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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원도심(原都心) 지역의 학교 이전 논란을 바라보며

#749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2022.04.20

이 글은 몇몇 시·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원도심(原都心) 지역의 학교 이전에 대한 논란에 대한 개인적 견해이다.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학벌과 학력은 대한민국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명문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주요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특정 학교의 동문회가 활성화되며, 동문회는 해당 지역의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 지역 명문고 졸업생들의 동창회가 결성되어 지역사회 연대의 축이 되고, 그 연대의 끈으로 지역사회 발전이 이어진다. 특히 주요 선거 과정에서 이들의 조직적인 인맥은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하고, 명문고의 동창회장직은 비중 있는 이력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한때는 이러한 동문회가 도시 발전을 주도하고, 도시 발달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산업화 시대에 큰 역할을 했던 구도심들이 수명을 다하고, 신도시들이 부상하게 되면서 낡은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로 인한 여러 문제들이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원도심의 주민들은 각종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공동화 현상이 가속되고 있는 원도심의 지역에서는 지역 소멸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부동산 가격에 민감한 대한민국이다 보니, 해당 지역의 여론은 심각해져만 갔다. 원도심 공동화 현상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 부산, 대전, 대구 등 광역시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고, 경기도 내에서도 수원, 용인, 성남, 안양 등 일정 규모 이상이며 오래된 도시에서의 공통된 상황이다. 서울이나 부산 등 구도심을 가진 지역은 예외 없이 이러한 현상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원도심의 중심에는 언제나 학교가 있다. 명문 중·고교나 지역 내 대학들이 있다. 명칭부터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곳들도 존재한다. 지역과 학교는 거의 공동 운명체라고 인식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학교 입장에서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어렵고 힘든 경우도 있지만, 위기일 때 도움이 되는 네트워크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것에는 명과 암이 공존하듯, 지역사회가 때로는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역의 상황이 안정적일 때는 그러한 일들은 크게 문제시 되지 않았다. 그러나 신도시 개발로 원도심(구도심) 지역의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개발이 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가는 상황은 주민들의 인내심의 한계를 가져오며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였고 논란이 계속되었다. 개인과 단체의 이해관계, 욕망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원도심 지역 논란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고등학교 이전 논란이다. 때로는 초·중학교나 대학이 해당되기도 한다. 학교는 사회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 이전 논란과 관련, 해당 학교 학생도 학년별로 의견이 다를 것이고, 교직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학부모의 입장도 여건과 상황에 따라 다르고, 지역 내에서도 위치와 위상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나타날 것이다. 학교 안에서만 해도 이러하니, 지역사회와 지역 구성원들 역시 서로 다른 관점으로 충돌한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 바로 지역 정치인과 지역 총동문회일 것이다. 이들은 지역 사회를 상징하는 학교의 정체성과 기존 질서의 변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각자의 이해관계와는 별개로 작동하는 것들이 있다.

 

학교 이전과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사항은 여러 가지이다. 변화를 추구하는 도시재생, 인접 지역의 신도시의 탄생, 학령인구의 급감, 미래교육에 대한 수요, 학교와 학생의 안전에 대한 요구, 다양한 교육적 수요, 오래된 학교의 공간부족 문제, 교육적 가치, 현재 재학 중인 학생·학부모의 요구 등 다양한 요구와 상황들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모든 가치를 떠나 학교를 새로 증·개축하는데, 기존 학생들의 안전문제와 공사기간도 고려 대상이 된다. 계획이 전부도 아니다. 재학생과 신입생의 입장에 대한 고려, 중·장기적인 수요 예측 등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대중들이 모르는, 때로는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 학교 안에 숨어있다.

 

교육정책의 변화도 원도심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하는 한 원인이다. 예를 들어, 고교평준화 현상의 일반화와 자사고-특목고의 등장으로 지역 명문고가 퇴색하는 것도 원도심 현상을 가속화한다. 지역 입장에서는 불편한 진실일 수 있으나, 이 또한 큰 흐름 안에서는 긍정적 변화의 시작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주차 공간 부족, 활동 공간 부족, 불편한 시설 및 환경, 노후학교의 경우 시설 노후화로 인한 안전 문제, 주변 환경에의 악영향, 학교 내 불건전한 사건 발생의 우려, 비좁은 공간으로 인한 주민 개방 불가, 음침한 분위기로 인한 슬럼화 가능성 등의 문제가 내포되기도 한다.

 

현실은 이러한데 지역 언론은 초점이 없으며 특정단체, 특정 정치인의 이익을 중심으로 논의가 확장되고 있다. 관련된 설문조사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어 객관적인 판단도 힘들다. 객관적인 데이터와 상황이 없는 상황에서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고 결국 정치적인 목적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모두들 교육적이고 학생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학생과 교육이 중심이 아닌, 학생들의 의견이 아닌 어른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쉽게 말해, 부동산 가격이 지역주민들의 민감한 이슈가 되기도 하고, 학생들의 진학 문제, 또는 학교 이미지의 문제, 지역 정치인들의 영향력이 가장 중점적인 고려 대상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원도심의 인구 수 감소와 신도시로의 유출은 전국적인 현상이므로 특정 지역의 문제로 볼 수 없다. 아무리 해당 지역의 논리만을 내세워도 언젠가 원도심 문제는 부각될 것이고, 공동화 현상이나 학생 수 감소 문제는 해결할 길이 요원하다. 그 과정에서 도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결국 개발 논리에 의해 원도심이나 신도시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어른들의 욕망이기도 하다. 결국 원도심의 규모 축소는 슬럼화, 도심 속 학교 폐교, 다문화 현상의 심화 등을 초래하게 되고 이는 일반적인 흐름이 될 것이다. 막을 수 없으니 긍정적인 변화로 바꾸든, 아니면 큰 그림을 보고 새롭게 도시를 재편하든 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도심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달라는 요구가 있는데, 이는 모든 학교에 대해 기준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 원도심만 지속적으로 특혜를 주기는 어렵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원도심 개발로 향후 유입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현재 시점에서 확신할 수가 없어 불투명할 뿐이다. 역사가 오래되었으니 학교를 남겨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전라도, 강원도 등의 지역에서는 100년 이상 된 학교들이 폐교된 사례가 수 천 건 이상이다. 학생 수 감소와 지역의 변화로 인한 불가피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또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들이 100년 동안 원도심을 위해 기여한 부분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령, 과거 비평준화 시절 명문대 입학생을 많이 배출했는데 그 입학생들이 과연 원도심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생각해 보면 정작 돌아오지 않는 학생들이 많았다. 인재들이 떠난다면 당연히 그 지역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 단순한 원리를 지역주민들이 모르지 않았을 터, 떠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제 와서 학교를 살린다는 말도 모순에 가깝다. 이미 사회는 명문대 출신들만 주목받는 시대가 아니다. 다변화의 시작인 시점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도시의 필요성이나 학교 구성원들의 요구에 의해 학교는 이전할 수 있으며, 특히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학생들의 권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사실 원도심의 오래된 학교의 특성상 대규모로 리모델링하기도 어렵지만, 하게 되더라도 학교에서 공사가 진행되면 학생들의 수업 환경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방식은 지역이나 학교, 학생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수 있다.

 

결정에 앞서 객관적인 데이터 파악이 우선되어야 한다. 재학생, 학부모, 교직원 전체의 학교 이전에 대한 동의율 파악이 중요하다. 또한, 지역사회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나 이것이 주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관련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분석해볼 필요도 있다. 객관적 데이터가 나온다면 판단은 교육청과 학교 측에서 각 주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한 후, 최종 정책 결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의 입장과 의지도 중요하다. 어떠한 목적으로 이전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상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옮기는 지역과 옮겨가는 지역 모두가 윈-윈이 될 수 있도록 배치 후 계획도 필요하다. 학교 이전 시 해당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원도심의 학생들은 어떻게 교육을 받을지(신설학교, 인근학교 수용 등), 필요하다면 스쿨버스 등 이동 수단에 대한 보조를 받는지 등에 대해서 명확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연구와 설문 결과 다수가 원하고 필요하여 여건상 옮길 수밖에 없다고 판단되면, 일부 지역주민이나 정치인들이 반대하더라도 이전을 실행할 필요도 있다. 특히 학생들의 교육적인 여건 개선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 어떠한 경우에도 교육적 가치와 학생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학교를 옮기는 것에 대해 미리 행정예고를 함으로써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가령, 2년 후 학교를 옮긴다고 하면 다음 해부터는 신입생을 받지 않아야 하고, 재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해당 학교에 재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통학을 위한 스쿨버스 등 이동 수단에 대한 확보, 안전에 대한 확보는 필수이다. 공사기간에 학생들이 학교를 출입하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기에 이러한 세밀한 대응이 중요하다.

 

학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해야 한다. 학교는 지역 정치인의 것도, 총동문회의 것도 아니며, 학부모나 교사에게 지분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학교 하나가 그 지역을 상징한다는 것은 시대 상황과도 맞지 않다. 지역 사회의 상징도 다변화 되고,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신도시는 계속 생길 것이고 원도심은 특별한 변화가 없는 이상 학령인구는 감소할 것이다. 변화를 늦출 수도 없는 현실임을 감안하여, 이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노후된 학교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의 어려움을 생각해서라도 원도심의 학교는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과연 학교는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 이기주의 속에 종속되어버린 학교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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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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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김태균 수정 삭제

    선생님의 학교 이전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합니다. 학교 이전은 학생과 그들의 교육을 중심에 둔 의사결정이어야 하며, 원도심의 재개발 고민 속에 폐교가 된 학교 건물을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할까도 함께 포함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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