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돌봄들(1) – 한 지붕 여러 돌봄 –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가끔 학급에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하여 갑자기 온라인 수업을 며칠씩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어지간한 아이들은 모두 별 탈 없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오후 늦게 센터를 찾는 고학년 아이들을 보면 정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그사이 아이들의 마음은 변해버렸다. 그동안 간간이 학교를 가고 싶다고 열정을 내던 마음은 어느덧 차갑게 식어버려 학교를 안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매일 하는 일이 힘든 탓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학교를 갔다 오면 한 아름씩 이런저런 소식을 물고 온다. 주로 친구나 주변 아이들 때문에 속상했던 이야기들이 많다. 그럴 때는 성심성의껏 위로를 해주어야 한다. 센터에서 가끔은 위로조차 차별을 보이는 것 같다고 얼마 전 센터 아이들이 만든 ‘차별 위원회’에서 그런 조사 결과 내놓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사위가 차가워지면서 세상이 쏜살같이 예전으로 달려가고 있는 듯하다.
1. 같은 듯 다른 우리들
그렇게 일상을 향한 움직임들 중 하나로 얼마 전 작은 어른들의 모임이 하나 있었는데, 그 자리에는 센터 인근에서 마을 돌봄을 하고 있는 2개소의 지역아동센터와 1개소의 우리동네키움센터 및 융합형키움센터 조정관이 참석을 하였다. 이는 잠시 서로 얼굴이나 보고 인사나 나누자고 모인 자리니 그렇게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었다.
아동 돌봄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의 중앙부처가 모두가 제각각 예산을 내어, 각기 다르나 또 비슷하기도 한 돌봄을 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 중 교육부가 학교를 중심으로 돌봄을 수행하고 있다면, 나머지 부처들은 지역을 중심으로 마을 돌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선 이해의 가닥을 잡을 수 있겠다.
문재인 정부 이전만 하더라도 보건복지부의 대표적인 마을 돌봄은 바로 지역아동센터 사업이었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는 설립 당시 민간에서 지역사회의 어려운 아동들을 돌보던 전통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 그런 영향이 아직도 곳곳에 뿌리 깊게 남아있다. 물론 일부 지역아동센터 현장의 선생님들은 ‘우리 아이들을 취약계층 등으로 칭하지 말아 달라’고 그런 사회적 낙인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계시지만 아직 제도의 갈래나 사회적 인식은 그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따라서 지역아동센터 사업은 학령기 아동들을 위한 방과후 돌봄과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체계 마련이라는 이중의 제도적 목적이 덧씌워져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방과후 아동 돌봄만이 필요한 일반계층의 돌봄 수요는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일부 해소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 학교 돌봄을 통해 그 욕구를 해결하고자 하였으며 그로 인해 ‘방과후 돌봄 교실 추첨의 금 손과 똥 손’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마저 나오게 된 것이다.
따라서 방과후 돌봄 수요는 사회적으로 효과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었으며, 특히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학령기 아동들의 방과후 돌봄 욕구를 크게 키울 수밖에 없는 일이니 맞벌이 가정 아동들의 방과후 돌봄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해 ‘온종일 아동돌봄 체계를 구축하여 초등돌봄 수혜자를 55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정책 목표로 답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복지부에서는 맞벌이 가정 아동들의 틈새 돌봄을 전담할 ‘다함께돌봄센터’를 마을돌봄의 일환으로 표방하게 된다.
따라서 다함께돌봄센터는 지역아동센터와 매우 유사한 구조와 내용을 갖지만 정부에서 만들어낸 방과후 돌봄 시설이란 점에서 지역아동센터와 차이를 보인다. 이는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책임을 모두 정부에서 전담하게 되는 것이므로, 정부는 각 지자체의 돌봄 수요에 따른 다함께돌봄센터의 설치 목표수를 수립하고 기초지자체를 단위로 다함께돌봄센터 설치를 추진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센터가 지역에 설치되어야 한다면 과연 어떤 곳에 세워질 수 있을까? 금방 상상할 수 있듯이 바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인근이다. 물론 학교 인근에 매매나 임대할 수 있는 건물이 없다면 대량의 주거지가 분포되어 돌봄 욕구가 크게 발생할 수 있는 아파트 등의 커뮤니티 공간 등도 주요 설치 지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때 학교 인근은 어떨까? 아마도 인근에는 이미 지역아동센터가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만약 그런 경우라면 그동안 힘들게 아동 돌봄을 해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정부에서 번듯하게 건물까지 마련하여 다함께돌봄센터를 설치하는 일이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에게 얼마나 큰 좌절감으로 다가왔을지는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2. 우리가 만나자
그러나 파랑새가 위치한 구로동은 그에서 조금 이야기가 빗나갔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자면 다시 우리동네키움센터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의 ‘다함께돌봄센터 사업’을 받아서 그 사업명을 ‘우리동네키움센터 사업’이라고 작명을 다시 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으니 이것이 바로 고 박원순 시장님의 임기 중 일이다. 시장님께서는 방과후 돌봄 확충을 주요 정책 목표로 잡으시고, 복지부의 본래 안과 다르게 우리동네키움센터를 ‘일반형, 융합형, 거점형’등으로 위계와 역할의 차이를 두고 서울 전역에 설치를 하시며 열정을 보이셨다. 서울에 지역아동센터가 400여 개소 이상 설치되어 있는데, 우리동네키움센터를 그만큼 더 만들겠다고 정책 목표를 밝히시니 그 소식을 들은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앞이 캄캄한 기분이 들 밖이다.
물론 서울시 역시 나름대로 지역아동센터 입장을 배려한다고 하여 지자체 공무원들과 함께 일일이 센터를 방문하여 인근 어디쯤 우리동네키움센터를 설치할 예정인데, 센터의 입장이 어떠한가를 물으시기는 하였다. 우리 역시도 예를 들면 왼편으로 조금 떨어진 거리에 구 소유의 경로당 건물이 있는데 그곳에 설치를 해도 무방한지, 또 오른편으로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는 복지관에서 하고 있던 방과후교실이 있는데 이를 리모델링하여 우리동네키움센터로 운영하면 좋을지를 물어봤다. 그에 대해 왼편의 신규 센터 설치는 반대를 하였고, 기존의 아동들이 돌봄을 받고 있던 복지관의 우리동네키움센터 설치에는 찬성을 하였다. 그런 이야기가 지금까지다. 아직도 끊임없이 구와 서울시는 우리동네키움센터를 할 만한 자리를 찾아 지역을 헤매고 있고, 그런 모습들을 지역아동센터는 노심초사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처음 지역아동센터가 만들어질 때는 우리가 필요 없어지면 세상이 좋아진 거지하고 호언장담도 했지만, 머리가 희끗해질 때까지 아이들 곁에서 지내다가 하루아침에 더는 필요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현실이 다가오자 그런 결기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것도 날이면 날마다 이런 저런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구청 공무원들이 나서서 우리동네키움센터를 꼭 설치해야겠다고 저렇게 기염을 토하고 다니니 이렇게 밑에서 함께 돌봄을 하는 우리가 만나기까지 마음으로는 먼 거리를 돌아야 했다.

※ 본 글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현)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분명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필요합니다. 다만 이제 돌봄에 있어서는 계층으로 이를 구분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부모의 맞벌이가 활성화되면서 이제 방과후 돌봄은 많은 가정에서 필요한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돌봄에 대한 지원 체제를 좀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지원이 필요한 곳에 효과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를 할 수 있고 큰 그림을 그리면서 부서 간의 통합적 지원 형태를 마련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