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부각된 학교 내 비정규직 문제와 교원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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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1 • 학교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 계약직 교사(기간제 교사, 시간강사) • 학교 안 유령 방과후학교 강사 • 방과후학교의 정체성 • 방과후학교를 다시 그려본다면 • 중앙정부의 손바닥 뒤집는 교육정책과 단위학교 책임경영제의 허상 • 뜨거운 감자 교육공무직 • 교육공무직이 학교와 상생하려면 • 여러 위기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지속되어야 한다 |
학교는 지역사회의 중심에 자리 잡은 기관으로 여러 사람, 여러 기관과 조직, 여러 법령과 제도가 얽혀져 있는 하나의 교육생태계다. 수많은 이해관계와 제도가 얽혀져 있기에 그만큼 연구할 거리와 고민할 부분이 많은 곳이 학교이기도 하다. 그 근원에 대한 이해 없이 현상만으로 바라보면, 학교는 갈등과 혼란만 존재하는 곳이다. 사실 학교는 각종 교육정책의 혼란 속에 여러 가지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곳이지만 나름의 균형을 이루고 접점을 찾아가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학교는 복잡성이론(Complex Theory)이 현실 속에서 실현되고 있는 사회의 작은 축소판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유·초·중·고 학교에 학생 교육 문제 이외의 여러 가지 쟁점들이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다수의 사람들은 학교가 단순히 학원과 같이 교육이나 진학만을 담당하고 근무자의 대부분이 교사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는 다르다. 학교에는 계약직 교사(시간강사, 기간제 교사), 사서, 영양사, 방과후학교 강사, 학교 당직기사, 교육공무직, 스포츠강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 등 많은 비정규직이 존재한다. 그간 학교 안에서 심화되어 온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이 이번에 두드러지게 된 것인데 이를 촉발시킨 것은 모 교육감의 SNS상의 발언이었다. 해당 교육감은 학교에는 ‘일 안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이라는 표현을 써서 교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2 이것이 정규교원들과 비정규직인 교육공무직 간의 갈등을 터뜨렸다. 이 발언으로 인해 그간 교육공무직에게 쌓였던 불만을 쏟아내는 청원이 등장하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교사들의 급여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하였다.3 교육부 장관이 교육공무직을 정규직화 하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청원이 10만을 넘어서기도 했으며4, 교육공무직의 책임과 평가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자는 청원도 10만을 넘기기도 하였다.
학교에서 왜 이토록 많은 비정규직이 양산되어 왔으며, 구성원 간의 갈등도 끊이지 않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학교의 기능과 학교 내 여러 비정규직 문제와 쟁점들을 뽑아 논의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학교 비정규직의 근원을 찾아보고 현 시점에서 교원들의 자화상, 이와 관련하여 특히 교육계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관해서 그동안 고민했던 내용들을 담담하게 서술해보려 한다. 이 글을 수정하는 이 순간에도 시·도교육청에서는 비정규직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피로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며, 너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그렇기에 여기서 다룬 내용들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또한, 현장에 있는 이들에게는 쟁점,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 불편한 진실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존재하기에 한 번은 고민해봐야 하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기술될 유·초·중·고 학교(이하 학교)의 비정규직 문제는 특수한 상황이나 사립학교 상황보다는 공립학교를 기준으로 말하려 한다. 특수한 상황을 일반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립 일반학교의 상황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흔히 학교를 생각하면 ‘교사’를 떠올린다. 잘 모르는 이들은 교장·교감은 교사인지 교직원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교감과 교장은 모두 교원이며, 학교 내 다른 직원들까지 포함하면 교직원이라는 명칭을 쓴다. 공립학교에는 정식 임용된 교사와 교육행정직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 최근 교육공무직이 무기계약직5으로 된 사례는 많으나 이들을 정규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6 학교의 정규직을 제외하고 전부 비정규직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초등학교 기준으로는 대략 30학급 이상, 중·고등학교는 대략 20학급 이상이면 큰 학교로 분류된다. 규모가 큰 학교에는 정규직 교직원이 많다. 반면 6-10학급 이하의 작은 학교에서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은 경우도 있다. 사실 많은 기업에서도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다. 우리 사회의 일자리가 대부분 비정규직이기에 그렇다. 비정규직과 관련한 노동문제나 임금격차 문제 등은 본 글에서는 제외하려 한다. 범주가 너무 확대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학교 비정규직의 문제로만 논의를 제한하겠다.
학교에서 정규직은 말 그대로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들어온 교사, 교육행정직 두 그룹이다. 이 두 직종은 70-80년대까지 진입장벽이 높지 않았다. 산업화 시대로 경제 성장률이 높았으며, 당시 20-30대였던 이들 중 상대적으로 다른 직종에 비해 임금이 높지 않은 공무원을 희망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IMF를 겪으면서 상황은 많이 역전되었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졌으며, 공무원의 인기는 매년 상한가를 경신하였다. 교대·사대의 입시 점수는 계속 높아져 결국 전교의 순위권 안에 들어야 교대나 사대를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교·사대를 졸업해도 비슷한 실력을 지닌 이들끼리 경쟁하여 임용고사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공립학교 교사가 될 수 있었다. 교육행정직 공무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에는 5급 사무관 시험만 고시7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7급 공무원이나 9급 공무원 시험도 고시 수준으로 어렵게 공부하여 보고 있다. 취업이 어렵다보니 9급 공무원 시험에만 전국 30만 명의 청년층이 매달리고 있다고 한다. 직종별, 국가직·지방직이냐에 따라 상이하지만 기본적으로 10-20 대 1의 경쟁률은 기본이고, 많게는 30-50 대 1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가지고 있다. 9급 공무원은 과거에는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서울 소재 대학 또는 수도권 소재 대학 이상의 학력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소위 SKY급의 학력을 가진 이들도 드물지만 나타나고 있다.
교사나 교육행정직 모두 현재의 제도 내에서 온갖 노력을 다해 얻은 ‘정규직’이라는 값진 결과물이다. 개인적으로는 ‘교원 임용고사 제도’ 개혁에 대해 연구하며 고민하고 있는데 이 두 제도의 임용 방식이 완벽하다고 보지 않지만, 현재 제도를 믿고 진입한 이들에게 잘잘못을 물을 수는 없다. 굉장히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얻은 정규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학교 내 정규직 교사는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각각의 상황에 맞는 공고를 내고 선발한 교원임용고사체제를 통해 선발·배치된 이들이다.8 이에 반해 비정규직 교사(계약직 교사)는 학교 내 상황에 따라 학교에서 계약된 형태이다. 이런 두 가지 임용체제가 학교 내에 존재한다. 법적으로 교사는 수업을 하는 이들을 지칭한다. 계약직 교사는 ‘교사’로도 통칭되지만 정식 명칭은 기간제 교사와 시간제 강사로, 비정규직이다. 이 계약직 교사들은 정규직 교사들이 개인사정으로 인한 각종 휴직(군휴직, 간병휴직, 육아휴직, 병휴직, 유학휴직, 고용휴직 등)이나 건강이나 신상의 이유로 연가·병가·특별휴가 등을 쓸 때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계약 기간만큼 일하게 된다. 짧게는 1-2주 계약을 하기도 하고, 길게는 2-3년9까지도 이어지기도 한다. 정규교원이 복직하게 되면 자리를 잃게 된다. 이들은 원칙상 계약 기간만큼 일하는 것을 서약하고 들어온 이들이다.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에 따라 계약직 교사인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였지만 결국 제도화되지는 못했다.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기존 임용이라는 제도(교원임용고사, 교육공무원임용시험)가 가장 넘기 힘든 산이었다. 교원임용고사는 무척 어려운 관문이다. 현재 이 제도가 유효하게 시행되고 있는데, 학교 단위로 계약하는 계약직 교사를 정규직으로 인정하는 순간 기존 교원임용고사 제도는 의미를 잃게 된다. 미국처럼 단위학교 자체 계약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차라리 단위학교 장이나 지역교육장에게 교원임용제도를 위임한 뒤, 학교 노동시장 환경에 대한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향을 정한 다음, 기존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논리적으로 말이 될 수 있다.10
단순히 계약직 교사를 정규직화 하는 것은 기존에 진입한 정규직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 더군다나 학교는 매우 제한된 공간이고, 제한된 일자리만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정규교원들의 공백은 계속 생기긴 하지만 예측하긴 어려운 상황인데, 비정규직 교사들을 무제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학교는 운영에 있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향후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폐교가 늘어날 것이고, 학교의 교원을 어떻게 재배치해야 하는지가 큰 화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신규 정규직 교사의 증원이 어렵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전국의 10만 명이 넘는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으로 흡수할 경우 이를 어떻게 감당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학교는 교육기관이 아닌 일자리 창출의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대상이 되었다. 학교 내 다양한 구성원 사이의 갈등은 그릇된 학교의 대상화에서 출발하였다.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노동시장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때문에 기간제 교사까지 포함되기는 어려운 구조라 말하고 싶다. 이는 학교 뿐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여지없이 적용되는 원칙이다. 학교나 공공기관은 기업이 아니기에 여러 부서가 존재하기도 어렵고, 정규직이 복귀하게 되면 대체 노동자의 활용도가 애매하게 된다. 무리하게 정규직으로 선발하는 과정에서 결국 비정규직 다수가 상처를 입게 된다. 비정규직의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지, 무리하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대다수의 비정규직을 구제하지 못하고 그들끼리 경쟁 속에서 지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약직 교사는 수많은 학교에서 여러 이유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있다. 계약직 교사를 쓰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정규직이 누리는 권리를 특혜라고 비판하는 이들의 논리는 인간의 기본권을 인지하지 못하여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헌법이나 법률에는 노동자가 기본적으로 여가, 휴식, 개인적 상황에 따른 권리를 쓸 수 있도록 되어있다. 연가, 병가, 각종 휴직은 권리에 해당되므로 이로 인해 공백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개입하기 어렵다. 오히려 정규직 교원들은 학기 중 자신들의 최소한의 권리인 연가, 조퇴 등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학에 대해 특혜 시비가 많은데, 차라리 방학이 없어지고 교사들의 연가, 조퇴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과거 계약직 교사가 한 학기를 계약했는데, 방학 직전에 정규직 교원이 복직해, 사실상 계약직 교사의 방학 중 급여를 빼앗는 행위와 같은 사례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본다.11 이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 교육부 지침 상 최근에는 기간제 교사를 학기 단위 또는 일 년 단위로 계약하도록 하는 추세이다. 기간제 교사들의 처우도 과거 14호봉에만 한정되어 있던 것을 연금을 받지 않는 이들은 14호봉을 넘을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으며, 2020년부터는 1급 정교사 자격도 대상이 되고 있다.12 정규교원만 받았던 혜택인 교원성과급제도도 기간제 교사에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보다 처우가 개선된 것은 분명하지만 기간제 교사가 공무원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법리해석도 다양하고 의견도 분분하다.13
중등에서와 달리 초등에서는 교대의 독과점적인 위치로 인해 자격증 발급이 원활하지 않아 기간제 교사가 오히려 정규교원보다 실질적으로 우대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임용고사가 어려워지고 임용대기자들도 워라벨(Work & Life Balance)을 강조하는 추세라 젊은 층에서는 계약직 교사를 하려는 수요가 줄었다. 명예퇴직한 이들이 주로 초등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다. 반면 중·고교의 계약직 교사들의 처우는 매우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시·도교육청마다 차이는 있지만 중·고교에서 담임교사의 30-40%가 계약직 교사라는 통계는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나온 바 있다. 담임 뿐 아니라 학교폭력 등 학교 내 3D 업무라 불리는 대부분의 기피 업무도 함께 맡고 있다. 물론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계약 문제부터 시작해 업무분장, 학년 배분 등에 있어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특히 계약에 있어서 일부 학교는 20-30대 1, 많게는 50대 1의 경쟁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많은 이들이 기간제 교사를 희망하지만, 학교에서 선택해서 기간제 교사를 선발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특정 계약직 자리를 이미 내정해놓고, 공개 경쟁에서 다른 이들을 들러리로 세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14 사실상 특정인의 합격을 내정해놓고 형식적으로 면접이나 서류전형을 보는 경우도 있어,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필요하다고 본다. 지방에 사는 기간제 교사 희망자는 수도권 소재 학교에서 면접을 보기 위해서 기차표, 버스표, 혹은 기름값을 지불하고 편도 4-5시간을 걸려서 오기도 한다. 더군다나 많은 시·도교육청이 기간제 교사 채용시 방문접수(인편접수)만 받고 있다. 구직자들 입장에서는 내정자를 위해 두 번의 교통비를 지불하는 셈이다. 다행히도 국민권익위원회는 2020년 4월 교육청 기간제 교사 채용시 방문접수 외에 이메일로도 받을 것을 권고하였다.15 서울·경기를 제외한 많은 시·도가 기간제 교사나 교육공무직 서류접수를 방문접수(인편접수)만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계약직 교사의 대부분은 청년층들이다. 사회생활의 첫 경험이 들러리였다는 것이 앞으로의 교직생활을 할 때 트라우마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 경험을 한 이들이 갖게 될 학교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풀기 힘들 것이다. 이것은 단편적인 일일뿐, 계약에서부터 계약 이후까지 계약직 교원의 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단위학교에서 채용하다 보니 계약의 번거로움 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아 대구, 세종교육청에서는 임용고사 합격 후 대기자를 기간제 발령 형태로 본청에서 계약 관리한 사례도 있다. 이전에 종종 있었던 인력풀 제공과 달리 이러한 시도는 단위학교의 업무부담도 줄여줄 수 있고, 투명성 차원에서도 필요해 보인다.16
학교 내에서 계약직 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은 분명 필요하다. 더군다나 이들은 교사자격증을 가진 이들이다. 정규직 교원과의 차이는 교원임용제도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종잇장 한 장의 차이이다.17 오랜 기간 관련 연구를 해온 입장에서, 현재 교원임용고사는 교사의 역량과는 매치가 안 된다고 본다. 또한 인성영역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검증 장치가 될 수 없다고 본다.18
계약직 교사라는 이유로 힘든 업무나 특정 기피 학년을 맡기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조금 확대해서 해석하자면 학교 내 약자인 노동자를 괴롭히는 행위로 흔히 말해 갑질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담임 업무가 아무리 힘들더라도 계약직 교사에게 떠넘기는 행위는 정규교원의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교원 스스로가 떳떳해지려면 지킬 것은 지키면서 요구하는 것이 좋다. 자신들의 의무마저 포기하면서 권리를 주장한다면 어떤 기관이나 단체, 여론도 이를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존 경력자들이나 업무의 최종 책임자인 교장·교감들, 더 나아가서 부장급 교원이 계약직 교사들에게 대하는 행태는 결국 교원들에게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온다.
기간제 교사의 숫자는 2018년 기준 전국적으로 5만 명에 가깝다. 이들은 여론을 형성할 수 있으며, 교직에 대한 민낯을 언론에 그대로 알릴 수도 있는, 학교조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내부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들을 두려워하거나 거리감을 둘 필요는 없다. 단지 똑같은 조직 내 구성원, 동료로서 대우하면 해결될 일이다. 계약직 교사도 정규 교원의 과거이고 거울일 수 있다. 선배인 정규교원들의 관행을 그대로 겪은 계약직 교사들이 추후 정규직이 되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정규직 교사들이 계약·업무분장·학년 배분에 있어 계약직 교사들의 입장을 헤아리고 공정성의 기준에 맞추어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교육공무직이 화두가 되었지만, 방과후학교 강사 이야기를 먼저 쓰려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장 소외된 계층이기도 한 이들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싶다. 흔히 학교 내 비정규직하면 교육공무직을 떠올리지만 사실 방과후학교 강사의 숫자가 더 많다. 2015년 기준으로만 봐도 13만 명을 넘어섰다. 2020년 현재는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지만 대략 15만 명 내외일 것으로 추산된다. 방과후학교는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되었다. 방과후학교는 학교의 정규 교과 시간 이외에 희망자를 대상으로 학교 내에 외부 강사가 들어와 수업을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로봇과학, 한자, 교육마술, 음악줄넘기, 각종 악기, 방송댄스, 공예 등 수 많은 영역이 존재한다.19 과거 정권에서 힘을 실어줄 때는 큰 규모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50여 강좌가 넘는 학교도 있었다. 수익자(학부모) 부담이 원칙이며, 일부 학교20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에서 예산의 일부를 지원해주고 있다.
초반에는 대형 업체나 사설학원이 들어와 기업형으로 운영되었는데, 각종 비리나 부작용이 발생하고 문제가 되어 지금은 개인 단위로 학교와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직도 여전히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단체와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시·도교육청 마다 규정이 다르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형태의 계약도 허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이 단위학교와 계약을 하지만 실제 개인을 관리하는 업체는 따로 있어 급여의 상당 부분인 10-50% 가량을 커미션(수수료)으로 가져가고 있다. 학생 수와 강의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몇 개의 학교를 돌아야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정규 수업이 종료된 오후 1시에서 5시 사이에 어느 순간 들어왔다가 조용히 사라진다. 학교에서는 이들의 얼굴을 본 사람이 많지 않다. 심지어 교실을 빌려주는 선생님도 누가 누구인지 모른다. 특정 시간이 되면 교실을 잠시 비워주면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만이 이들을 마주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안타깝지만 이들 스스로를 ‘학교 내 유령(또는 보따리 장수)’이라 부르기도 한다.
배일훈 전국 방과후학교 강사연합회 사무국장에 따르면 방과후 강사는 학교 강사직종 중 유일하게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다고 한다. 영어회화 전문강사나 스포츠 강사, 예술 강사 등은 모두 근로계약을 하지만 방과후 강사는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으로 학교장과 ‘방과후 프로그램 위수탁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러다 보니 노동법,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교육청·시도교육청의 <방과후학교 운영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과 학교장의 재량권만이 방과후 강사의 처우를 결정한다.21 이들은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방과후학교의 정체성은 아직까지 모호하다. 외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방과후학교(Afterschool Program)에서 영감을 얻어 들어온 형태라고 보지만 여전히 체계적이지 않고 미흡하다. 예를 들면 캐나다의 경우 커뮤니티 센터에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는데, 학교는 장소만 제공할 뿐이다. 여기에 소속된 파견인력들이 학교에 상주한다. 학교에서 운영되는 방과후 수업은 학교 정규수업이 끝난 뒤 운영된다. 프로그램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아닌 커뮤니티 센터에서 등록을 하고 참여비를 지불하면 된다. 쉽게 얘기해서 지자체에서 책임지고 운영하는데, 장소만 학교를 대여해 운영하는 형태라 볼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방과후학교는 학교에서 계약하여 운영하는 외주 강사들로 구성된다. 이것에 대한 책임은 학교 내 담당 교원(정규직)들에게 있다. 이것이 정책적으로 성공적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방과후학교의 질 문제이다. 도심지역의 경우는 강사를 구하기 쉽고, 심지어 교육기부를 하겠다는 이들까지 있다. 반면 농어촌지역의 경우는 거리상의 문제도 있고 비용도 현실적이지 않아 오겠다는 이들이 드물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초창기에는 정규직 교사들이 방과후학교를 맡기도 하였으나, 겸직이라는 비판을 받아 현재는 거의 허용되고 있지 않다.22
방과후학교는 대부분의 학교 정책이 그러하듯 시작했으므로 폐기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교원들의 목소리는 정책적으로 반영되지 않았고, 방과후 강사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루어진 적이 없다. 정책이 시행된지 20년이 지나고 있지만 방과후학교는 거의 방치된 정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다양한 방과후학교 강좌가 운영되고 있는 초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는 계륵(鷄肋)처럼 인식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의 학부모에게는 안전한 공간에서 학생들이 잠깐 머물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에서는 방과후학교와 관련된 행정업무량이 많기 때문에 업무분장을 할 때 손꼽히는 기피업무 중 하나가 된 현실이다. 방과후학교 지원 업무를 누가 할 것인지를 놓고 각 시·도교육청마다 골치를 섞고 있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행정 지원인력)를 선발하여 무기 계약직이 된 경우도 있고, 초단기 계약을 썼다가 다시 교사들에게 업무가 돌아간 경우도 있고, 시·도교육청 별로 천차만별이다.
공통적인 것은 중앙정부나 교육부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교원단체나 시·도교육감 협의회 측에서는 방과후학교 자체를 지자체에서 맡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상당히 요원한 상황이다.23 과거 2010년 초기 경기도교육청의 혁신교육지구 등에서 교육청과 지자체 협력사업으로 인력사업을 펼쳐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제동이 걸린 것은 계약직으로 고용된 이들의 무기계약직 요구였다. 지자체 측에서는 방과후학교로 인한 고용부담을 지지 않으려 하여 결국에 인력사업은 대부분 폐기되었다. 결국 어떤 단위에서 인력사업의 고용주가 될 것인가를 놓고 지자체와 교육청, 그리고 교육부가 업무 떠넘기기를 하는 상태다. 정책적으로 이런 일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결과적으로 가장 힘이 없는 단위학교에서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방과후학교는 문을 열지 않았다. 수입이 없어 힘들어 하는 자영업자도 있지만, 방과후 강사 또한 학교에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사람들이다. 불가피했다 쉽게 말할 수 있다. 마주치지 않았지만, 학교 현장에, 교육의 영역 안에 같이 있었던 이들이다. 우리는 그들의 고통을 얼마나 들여다 보고 있을까 잠깐이라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방과후학교나 방과후학교 강사 문제의 시작은 외주에 의존하는 구조 때문이다. 교육자치가 되었는데, 자치를 하지 않고 외주를 주는 방식이 이 시스템에서 맞지 않았던 것이다. 방과후학교를 지방자치단체에서 담당하면 좋겠지만 그럴 생각도 없고, 법제화되지도 않을 것이다. 법제화되지 않는 이유는 이해관계 때문이다. 이럴 바에 차라리 정규직 교원들이 방과후학교를 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에 따른 몇 가지 모델을 만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방과후학교와 정규교육을 분리할 수 있는 기회는 오지 않을 것 같다. 차라리 방과후학교를 교육자치에 포함하여 내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자. 교원들이 직영하는 체제가 된다면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본다. 다만, 전제는 방과후학교를 전담하는 교원이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원화하여 방과후학교에 파견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고, 행정을 아예 교원들이 담당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24 정답은 없지만, 현재 구조보다는 훨씬 진일보 할 것으로 생각된다.
중앙정부의 손바닥 뒤집는 교육정책과 단위학교 책임경영제의 허상
중앙정부 및 교육부는 단위학교 책임경영제라는 명칭25을 사용하면서 학교장의 판단으로 많은 것들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정책적 도입은 중앙정부에서 해놓고 관리는 학교장(단위학교)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인력사업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방과후학교도 마찬가지며, 또 다른 한 가지 예가 영어회화 전문강사이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 영어회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학교로 들어온 이들의 무기계약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지만, 현재 17개 시·도교육청에서는 학교단위의 계약과 갱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창기에는 시행령을 개정하면서까지 도입을 했으나26, 현재는 단위학교에서 계약하도록 하여서 사실상 정책을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
영어회화 전문강사에 대한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예비교사들이나 교원단체는 정규교원이 아니라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과 급작스럽게 도입된 정책의 부작용이 많음을 이유로 폐기를 주장하고 있고, 영어회화 전문강사측은 노동자의 권리를 내세워 정책 유지나 무기계약을 주장하고 있다. 학교에서 왜 이러한 갈등이 일어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명박 정부 때의 판단은 영어 잘하는 유수의 유학생들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이 학교라고 본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어륀지(orange) 인수위원회27라 불릴 정도로 영어교육을 강조했었고, 여기에는 공립학교 교사들의 영어교육에 대한 불신도 작동했을 것이다. 이러한 요구가 결합하여 기가 막히게 탄생한 정책이 ‘영어회화 전문강사’다. 영어회화 전문강사들 입장에서 보면 제도를 믿고 들어왔을 뿐인데,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니 혼란스럽고, 인간으로서 또한 노동자로서 기본권을 찾고 싶어 투쟁의 길을 택했을 것이라 본다. 그렇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물과 기름처럼 작동하고 있다. 이들을 교육부에서 관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시·도교육청으로 넘겼고, 시·도교육청은 단위학교로 넘겼다.
이것이 허울 좋은 단위학교 책임경영제의 실상이다. 최근 단위학교 책임경영제를 학교자치라는 개념과 동의어로 오해하는 이들이 많고, 같은 의미라고 해석하고 있는 논문들이 다수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둘의 차이를 설명하자면 단위학교 책임경영제는 중앙정부에서 기준을 바꾸어가면서 까다로운 일을 학교 측에 떠넘길 때 했던 표현이라면, 후자인 학교자치는 법제화되지 않았지만 학교 스스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권리라고 본다.28 언제일지 모르지만 ‘학교자치’가 법제화된다면 이 모든 갈등이 종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해본다.
아무튼 결국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도입되었고, 도입된 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는 이로 인해 갈등과 분열이 생기고 있다.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학교에서 정착하지 못했고, 단위학교에서는 이들의 애매한 위치로 인해서 구성원끼리 자의적인 해석을 하고 있고, 대부분의 영어회화 강사는 제도적인 경직성과 구성원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에 마음의 상처를 안고 학교를 떠났다. 여전히 교사들은 영어회회 전문강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를 영어회화 전문강사가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고, 그들은 교육부의 공고에 따라 제도 내에 안착했을 뿐이다. 이것은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결국 학교 구성원들이 고통을 겪게 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단위학교 책임경영제는 허상에 불과하다.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교육부가 존재하는 한 그럴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온라인 개학에서 보듯 교육부의 판단만을 바라봐야 하는 상황에서 단위학교 책임경영제든 학교자치든 교사들은 아무것도 믿지 않을 것이다. 교사들은 교육부나 중앙정부가 하는 정책 대부분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교원에서 시작하여 최종적으로는 학생에게 영향을 준다. 이러한 제도를 만든 관료들은 전시행정을 계기로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했을지 모른다. 개인의 영광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학교현장은 10년이 넘게 구성원 간 다툼이 이어져 왔고,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다. 대체 누가, 어디서부터,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묻는다면 답은 학교에 있지 않다. 그리고 또 이러한 제도들은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것이고, 학교현장에게 의견을 묻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노동운동을 지지한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 받기 위한 작은 몸부림을 거대 권력이 짓밟는 행위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다. 아쉽게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교육공무직과 교원들은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었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보인다.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자.
교육공무직은 무기계약직인 학교 내 비정규직 인력에 대한 통칭이다. 주로 조리종사원29과 행정실무사 등이 포함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조리종사원이 개학이 연기되어 급여를 받지 못하자 지원책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였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이들이 학교에 출근해 대체업무(청소 등)를 할 것을 지시하였고,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 학교장의 판단 하에 교직원들의 급식업무에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하였다.
이 건에 대하여 교사들과 교육공무직의 의견은 갈렸고 서로 대립했다. 교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교사들은 교육공무직이 급여를 더 받기 위한 꼼수를 펼친다고 하였고, 이들이 정규직이 되기 위한 시행령 개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왜곡된 정보를 흘려 이에 반대하는 청원에 13만 명이 넘게 동의하기도 하였다.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판단되어 청원을 올린 이가 취하를 결정하였지만, 이미 13만 명이 넘는 교원들은 교육공무직을 사실상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고 힐난하였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이 현 교육부 장관이 과거에 했던 입법발의이다. 2016년 11월 28일 당시 유은혜 국회의원 외 75인은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발의하였다.30
해당 법안의 제안 이유에서는 회계에서 보수를 지급받고 있는 학교비정규직(학교회계직원)은 현재 약 14만 명(2016.4.1. 기준)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33%가 학교비정규직이라고 밝히고 있다. 채용 시부터 무기계약으로 채용했어야 하나 기간제로 채용하고 있고, 상시지속적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무기계약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는 직종과 인원수도 상당하며 시·도 차원에서 교육공무직 조례가 통과되어 운용됨에도 불구하고 고용불안이 반복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학교 내에서 주 15시간 초단시간으로 무기계약을 피하려는 악습도 반복되고 있으며, 간접고용과 강사직종 무기계약 전환 제외, 예산 및 사업 축소를 이유로 상시지속 업무자임에도 무기계약 전환 제외 등의 문제도 학교 현장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실태를 이유로 해당 법안을 제출하였다.
결정적으로 보수 면에서 동일노동을 하면서도 동일임금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국회·교육부·교육청·관련 단체의 관심과 노력으로 최근 장기근무가산금 인상, 명절상여금, 정기상여금, 급식비 등의 수당 항목이 신설되는 등의 처우개선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는 변화가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전국 14만 명에 달하는 학교비정규직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임금체계가 없어 시도 별로 수당지급 여부, 수당금액, 총 임금액의 차이가 큰 상황이다. 이에 통일적인 보수체계가 없어 해당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각 시도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동일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정규직과의 임금격차가 커지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가령, 동일노동을 하는 비정규직 조리원의 임금은 학교급식실 공무원 조리원과 비교하면 1년차 68%에서 10년차 53%, 20년차 46% 수준으로 낮아졌다. 전체 평균은 정규직의 60%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임금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호봉을 인정하는 보수표를 만들어, 단일한 보수기준 체계를 확립해야 하며, 이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인식하였던 것이다(법안 발의 제안 이유 요약). 해당 법률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 주요 내용
| 가. 이 법은 교육공무직원의 채용과 처우개선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교육공무직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처우를 개선하여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함(안 제1조). 나. “교육공무직원”이란 교원 또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으로 학교(초중등교육법상 학교와 「유아교육법」 상 국․공립유치원)와 교육행정기관에서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말함. “상시·지속적 업무”란 객관적으로 일시적 업무가 아니고 학기 중 계속되는 업무를 말함(안 2조). 다. 국립학교, 교육부 및 그 소속기관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원의 채용은 교육부장관이, 공립학교와 시·도 교육관서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원의 채용은 교육감이,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직원의 채용은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경영자가 하도록 함(안 제5조). 라. 교육공무직원의 근무상한 연령은 60세 이상으로 함(안 제8조). 마. 교육공무직원의 보수는 학교의 교원 및 공무원인 행정직원에 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되, 근속기간을 고려하여 정함. 교육공무직원이 방학기간 중에 근무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생활안정대책을 마련하여야 함(안 제10조). |
이 법률안이 폐기된 결정적 이유는 부칙에 있었다. 부칙 2조 1의 4항에서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교육공무직원 중에서 「초·중등교육법」 제21조 제2항과 「유아교육법」 제22조 제2항에 의해 교사의 자격을 갖춘 직원은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 「학교도서관진흥법」 등 관계법령을 준수하여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교육공무직 중 교사자격증이 있다면 별도의 임용고사의 절차 없이 교사로 채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이다.31 때문에 많은 교원단체와 예비교사들이 반발하였고 결국 해당 법안은 폐기되었다. 이 문구가 실수로 들어갔는지, 고도의 전략으로 인해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본질에 충실한 법안이었으면 통과가 되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노동에 대한 공정한 임금의 지급은 꼭 필요하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학교에 먼저 공정임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법안의 제안 내용을 보며, 학교 공간 안에서 비정규직이 얼마나 활용되어 왔는지에 대해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정규직 절차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노동 자체의 의미를 인정받지 못하고 초단기 계약으로 소모품처럼 취급되거나,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을 정규직 교원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결정적인 것은 무의식중에 단지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이들은 그런 대우를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교사들의 성과급폐지,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오히려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한 경험을 겪은 교사집단이 비정규직의 임금인상 요구 자체를 폄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사도 기본적으로 노동자이다. 노동자의 기본 권리인 교사들의 정치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는 당연한 권리라 생각하지 않는가? 노동운동에 대한 교사들의 무지인지 외면인지 씁쓸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앞으로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는 거의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도 대부분 비정규직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에서조차 정규직만 우대 받는 시스템을 고착화한 것이 아닌지 우리 스스로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특정 기업 노조는 귀족노조라 비판받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정규직만 우대하는 경향 때문이다. 학교 내에서도 그런 일은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쉽게도 위 법률안은 그동안 교육공무직에게 편견을 갖고 있던 교사들이 더욱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오죽하면 현재 교육부 장관을 빗대어 ‘교육공무직의 어머니’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인 교사들의 시각에서 문제 삼는 것들은 아래와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룬다.
첫째,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공무원연금 혜택을 노리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어려운 절차를 거쳐 공무원이 된 교사들과 달리 알음알음해서 학교에 들어오고 공무원까지 욕심을 낸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되고 싶으면 정당한 절차를 밟으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모든 직종과 직업은 초창기에 제도화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알음알음해서 들어왔더라도 현재 정당한 노동을 한다면 그에 대한 대우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또한 현재 신규 공무원들은 국민연금과의 통합을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연금의 혜택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그들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공무원 연금 혜택을 노린다는 이야기는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둘째, 교육공무직이 쉽게 무기계약직으로 되었고32 능력을 검증받지 못하였으니 공개경쟁채용을 해서 다시 들어오면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똑같은 논리로 교사들 중에서도 역량이 떨어지는 이들이 있으니 시험을 보고 다시 들어오라고 한다면 과연 현재의 교원임용고사를 통과할 경력직 교사가 얼마나 될까? 여러 차례 연구했지만 임용고사 자체가 교사 역량을 검증하는 시험이 되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조리종사원은 학생을 위해 급식을 만들면 되는 일이다. 난이도 높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각자의 업무에 충실히 일하면 그만이다. 지나간 과정이 공정하지 못한 것은 정당한 과정을 거친 이의 입장에서 화가 날만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그 이유로 현재의 일을 충실히 하고 있는 사람에게 다시 시험을 보고 들어오라는 소리 또한 뭔가 개운하지 않다.
셋째, 교육공무직원의 급여가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는 업무와 책임을 다하라는 요구이다. 교사들의 요구 중 이 세 번째 내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사들이 힘들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학교구성원들 서로가 거절하는 궂은일을 결국 교사들이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교육공무직 중 행정실무사는 학교행정보조인력으로 채용된 이들이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일들을 행정보조의 일이 아니라고 거절하며 고유의 업무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상장 출력이나 차 심부름33이라도 시키면 이것이 행정보조의 영역이 아니라고 해석하여 민주노총 측에 갑질신고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실 행정보조의 영역은 명확한 지침이나 규정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어떤 경우에는 풀칠이 행정보조일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청소나 허드렛일이 행정보조일수도 있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고 하니 학교에서는 행정실무사를 모셔두어야 한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34 이들의 책임 하에 전적으로 맡는 업무 또한 없다. 급여는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처우도 개선되고 있는데 일은 맡기지 못하는 상황이니 고까운 시선이 따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심지어 이들의 파업에 공무직이 파업을 해도 아무런 업무공백이 없다는 일부 교사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넷째, 교육공무직에 대한 징계와 평가제도 도입 요구이다. 이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무기계약직도 직원이다. 교육감이 고용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었으므로 교육청에서 무기계약직 직원에 대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거기에 맞는 직무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공무직에게도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역량강화를 위한 시스템을 투입한 후 평가와 책임에 대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공무직이 학교와 상생하려면 제 역할을 충실히 하여 학교 구성원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물론 학교 구성원도 스스로가 인지 못할 정도로 은연중에 갖고 있는 정규직이라는 우월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같은 노동자로서 서로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의 자리도 빈번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단위학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인데 대부분 하지 않고 있다. 겨우 몇몇 시·도의 단위학교에서 진행되는 것이 교장선생님과 비정규직과의 간담회 정도이다. 사람이 있는 조직은 결국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그 갈등을 풀어가면서 건강한 조직문화가 형성된다. 교육공무직이 학교 내에서 여러 불이익을 받아 왔던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다만, 현재 구조에서 교육공무직의 투쟁 방식이 지나치게 이익집단화되어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정 사례를 일반화해서 교사들이나 교장들의 갑질을 마치 대부분의 학교에서 하는 것처럼 말하고, 행정실무사들이 보조역할 자체를 할 수 없고 고유의 업무를 달라고 하는 논리 등은 교사들을 설득시키기 어려운 일들이다. 쉽게 말해 교원이 갑질하는 경우는 일부지만 분명 존재하나 일반화하기 어렵고, 현재 구조상 교원이 갑질하는 특정 사례를 가지고 오히려 노조를 등에 업고 노조가 학교를 대상으로 갑질하고 있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교원들 역시 노조가입35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전략적으로는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구조상 행정실무사가 못한다고 하면 누군가가 해야 하는데, 그 누군가가 빈번하게 교사가 된다면 행정실무사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제는 유권자들도 매우 똑똑하다. 각종 이익집단이 목적과는 다르게 투명하지 않다고 보면 언제든지 철퇴를 가하기도 한다. 물론 여론이 꼭 정답은 아니지만 여론에 의해 정책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 윤창호법, 민식이법, 김영란법은 여론이 법을 만든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특히 2018년부터 교육계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던 ‘한국유치원 총연합회 사태’는 유치원 3법(일명 박용진 3법)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여론이 들고 일어나면 이익집단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태이다. 교육공무직원들의 고충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본질을 외면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자신들의 존재의 이유를 부정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학교 내 직장동료인 교사들을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려 한다면 분명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 본다. 이익집단의 이기적인 행태의 말로에 대해서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한쪽 면만 바라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이제부터라도 상생의 길을 고민하였으면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 학교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학교의 위기는 지속되었다. 그동안 여러 정책들이 무분별하게 쏟아지면서 학교의 정책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특히 구성원들을 가장 힘들게 한 건, 구성원들이 합의하지 않은 학교 내 새로운 인력들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의 반복이었다.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때로는 여론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했고, 여론에 의해 사라지기도 했다. 특히 교사들은 그 중심에 있음에도 철저하게 배척되었다. 학교 조직의 다양한 구성원들은 교사들이 만든 제도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게 되었을 때 정규직 교원들 역시 잘못된 관행도 있고, 비정규직에 대한 오해와 불신,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흔히 ‘정규직’이라고 불리는 교원들은 가짜뉴스와 진실을 구분할 수 있는 집단인가를 스스로 되물을 필요가 있다.
교원단체나 교원커뮤니티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이것을 제대로 활용할 때는 무기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역작용을 볼 수 있다. 교육공무직 청와대 민원의 경우 가짜뉴스에 선동되어 13만 명이나 동의한 것은 현 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된다면 조직의 무능을 일반 국민들이 인식하게 될 것이다. 학교 내에 태생이 다른 조직이 수없이 많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해왔을까. 조직 내에서 정규직은 그래도 힘을 가진 자들이라 여겨진다. 소수자이자 약자(비정규직)에게 아량을 베풀 수 있는 집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앙정부나 교육부의 필요성에 의해 손바닥 뒤집듯 정책이 바뀌고 비정규직들이 지속적으로 양산되는 현 구조를 그대로 놔두기는 어렵다. 계속 방치된다면 학교는 망가지고 제 기능을 못할 것이다. 이미 시행된 정책에 대해서도 출구전략을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 내 방과후학교 강사, 계약직 교사문제, 교육공무직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과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만든 제도를 갑자기 폐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단 제도 내에 들어온 이들은 안고 가야 한다.
물론 제도가 시행되는 당시 상황에서 반대했겠지만, 결국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은 교원조직이 그만큼 힘(정치력, 네트워크, 여론형성기능)이 없어서라고 본다. 정치력을 가진 집단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두려워한다. 정치력을 가진 집단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현주소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학교 내 다양한 비정규직이 있고, 학교 내 비정규직과 교원들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것을 전 국민에게 생중계하였다.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비난하기 위한 청와대 민원으로 공격을 주고 받았지만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학교와 공교육은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이라는 오명만 남겼다. 여전히 우리는 서로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 채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한다. 과연 이대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학교 내에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말하는 중앙정부와 교육부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학교 비정규직 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해본다.
첫째, 교육부 및 중앙정부에서 학교 비정규직의 임금구조에 대해 학계, 시민단체, 교원단체, 시·도교육청이 함께 하는 단위를 구성하여 논의하였으면 한다. 둘째,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 한다.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처우개선과 비정규직에 대한 교직원의 인식개선을 위한 별도의 노력을 했으면 한다. 셋째, 비정규직에 대한 역량강화에 대해 문제가 없는 지 점검하고, 비정규직을 위한 역량강화(예를 들어 직무연수 등)를 만들 필요가 있다. 넷째,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 후, 무기계약직이 된 이들의 책무가 어디까지인지 중앙단위에서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고, 이 책무에 맞는 동료 평가기재를 만들어 활용해야 한다. 활용 시에는 전출·전보에 활용, 임금에 따른 성과급체제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도 교원능력개발평가36라는 평가기재가 존재한다. 무기계약도 정규직과 같은 형태로 정년까지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꼭 필요한 절차라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는 다시금 학교의 구조와 기능을 되돌아보는 상황을 만들었다. 학교가 힘든 것은 학교 내에 혼란스러운 제도가 갑자기 들이닥쳐서 교직원들 간의 분란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란을 막기 위한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교원들도 자중지란(自中之亂)하지 말고 단위 학교 내에서 학생을 위해 교육공동체로서 노력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는 우리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확인했고, 그들이 가진 생각이 나와 같지 않음을 확인했다. 어설픈 여론전이 아닌 동료들의 눈을 바라보고 설득할 때이다.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사실관계와 대안을 가지고 논의 테이블을 만들어 보자. 누가 어떤 정책을 펼치든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며, 학교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 소환된 미래교육(2020, 테크빌출판사)의 내용을 수정한 내용임.
- 결과적으로 SNS상의 표현에 대해, 잘못된 표현임을 인정하고 공개사과를 하였다.
- 청와대 청원은 작성자가 누구인지 비공개이기에 본 글에서 추측만으로 작성자를 예측 할 수 없다.
-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 교육공무직은 교육감이 고용하는 형태이며 1년 이상 근무시 무기계약직으로 된다. 전국적으로 12만 명의 학교 내 교육공무직이 있다.
- 일부에서는 중규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나, 법적인 용어는 아니다. 무기계약직은 말 그대로 계약이 자동으로 정년(60세)까지 연장됨을 뜻한다.
- 외무고시, 사법고시, 행정고시 이런 시험이 주로 난이도가 높은 고시로 여겨졌다. 현재는 행정고시 이외에 두 개의 고시는 폐지되었다.
- 임용고사는 80년대 후반부터 생겼다. 과거는 국·공립 대학교 졸업 후 의무발령제였지만 위헌판결로 인해 임용고사 제도가 생겨났다.
- 물론 계약은 ‘학기’ 또는 ‘년’ 단위로 연장하게 된다. 특수한 경우는 5년 이상 같은 학교에서 계속 기간제 교사를 하기도 한다. 이들은 전문직종에 해당하므로 무기계약직 대상은 아니다.
- 미국이나 외국은 학교자치 시스템으로 단위학교 임용시스템이 확립되어 있고 공무원은 아니다. 현재 공무원 시스템에서 학교나 지역단위 임용시스템을 도입하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지방직 공무원도 지자체가 자체 시험을 보긴 하지만 공정성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 또는 특별히 병가를 써야 할 상황이 아닌데, 진단서를 받아 와 방학 직전까지 병가를 이어서 쓰는 행위 등이 종종 있어 동료교사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있다.
- 기간제 교사들이 법적 소송을 제기하여, 대법원 판결을 통해 기간제 교사도 1정교사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 세월호 참사 때 희생된 한 기간제 교사의 부모가 소송을 제기해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시행령 개정으로 순국인정은 되었지만, 상위법 상 법리 해석은 법조인들 사이에서 다양하다. 현재 17개 시·도교육청 모두 정규교원과 같은 복지포인트(복지급여비)는 지급되고 있다.
- 모든 계약직 교사로 일반화 하기는 어렵다. 기간제 교사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지속적으로 공유하며, 하소연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일부지만 실제 일어나는 일들이다.
- https://news.v.daum.net/v/20200422085912964
- 다만 이런 형태의 도입은 임용 합격자에게만 혜택이 갈 수 있어, 인력풀을 시·도교육청이나 지역교육청 차원에서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면 한다.
- 공립학교를 기준으로 말한다. 교원임용고사를 통과했다는 것이 교사의 역량을 갖추었음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기간제 교사라고 정규직 교원이 될 자질이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다.
- 교·사대에서 걸러지는 시스템 자체가 없고, 임용고사는 하루만에 평가하므로 인성영역을 평가하기 어렵다. 의사의 경우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어, 의대의 경우 환자와 소통 및 공감할 수 있는 의사 양성을 목표로 MMI라 불리는 다면인적성면접을 도입하고 있다.
- 기존에 인기를 끌던 수학, 영어 등은 선행학습금지법에 의해 거의 자취를 감추었으나 농·어촌 지역에서는 예외적으로 실시되기도 한다.
- 특히 농·어촌 산간지역 학교의 경우 시·도교육청이나 지자체가 방과후학교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주고 있다.
- http://todayboda.net/article/6795
- 정규교과 준비나 행정업무 등을 해야 하므로 실제 참여를 원하는 교사의 수요도 많지 않다.
-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성공을 참고해야 한다. 방과후학교만 제대로 해도 학부모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어, 선거에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을 모르는 지자체가 상당수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노력은 하고 있으나 산으로 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관련법도 거의 존재하지 않아 법·제도 등 바꿔야 할 지점이 많다.
- 소방·경찰처럼 행정만을 담당하는 가칭 ‘행정교사제’에 대한 논의는 여러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 유사한 명칭이 지속적으로 바뀌었다.
- 초창기에는 4년, 그 뒤로 개정해서 4년 더 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 인수위원장이 계속 특정 단어를 고집해 여러 차례 언론에서 기사화되었다.
- 더욱 세분화하여 표현하자면 자율-자생-자치의 순이라 생각한다. 교육부나 중앙정부는 자율을 말하고, 시·도교육청은 자치를 말하고 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 가깝다.
- 여담이지만, 21대 총선에서 모 당의 비례 1번이 학교 조리종사원(급식노동자)인데 당선되지는 못하였음. 상징성은 꽤 큰 것으로 생각됨.
- 의안번호 3899. 2016.12.19 철회되어 공식적으로 폐기되었음.
- 이는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의 법령과도 위배되는 내용이다.
- 공식적인 채용절차 없이 들어온 이들이 상당 수 있다.
- 관련 공문이 지속적으로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내려오고 있다. 취지는 동의하나 결국 학교에서 교사들이 이 일을 하고 있다. 정규직이 할 수 있는 일을 비정규직이 못한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고유업무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나 ‘행정보조’의 업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 일반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분들이 많다. 소수가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 전교조는 노동운동을 지지하는 단체라 교사나 교육공무직 중 어떤 편도 들지 않는다. 갈등조정을 한다고는 하지만 이론에 불과하다. 지역 교사노조는 현재 신생단체라 아직 전략적인 정책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물론 개선의 여지는 필요하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
저 역시도 아는 교사분에게 “학생 및 동료교사에게 받은 정신적인 충격 및 고통, 이것은 완치가 없기에 원할 때마다 이를 이유로 몇 개월씩 병가를 수시로 쓰는 선생님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힘들면 쉴 수 있도록 만든 법규이지만 이를 너무 과도하게 사용함으로써 동료 교사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보면 정규교원 내에서도 동료의식을 좀 더 키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선생님의 글을 보면서 학교에서 교사들이 아이들의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 환경을 갖추는 것이 정말 어려운 과제로 다가옵니다…
과도하게 사용하기엔, 교원의 병가는 1년에 60일로 정해져 있습니다. 무제한이 아닙니다.
개인의 휴가 사용에 대해 탓하기 전에
그렇게 교원이 소진되도록, 고통스럽게 만든 구조적 원인이 무엇인지 찾고 그걸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단지 ‘동료 의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습니다만.
잘 읽었습니다. 전체적인 논조에 거의 공감합니다.
다만 학교 강사직종 중 유일하게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방과후 강사의 경우 노동법,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 만큼 ‘장학’도 적용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방과후학교 강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이 마땅찮다는 점도 있습니다. 방과후 강사가 사회적 약자인 점은 인정하지만, 학교장의 재량권만으로 결정되는 낮은 처우와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 그들이 지는 사회적 책임 역시 매우 경미합니다. 방과후 강사의 처우 개선과 더불어 수업의 질적 수준 향상에 따른 마땅한 책임을 요구할 수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차라리 방과후학교를 교육자치에 포함하여 내실화하기 위해 교원들이 직영하는 체제를 제안하셨는데, 그렇게 되면 기존의 방과후 강사들의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그에 따른 해결 방안이 무엇인지 나타나 있지 않아 무척 궁금합니다. 지자체에서도 맡으려 하지 않는 방과후학교를 학교 내 전담교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방안엔 쉽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학교 비정규직이 맡고 있는 공공서비스 영역이 분명 있습니다. 임금구조와 처우개선을 논하기 전에,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이 그 공공서비스를 맡아야 함을, 그래서 공공영역 일자리 늘리기가 더 필요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어차피 국가의 입장에선 지출하고 있는 임금을 이제와서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남은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채용하는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교육부 내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 총정원을 결정하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회적 논의 대상이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가 길어짐에 따라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학교 역시 정규직, 비정규직 교직원 간 갈등의 고통이 심화 되었습니다. 학교가 요구받는 더 많은 사회적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필요한 일이지만, 단순한 구호에 그칠 일이 아닐 것입니다. 복잡다양해진 학교현장의 조건을 반영한 합리적 대안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대안 마련에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것이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