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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에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 부모와 일반인의 변화해 가는 기대

#405 나정, 동국대학교 교수 2018.11.14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부모와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올해까지 꼭 10년 동안 동일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했다. 대학생들이 실행한 작은 과제였지만, 변화가 느껴졌다. 부모와 일반인들의 생각이 교수들이나 현장 교육자들보다 더 앞서 있다는 느낌이 든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가 되려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필수 과목이 있는데 교육과정/보육과정도 그런 과목 중 하나이다. 교육, 보육과정 과목은 영유아들에게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왜 교육 보육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과목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국가 수준의 “유치원 교육과정”과 “표준보육과정”을 제정, 개정 고시하여 영유아를 위한 교육보육 목표, 내용, 방법 등을 현장에 제시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보육과정 과목을 담당하면서 학생들에게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부모와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미니 인터뷰를 해보는 과제를 실행하였다. 인터뷰 질문은 대상별로 각각 다음과 같다.

 

“자녀에게 유치원/어린이집에서, 무엇을(어떤 내용을), 어떻게(어떤 방법으로) 가르쳐주기를 원하십니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다니는 유치원/어린이집에서, 무엇을(어떤 내용을), 어떻게(어떤 방법으로) 가르쳐주면 좋을까요?

 

올해의 인터뷰 결과, 대부분의 부모와 일반 성인들은 “사회성, 창의성, 인성교육”을 위해 “친구들과의 놀이, 자연 체험이나 직접 경험하는 활동”으로 교육, 보육해주기를 바랬다. 극소수의 부모와 일반인이 초등학교 준비교육의 성격을 가지는 한글 읽고 쓰기와 수 세기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과거의 인터뷰 결과는 올해와 달랐다. 아래의 표를 한 번 살펴보자.

30명 내외의 학생들이 인터뷰한 것이고 유아기 자녀를 둔 그들의 친인척 등이 주 대상이었기 때문에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불과 3, 4년 전 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준비교육 성격인 한글 읽고 쓰기와 수와 셈에 대한 요구가 상당히 높은 비율이었고 인성교육이나 사회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준비교육에 대한 요구가 부쩍 줄어들고 대신 그 자리에 창의성이 들어서고 사회성, 인성교육이 뒤를 이었다. 놀라운 것은 부모와 일반인의 의견이 대단히 유사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법에 대한 요구도 변했다. 과거에도 놀이가 등장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특히 올해는 놀이가 압도적으로 높고 체험과 경험을 통한 방법이 지배적이었다. 아이들이 주체가 되고 교사가 안내하거나 지원해주는 방법임을 알 수 있다. 교사가 무엇을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의견은 없었다.

 

인터뷰를 해온 학생들과 결과를 정리하고 10년 전부터 올해까지의 경향을 비교해서 살펴보았다. 학생들은 2015년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된 역량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또 이제는 기초적인 지식과 기술보다 친구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놀이 경험을 통해 획득되는 다양한 역량을 더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 부모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영유아기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교육 보육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산업시대의 요구나 지식정보화 시대의 요구가 아니었다. 인공지능 자동화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그런 역량을 배우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놀이라고 답한 것이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왔을까? 이런 변화의 요인은 무엇일까? 시대 변화를 읽고 미래사회에 필요한 것을 알았을까? 아니면 너무나 힘든 다음 단계의 교육으로 인해 지치고 피폐해질 우리 아이들에게 어린 유아기만이라도 학습의 굴레에서 벗어나 놀이의 즐거움 속에서 살게 하고픈 작은 소망이 반영된 것일까? 이 여러 가지 변수가 모두 통합된 응답일까?

 

20년 전인 1997년에 “유아교육의 공교육 체제 확립” 방안을 수립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던 것은 바로 부모들의 요구였다. 당시 부모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영유아기 자녀를 위한 요구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나아가 정부가 “집과 가까운 곳에서, 좋은 교육을,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시간까지” 제공해주기를 바랬다.

 

당시 대통령 자문 교육개혁위원회는 위와 같은 부모들의 요구를 담아내기 위하여 “유아학교”라는 이름으로 유아교육을 보육과 통합하자고 제안하였다. 유아학교 안이 제안된 지 올해로 20년이 지났다. 부모들이 원했던 요구 사항 4가지는 얼마나 충족되었을까? 특히 “좋은 교육 내용”을 바라던 부모의 요구는 얼마나 충족이 되고 있을까?

 

올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유아를 위한 누리과정을 개정하는 해이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학습-성취의 마당이 다시 펼쳐질 지, 놀이-경험의 새 마당이 펼쳐질 지 궁금하다. 그러나 부모의 마음과 일반인들의 생각을 읽는다면, 인공지능 자동화 시대에 더 필요한 인간의 자질이 무엇인가를 간파한다면, 답은 매우 쉽다. 아니 그보다 먼저 아이들의 일상을 진실되게 들여다본다면 무엇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고 즐겁게 할지는 논의거리가 되지 않는다. 만약 그것을 모른다면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진짜 눈으로 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아교육과 보육은 무상으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무상은 공적 제정이 투입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영유아의 부모 의견 뿐 아니라 세금을 내는 일반인의 생각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부모와 일반인의 생각의 차이가 거의 없다. 어떤 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데 관련자들의 생각이 비슷하여 의견이 모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행하게도 영유아기 시기에 무엇을, 어떻게 배울 지에 대한 의견 차이는 크지 않다. 누리과정 개정의 큰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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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교수 나정

유아교육 전공으로 한국교육개발원에 오랫동안 근무하며 유아교육정책을 연구했으며, 현재는 동국대(경주)에 재직하고 있다. 그동안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위원, OECD 유아교육과 보육정책 국가조정관,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유치원교육과정 개정 등에 참여하였다. 대표적인 정책 제안은 유아교육-유치원-교육부, 보육-어린이집-복지부로 이원화된 유아교육과 보육체제를 단일부처로 통합하자는 것이며, 이 안은 지금까지도 미완의 가장 뜨거운 이슈이다. 최근에는 미래를 위한 배우기와 익히기에 쏠려있는 유아기를 아이들이 주도하는 생동하는 놀이 중심으로 되돌리는 것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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