확대해야 한다. 즉 현행처럼 정시이든 수시이든 국가적으로 치루는 절대고사이든 대학이 주도하는 형식이든 학교에서 수업과 평가로 사고력을 키우자고 하면서 대입제도에서는 논술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 객관적으로 말하면 여전히 학교에는 논리적 글쓰기나 토론의 형식 및 그와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 다수의 교사들이 있다. 더구나 교육부나 교육청은 지필 및 수행평가로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하지만 교육청마저 체계적인 준비를 갖추지 못한 곳이 여럿이며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교수학습 및 평가의 수준은 질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형식에 치우쳐 있다. 교육부든 진보교육감이든 보수교육감이든 어떤 교육개혁이든 그 중심에는 비판적 사고의 방향으로 교수학습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루어지지 않는 까닭은 교육의 주체인 교사가 비판적 사고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까닭이다. 다시 말하지만 오죽 했으면 대구교육청이나 제주교육청이 IB를 반대를 무릅쓰고 도입하려는가를 반성적으로 사유해봐야 한다. IB만이 유일한 교육과정에 대한 개혁이라는 말이 아니다. 그것을 긍정하든 부정하든 교사가 비판적 사고의 전문가가 되지 못하면 어떤 경우에도 학교교육의 질적인 성장은 이루어질 수 없다. 핀란드든 독일이든 영국이든 한국교육이 지향하는 바람직한 교육개혁의 토대에는 교사의 비판적 사고역량이 조직적으로 구축되어 있다.

 

비판적 사고역량을 강화하는 당위성은 분명하지만 단기간 내에 서구의 여러 교육선진국에 못지않은 교수학습 및 평가가 이루어지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업이라는 점도 맞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교육문제의 해법을 단박에 풀려고 하기보다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넘어 공교육의 강화하는 큰 틀을 정하고 그 중심에 교사의 수업 및 평가 능력을 키우는 작업을 선행하고 집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교육부나 교육청이 펼치는 미래의 교육 청사진이 아무리 화려하다고 해도 학교교사의 주체적 역량을 키우지 않은 상태에서는 내실이 없으며 지속되지 못한다. 그 점에서 지금 당장이라도 논리적 글쓰기나 논리적 말하기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 및 평가가 이루어지는 정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 뒷받침이 이어질 때만이 IB라는 외국교육과정을 도입해도 그 시효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교육청이나 교육단체는 교사가 비판적 사고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현실을 말할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서라도 가능하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자발적으로 연구능력을 키우도록 지원하고 국가는 정책적 강제를 병행하여 근본적으로 학교교육방식의 틀을 바꿔야 한다.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 및 수능이 대표하는 전일적 객관식 평가를 극복할 수 있는 분명한 대안은 교사의 비판적 사고력을 강화시키는 일이다. 그 이외에 모든 대안은 미봉책이며 사상누각이며 차후에 이루어질 단계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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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완산고등학교 교사 박제원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일반사회교육을 전공하여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예탁결제원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뒤 전주 완산고등학교에서 사회 교사로 재직 중이다. 전북 교육청 사회문화 집필 위원, KDI 경제교육교재 집필 위원, 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충남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출제위원, 전북 및 전남 교육연수원 강사, 전북대학교 교사 연수 강사, <새전북신문>, <열린 전북>, <전북교육신문>, 인문 웹진 <아홉시>, 네이버 비즈니즈 블로그 <인터비즈>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지금은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의  교육저널인 「교육 제4의 길 」에 칼럼을 쓰고 있다. 저서로 <미래 교육의 불편한 진실, EBS, 2021>, <학교 속 문해력 수업, EBS, 2022>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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