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정과제, 불투명한 개혁 전망 속에 퇴행적인 교육 정책도 눈에 띄어…
목차
1. 국정 과제 의의와 교육 관련 정책 : 엄중한 상황 인식에 맞는 국정 과제일까 의구심
2. 110대 국정 과제 선정 원칙과 교육 관련 정책 : 기대에 어긋나는 교육 정책
3. 국정 과제로 선정된 교육 정책인 국정 과제 81~85 : SW·AI 등 정보 과학 기술만 강조하고, 다른 부분은 외면하거나 퇴행적인 교육 정책 방향 제시
1) 과제 81 – ‘11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의 의미와 내용 분석
2) 과제 82 –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 혁명’의 의미와 내용 분석
3) 과제 83 – ‘더 큰 대학 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의 의미와 내용 분석
4) 과제 84 – ‘국가 교육 책임제 강화로 교육 격차 해소’의 의미와 내용 분석
5) 과제 85 – ‘이제는 지방 대학 시대’의 의미와 내용 분석
4. 윤석열 정부 인수위의 교육 관련 정책 과제의 종합 평가와 대안 : 의욕만 앞서고 내용이 빈약함, 좀 더 정치한 대안 마련 필요
2022년 5월 3일, 윤석열 차기 정부 인수위원회는 국가 비전과 목표 및 정책 과제 110개를 발표하였다. 이것은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나라 국가 전반을 운영할 정책이면서, 미래 사회의 모습을 내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여기에서는 교육 분야에 한정하여, 국정 과제 작성의 원칙과 방향을 점검해 보고, 구체적으로 교육과 관련된 82~85번 정책 과제의 의미와 한계 및 문제점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에 있어서 더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1. 국정 과제 의의와 교육 관련 정책 : 엄중한 상황 인식에 맞는 국정 과제일까
이번 국정 과제 발표 배경으로 인수위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대내외적인 도전과 엄중한 시대적 갈림길이라는 상황 인식하에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시대적 소명을 내걸고 국정 비전과 6대 국정 목표 및 110개 정책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국정 비전으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제시하고, 국정 목표로는 첫째,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둘째,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셋째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 넷째,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다섯째,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여섯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와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일단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하고,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인정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의도와 내용에 걸맞은 목표와 정책 과제를 설정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2. 110대 국정 과제 선정 원칙과 교육 관련 정책 : 기대에 어긋나는 교육 정책
이번 윤석열 정부 인수위의 110대 정책 과제 발표를 보면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정과 상식에 입각한 정책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고 하고, 이 부분에 15개의 국정 과제를 제시해 놓았다. 이와 관련하여 부동산, 탈원전, 기부금이나 세금 관련 투명성 확보 등의 내용은 있지만, 아쉽게도 교육 관련 정책 과제는 하나도 없다.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가치가 공정과 상식이고, 이것은 소위 ‘조국’ 사태 이후 교육 부분에서의 아빠 찬스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상기해 본다면, 이과 관련된 교육 관련 정책 과제가 없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교육비가 국가 예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학생, 학부모, 교사 등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 교육 부문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의 상징과 같은 공정과 상식의 원칙을 적용한 교육 정책 과제가 없다니 황당하고 허탈한 느낌이다. 대선 과정에서 교육 정책 패싱이 이루어지고, 빈약한 교육 공약을 발표하더니, 그것이 인수위의 국정 과제 선정 과정에서도 그대로 재연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정부 주도의 경제 시스템을 민간 주도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26개 과제를 제시해 놓았다. 내용을 보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예상대로 중소 벤처 기업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활성화와 규제 개혁, 디지털 자산, 혁신금융시스템 구축, 주식 양도 소득세 폐지 등을 제시했다.
이 부문에도 교육 관련 정책은 없다. 물론 경제 부분이과 교육과 직접 관련된 것이 아니니까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미래교육, 4차 산업 혁명, 디지털 교육 등을 강조한 것으로 봐서, 혹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인재 양성과 관련하여 교육과 경제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정책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봤으나 역시 그런 기대는 무리였다 보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서는 경제와 교육의 관련성이나 상호 연계를 통한 개혁은 관심사가 아니다. 경제는 경제, 교육은 교육으로 서로 엄격히 구분하고 편파적인 사고를 하는 바탕에서 정책 과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래 경제, 글로벌 경제 부분에서 디지털 경제나 정보 과학 기술의 활용뿐만 아니라 노동이나 환경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육, 노동, 환경 등 제 분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이번 국정 과제 제시에는 그 부분에까지 인식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셋째,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라는 목표 하에 32개 국정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 맞춤형 복지와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상생의 근로 환경을 만들겠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공약과 국민의힘 정당이 주장하는 것이 전 정부에 비해 인권, 참여, 공공성 실현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치, 자율, 민간 주도 등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으로 봐서, 국가의 역할보다는 국민들의 의식 개혁에 초점을 두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결과는 국가의 의지나 역할만을 강조할 뿐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나 주체적인 역할은 가볍게 언급하고 넘어가고 있다.
넷째, 도전과 혁신의 과학 기술 혁명, 창의적 인재를 키우는 학습 혁명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한다. 비로소 교육과 관련하여 강조한 부분이다. 19개의 국정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최첨단 과학 기술 개발이나 기술 역량 확보 등 과학 기술 개발과 관련된 것, 그리고 미래 세대인 ‘청년’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전부이고, 학습 혁명을 이룰 수 있는 교육 개혁과 관련된 부분이나 내용은 없다.
과학 기술 강조나 ‘청년’에 대한 맞춤형 지원만 강조한다고 그런 인재가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그에 합당한 교육 개혁 정책이나 제도 개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국정 과제를 보면 그런 것에까지 인식이 나아가지 못한 것 같다. 아니 이번 인수위에서는 교육에 대한 개념과 생각이 없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도 제시하지 않고 좋은 결과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다섯째, 국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존경받는 나라, 자랑스러운 조국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하고, 그 하위에 18개의 국정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도 안보, 평화 실현, 장병들의 복지는 있는데 교육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 당당한 국민 자랑스러운 조국 건설에 있어서 교육을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희망의 지방 시대를 만들고자 한다고 하고, 내용으로 지역 균형발전, 지역별 혁신 성장 기반, 지역 인재 양성이나 지역과 결합된 고등 교육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일단 지역 자치와 교육을 연결한 정책 방향이라서 반갑기는 하다. 그런데 중앙과 지방 간의 권력 분담, 그리고 대학 서열 체제 해소 방안,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규모 학교의 소멸에 대한 대책 등의 내용은 없다. 더욱이 지방 시대는 정부의 역할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지역 자치나 교육자치의 성과나 역할과 관련하여 생각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선행 연구나 사전 논의 등은 찾아볼 수 없고, 아직까지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미성숙한 정책 방향을 불쑥 제시한 느낌이다.
3. 국정 과제로 선정된 교육 정책인 국정 과제 81~85 : SW·AI 등 정보 과학 기술만 강조하고, 다른 부분은 외면하거나 퇴행적인 교육 정책 방향 제시
교육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책은 ‘국정 지표 4.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국정 과제 약속 15. 창의적 교육으로 미래 인재를 키워내겠습니다.’에 5개의 국정 과제로 존재한다. ‘국정 과제 81. 100만 디지털인재 양성, 82.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혁명, 83. 더 큰 대학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 84.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 해소. 그리고 85.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가 그것으로,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교육 정책 부분에서 가장 먼저 제시하는 것은 81번 과제로, ‘11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이다. 즉 디지털·AI 등 신산업 신기술 분야의 인재 양성이 교육 부분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주요 내용을 봐도 디지털 인재 양성, 교원 SW·AI역량 제고, 초·중등 SW·AI 교육 필수화, 디지털 교육격차 해소, 디지털 인재 양성 인프라 구축, 민관 협력 강화 등이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 있어서 교육의 핵심은 디지털 과학 기술 교육이고, 교육을 국가 경쟁력 확보나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물론 과학 기술을 강조할 수 있고, 소위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인재 양성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 및 앞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 첨단 과학 기술인재 양성 부문뿐인가. 그리고 이것이 교육 부문의 가장 첫 번째 과제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교육 문제 해결과 미래 교육 시대가 과학 기술을 강조하고 그와 관련된 인재만 양성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과학 기술 지상주의는 너무 단편적이며, 인권이나 노동 및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환경 문제나 생태계에도 관심을 갖는 세계적인 흐름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더욱이 이런 정책 과제 제시는 구시대적이고 과거 지향적인 교육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국가 안보나 경제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본 권위주의 시대나 산업화 시대 교육관을 제4차 산업 혁명의 시대로 바꿨을 뿐이고 그것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교육관 하에서는 개개인의 성장 발달이나 잠재력 실현 또는 민주 시민의 양성이나 홍익인간의 이념 실현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과학 기술을 강조하는 교육이 너무 편파적인 정책 방향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2) 이번 인수위 발표에서 82번 과제로,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 혁명’을 목표로 초중등 부문 교육 관련 주요 정책을 망라하여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대입 제도 개편, 교육과정 개편, AI 기반 기초 학력 제도, 융합 인재 양성, 사교육 경감 및 학습 격차 완화, 학습·경력 관리 플랫폼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대입 제도 개편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대학 입시와 관련된 입시 교육이나 공교육 황폐화 문제나 사교육비 문제에 대한 대책도 없고, 단지 입시 비리 대책, 전형 단순화, 그리고 미래 교육 수요와 사회 변화를 반영한 대입 제도 개편만을 언급하고 있다. 초중등 교육 부분에서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인 입시나 입시 교육에 대해 이렇게 가볍게 인식하고 단순한 정책을 대책으로 제시하면서 우리 교육을 책임진다고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교육과정 개편 문제에 대해서는 고교 학점제 추진 점검 및 보완 방안, 그리고 개별 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을 개방 운영하는 ‘(가칭)온라인고교’ 신설 추진을 언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고교 학점제를 그대로 답습하겠다 하고 보완 방안을 말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보다 더 새로운 내용은 없다. 그렇다 보니 고교 학점제를 실시한다 하더라고 그것을 추진할 여건이나 환경 및 교사 양성이나 개혁이 구비되어 있는지, 또 고교 학점제 실시에 따른 개인, 학교 및 지역 간 격차나 불평등 심화에 대한 대책이나 해결 방안이나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 마련되어 있는지 등에 대한 대안이 없다.
그리고 고교 체제 부분에서도 학교 내 교육과정 다양화와 더불어, 다양한 학교 유형을 마련하는 고교 체제 개편을 내걸고 있는데, 이로 인해 교육 문제 해결보다는 더 심각한 갈등과 교육 문제를 불러일으킬 여지를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고교 다양화 명분으로 도입된 자사고, 특목고가 일반고의 황폐화를 야기하였고, 입시 경쟁 교육이나 사교육비 문제가 대학 입시 관련뿐만 아니라 유초중등 부문까지 심화되면서, 자사고·특목고 폐지와 일반고 중심의 고교 체제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졌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2025년부터 일반고 중심의 고교 체제 개편을 공언한 바 있는데, 이런 사회적 합의와 전 정부의 약속을 윤석열 정부가 충분한 검토와 대책 없이 뒤집어 버린다면 공교육 정상화를 기대한 국민들은 황당해 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유지된다면 고교 입시 준비를 위한 교육과 사교육 의존으로 인한 교육불평등 심화 등이 발생할 것이 불을 보듯이 뻔하다. 새로운 정부는 과연 자율과 선택을 강조하는 시장주의가 교육에 있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AI 기반 기초 학력 제고를 내걸고 있고, 그 방법으로 기초 학력 진단과 학력 진단 시스템과 학생의 특성에 맞는 밀착지원, 보조 인력 운영, 지원팀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기초 학력에 대한 관심을 갖고 강조하는 것은 좋은데, 이것은 새로운 대책이라기보다는 단지 디지털 기반이나 AI 기술을 활용한다는 것뿐이고, 어쩌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실패한 과거 정책의 기조를 답습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교육비 경감 및 학습 격차 완화 문제, 나아가 학습 결손 문제도 그렇다. 정확한 원인 진단이나 대책 없이 사교육비 경감이나 학습 결손 문제에 대해 관심만 표현한다고 그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런 문제들은 단지 교육적 부문만의 대책으로 해결할 수 없고, 교육과 복지 정책이나 사회 불평등을 야기하는 임금 체제나 사회 구조 등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제 부문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총체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데 윤 정부 인수위의 정책 과제는 그에 미치지 못하면서, 단지 열정과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기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여 안타깝다.
그리고 초중등 교육 부문 정책에서도 유독 SW·AI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을 가장 중요한 교육 목표로 내걸었던 것처럼,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은 마치 디지털이나 AI 활동을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키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기술 지상주의로는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생은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만이 아니라 디지털 및 AI 기술을 주체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능동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과학 기술만 강조한다고 하여 교육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3) 83번 과제로, ‘더 큰 대학 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이라는 대학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대학 규제 개혁, 학사 제도 유연화, 대학 중심의 창업 생태계 구축, 부실 한계 대학 개선을 내걸고 있다.
보수정당답게,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 계승자답게, 이는 예상되는 정책이다. 물론 대학 자율은 확대되어야 하고, 불합리한 규제는 혁파되어야 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다. 또한 대학이 취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속에서 대학과 창업 등을 연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을 우선순위에 놓고 추진하는 것이 과연 대학의 정체성에 맞고 우리 대학들이 처한 현실과 당면 과제를 바탕으로 한 고등 교육 발전 방향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대학은 단순히 취업을 준비하는 기관이 아니다. 엘리트 양성 교육 기관이면서 사회의 근간이 되는 학문과 연구 작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또한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에, 특히 초·중등 교육 부문에서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막중한 사회적 책임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대학들이 엘리트 교육을 제대로 한다기보다는 취업 준비 기관으로 전락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구 측면에서도 기초 학문 분야는 취약한 반면, 실용 학문 분야만 비대해지고 있기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더구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는 서열화된 대학 체제가 입시를 매개로 초중등 교육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고등교육 발전 방안, 기초 연구 강화 방안, 그리고 초중등 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학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인수위 발표는 그런 요구를 외면하고, 대학을 취업 준비 기관, 또는 최첨단 산업 기지로 보는 인식에서 고등 교육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대학을 교육보다는 산업으로 보는 구 시대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인 교육 정책 방향이다.
더욱이 ‘부실 한계 대학 개선’을 내걸고, ‘공정과 상식’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둔다면서, 대학의 경영 위기, 구조개선, 입시 이사 선임 등의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측면으로 사립학교 문제를 접근해서는 고등교육의 발전은커녕 교육 부분의 비리와 부정도 근절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실 사립대학은 우리 고등교육기관의 8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부정 및 비리와 연루되지 않은 대학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기에 공정과 상식, 부정과 비리 근절을 상징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가 이런 부정·비리 문제의 해결보다 사립대학과 관련된 부정·비리에 면죄부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든다.
그리고 학교 경영의 자율성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학생들의 중요 관심사인 고등교육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부분의 개인 부담률은 세계 2,3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높은 학비 때문에 공부해야 할 시간에 알바나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당연히 고등교육 강화를 위해서나 고등교육의 공교육화를 위해서도 대학 등록금 인하나 국가의 교육비 지원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4) 또한 84번 과제로, ‘국가 교육 책임제 강화로 교육 격차 해소’를 내걸고 있다. 교육과 돌봄의 국가 책임 강화, 소외계층 없는 맞춤형 교육, 평생 교육 지원 등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이다. 내용을 보면 유보 통합, 초등 전일제 교육, 교육 사각지대 해소, 교원 업무 경감, 평생학습 기회 보장 등을 내걸고 있다.
이러한 정책 과제는 우리 교육의 나아갈 방향이기는 하지만, 이해 관계자나 기관 간에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고, 또 재원 마련의 방안도 있어야 한다. 지금으로선 그런 부분에까지 철저한 대안이 마련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으며, 차후 부작용 없이 이런 정책 과제를 원만히 추진하고 의도한 결과를 실현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5) 교육 부문의 마지막인 85번 과제로, ‘이제는 지방 대학 시대’를 제시하고 있다. 대학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지방 대학 문제를 떼어 내, 지역과 대학 간의 연계·협력, 평생 직업 교육 강화를 위한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자체 권한 강화, 지역 인재 투자 협약 제도, 수요 맞춤형 교육, 지역 거점 대학(원) 육성, 대학 중심의 산학협력 평생교육, 전문대 평생 직업 교육 기능 강화를 내걸고 있다.
지방 자치 시대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제 분야가 모두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집결되어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교육 부분에서는 대학이 서열화되고, 인재가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다른 어떤 정책 과제보다 눈에 띄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단지 구호나 관심 및 희망 사항을 나열하거나 지역 자치 단체의 책임을 강조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권력을 지방에 대폭 위임하고 더불어 대학 체제와 같은 사회 체제 개편과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근본적인 사회 체제 개편에 대한 언급 없이 정책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인수위의 염원이나 선의는 이해하지만 그런 정책 과제가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
4. 윤석열 정부 인수위의 교육 관련 정책 과제의 종합 평가와 대안 : 의욕만 앞서고 내용이 빈약함, 좀 더 정치한 대안 마련 필요
인수위가 발표한 정책 과제가 실현될 수 있으려면 국민들이 그것이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받아들이면서, 그런 정책들이 우리 교육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교육적인 염원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제시한 정책 과제를 보면 교육을 종합적으로 보기보다는 너무 과학 기술 분야에 치우쳐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디지털 정보와 AI 기술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 못지않게 민주 시민의 양성이나 환경 및 생태 문제를 포괄한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교육 관련 정책은 너무 빈약하다고 볼 수 있고 더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초중등 교육 부분에 있어서는 교육 문제에 대한 현실 진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고, 더욱이 가장 심각한 교육 문제인 입시 교육과 공교육 황폐화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책도 없다. 오히려 입시 경쟁 교육을 심화하는 과거로의 퇴행이거나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책 과제들이 많다. 배울 내용, 배우는 속도, 배운 것을 확인하는 평가 방식 모두 국가와 학교가 일방적으로 정하여 강요하는 공급자 중심의 현행 교육 방식이 가진 한계와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교육 대전환의 노력이 일체 보이지 않는 것도 큰 실망이다.
입시 대책도 치열한 입시 경쟁 완화 대책이 아닌, 고작 입시 비리 단절이나 입시의 단순화 정도만을 제시함으로써 그 내용이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입시 문제 해결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수능 비중 강화가 답이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입시제도 개혁, 나아가 치열한 입시 경쟁을 야기하는 대학 체제 개편 문제까지도 고려하여 보완할 필요가 있다.
고교 학점제를 위한 교육과정 개편 부분에서도 지금까지도 논란이 된 주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의 성격에 맞는 교육과정 개편, 고교 학점제를 실시하더라도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여건이나 환경의 마련, 나아가 교사 확보와 질 담보 문제, 개인 간·학교 간·지역 간 격차 발생 우려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여 보완할 필요가 있다.
고교 체제 부문에서 인수위는 일반고 황폐화와 입시 교육이 강화되더라도 특권학교를 유지하겠다는 퇴행적인 정책을 선택하고 있다. 그것은 교육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 될 우려가 있다. 일반고 중심으로 고교체제를 개편하더라도 학교 내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는데, 굳이 철폐하기로 한 특권학교까지 유지하면서 입시 경쟁 교육에 집착하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의 취지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교육 부분의 불평등과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일반고의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 방안을 마련하면서 특권학교는 폐기하는 방향이 옳다.
그리고 사교육비 경감이나 기초 학력 저하, 학력 격차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나, 제시된 대안이 실현 가능한 정책이라고 생각되지 않고, 내용 없는 정책 방향 제시와 희망 사항 나열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한 보완과 함께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고등교육 부분에서는 대학이 취업 준비 학원이 아닌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고등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이 되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시간강사의 신분 불안이나 수업 및 보수 문제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학의 연구와 학문의 재생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 간의 네트워크나 체제 개편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등교육의 공교육화를 위해 대학 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사립대학의 경우 고등교육을 책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이나 비리로부터 자유로운 학교가 별로 없을 정도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자율이나 경영의 문제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교육 기관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공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 교육 책임제는 유보 통합, 초등 전일제 교육, 교육 사각지대 해소 등 학부모나 교육 부분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그런 정책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재정 확보와 관련 집단이나 부서 간의 협력과 조화 체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핵심으로 보인다.
지방 대학 강화 정책은 재정 권한을 지자체로 위임하는 등 지자체의 권한 강화, 지자체 대학 협력 기반 마련, 지역 산업 수요에 맞는 맞춤형 교육 등 대담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역 간 산업과 재정의 불균형이 심각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 권력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이 정책이 의도와 달리 오히려 지역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따라서 이런 대담한 정책이라면 사전에 치밀한 준비와 논의를 거친 후에 채택하고 추진해야 한다. 사전에 충분한 연구나 논의 및 여론 수렴 없이 의욕적으로만 추진한다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의도한 목적도 실현할 수 없을 것이다. 차후에라도 이런 부분을 보완하여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이 더욱 발전하고,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및 경기여자고등학교 교사로도 활동 중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과도 초창기부터 인연을 맺고 함께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