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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개헌 여론조사 결과와 민주시민교육의 과제 – 시민들은 헌법적 상상력과 대안 제시에 목마르다 –

#365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2018.05.03

지난 4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6월 개헌이 무산되었음을 공식 선언했다. 국회의 여야 합의안이 5월 5일까지 만들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은 물론 본인이 지난 2월 26일 발의한 대통령개헌안이 5월 24일까지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없다고 봤다. 더 직접적으로는 6월 국민투표 실시에 꼭 필요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자유한국당의 국회보이코트로 지난 4월 23일 입법시한을 넘긴 게 이유였다.

 

하필이면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설계해서 (주)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촛불개헌 여론조사 결과도 지난 4월 24일에야 나왔다. 징검다리는 6월 개헌시한의 막바지에 개헌 논의에 효과적으로 개입하고 개헌 논의의 진전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촛불개헌 여론조사를 기획해서 결과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하루 만에 정리해서 4월 25일 촛불개헌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뒷북치기가 돼버렸다.

 

불운의 결과로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징검다리 여론조사 결과는 향후의 개헌 논의와 개헌운동, 그리고 민주시민교육과 관련해서 곱씹어볼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징검다리 개헌여론조사는 권력구조에 대해서 국민들이 상당한 수준에서 판단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대안 제시에 목마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나아가서 시민들의 헌법적 상상력에 불을 지필 더 많은 민주시민교육 기회가 필요하다는 점도 알려준다.

 

 

징검다리의 촛불개헌여론조사 개요

 

여론조사는 지난 4월 17일에서 23일까지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무작위 추출하여 이뤄졌다. 성별, 지역별, 연령별로 정확하게 인구를 대표한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위 아래 3.5%. 컴퓨터를 이용한 전화조사방식이라 단순전화인터뷰 방식에 비해 응답자들이 조금 더 생각해볼 시간을 가졌다. 신빙성이 더 높다는 뜻이다.

 

응답자는 성별, 연령별, 지역별 외에도 학력, 직업, 가구소득, 정치성향으로도 분류됐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결과 변인은 연령대와 정치성향으로 드러났다. 정치성향별로는 진보가 웅답자의 35.9%, 중도가 35.3%, 보수가 24.1%를 차지했다. 진보성향이 새로운 구상과 제안에 개방적이고 수용적이었다. 4,50대가 제일 진보성향이 많았고 60대 이상이 제일 보수적이었다. 그다음으로 20대가 보수적이었다. ‘잘 모르겠다’는 언제나 중도성향이 제일 많았다.

 

설문조사 문항은 권력구조와 관련된 내용으로서 총 13개였다. 국민개헌발의권과 국민투표권, 정당득표비례 의회구성 등 국민주권의 실질보장에 관한 문항이 5개, 국회권한과 국회의원통제에 관한 문항이 6개였다. 그밖에 독립적인 법관인사기구의 필요 여부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회복 여부를 묻는 문항이 포함됐다. 거의 모두 기존의 개헌 관련 여론조사에서 다뤄진 적이 없는 새로운 문항들이다.

 

그럼에도 무려 6개의 문항에서 찬성률이 70%를 넘었다.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다. 시민지지율이 높은 순서로, 국회통과 법률안이나 정부의 주요정책에 대한 국민투표권(84.5%), 국회의원의 선수제한(81.8%), 법관인사권을 행사할 독립법관인사기구 신설(79.9%), 국민개헌발의권 인정(77.9%), 국회의원의 장관겸직금지(77.8%), 그리고 20년마다 개헌의무화(70.5%)가 그것이다. 그밖에도 순차적 개헌 실시(61.1%)와 권력기관장 인사에 대한 국회동의 요구(53.4%)가 50%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주권자 권리 강화에 적극적: 국민투표권 84.5%, 개헌발의권 77.9%

 

시민들은 주권자의 권리 강화에 적극적이다. 대의권력에 대한 불신이 높은 탓도 있지만 최소한 이만큼은 직접 결정해야 주권자라는 의식이 강하다. 또한 이 정도는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그 결과 국회의 신규입법이나 정부의 주요정책에 대한 국민투표권은 무려 84.5%가 찬성했다. 이 정도면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다 찬성한다고 봐야 한다. 참고로, 대통령개헌안은 국민투표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국민의 개헌발의권도 77.9%가 찬성했다. 반대는 16.4%에 그쳤다. 이번 대통령개헌안은 국민개헌발의권도 인정하지 않았다. 개헌에 적극적인 시민단체들이 대통령개헌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설문조사는 개헌 요건이나 절차와 관련해서 두 가지를 더 물었다. 하나는 주기적 개헌의 의무화 여부였다. 국회나 제 3기구가 매 20년마다 개헌안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회부하게 하는 방안이다. 무려70.5%가 지지하고 22.8%가 반대했다. 시민들은 일단 합의된 부분부터 개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61.1%가 순차적 개헌에 찬성함으로써 30.6%의 일괄 개헌파를 압도했다.

 

일반시민들은 개헌에 관해서도 몹시 실용적으로 접근한다. 국가 생활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그때그때 개헌발의권을 행사해서 원 포인트 개헌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당리당략과 주고받기 협상으로 수십 년에 한번 섞어찌개 전면개헌안을 일괄 타결해서 전체 찬반투표를 하는 익숙한 개헌 절차와 저절로 결별하게 된다. 더 나아가 국민들은 개헌 여부와 개헌 시기 등을 당리당략과 정쟁 대상으로 삼지 말고 시대가 요구하고 국민이 바라는 개헌작업을 20년마다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합의된 부분만이라도 먼저 개헌하자는 순차적 개헌파의 입장도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실용주의적 관점을 견지한 산물이다.

 

선거 결과(의석수)의 정당득표율 비례성 원칙: 49.0% 대 42.4%

 

국민은 헌법제정권자로서 당연히 헌법개정권자다. 헌법개정권은 대의권력에 대한 국민의 우월적인 지위를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주권자의 권리다. 대의권력자는 대통령이건 국회의원이건 법관이건 국민이 만들어준 헌법대로 국가를 운영할 권한만 있을 뿐이다. 주권자의 입장에서는 헌법을 만들어내면 그 헌법대로 국가를 운영할 대표자를 뽑는 선거권 기타 참정권이 헌법제·개정권 다음으로 중요한 주권자의 권리다.

 

대표자를 뽑을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표의 등가성이다. 대표되지 않는 표, 즉 사표가 발생해서는 안 되고 모든 표는 동등하게 대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원칙이 그것이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이 표의 등가성 원칙을 가장 충실하게 반영한다. 예를 들어 정당득표율 10%를 올린 정당한테는 전체의석수의 10%를 보장하는 방식이다. 정당득표율로 정해진 전체의석수에서 지역구당선자석을 뺀 숫자만큼은 정당별 비례대표추천명부에서 보태진다.

 

설문조사는 정당득표율에 비례한 국회 구성(=의석배분)원칙에 대해 찬반을 물었다. 전체적으로 49% 찬성, 42.4% 반대 결과가 나왔다. ‘잘 모르겠다’도 8.6%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40대의 찬성률이 제일 높아서 56.3%에 달했고 60대 이상이 42.8%로 제일 낮았다. 60대 이상은 반대가 7.9% 더 많았다. 진보성향은 61.3%, 중도성향은 46.5%, 보수성향은 37.3%가 찬성한 반면 각각 32.4%, 44.3%, 58%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찬성이 반대보다 많게 나왔지만 여전히 많은 홍보와 토론이 필요하다. 특히 중도성향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20대의 찬성률이 47.1%로 두 번째로 낮은 반면, ‘잘 모르겠다’는 15%로 제일 높다는 점이다. 50대의 5.7%에 비해 큰 차이가 난다. 취업준비에 몰두하는 20대의 상대적인 보수성과 정치무관심은 민주시민교육 차원에서 우리 공교육의 실패 결과를 보여줄 뿐 아니라 민주시민교육의 전략과제가 20대 공략에 있다고 말해준다.

 

국회 권한 강화와 국회의원 통제 강화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반감과 불신은 하늘을 찌른다. 국회 권한을 강화해야만 제왕적 대통령제를 막을 수 있지만 덩달아 국회의원 권력도 강화된다는 이유로 국회 권한 강화 개헌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못할 정도다. 딜레마다. 국회의 권한은 강화하되 국회의원의 특권적 지위를 약화시키려면 의원정수 확대, 임기나 심판주기 단축, 시민입법권 신설, 양원제 도입, 기타 특권축소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설문조사에서는 첫째, 국회의원의 선수 제한, 둘째, 국회의원 임기(심판주기) 단축, 셋째, 국회의원의 장관겸직 금지, 넷째, 국회의원의 무기명투표금지를 물어봤다.

 

국회의원 선수 제한, 81.8% 지지

 

국회의원의 선수 제한은 무려 81.8%의 압도적인 시민지지를 받았다. 전업주부가 87.8%로 가장 높은 찬성률을 보였고 학생은 65.5%로 가장 낮은 찬성률을 보였다. 진보성향은 88.9% 찬성, 중도성향은 81.2% 찬성, 보수성향은 76.7% 찬성으로 차이가 뚜렷하지만 크진 않았다. 국회의원 선수 제한은 헌법사항으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

 

국회의원 2년 임기, 찬반 팽팽

 

국회의원 4년 임기는 헌법사항이다. 따라서 임기단축은 개헌사안이다. 임기를 2년으로 단축해서 총선 주기를 2년으로 줄이자는 개헌 제안에 대해 찬성은 46.0%, 반대는 47.5%로 조사됐다. 오차범위 안이기 때문에 찬반이 팽팽하다고 이해하면 된다. 20.6%의 ‘매우 반대한다’를 설득하는 게 용이하진 않을 터이다. 정치성향으로는 진보가 51.6%, 중도가 49.6%, 보수가 32.6% 찬성이다.

 

국회의원 임기단축은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주창되지 않은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호응을 받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보수성향도 셋 중 하나(32.6%)가 찬성한다는 점과 진보성향의 찬성률(51.6%)과 19%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점은 앞으로 공론화 진행에 따라서는 여론지형이 변화할 여지가 크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무엇보다도 중도성향이 이미 절반이나 찬성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국회의원의 장관겸직 금지, 77.8% 압도적 찬성

 

국회의원의 장관겸직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 중 어느 편이냐고 물은 설문조사에서 77.8%가 단호하게 금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허용 의견은 찬성의 1/10에 불과한 7.8%에 그쳤다. 국회의원의 장관겸직은 여당 국회의원이 국민보다 대통령의 눈치를 더 보도록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대통령의 제왕화를 부르는 제도적 방편이다. 여기에 대해서 진보(77%)와 중도(77.7%), 보수(80.8%) 가리지 않고 금지하자는 입장이다. 정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보수의 찬성률이 제일 높게 나온 이유는 당장 문재인 정부에 타격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통령 인사안에 대한 국회의원의 무기명투표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대한 국회동의 여부 표결 시 국회법은 무기명투표를 하도록 규정한다. 나는 이 국회법 규정이 국회의원이 자기들 편하라고 만들어낸 전형적인 자기대리입법이기 때문에 개헌으로 이 부분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재소장과 헌재재판관, 국무총리, 감사원장 등의 인준투표처럼 중요한 결정을 유권자 모르게 하라는 것은 무책임투표에 지나지 않는다.

 

비판이나 설명 없이 대법원장 등 임명동의안 표결 시 국회의원의 무기명투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결과는 의외였다. 지금처럼 무기명투표로 해야 한다는 측이 62.6%, 기명투표를 해야 한다는 측이 32.8%로 나왔다. 정치성향별로는 진보 57.5%, 중도 63.5%, 보수 71%가 현행 방식을 선호했다. 무기명투표로 해야 당론이나 연고에서 벗어나 소신껏 투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반영된 수치라고 해석한다.

 

보수성향이 진보성향에 비해 무기명투표를 13.5% 포인트나 더 많이 선호한 이유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안에 대해 보수정당이 반대를 할 경우 개별 의원이 찍히지 않도록 배려하는 정치적 차원도 숨어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관급 임명 시 국회동의 여부: 46.1% 대 45.3%

 

대통령의 인사권은 막강하다. 그런데도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단독으로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관념이 강하다. 국무총리와 감사원장을 제외하면 대통령이 행정부 고위직을 마음대로 임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국회법으로 장관과 장관급 인사는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했지만 그 결정이 대통령을 기속하지 못한다. 현재로서 행정부 고위직 중 국회동의를 받아야 되는 자리는 국무총리와 감사원장 두 자리밖에 없다.

 

그래서 장관과 장관급 자리에 대해 지금처럼 인사청문회만 요구하는 방안과 국회동의를 요구하는 방안에 대해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물었다. 국회동의 요구파가 46.1%, 인사청문회 유지파가 45.3%로 조사됐다. 진보의 40.8%. 중도의 43.6%. 보수의 57.5%가 국회동의를 요구했다. 진보보수가 뒤바뀐 이유는 진보 쪽이 문재인 대통령을 아끼는 마음으로 국회동의에 반대하는 반면, 보수 쪽은 문 대통령을 견제하려는 마음으로 국회동의에 찬성하기 때문이다. 만약 개헌발효 시점의 연기로 단기적 계산을 안 할 경우 국회동의 찬성파가 반대파를 지금처럼 근소하게 앞서지 않고 대폭 앞설 것으로 예측된다.

 

권력기관장 임명 시 국회동의 여부, 53.4% 찬성

 

권력기관장 임명 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받지만 임명동의를 받지는 않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국회동의를 받아야 한다가 53.4%, 인사청문회면 된다가 39.4%로 조사됐다. 나머지 7.3%는 ‘잘 모르겠다.’ 국회동의 요구파가 인사청문회 유지파를 14% 포인트라는 작지 않은 차이로 따돌렸다. 국무위원 임명 시 국회동의 요구파(46.1%)보다도 7.2% 포인트나 많이 나온 사실도 주목을 요구한다. 정치중립성의 관점에서 권력기관장 인사를 특별히 견제해야 할 당위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국회동의에 찬성한 비율이 진보 47.0%, 중도 52.5%, 보수 63.2%로 대부분의 사안과 역순으로 드러났다. 진보성향 응답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방어하기 위해 권력기관장에 대한 국회동의에 소극적인 반면, 보수성향 응답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국회동의에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중도성향의 향배가 더 중요하다. 이들의 과반수(52.5%)가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권력기관장 임명에 대한 국회동의에 찬성한다. 만약 이번 개헌안은 문재인 정부와 20대 국회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달았더라면 훨씬 많은 찬성표가 진보, 보수 양쪽으로부터 나왔을 것으로 짐작한다.

 

독립법관인사기구 신설, 79.9% 찬성

 

우리나라의 대법원장은 전국의 모든 법관에 대해 승진, 전보, 재임용, 징계 등 인사전권을 가진 제왕적 대법원장이다. 대법원장의 법관인사전권은 주요 재판에서 법관이 대법원장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사법독립 침해 주범이자 대법원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튀는 판사를 ‘블랙리스트’로 관리하게 된 배경이다. 대법원장의 탈제왕화는 대법원장의 법관인사전권을 행사할 독립적인 법관인사기구의 신설을 요구한다.

 

대법원장의 법관인사독점 폐지와 독립법관인사기구 신설에 79.9%가 찬성한 반면 반대는 12.8%에 그쳤다. 진보는 87.1%, 중도는 81.6%, 보수는 69.4%가 지지를 보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여기서도 찬성률이 62.9%로 제일 낮은 반면 ‘잘 모르겠다’는 비율은 15.7%로 제일 높았다. 50대가 88.7%로 찬성률이 제일 높았다. 이 설문문항의 경우 만약 약간의 설명과 토론 기회가 주어진다면 거의 100%가 찬성할 것으로 생각된다.

 

직무수행 중으로 한정한 공무원의 정치중립성, 25.3% 찬성

 

현재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명분으로 정치기본권을 심하게 제약받는다. 선거권만 있을 뿐 단체행동권, 정당가입권, 선거운동권, 입후보권이 없다. 공립학교 교원은 교육공무원으로서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 사립학교 교원도 교육공무원으로 의제돼 동일하다. 정치중립성을 이유로 한 정치기본권 억제와 관련해서 헌법재판소에 현직교사들의 헌법소원이 제기돼있는 상태다.

 

대통령 개헌안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직무를 수행할 때” 요구된다고 한정했다. 이에 대해 입장을 물었다. 63.5%가 공무원의 정치활동 전면금지를 선호한 반면 5.3%는 전면허용, 25.3%는 근무시간 밖에서만 허용을 선호했다. 아직도 전체적으로 정치활동 찬반이 30.6% 대 63.5%로 찬성파가 반대파의 하프스코어에 지나지 않는다. 진보는 57.1%, 중도는 64.5%, 보수는 72.5%가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반대했다. 진보와 중도의 인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돌파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연령별로는 20대가 48.6%, 30대 58.6%, 40대 59.4%, 50대 68.6%, 60대 이상 76.6%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정치활동 전면금지파가 많다. 젊은이들의 합리성이 최고로 드러났다. 정치활동을 직무시간에만 안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20대를 포함한 모든 연령대에서 전면금지파가 직무시간외 허용파를 앞섰다. 정치성향과 상관없이 진보 57.1% 대 32.8%, 중도 64.5% 대 24.8%, 보수 72.5% 대 16.6%로 전면금지파가 직무시간외 허용파를 압도했다.

 

대안담론의 한계, 여론조사의 한계이자 국민주권의 한계

 

설문문항을 만들 때는 조금이라도 유도성 설명이나 불공정한 문언을 포함하지 않고 철저하게 중립적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찬반 입장을 설명하면 문항이 길어지고 응답자가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중에게 낯선 제안이나 주장은 설문조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빅 마우스 정치지도자들과 언론기관, 전문가들의 담론형성이 선행되지 않으면 여론조사는 불가능하다. 요컨대, 지배담론과 대안담론이 없으면 여론조사와 여론민주주의가 불가능하고 국민주권도 상상력의 한계에 봉착한다.

 

일반시민에게 이미 익숙한 내용이라야 여론조사가 가능하다는 여론조사의 속성 때문에 이번 개헌여론조사를 기획하며 꼭 조사하고 싶었던 내용을 포기했다. 나는 국회의원 임기는 4년으로 유지하되 매2년마다 국회의원 정수의 1/2씩을 선거함으로써 심판주기를 단축하고 국민심판을 강화하는 개헌방안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구하고 싶었다. 지금의 4년 주기 전면총선에서 2년 주기 절반총선으로 전환하려면 개헌 후 첫 총선에서 당선될 국회의원에 한해 절반은 2년 임기, 절반은 4년 임기를 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매2년마다 절반총선을 치르게 된다.

 

2년 주기 절반총선을 제도화하면 4년 임기 대통령제 정부에 대한 중간선거가 제도화된다. 그와 동시에 여야 정당에 대한 심판주기를 4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국민심판 강화효과가 나타난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자리가 7,8개만 나도 미니총선이라며 여야정당과 정부가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150석을 놓고 2년마다 실시하는 절반총선의 위력을 상상할 수 있다. 2년 주기 절반총선 방안은 국회의원 임기를 줄이지 않고도 국민주권과 국민심판을 강화하는 묘책이라고 할 수 있다.

 

2년 주기 절반총선 제안은 국회의원 임기(=총선주기)를 모두 2년으로 줄이는 임기단축방안에 비해 현실적인 수용가능성이 높다. 2년 임기 개헌은 국회의원이 모두 반대하겠지만 2년 절반총선 개헌제안은 국회의원 4년 임기를 그대로 두되 딱 한번 국회의원 절반에 대해서만 2년으로 하자는 것이므로 국민지지가 확고한 이상 국회의원들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 임기를 2년으로 단축하면 너무 짧은 거 아니냐는 막연한 거부감도 작동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안에 대해서는 설문조사 문항에 포함시킬 수 없었다. 아직 들어본 시민이 없는데다 설명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대안담론 학계의 분발 없이 반대압도 촛불개헌 없다

 

대통령 개헌안은 현행 헌법에 권력구조 외에도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기본권 개헌안처럼 이미 국제조약이나 헌재판례, 학계평석으로 확립된 내용도 있지만 지방분권개헌 내용처럼 개헌으로만 가능한 부분도 있다. 경제헌법도 오늘날의 양극화 경제 현실을 반영하여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적지 않다. 헌법은 가급적 손대지 않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은 권력주도 개헌을 경계하는 얘기로는 타당해도 국민주도 개헌을 경계할 이유가 될 수 없다.

 

70% 이상, 특히 80% 이상의 압도적이고 뚜렷한 찬반 표시는 여론조사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만약 ‘잘 모르겠다’를 빼고 계산하면 찬성률은 조금 더 높아진다. 숙의민주주의형 공론조사를 할 경우 찬성률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다. 부작용이나 한계가 전혀 없는 제도는 없다. 들여다 볼수록 일방적인 지지만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점들을 다 감안해도 지지율이 70%를 넘는 내용은 학습과 토론을 거쳐도 쉽게 바뀌지 않을 만큼 소구력이 강하다고 봐야 한다. 본격적인 촛불개헌국면이 재개될 때 이번 촛불개헌 여론조사에서 70% 이상 시민지지를 획득한 개헌안에 대해 정파를 불문하고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의 설계와 의뢰로 (주)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이번 촛불개헌여론조사는 많은 후속 여론조사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선수 제한을 할 경우 몇 선까지만 인정할지, 그 몇 선이 평생누적선수인지, 아니면 연임선수인지를 더 조사해야 한다. 독립적 법관인사기구를 헌법기관으로 신설할 때 그 구성원을 판사대표만으로 한정할지, 변호사대표와 법학자대표도 포함할지, 나아가서 국회대표나 시민대표까지 포함할지 등도 더 조사해야 한다. 국민투표제, 국민개헌발의권 등 이번 설문조사에 포함된 항목은 물론, 포함되지 않은 다수의 항목들도 세밀한 여론조사가 더 필요하다.

 

이번 촛불개헌 여론조사는 일반시민들이 설득력 있는 대안에 목마르다는 점과 헌법적 상상력을 자극할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정확한 진단 아래 대안이 제대로 제시되면 7,80%대의 찬성과 지지를 모으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개헌여론조사 결과로 드러났다. 또한 대안담론의 한계가 여론조사의 한계를 설정하고 여론조사의 한계는 다시 여론민주주의의 한계로 작동한다는 점도 드러났다. 대안담론의 생산지인 학계의 분발과 대안담론을 전파할 민주시민교육이 개헌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다.

 

국민주도 개헌만이 촛불헌법과 정치개혁을 이끌어낸다

 

비록 6월 개헌이 무산되었지만 촛불혁명 이후 개헌은 정치권의 필요 때문이 아니라 촛불혁명의 요구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촛불개헌은 현재진행형 과업이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개헌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이번 6월 개헌의 무산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자유한국당 탓만 해서는 안이한 반쪽 진실에 그친다. 진정한 교훈은 자유한국당의 어깃장과 몽니를 압도할만한 촛불개헌 시민동력을 만들어내야만 촛불개헌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 1년 넘게 진행된 개헌 국면은 국민주도 개헌과 거리가 멀었다. 촛불혁명 이후 국민주도 개헌이 가능한 정치적 조건이 조성되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와 여당은 개헌 논의를 여소야대 국회의 당리당략 안에 가둬놓고 말았다. 전국 동시다발 지역민회, 시민의회, 공론조사 등 다양한 숙의민주주의방식을 실험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와 조건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자유한국당이 개헌비토권을 갖는 국회 상황에서 촛불개헌을 해내려면 실질적인 국민주도 개헌 과정을 과감하게 열어줬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국민주도 개헌을 해야 한다. 촛불혁명은 촛불개헌을 요구하고 촛불개헌은 국민주도 개헌 과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다른 수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서만큼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서 촛불개헌 국면을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 대한민국의 촛불혁명에 감탄했던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모범적인 국민주도 개헌 과정을 선보이며 다시 한 번 탄성을 자아내게 해야 한다. 평화체제 전환과 국민주도 촛불개헌은 현 시기 우리 사회의 국가적 미션을 넘어 세계사적 미션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개헌여론조사 결과는 더 많은 후속 여론조사뿐 아니라 더 많은 민주시민교육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이번 개헌여론조사에서는 공무원의 근무시간 밖 정치활동 보장에 대한 설문문항이 들어있었다. 64%가 반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150만 명의 정치기본권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결과라서 유감스럽지만 그게 일차적 민심이다.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배분제도도 간신히 과반수를 넘는 찬성이라 국민홍보캠페인이 더 필요하다. 국회의원의 2년 임기 제안이나 2년 주기 절반총선 제안도 마찬가지다. 향후 1,2년은 헌법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헌법학습 및 개헌토론 기회가 지역사회 수준까지 비상하게 확대되어야 한다.

 

향후 촛불개헌이 가능하려면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촛불개헌 미션에서 슬그머니 발을 뺄 게 아니라 우리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고 지금까지 가지 않았던 국민주도 개헌의 길을 담대하게 가야 한다. 그래야만 체감 현실에 뿌리박은 일반시민의 집단 불만을 개혁동력으로, 불안심리를 도전정신으로 승화시켜 개헌과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만약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 속에서 국민주도 촛불개헌까지 성공시킬 경우 한국 민주주의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결핍과 왜곡을 바로잡으며 거대한 진전을 기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끝맺을 때다. 촛불개헌은 대통령주도 개헌이나 국회주도 개헌으로는 불가능하고 오직 국민주도 개헌으로만 가능하다. 국민주도 개헌 과정은 일반시민들이 민주적 학습과 토론으로 상호신뢰를 강화하며 집단지성으로 통합되는 고도의 정치주체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촛불혁명의 여세를 몰아서 국민주도 개헌을 추진하는 과정은 선거제도, 정당제도, 국회제도 등 정치개혁의 국민주도 과정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정치개혁을 제대로 못한 이유는 정치권의 단기적 이해관계를 제압할만한 시민동력을 모아내지 못했기 때문인데 국민주도 개헌 과정은 이 부분에서도 돌파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의 촛불개헌 여론조사 결과가 앞으로 권력구조에 관한 개헌논의와 개헌운동, 그리고 민주시민교육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주제와 소재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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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서울법대와 펜실베니아대 로스쿨에서 수학한 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교수로 재직하며 노동법, 사회보장법, 공정거래법, 인권법을 가르쳤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과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5.18 시민상을 수상했다. '행복한 교육혁명'을 가치로 2010년 6월 2일 서울교육감으로 선출돼 공교육의 표준 교체와 교육행정 혁신을 시도했다. 대표적 교육정책으로는 체벌금지와 학생인권, 문/예/체 교육과 혁신학교가 꼽힌다. 인사, 사학, 시설, 구매 등 모든 교육행정에서 시민참여와 투명성을 북돋으며 사회적 책임을 불어넣기 위해 애썼다. 701일이라는 짧은 교육감 재임기간에도 불구하고 공교육 2.0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를 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4월부터 펙트TV에서 '곽노현의 나비프로젝트, 훨훨 날아봐'로 진보적 관점의 교육전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징검다리 교육감> 등이 있다. 본래 강자를 법의 지배 아래, 약자를 법의 보호 아래 두는 법치주의의 전사였으나 이제는 교육계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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