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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지역아동센터 ‘파랑새’의 수학 시험을 위한 좌충우돌 이야기(1)

#671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2021.08.18

1. 이제 조금만 지나면…

 

방학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땡볕의 무더위 한가운데를 뚫고 어느덧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온다. 내일부터는 슬슬 방학숙제도 챙기고 개학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이제는 ‘파장’할 시간이 다되어 간다.

 

내친 김에 그동안 집에서 가져왔던 이불도 되가져 가도록 해야겠다. 말만 하면 귓전으로 흘려들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불만 되가져 가면 바로 다음날부터 놀이터 나들이를 가겠다고 단단히 쐐기도 박아 둔다. 그래도 이 정도면 효험이 있을 지도 모른다.

 

이불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은 올 여름 극심한 무더위 속에 밤잠을 제대로 못 잔 아이들도 보였던 탓이다. 점심을 먹고 나면 아이들은 휴식과 놀이 시간을 맞게 되는데, 이 코로나 시국에 땡볕 아래 왁자하게 노는 것도 그러니 스페인의 ‘씨에스타’처럼 낮잠 자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그런데 낮잠을 자려고 하니 센터에는 충분한 침구가 없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갈등거리가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캠프도 못 가니 친구들과 나란히 누워 기분도 내고, 떠들썩한 소리에 내내 시달렸던 공간도 좀 차분히 가라앉혀 보자고 묘안을 낸 것인데 뜻대로가 어렵다. 나중에는 별 수 없어 집에서 침구를 가져오도록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하루 종일 제 이불을 둘러쓰고 지내는 아이들이 나타났다. 또 센터 여기저기엔 이불 짐이 발길에 채인다. 어쨌든 눕히느라 한바탕, 나중에는 깨워 일으키느라 한바탕을 치러야 나면 이게 아닌데 싶고, 눕히기만 하면 귀신 이야기를 해달라고 뭣 조르듯이 졸라대니 이야기를 쥐어짜내느라 골머리를 썩인다. 그냥 놀릴 걸 남몰래 때늦은 후회를 한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이제는 방학 숙제를 챙겨봐야 할 시간이 되니 기쁘기 한량없다. 과연 학교를 가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나 그래도 어쨌든 방학보다는 낫겠지 싶다. 방학 끝 무렵에는 정말 파김치가 되어 한 번은 화장실에 들어가 앉았다 심장이 쿵했다. 하루 종일 두어 번 화장실에 들어가 잠시 숨을 고르는데, 한 번은 정말 정신없이 화장실을 찾았다가 화장실에서 어떻게 하는 거더라 하는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것이다. 금방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감염병 사태 이후 잔뜩 긴장한 채로, 외부 활동을 거의 할 수 없어 센터 내에서 하루 종일 아이들과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지간히 지치긴 지쳤던가 보다.

 

 

2. 이게 아닌 데…

 

그래도 그런 방학도 끝나가니 기념으로 파랑새에서도 무얼 좀 마무리를 해보면 좋겠다 싶어 수학 시험을 생각해냈다. 물론 아이들이 바라는 바는 아니었다. 다른 교사들도 ‘굳이…’ 하는 티가 역력하다. 부모님들만 빼고 모두들 시큰둥하다.

 

그렇다고 사실 센터에서도 거창한 시험을 볼 생각은 아니었다. 아이들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해 줄 수 있는 평가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수학 시험을 보아 무엇을 어쩌려고 했던 것도 아니란 말이다. 다만 학교생활이 다시 시작될 터이니 수학만큼은 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한 번쯤 갈라보는 기회를 갖게 해보면 어떨까 싶어 아이디어를 내게 된 것이다. 어디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또 어디서부터 잘 모르고 있는지 한 번쯤 차분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늘 이런 단순한 바람을 몇 도쯤 어긋나게 만들어버리곤 한다.

 

그런 바람이 너무 즉흥적이고 막연해서 그런 것인지 아무튼 제대로 준비가 되질 않았다. 무언가 막연하게 생각 속에서는 그려지는 것이 있는데 이를 막상 구체화시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려 하니 쉽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잘 모르는 일을 서툴게 하려고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애초에 그런 일은 교육적 전문성이 부족한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로서는 할 수도 없고 하지도 말아야 할 그런 일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래도 공언을 한 날이 코앞으로 다가와 허둥지둥 준비를 해야만 했다. 센터에서는 아이들이 없이, 또는 아이들 모르게 어떤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몇몇 아이들은 그런 정도가 무척 심해서 적당한 거리두기가 쉽지 않다. 이른 아침부터 센터를 찾고 저녁이 되어도 쉽사리 돌아가지 않는다. 집으로 가라고 해도 틈만 나면 다시 센터를 찾는 경우도 많다. 자주 교사 주위를 맴돌면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어 하고, 함께 하고 싶어 한다. 그런 친구들은 또한 자주 관심을 붙들어 두고 싶어 하기도 해서 교사들이 온전히 무언가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 힘들게 하기도 한다.

 

어쨌든 여러 사정으로 결국 당초에 생각했던 대로 아이들의 수학 시험지를 별도로 마련하는 일은 하지 못했다. 그 대신 센터에 단원별 평가지 형태의 학습지가 몇 권 남아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이를 활용하기로 하였다. 물론 학년별로 아이들 수에 맞추어 학습지가 모두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아이들이 모두 자기 학년의 학습지를 풀 수도 없는 것이므로 이를 모두 고려하여 재빨리 학습지를 수학 시험지 형태로 바꾸는 준비가 필요했다.

 

그렇게 당일이 되었고, 아이들과 약속한 시간이 한 시간쯤 남아 있으므로 빠르게 준비하면 일단은 시작은 해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더욱이 운 좋게 학습지를 발견해서 지난 번 교사들끼리 잠시 이야기만 하고 충분히 검토해보지 못한 온라인 사이트의 수학 문제들을 활용하지 않고 더 손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더 잘되었다 싶었다.

 

그런데 아침 일찍 혼자 와서 심심해 보이는 아이에게 도와달라고 했던 것이 그만 일을 꼬여버리게 만들었다. 학년별로 문제집의 해당 부분을 절취하여 개별 아이의 시험지로 사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얼른 복사해서 보충하면 되겠다 싶어 일을 서둘렀는데 둘이 함께 하면서 일이 조금씩 엉망이 되어갔던 것이다. 문제집에서 해당 부분을 떼어내는 일은 조심스럽게 잡아 뜯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별 설명 없이 절취를 부탁했는데, 그걸 굳이 가위질을 해서 자르고 있는 줄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중에 보니 책을 가위질을 하느라 어떤 부분들은 정작 내용이 잘려나가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는 지경이 되어 있기도 하였다. 또 자른 종이들을 한데 찍어 다른 종이들과 섞이질 않도록 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스템플러를 찍은 곳이 종이의 한 귀퉁이가 아니어서 그런 종이 묶음들을 받아든 아이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또 나중에는 절취한 문제집의 종이들이 서로 뒤죽박죽이 되면서 순서를 알 수 없이 되어버렸다. 자신은 분명 돕고자 한 일인데, 가만 보니 교사 낯빛이 그리 좋지 않아보였던지 아이도 섭섭한 속내를 감추지 못한다. 엉망이 되어 버린 책상 위를 보며 세심하게 일을 일러주지 못한 걸 뒤늦게 후회해 보지만 이미 쓸 데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가까스로 시험을 보기로 한 시간이 되어 시작은 되었지만, 엉망으로 흐트러진 시험지를 정리하며 일을 마무리 짓느라 차분하게 아이들을 봐줄 수가 없었다. 다른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또 따로 진행하는 일들을 하느라 여력도 없어 보였다. 엉망으로 뜯겨나간 시험지들을 주섬주섬 챙기고, 할 수 없이 일부를 다시 복사하고, 죄 뒤섞인 페이지들을 보고 또 보며 정리를 하는데 골몰하느라 처음 계획들이 조금씩, 조금씩 수포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머리 속에는 앞도, 뒤도 다 잘린 채로 노랫말 하나가 홀로 맴을 돌고 있다. 이게 아닌데…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시험 이야기는 연속 2탄을 준비하고 있다.

 

※ 본 글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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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성태숙

(현)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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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김태균 수정 삭제

    코로나19 이후로 기초학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역아동센터에서도 아이들의 학습에 더욱 신경을 쓰시는 것 같아 이를 좋아해야 할 지, 아니면 기초학력 문제가 센터에까지 내려간 상황을 개탄해야 할 지…참 혼란스럽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아이들의 기초학습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기에 점차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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