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점수 성장률 더 높다고 볼 수 있나?
최근 ‘오마이뉴스’, ‘세계일보’, ‘SBS’는 기존의 혁신학교에 대한 ‘학력저하론’에 대해 오히려 “혁신학교의 성장률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 근거로 교육부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의뢰한 연구조사보고서인 <혁신학교 성과분석; 연구책임자 서민희>을 제시했다. 하지만 연구보고서 전문을 참고하면 사례로서의 연구적인 가치는 있지만 일반화된 결론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혁신학교에 대한 국민 일반의 정서를 뒤집기에는 부족한 연구로 국가수준학업성취도 시험의 시행취지를 왜곡할 수도 있다. 더구나 연구 참여자도 연구내용에 대해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는데도 대표적인 진보 매체인 <오마이뉴스>가 마치 일반적인 결론처럼 보도한 것은 언론보도의 윤리성에 맞다고 보기 어렵다. 더 걱정인 것은 일부 시도교육청이 그 기사를 혁신학교 성과로서 재인용하면서 국민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원래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연구취지는 경기도를 대상으로 혁신학교 정책 도입 시기의 혁신학교와 확산 시기에 혁신학교 정책을 도입한 학교들의 특성을 검토하고 혁신학교 도입 이후에 학업성취도 및 정의적 특성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2009년 혁신학교 코호트 및 비교집단 특성연구를 했는데 6개의 혁신중학교와 한 번도 혁신학교 정책을 도입하지 않는 일반 중학교를 매칭 학교로 정했으며 그 학교는 대체로 중소도시에 소재하는 소규모 학교(전체 학생 수 및 교사 수 기준)였다. 또한 인지적 영역으로 국어, 수학, 영어 과목의 중학교 3학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를 고려하였으며 2009∼2016년까지의 7개 년도의 경기도 지역의 학교 평균 결과를 산출하여 분석단위로 활용한 종단연구였다. 각 연도의 성적은 T점수(평균50, 표준편차 10)로 전환하여 사용하였다.
<표1> 2009 혁신학교 코호트 및 비교집단 특성 비교

일반학교와 혁신학교의 국어, 수학, 영어 T점수 평균의 변화추이는 <표2>와 같이 나타났다.
<표2> 2009~2016년 국어, 수학, 영어 T점수 평균: 2009 혁신중학교와 비교집단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언론매체는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에 비해 국어, 영어, 수학에서 2009년도 성취도 평균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간극은 줄어들고 혁신학교의 성장세가 컸다. 즉 국어, 수학, 영어 세 과목 가운데 국어, 수학에서 혁신학교의 성장률이 일반학교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비교분석을 바탕으로 “혁신학교의 점수 성장률이 더 높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첫째, 혁신학교에 대한 비교집단을 ‘지역규모’, ‘설립유형’, ‘학교성별’, ‘총 교사 수에 대한 총 학생 수 비율’이 유사한 집단으로 정했어도 총 교사 수에 대한 총 학생 수 비율이 유사한 집단의 경우를 유사한 특성으로 정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두 집단이 교사 당 학생 수에 대해 비율적으로 유사하지만 경험적으로 보면 교사 수와 학생 수가 적은 집단이 성적향상도가 더 높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학급당 학생 수가 적을수록 학업성취도에 긍정적이라는 연구조사보고서는 상당할 정도로 많다. 교사의 교육과정 및 수업 평가에서의 집중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혁신학교가 비교집단인 일반학교에 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학업성취도 성장률이 더 컸을 것이다.
둘째, 혁신학교와 비교집단인 일반학교의 국어, 영어, 수학의 성적으로 각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평균값을 사용했는데 자료적 적합성에 대해 의문이 있다. 평균이 집단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값으로 가치있지만 근본적으로 학업성취도시험은 개인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이다. 따라서 개별 학생의 성적을 모두 합하여 평균할 경우에 개인의 학업성취도 수준이 사라져 버리는 ‘평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가령 각 국가의 GDP(국내총생산)의 평균인 1인당 GDP(국내총생산)를 비교하지만,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국민 각자의 경제적 삶의 질을 보여주지 못하며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비해 그 값이 상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국가 국민의 경제적 삶의 질이 높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오히려 1인당 GDP(국내총생산)의 값은 빈부격차가 심각한 소득분배의 극심한 불균형 같은 경제 문제를 은폐할 수 있다. 이처럼 학업성취도의 평균을 그 학교의 당해 연도의 학력에 대한 대표값으로 정해버리면 다양한 성취도를 갖는 학생의 개별적인 수준을 비교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셋째, 둘째와 연관해 표준편차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보도였다. 혁신학교의 국어, 영어, 수학성적의 표준편차는 거의 매년 일반학교에 비해 추세적으로 컸고, 수학(2010,2014)과 영어(2009,2010,2012,2014,2016)는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해도 여럿 있었다. 즉 혁신학교 학생 간에 개인별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일반학교에 비해 상당히 크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오마이뉴스>는 2016년의 성적에 대해 혁신학교의 점수는 국어 49.08, 수학 48.54, 영어 48,97이고 일반학교의 점수는 국어 48.97, 47,53, 48.2로 비교하여 마치 혁신학교의 학력신장이 일반학교에 비해 크게 이루어졌으며 더 높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표준편차를 보면 혁신학교는 국어 2,47, 수학 3.96, 영어 4.66이었으며 일반학교는 국어 1.19, 수학 2.44, 영어 2.34였다. 즉 거의 2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혁신학교의 학력성장률이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
넷째, 혁신학교에 지원되었던 경기도 지역의 학교별예산이 학생 1인당 목적사업비 기준으로 최소 2배 이상 컸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즉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에 비해 학생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여러 목적사업을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으며 그 혜택이 혁신학교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조사보고서는 그동안 학업성취도에 대한 여러 연구가 보여주듯이 경제적 요소가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긍정적이고 지대한 요소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다섯째, 전학요인(특히 전입)을 고려하지 않았다. 일반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인근 혁신학교로의 전학은 비교적 자주 일어나는 요인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직접적으로 대학 입시와 연관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혁신학교에 주어지는 교육복지와 창의적 체험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전학은 유의미한 변수이다. 그 경우에 전입한 학생들의 성적수준이 고려되어야 하는데 그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 만약 혁신학교로 전입한 학생의 인지적 역량이 높았다면 혁신학교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조사대상인 학교가 중소도시의 학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대도시 학교 학생의 전학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 자료는 혁신학교에 대한 역량을 측정하는 종단 연구적 가치는 있지만 혁신학교의 숫자가 적은 것은 그만두고라도 혁신학교의 성장률을 일반화하기에는 성급하다. 오히려 혁신학교의 성적 표준편차가 일반학교에 비해 큰 것에 주목하고 혁신학교 운영과정을 개선하려는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2016년 전국에서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혁신학교 중학생의 기초학력 미달비율은 전국 평균인 3.6%보다 높은 5%였으며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은 전국 평균 4.5%의 2.6배 수준인 11.9%였다. 즉 2016 혁신중학교와 혁신고교 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중학교는 높고, 고교는 세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를 참고하여 혁신학교의 교육과정을 질적으로 더욱 개선하려는 자료적 가치만을 부여해야 한다.
기초학력 미달은 100점 만점에 20점 미만으로 공부 포기자라고 혹평을 받는 등급이다. 교육과정평가원의 조사연구에서도 혁신학교의 표준편차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보면 기초학력 미달자의 비율이 많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조사에 대해 강민정 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상임이사가 <오마이뉴스>에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성적을 추적한 해당보고서 내용을 보면 혁신학교가 기초학력 미달자가 많아 학력저하가 심하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이 얼마나 평면적이고 단순한 것인지 알 수 있다.”라고 코멘트를 한 것과 매체가 보도한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와 일반학교를 대응시켜 비교 조사한 연구적 가치는 충분하며 추가적인 연구가 이어졌으면 한다. 그러나 아쉬움이 있다. 본 연구에서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단순 비교하는데 그치지 않고 혁신학교와 일반학교의 학업성취도를 보통학력 이상,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의 4군으로 구분하여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해 비교분석하고 추세적 경향을 추적했다면 한계는 있겠지만 종단 연구적 가치를 더욱 살릴 수 있었다고 본다. 또한 각 해에 교육청의 혁신학교에 대한 계획 및 교사가 혁신학교에서 교육과정, 수업, 평가를 피드백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 그처럼 분석한 자료를 활용했다면 혁신학교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고 본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일반사회교육을 전공하여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예탁결제원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뒤 전주 완산고등학교에서 사회 교사로 재직 중이다. 전북 교육청 사회문화 집필 위원, KDI 경제교육교재 집필 위원, 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충남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출제위원, 전북 및 전남 교육연수원 강사, 전북대학교 교사 연수 강사, <새전북신문>, <열린 전북>, <전북교육신문>, 인문 웹진 <아홉시>, 네이버 비즈니즈 블로그 <인터비즈>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지금은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의 교육저널인 「교육 제4의 길 」에 칼럼을 쓰고 있다. 저서로 <미래 교육의 불편한 진실, EBS, 2021>, <학교 속 문해력 수업, EBS, 2022>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