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바꾸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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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교육] 누구를 위해 종(鐘)은 울리나

#737 김경범, 전 서울대학교 교수 2022.03.10

우리 영화 「킹메이커」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서창대(이선균 분): “표를 벌든 돈을 벌든 그게 뭐가 다릅니까?”
김운범(설경구 분): “장사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될 수 있어도, 정치는 표를 버는 것이 목적이 되면 안 되는 법이오.”

 

김운범의 대사는 숭고하지만 냉정한 현실 앞에서 순진하고, 서창대의 대사는 현실적이지만 미래에 희망을 둘 수 없어 절망적이다. 순진과 절망 사이에서 최적의 중간 지대를 찾는 과정이 선거 캠페인이라면, 이번 대선에서는 서창대의 논리가 압도했고 순진함은 설 자리가 없었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향후 5년 동안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이 될지 잘 모른다.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는 넘쳐나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이번 캠페인 과정에서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택받은 당선인도 선택받지 못한 후보도 단지 과거를 놓고 다투었고, 내가 잘 할 수 있으니 믿어달라고만 했다. 사람을 믿는 정치, 법과 행정 시스템이 아니라 대통령 한 사람에 의해 국가의 향후 5년이 결정되는 현실은 도박에 가깝다. 대통령과 주변 몇 사람만으로 국가를 경영하면 이익집단이 될 위험도 있다. 이런 위험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후보와 주변 사람과 정책을 살피고 따져서 최선의 미래를 만들어줄 사람을 고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어떤 미래를 만들지 논의하지 못했다. 선거에서 이겨야 대의를 이룰 수 있다는 ‘서창대’에게 매몰되어 모두가 과거에 매달렸고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겠다고 했다. 현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은 정권 교체론을 확산시켰다. 당선자는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했고, 청년 일자리가 없으니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으며, 기업 지원과 친환경 산업구조 개편도 약속했고, 출산과 보육을 지원한다고 했다. 그런데 현 정부도 같은 약속을 하며 시작했다. 일자리 상황판도 만들었고, 집값도 안정된다고 했으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뉴딜도 했고, 보육 체계도 개선하려고 했다. 현 정부의 미진함은 차기 정부가 만들어진 이유이면서, 차기 정부의 과제가 된다.

 

이번 선거에서 교육은 어땠을까. 교육 이슈는 없었고, 두 후보의 교육 공약은 차별화되지 않았다. 당연히 해야 할 과제들을 내놓고 당연히 내야 할 결론을 내었다. 하지만 동어반복이어서 공허했고 국정 철학을 찾을 수 없어서 공허했다. 학교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으니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답하면 공허하기 마련이다. 작은 표를 위한 산발적인 공약이 모두 모였다. 당선자는 교육 이슈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고, 다른 후보들도 교육 이슈를 회피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① 교육에 관심이 없다.
② 교육을 잘 모른다.
③ 교육 이슈는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④ 아직 정책 방향이 정리되지 않았다.

 

아마도 이 가운데 하나이거나 하나 이상일 것이다. 그런데 왜 모든 후보가 교육 이슈는 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까. 1) 학교 교육과 대입제도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과 불신 때문에 거론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다. 2) 유권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있어서 갈등 상황을 만들면 손해는 불확실하지만 크고 이익은 확실하지만 작다. 3) 김운범과 서창대의 대립,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정책과 현재 유권자의 인식이 일치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 가운데 하나이거나 전부일 것이다. 당선자가 교육을 모르면 교육 이슈는 홀대받는다. 하지만 교육은 민생과 직결된 현실이다. 선거 과정에서는 피할 수 있어도, 새 정부가 출범하면 피할 수 없다. 교육은 누구나 문제도 알고 답도 알지만, 그것을 실현하기는 매우 어려운 영역이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현재 시점과 미래 시점이 혼재하며, 긴 시점의 일관성이 필요한데 정부 임기는 5년인데다가, 교육 이슈에는 서로 다른 철학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책을 정하고 구현하는 과정에서 허수아비 게임과 립서비스도 흔하게 일어난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다. 예를 들면 대학입시에서 공정성을 위해 정시모집 인원을 10% 더 늘린다고 공정성이 10% 더 높아지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내놓은 많은 교육 공약을 잊어야 한다. 그 공약들은 너무 많고 덜 중요하며 산발적이다. 선거가 끝났으니 지금부터 차기 정부의 교육철학을 정립하고 정책을 패키지화하며, 이를 구현할 수단을 찾아야 한다. 정부 조직도 개편해야 하고, 법령 개정을 위해 국회와 협력해야 한다. 국회와 협력하고 협상하지 않으면 정쟁만 만들다가 시간을 보내고 만다. 당선자가 이미 발표한 공약도 실행 여부를 원점에서 다시 판단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도 설정해야 한다.

 

새로운 국정 계획을 수립할 때 차기 정부가 반드시 다루어야 할 교육 이슈는 다음과 같다. 각 정책이 모두 가시밭길이겠지만, 다음 정부가 피해 가면 차차기 정부의 과제로 남고, 차기 정부는 5년 후 국민과 역사의 저울대에 오르게 된다.

 

[국가가 책임지는 공정한 교육]

◦ 공정한 출발선을 갖는 유·초등학교 : 안전하고 완전한 돌봄과 교육
◦ 기초학력 보장과 학력 격차 완화
◦ 국가가 책임지는 공정한 대학입시
◦ 전 생애에 걸친 동등한 교육 기회

 

[교육의 다양화·전문화·자율화]

◦ 획일적 학교 교육의 수평적 다양화
◦ 대학 자율권 보장 및 OECD 수준의 고등교육 예산 투자
◦ 초·중·고 소프트웨어 교육 내실화 및 전문화
◦ 미래에 필요한 새로운 직업교육 체제 도입

 

[개인 맞춤형 성장: “모두가 돌보고 가르치는 한 명의 아이”]

◦ 승자와 패자를 구별하는 교육에서 모든 아이의 잠재력과 소질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학교 교육으로의 전환
◦ 교육 서비스의 질 제고 및 학생·학부모의 선택권 확대
◦ 아이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교원(정원, 양성, 임용, 평가, 재교육) 정책

 

이 가운데 당선인의 공약에서 방점을 두지 않았던 정책은 다음과 같다.

 

 

1. 기본학력 보장 및 학력 격차 완화

 

▸ 정책 목표

◦ 모든 국민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학력’을 갖추고 평생에 걸쳐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는 보편적 평생교육 실현
◦ 모든 학생의 기본학력을 보장하여 개인의 삶의 질과 국가 경쟁력 제고
◦ 기본학력을 구현하는 새로운 학교 교육 서비스: 읽기, 쓰기, 셈하기를 넘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문해력, 수리력, 디지털 리터러시, 자기 인식 및 관계 능력)을 기르는 학교 교육

 

▸ 과제: 개별화 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의 ‘기본학력’을 보장하는 학교

◦ 학교 교육의 책임성 강화: 책임교사제 도입

– 초등학교 3학년/5학년, 중학교 2학년 전수 학력진단평가
– 교사가 학생의 개인별 학업 역량을 진단하고 일대일 방식의 보정 교육
– 교육과 행정을 분리하여 대다수 교사가 학생을 책임질 수 있는 환경 조성

◦ 교육 자치와 연계하여 교사 정원 확대
◦ 기초지자체와 기초학력지원센터의 협력 체제 구축

– 성장 단계별 학습·심리·정서 상담을 통한 학생 개인 맞춤형 문제 해결
– 지역사회의 의료인+교육자+사회복지사 연계 체제 구축
– 교육복지사, 돌봄전담사 고용 확대

 

 

2.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

 

◦ 학교 공간에 대한 투자 확대

– 모든 학교 건물에 대한 안전 진단 및 리모델링
– 안전한 학교 환경 조성을 위해 40년이 넘는 모든 낙후 학교(6,000개) 개축

◦ 안전사고 신속 대응을 위한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와 지역병원을 1:1 매칭’
◦ 건강하고 신선한 학교 급식: 급식 지원비 인상
◦ 대단위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건물과 공간을 설계하여 보급

 

 

3.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학생의 교과 선택권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 교육의 다양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학교 자율권 보장

 

◦ 유·초·중등학교 업무를 교육청으로 이관
◦ 학생 선택권 확대를 위해 온라인 수업 플랫폼(온라인학교)과 함께 지역 여건에 맞는 공유학교 도입
◦ 지역 단위 일반고와 특성화고-특성화대학 간의 교육 프로그램 공유
◦ 산업화 시대의 특성화고등학교를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특수목적 직업학교로 전환

 

 

4. 전문가로 구성된 입시전담기구를 설립하여 국가가 책임지는 대입 공정성 확보

 

◦ 대입 전형의 설계, 진행 과정, 결과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책임지는 전문 기구를 설립: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하고 명료한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 수립
◦ 매해 대입 공정성 백서를 발간하고, 부정 및 불공정한 학교에 대한 감사 의뢰
◦ 대학입시와 관련된 모든 불공정 요소 및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
◦전형 자료의 간소화와 충실한 자료 제공을 통해 정보격차 해소

 

 

5. 대학재생특별법 제정과 고등교육 재정 확충

 

◦ 대학의 자율적인 교육과 연구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며,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여 불필요한 규제를 전면 타파
◦ 대학재정 지원사업의 전환: 대학 스스로 사업을 구성하고, 정부는 예산을 총액으로 지원하며 대학은 성과를 입증
◦ 대학 구조조정 및 재생을 위한 특별법 제정

– 대학재생위원회와 정부 출연 ‘배드뱅크’를 설립하여 10년 동안 한시적 운영
– 파산 대학의 부채 청산 및 기본자산 정리
– 대학 간 구조조정을 통한 새로운 대학 전환
– 학과 구조조정 후 새로운 미래 지식산업을 위한 특성화 대학 설립

◦ 고등교육 재정을 확대하여 세계적 수준의 국립대 양성

– 국공립대의 다양한 공유(강좌 교류, 대학원생 연구 교류, 교수 팀웍, 공동학위 등)
– 학부대학 + 대학원 중심 연구중점대학
– 대학원생 등록금 및 생활비 지원

◦ 미래 지식 창출을 위한 국가 핵심연구 분야 대학원 석박사 학생 지원

– 기존 연구지원사업 외 국가가 등록금과 생활비를 학생에게 직접 지원
– 기초 및 핵심 연구 분야

 

 

6. 새로운 교원 정책: 교사 양성, 임용, 평가, 재교육 체제

◦ 유아교육, 초등교육, 중등교육 양성기관 혁신 모형 구축: 지역 단위 교대/사범대 구조조정
◦ 현장 활용형 교원 임용구조 개편 및 교원 재교육 의무화
◦ 교사의 책무성 강화를 위한 행정 업무 배제

 

 

초박빙 선거를 끝내고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에 분노의 눈빛이 가득하다. 헤밍웨이의 소설에서 스페인 내란 후 울리는 교회의 조종은 패자를 위함도 아니고 승자를 위함도 아니다. 전쟁은 모두를 패자로 만들지만, 민주 사회의 선거는 모두를 승자로 만들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분열과 반목의 과거가 아니라 화해와 통합의 미래를 논의할 때이다. 정치는 표를 사는 데 있지 않고,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있다. 당선자는 오직 우리 아이들의 미래만 보고 정책을 펼쳐주길 간절히 기원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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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대학교 교수 김경범

스페인 마드리드 꼼쁠루뗀세 대학 박사 (중세 및 황금세기 문학), 페루카톨릭 대학 석사,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학사, (전)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기금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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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김태균 수정 삭제

    최근의 대선을 둘러봐도, 이번 대선만큼 교육에 대한 관심이 낮았던 적이 있을까 싶습니다. 교수님의 말씀대로 표가 되지 않고 문제와 갈등만 유발할 위험이 크기에 더욱 후보들이 교육문제를 회피한 것 같습니다. 또 이번 대선처럼 명확한 교육비전과 철학 없이 산발적인 교육정책만 언급했기에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입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차기 정부의 교육철학을 정립하고 정책을 패키지화하며, 이를 구현할 수단을 찾아야 한다. 당선자가 이미 발표한 공약도 실행 여부를 원점에서 다시 판단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도 설정해야 한다.”란 교수님 말씀에 적극 공감하며, 인수위부터 잘 구성되어 준비가 잘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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