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육동향] 팬데믹 시대 아동·청소년의 교육과 삶의 질

지난 호 해외교육동향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아동들의 상황을 살펴보았습니다(글 바로가기). 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의 보고서, <Years Don’t Wait For Them: Increased Inequalities in Children’s Right to Education Due to the Covid-19 Pandemic(시간은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증가한 교육불평등)>에서 발췌한 내용이었는데요(보고서 원문 바로가기). 이번 호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 아동·청소년의 교육과 삶의 질에 어떤 문제를 초래했는지를 살펴봅니다.
미취학 유아의 발달 문제
유네스코(UNESCO)의 정의에 따르면, ‘취학 전 유아교육(pre-primary education)’이란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정규교육을 의미합니다. 또래 및 교사와의 상호작용, 놀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신체활동을 중심으로 사회성과 말하기는 물론, 사고 처리과정을 익히고 연습하는 곳이 미취학 유아들을 위한 교육 기관입니다(유네스코 보고서 바로가기). 이와 같은 취학 전 유아교육 기관은 유아들이 발달 시기별로 습득해야 하는 신체적·지적·정서적 스킬을 갖출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특히 장애 유아와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의 유아들에게 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장애 유아가 자기 관리, 사회성, 읽기와 셈하기 등과 같은 취학 이후를 위한 기본적인 지적 스킬을 익히기 위해서는 일대일 지도를 통한 반복 학습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의 유아들은 평소 안전한 공간에서 온전한 돌봄을 받고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적 돌봄과 교육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학교가 폐쇄되는 상황에서, 정규 의무교육 과정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취학 전 유아교육 기관이 문을 열 리 만무합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로 돌아갑니다. 세르비아의 한 엄마는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딸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익혀야 하는 많은 것들을 배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내비치며 “취학 유예 신청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유아들은 어리니까 뭐든 금방 다시 배우고 회복할 거라고들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만 3-5세는 학습이 일어나는 사회적 맥락, 문화, 그에 따른 행동양식을 배우는 데 아주 중요한 시기다”라고 말했습니다.
등교 중지에 따른 학업 손실과 회복 문제
학업 회복 문제는 비단 유아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학업을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 지식 및 스킬 습득이 잠시 중단되는 데 그치지 않고, 퇴보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3개월에 달하는 미국의 여름방학 기간 동안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는데요. 여름방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수학과목에서 백인 학생들은 평균 1-3개월, 비백인 학생들은 평균 3-5개월 가량 뒤처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새 학년 진도를 나가야 하는데, 직전 학기에 배운 것들을 거의 다 잊어버린 상태로 오게 된다는 거죠. 평소에도 이렇다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장기간의 수업결손 여파는 심각한 수준일 겁니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의 학생들일수록 이와 같은 퇴보 경향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는 사실 역시 문제입니다.
미국의 한 수학교사는 “한 학기 과정을 끝까지 학습한 학생들이 중1 학생의 ⅓, 중2 학생의 ¼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수학은 수업 중 교사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목이라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미국 오레곤 주의 한 읽기지도 교사는 “중학교에 진학하면 파닉스나 문법 같은 기본적인 사항을 따라잡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초등 시기에 규칙적으로 읽기습관을 들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등교 중단으로 인해 학업 관리가 어려운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청소년의 학업중단 문제
등교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아예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입니다. 2020년 9월, 유니세프(UNICEF)는 전 세계적으로 약 240만 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특히 서남아시아 국가,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 내전으로 자국을 탈출하고자 하는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그러한 경향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취약계층 가정의 가계 경제가 더욱 나빠지면서 청소년들이 노동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경우는 물론, 약하게나마 잡고 있던 학업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앙아프리카의 한 교사는 “(집안일을 돕느라) 생선을 팔러 다니는 학생이 있어요. 학교가 문을 열어도 그 학생은 오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카메룬의 한 교사는 등교 중단 전에는 한 반에 50-55명에 달하던 학생 수가 등교 재개 후 한 반에 15-20명 수준으로 급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졸업반 학생 18명 중에 학교로 돌아온 학생은 불과 4, 5명뿐이었습니다. “쉬는 기간이 두 달이 넘어가면서, 학생들이 학업에 흥미를 완전히 잃었어요.”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공적 개입 부재
공교육이 책임지는 것은 유아의 발달, 학령기 아동⠂청소년의 학업뿐만이 아닙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적절히 개입하고 조정하는 역할도 맡습니다. 균형 잡힌 식단으로 급식을 제공하고, 기본적인 건강검진과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곳이 학교입니다. 가정 내 학대 정황이 있을 때 그것을 면밀히 관찰하고 적절한 때에 개입하는 역할도 맡습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한 등교 중단이 이어지면서, 이와 같은 최소한의 안전망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교 중단, 급식 중단으로 하루치 영양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아이들, 교사가 내준 과제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아이를 체벌하는 부모, 원격수업 모니터 너머로 들리는 부모의 욕설 앞에서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급식 중단으로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을 위해 간단한 음식을 마련해두고 학교에 와서 가져가게 하는 등의 조치가 시행됐지만, 스쿨버스가 운행되지 않으니 아이들이 직접 먼 거리를 걸어 와서 음식을 받아가야 하는 등의 문제가 다시 생겨났습니다. 하루 종일 가족과 붙어 지내야 하는 아이들은 학대를 당해도 신고할 곳이 마땅치 않고, 신고를 한다 해도 친척 집을 전전하는 것 외에 별다른 수가 없는 경우도 있어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은 성장기에 있는 아동·청소년의 발달과 학업, 그리고 삶의 질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국내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교육부가 조만간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나선 것도 그래서일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11일, 교육부가 여러 교원단체와 간담회를 가졌다는 소식이 있었는데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육 취약계층과 초등 저학년 집중 지원 등의 제안이 나오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다음 이 시간에는 국제인권감시기구의 보고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 알아보겠습니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은 이찬승 대표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시작된 공익활동 단체(NPO)입니다. 저희는 '정의롭고 공정한 교육과 사회적 약자 계층 아동의 잠재력을 최대로 키워주는 교육 실현을 돕기 위해 연구, 출판, 저널발행, 토론회 개최, 정책의 비평과 대안을 제시합니다. 또한 국내외 우수한 연구와 저작을 학습해 한국 교육개혁을 위한 시사점을 얻고 이를 사회와 공유합니다. 이를 통해 '학습부진 및 교육격차 해소, 사회성감성교육, 교육정책, 학습과학, 뇌기반교육' 분야에서 완성도 높은 교재와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모두가 성장하는 교육' 실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의 학습결손이 발생한 상황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이 점차 안정화되어 가는 상황이기에 이제는 이미 발생한 이 학습결손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교육부가 발표할 예정인 ‘교육회복 종합방안’에 관심이 커지고 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