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보장법, 실효성 낮고 대상 학생들에게 독이 될 가능성 커
교육부는 2018년 검사 결과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017년 대비 중3의 경우는 국어 <2.6 → 4.4%>, 수학 <7.1 → 11.1%>, 영어 <3.2 → 5.3%>처럼 증가하자 지난 3월 28일 2018년 학업성취도 검사결과 발표와 함께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기초학력의 개념 정의, 비전 및 주요과제, 세부 추진 계획‘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부 추진 계획에는 초1~고1 대상 전수조사 방식의 ’기초학력진단평가‘를 도입하고 ’평등한 출발선 보장을 위한 초등 저학년 집중 지원‘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기초학력 보장법」 및 시행령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기초학력) 읽기, 쓰기, 셈하기 및 관련 교과(국어, 수학)
❖ (계획수립) 국가는 5년마다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 시‧도는 매년 시행계획 수립
❖ (보조인력) 학습지원이 필요한 교과의 수업에 보조인력 추가배치 가능
❖ (진단‧통보) 반드시 진단을 실시하고 학생의 보호자에 결과 통보
❖ (전담기구) 국가(시‧도) 기초학력지원센터 지정‧운영
언뜻 생각하면 「기초학력 보장법」이란 명칭만 봐도 이를 법으로 제정해 시행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하게 만든다. 이는 미국의 아동낙제방지법(NCLB)을 연상케 한다. 기초학력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허용하지 않고 모든 학생들이(특수교육 대상자 제외) 이에 이르게 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로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분석해보면 이 법은 실효성이 낮고 대상 학생들에게 독이 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초학력 기준 낮게 정해놓고 이를 보장하겠다는 것은 기만적인 정책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에 따르면 기초학력을 ‘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갖춰야 하는 읽기·쓰기·셈하기(3Rs)와 이와 관련된 교과(국어·수학)의 최소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으로 정의하고, 기초학력 보장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최소한의 성취기준은 해당학년의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성취기준에서 평가기준 하(下)에 해당하는 수준이며, 읽기·쓰기·셈하기의 관련 교과는 국어·수학’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평가기준 하(下)’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의 기초학력(20%이상~50%미만)의 하한선인 20%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낮은 수준을 기초학력이라고 부를 수 없다. 세계 주요국의 경우를 봐도 싱가포르의 경우 초등 3학년까지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 수준이 교육과정 목표의 50%다. 국내 다른 평가에서의 성취도 기준을 보자. 국내 수능 영어절대평가 5등급도 ‘50점이상’이고 성취평가제의 최하위 등급인 E도 ‘60%미만’이다. 게다가 교육부가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에서 소개하고 있는 박경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초학력보장법의 도입 취지에는 “학생 개개인의 자아실현과 행복향유의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성장 동력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투자가 될 것임”처럼 밝히고 있다. 교육부가 생각하고 있는 기초학력보장법의 보장 기준 20%는 국내외 일반적 기준에 비해 턱없이 낮고 기초학력보장법의 도입 취지를 살릴 수도 없다. 그래서 이는 기만적인 정책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20% 기준으로 도달·미도달을 가리는 것은 타당성 없어
교육부는 기초학력보장(기초학력 기준 자체가 타당성이 없는 점은 차치하고라도)을 위한 주요 대책으로 아래와 같은 구상을 밝히고 있다.
• 초기 단계 학습부진 학생 관리가 미흡하여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교육에 흥미를 잃는 학생이 증가함에 따라 조기 진단·보정 강화 필요
• 기초학력 지도에 도움이 되도록 학습태도, 기억력 등 학습 준비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진단 도구 개발·보급(2020)
•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 구축·운영 지원(17개 교육청)
• 기초학력 수준 확인을 위한 진단은 단위학교에서 모든 학생에게 실시하되 학교 여건에 따라 진단방법 등은 자율 선택
• 학교는 진단 결과를 보호자에게 통지하고 가정에서의 학습·생활 태도 등과 연계하여 학생별 학습을 지원
• 지역·학교별 진단 결과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기초학력 정책 수립 등을 위한 자료로 활용 가능
• 기초학력 진단(초기·향상도 진단) 후 부족한 영역에 대한 보충 지도
• 학습지원이 필요한 교과의 수업에 보조인력 추가배치 가능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이상의 교육부 구상은 바람직한 접근이라 생각된다. 진단평가의 진단의 질이 우수하다면 진단은 바람직하다. 아울러 진단의 목적이 교수법 개선을 위한 정보 수집을 위해 학습 태도나 학습준비도 등을 측정한다면 일부 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수조사 방식은 바람직한 접근이다. 현 교육부 안의 문제점은 진단과 보정을 반복하면서 최종 보정단계에서는 도달·미도달만 가리겠다는 점이다. 100점 만점에 20점을 맞지 못한 학생을 가리겠다면 이런 진단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려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 30%~100%에 해당되는 학생은 완전히 들러리 역할만 하게 된다. 이런 학력진단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학력 관리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진단을 하고 전체 학생에 대한 진단이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 학생의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해 힘써야 한다. 미국의 아동낙제방지법(지금은 모든 학생 성공법)이 ‘연간 적정 향상도(AYP: Adequate Yearly Progress)’를 중심으로 학력을 관리하는 것은 큰 시사점을 준다.
기초학력보장을 위한 가장 실효성 낮은 정책 대안, 재고해야
교육부는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기초학력 진단(초기·향상도 진단) 후 부족한 영역에 대한 보충 지도’와 ‘학습지원이 필요한 교과의 수업에 보조인력 추가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동의 경우 그 요인이 너무 다양해서 보조교사 한 명 추가로 투입한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되기는 매우 어렵다. 관련 연구 결과를 봐도 그렇다.
기초학력을 보장하려면 가장 먼저 ‘가르치면 배울 것이다’라는 가설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의 뇌는 가르친다고 배우지 않는다. 인간의 뇌에 학습이 실제 일어나려면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저것이 내게 소용이 있는 것인가?(의미의 문제, 나와의 관련성의 문제)”, 다른 하나는 “내가 해낼 수 있는 수준인가?(현재의 준비도와 자기 유능감의 문제)”, 마지막 하나는 “내가 공부할 기분인가?(‘너희는 어떻게 해도 안 돼’라는 고정관념이 아니라 ‘뇌는 실시간으로 바뀔 수 있어’와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라는 성장관점 지향)”이다. 이는 교육과정, 수업내용과 방식, 교육자들의 의식과 학교문화가 바뀔 것을 요구한다. 기초학습부진 상태의 아동이 기초학습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진단-보정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해법은 전혀 다른데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들어 학습의 효과크기에 대한 연구 결과가 전 세계 교육자들의 관심을 크게 끌고 있다. John Hattie라는 학자가 과거 약 20년 동안 세계 교육계에서 발표된 학습 효과 관련 80,000건의 연구를 대상으로 1,400건의 매타 분석을 통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 크기를 분석했고 그는 효과크기(effect size)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서 사이트(visible-learning.org)에서 공개하고 있다. 그의 연구 결과는 21세기 교육의 효과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다. 그가 메타 분석한 효과크기는 아래 표와 같다. 참고로 0.4이하는 효과가 낮은 수준이고 0.4~0.6은 중 수준이며 0.6이상은 높은 수준이다.
<표 1> 학업성취에 미치는 효과크기(Hattie, 2018)

위 표에서 효과크기가 가장 큰 것 4가지와 가장 작은 것 3가지만 비교해 봐도 기초학습보장을 위해 교육부와 학교가 무엇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 효과크기가 가장 큰 4가지
· 집단적 교사 유능감(collective teacher efficacy) (1.57)
· 학생 스스로 자신의 성적 평가하기(self-reported grades) (1.33)
· 성취에 대한 교사 기대(teacher estimates of student achievement) (1.29)
· 개입·반응중심접근법(RTI-response to intervention) (1.29)
▶ 효과크기가 가장 낮은 3가지
· 학급사이즈 (0.21)
· 1교실 2교사제 (0.19)
· 교사 교과지식 (0.11)
우선 효과크기가 가장 큰 4가지를 보자. 집단적 교사 유능감(collective teacher efficacy)이란 학생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교사집단의 신념이자 유능감이다. 이는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학교문화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학생 스스로 자신의 성적 평가하기(self-reported grades)는 학생 자신에 대한 학생의 기대 수준이 높을 때 성취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학습의 성과가 나오기 전 자신이 도달가능하다고 믿는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한편 ‘성취에 대한 교사 기대(teacher estimates of student achievement)’란 교사가 학생들이 어느 정도 성취할 수 있다고 개개인에 대해 생각하는 기대 수준을 말한다. 아동은 주위 어른들의 기대 수준만큼 큰다. 그리고 이는 교사들이 “모든 아이들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라는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새로운 학습과 경험에 의해 평생 변할 수 있는 뇌의 능력)에 바탕으로 둔 성장관점(growth mindset)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어떤 경우에도 “쟤는 어떻게 해도 안돼”라는 생각을 갖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네 번째 것인 ‘개입·반응중심접근법(RTI)’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에서 개발되어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접근법으로, 상시적 사전 진단을 통해 위험군으로 떨어질 학생을 조기 선별하고 층위별 맞춤식 교육으로 개입하는 접근이다. 이는 실패할 때까지 기다렸다가(wait to fail) 보정하려는 접근과는 매우 다르다. 한국도 실패하기 전에 예방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음으로 효과크기가 매우 낮은 경우를 보자. 학급사이즈는 한 교실당 학생 수를 의미하는데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도 이것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는 한국적 통념과 매우 다르다. 한국의 경우 현장교사들로부터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달라는 요구가 꾸준히 있어 왔다. 하지만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학급당 학생 수 감소는 학업성취도 향상과 관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교사의 교수법이 바뀌지 않는 것과 관련이 깊다. 또한 1교실 2교사제(co- or team teaching) 역시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통념과 달리 효과크기가 매우 작다. 물론 이는 연구의 평균치이며 특정 방식으로 1교실 2교사제를 운영하면 0.19보다는 더 높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여전히 0.4이하일 가능성이 높다. 끝으로 또 사회적 통념과 다른 것은 교사의 교과지식(teacher subject matter knowledge)이 학생의 성취도향상에 기여도가 매우 낮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임용고사는 큰 성찰을 필요로 한다.
기초학력보장법의 딜레마와 극복방안
「기초학력 보장법」이 시행되면 학생들의 실질적인 학력이 향상되기보다는 교사들은 아이들을 방과 후에 남게 하여 유사 시험문제를 반복해서 풀게 할 가능성이 높다. 시험성적을 단기에 향상시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는 문제의 반복적 풀이보다 나은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는 학생들에게 중장기적으로 독(毒)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학습의 원리상 자신의 현재의 수준 즉 준비도(readiness)를 넘는 문제도 반복적 풀이를 통해 일시적으로 성적을 올라가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실제 의미와 개념을 이해하고 다음 학습에 전이될 수 있는 진정한 학력이 길러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초학력보장을 법으로 강요하기보다는 느리더라도 교사의 도덕적 사명감(moral purpose), 집단적 유능감(collective efficacy)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학습을 힘들어하는 아동에 대한 교사의 인지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학습이 실제 일어나는 뇌친화적교수법을 집중 연수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된다. 교사가 학습자의 뇌 속에서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모르면 열심히 가르쳐도 실제 학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학습효과 연구의 대가 John Hattie도 가장 효과적인 교사는 자신이 가르친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끊임없이 확인하고 평가하는 교사라고 말하고 있다. 뇌기반교수법은 학습이 실제 일어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특히 기초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의 경우 현재의 수준에서 각 단계별로 확실히 기초를 다지고 진도를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의 가능성 원리는 이렇다: 우선 20%에 도달해야 30%에 도달할 수 있고, 30%에 도달해야 40%에 도달할 수 있으며 40%에 도달해야 이를 기반으로 50%(실제적인 최저 기초학력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현재의 수준이 20%인 학생에게 40-50% 수준을 제공하면 학습자의 정서 필터가 높아져 전두엽으로 올라가는 학습의 통로가 막혀 학습이 일어날 수 없다. 그래서 특히 기초학습이 부진한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스캐폴딩(scaffolding)과 개별화 지도(differentiated instruction)를 기반으로 기초지식을 완전히 체화한 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수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자의 준비도에 상관없이 진도 나가기에 급급한 수업을 개선하고 이런 수업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기초학력보장은 앞으로 국가나 개인의 생존과 관련되는 매우 중대한 과제다. 기초학력의 정의, 기초학력 관리 기준, 학업성취도평가와 기초학력진단평가, 기초학력보장법 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통합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고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기초학력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UNESCO가 “리터러시는 읽기·쓰기·셈하기란 일련의 전통적 개념을 넘어 지금은 점점 더 정보가 넘치고 빠르게 변하는 세계 속에서 정체성, 이해, 해석, 창조와 소통의 수단으로 이해되고 있다.”라고 언급했듯이 우리 교육부도 리터러시를 폭넓게 정의하고 접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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