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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중심평가로 교과역량을 기르려면?

#407 박제원, 전주 완산고등학교 교사 2018.12.05

2015 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교육부와 상당수의 시도교육청은 평가 유형에서 ‘총괄평가’보다는 ‘과정중심평가’를 중시하고 권장한다. 또한 과정중심평가를 구체적으로 문제 해결 과정에 초점을 두는 ‘수행평가’로 규정한다. 그러나 과정중심평가는 엄밀한 의미에서 평가학적 용어라고 할 수 없다. 교육과정평가원 임은영(2017)의 ‘교사별 학생평가 실태조사 및 현안 진단’에 따르면 새로운 학문적 용어이기보다는 기존의 평가 방법들이 다양한 정책 요구 속에서 새로운 하나의 용어로 표현된 평가 유형이다.

 

2015 개정교육과정은 교육과정 구성의 중점사항으로 과정중심평가를 강화할 것을 명시한다. 중점사항 라에는 “학습의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를 강화하여 학생이 자신의 학습을 성찰하도록 하고, 평가결과를 활용하여 교수·학습의 질을 개선한다.”고 되어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 총론해설서에 따르면 과정중심평가를 강화하는 목적은 두 가지이다. 첫째, 학생이 주체적으로 학습경험을 성장하도록 하는데 있다. 둘째, 교사가 학습의 질을 향상시키고 수업을 개선하는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두 가지 목적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첫 번째 목적을 위한 것으로 두 번째 목적은 첫 번째 목적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과정적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교사가 성취기준에 근거해 학생의 지식습득과 수행의 정도를 과정중심평가로 측정할 경우에 정교하지 않으면 향후에 학생의 학습의 질이나 수업을 개선하는 교수학습 자료로는 적합하지 않고 결국 학생의 학습경험을 성장시킨다고 볼 수 없다.

 

교사는 과정중심평가에서 보조자이다. 그 역할은 학생 스스로가 무엇을 어느 정도 성취하고 있는지를(성취기준에 해당하는 교과역량을 갖췄는지를)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성취수준과 그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 따라서 과정중심평가는 교사평가, 자기평가, 동료평가가 이루어지는 ‘학습을 위한 평가(형성평가)’와 ‘학습으로의 평가’적인 속성을 모두 갖고 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이나 새로운 학력에서 과정중심평가를 권장하지만 학생의 학습경험을 성장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우려되기도 한다. 그 평가유형이 배움을 성장시켰다는 다수의 ‘횡단연구’나 ‘종단연구’가 부재한 것은 그만두고라도 한국교육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기에는 여러 한계를 지닌다. 현실적으로 어떤 교사들은 평가의 전문성과 자율성에 기초하여 학생의 성취수준이나 학습 맥락에 따라 학생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지만 다수가 시행하고 평가결과를 기록하면 공정성 논란을 비껴가기 어렵다. 대입제도에서도 비교적 과정중심평가의 성격을 지닌 ‘학생부종합전형’이 상당수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런 까닭에 국민이 과정중심평가를 신뢰하게 하려면 교육부나 각 시도교육청이 강조하는 것만큼 현실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첫째, 교사의 평가전문성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과정중심평가의 목적이나 절차는 교사의 수업 및 평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는 교사 상당수가 그 정도의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교사가 적절하게 형성평가를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한 전문적인 연수과정도 마땅치 않다. 심지어 어떤 교사들의 경우에는 (어쩌면 상당한 숫자일수 있지만) ‘성취기준’, ‘평가기준’, ‘세부평가기준’, ‘평가준거(평가척도)’, ‘단원(영역)별 성취수준’, ‘평가준거 성취기준’에 대한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교사가 성취기준에 해당하는 교과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과정중심평가의 구성을 매 차시의 수업이나 소단원별 총 수업 차시에서 제대로 구안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다.

 

둘째, 학교 간, 교사 간 평가 전문성의 차이는 학생의 양적이고 질적인 편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나아가 동 학교, 동 학년, 동 교과에서조차도 교사에 따라 학생의 교육적 성취를 조력하는 정도, 수준, 범위 등에서 차이가 발생할 경우에 ‘공정성’이라는 사회적 갈등을 피할 수 없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과정에서 국민의 거부감은 매우 높았다.

 

셋째, 교사에게는 과정중심평가에 대비한 평가문항의 구안, 평가과정의 기록, 즉각적인 피드백 제공 등이 과도한 업무 부담이 될 수 있다. 즉 한국 초중고의 1인당 학생 수는 과거에 비해 OECD 평균치와의 격차가 많이 줄었지만 2015년을 기준으로 초등학교는 16.8명, 중학교는 15.7명, 고등학교는 14.1명으로 아직도 OECD 평균치에 비해 1∼2명 정도가 많다. 그리고 OECD 국가가 특별하게 수업에서 과정중심평가를 강조하지도 않는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교사직과 교육행정직 간의 모호한 업무 영역, 교사 업무분장의 비효율성 및 관리직의 업무 기피 태도에 따라 교사에게 주어지는 여러 행정업무 부담이다. 따라서 교사를 증원해서 1인당 학생 수를 줄이거나, 교사의 행정업무를 경감하는 여러 정책이 수반되지 않게 되면 심도 있는 평가를 진행하기 어렵다.

 

넷째, 과정중심평가의 현실적 한계인 ‘교사의 수업 및 평가에 대한 전문성 수준’ 및 ‘학생 수’ 등을 고려하면 김수진(2013)의 ‘인지진단이론을 적용한 교육평가의 새 지평’과 김희경(2012)의 ‘인지진단 모형을 적용한 학업성취 프로파일 분석 및 결과보고방안’에서 말하는 ‘총괄평가적인 인지진단모형’을 검토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다. 과정중심평가의 취지를 살리면서 현실적이고 보편적으로 교과역량을 키우는 방향일 수 있다. 평가 결과가 학생 각자의 인지적인 강점과 약점 등에 대해 구조화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은 관련 정보를 활용하여 수업 및 학습을 계획하고 수정할 수 있다. 물론 객관식 문항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으며 교사가 개별 문항에 관련된 인지요소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문제를 출제하는 교사의 평가전문성을 수반한다는 난점도 있다. 그렇지만 교사가 점차적으로 평가전문성을 갖출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실행가능하면서도 과정평가의 취지를 살릴 수 있고 학교 내부평가와 외부평가(수능)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이다.

 

다섯째, 과정중심평가는 학교 내부적으로는 교육의 내재적 목적을 위해 강화된다고 해도 수능과 같은 외부적 평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심도 있게 추진할 수 없다. 따라서 과정중심평가는 외부적인 시험에 대응하고 적용될 수 있는 평가 형태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객관식 수능은 총괄 평가적 성격을 갖고 있고 구시대적으로 근본적으로는 과정중심평가의 취지를 살릴 수 없기 때문에 그 한계를 극복하는 외부시험으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유력한 대안일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도 과정중심평가의 취지를 살리려면 일본처럼 수능에서 일정한 비율로 서술형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여섯째, 교육과정에서 과정중심평가의 취지인 교과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라면 각 교과에서 과정중심평가와 교과 이수 또는 교과 재이수를 연결시켜야 한다. 즉 학생이 각 교과에서 일정한 성취수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 반드시 재이수 하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와야 한다. 그래야만 과정중심평가를 강화한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첨언하면 굳이 과정중심평가를 강화하지 않더라도 한국 교육에서 각 교과의 이수나 재이수는 결과중심평가에서도 적용할 사안이었다고 본다.

 

과정중심평가는 형성평가로서 교육의 내적 목적을 실현하는데 충실한 평가유형이다. 그렇지만 그 유형이 한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사전 요소가 참 많다. 그런 까닭에 교육부나 각 시도교육청이 과정중심평가에 대해 기능중심적인 수행평가 측면만을 강조하고, 교사는 여기에 형식적으로만 대응할 경우에 ‘교과역량 강화가 아닌 약화’,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갈등’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는 과정중심평가로 교과역량을 키우려면 교사의 평가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의무연수 등을 병행하면서 국가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교사는 교과역량을 도모하는 과정중심평가를 추구하도록 하고 법령을 개정해서라도 각 학교에서 시행하는 ‘내부형 지필고사’를 폐지해야 한다. 대신에 국가 단위나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한 학기 단위로 성취기준에 해당하는 객관식 및 서답형(단답형·서술형·논술형) 평가를 시행하고 성취등급화해서 학생부에 기록하고, 창의적 체험활동을 병기(竝起)함으로써 ‘공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좋은 방향일 수 있다. 그 경우에 지식과 기능에서 과정중심평가가 내실 있게 이루어졌는가를 사후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교과역량을 바탕으로 핵심역량을 키우면서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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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완산고등학교 교사 박제원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일반사회교육을 전공하여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예탁결제원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뒤 전주 완산고등학교에서 사회 교사로 재직 중이다. 전북 교육청 사회문화 집필 위원, KDI 경제교육교재 집필 위원, 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충남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출제위원, 전북 및 전남 교육연수원 강사, 전북대학교 교사 연수 강사, <새전북신문>, <열린 전북>, <전북교육신문>, 인문 웹진 <아홉시>, 네이버 비즈니즈 블로그 <인터비즈>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지금은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의  교육저널인 「교육 제4의 길 」에 칼럼을 쓰고 있다. 저서로 <미래 교육의 불편한 진실, EBS, 2021>, <학교 속 문해력 수업, EBS, 2022>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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