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육동향] 코로나19 학습결손에 대한 각국의 대응
지난 4월 20일,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교육정책연구소에서는 <코로나 19 전후, 중학교 학업성취 등급 분포를 통해 살펴본 학교 내 학력격차 실태 분석> 연구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보고서 바로가기). 서울시 내 382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학업성취 등급 분포를 조사한 이 보고서는 코로나19를 겪은 학년에서 중위권 비율이 줄어들고 성취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는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전국 8개 시도 중·고등학교의 학력격차 실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 중학교에서는 ‘학력 양극화’ 현상이, 고등학교에서는 ‘학력 저하’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기자회견 보도 바로가기).
물론 개별 학생들 사이, 학교 간, 그리고 지역 간 학력격차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있었던 일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학력 양극화 심화와 전반적인 학력 저하 문제는 초유의 사태로 인한 수업 공백 탓인 만큼, 보다 면밀한 분석과 최선의 대응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유네스코(UNESCO)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폐쇄 조치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학사일정의 평균 2/3가 손실되었고, 이에 따른 학력격차 및 학력저하 문제가 커다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에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은 해외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단락마다 링크되어 있는 부분을 클릭하시면 관련 참고자료의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새학년을 다시 시작한 케냐, 유연하게 운영하는 캐나다
케냐에서는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학교 폐쇄 조치가 10개월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2020년 10월에 잠깐 일부 등교 조치가 있었으나, 학교 내 감염자 발생이 늘자 다시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지난 1월에 전면 등교가 재개되었는데, 2020년에 졸업반이었던 학생들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작년 해당 학년을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학사일정도 빽빽하게 짜여서, 평시에는 1년에 3학기로 운영되던 체제에 한 학기분의 일정을 더 넣어 작년에 놓친 학년과 올해 진급해야 하는 학년 사이의 시간차와 수준차를 극복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캐나다 온타리오(Ontario) 주는 자율등교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원격수업을 선택한 학생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등교수업을 선택한 학생들과 하루 한 번은 화상으로 동시 접속해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합니다. 또, 어떤 과목은 6-7주에 걸쳐 집중적으로 면대면 수업을 하고 어떤 과목은 전체 온라인 수업을 하는 등, 일정과 커리큘럼을 각 학교/교사가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관련 글 바로가기).
보충수업하는 필리핀, 튜터링 프로그램 도입한 영국
필리핀은 2020년 상반기 수업 결손으로 인한 학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2020년 5월, 6주간의 원격 여름캠프를 열었습니다. 과목별로 시험을 치러 75점 이하를 받은 학생들, 여러 가지 이유로 과목별 주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을 선별해 이 원격 여름캠프에 등록하도록 하고, 보충 수업을 듣고 통과해야만 다음 학년으로 진급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필리핀은 올해 3월에도 약 2주간의 보충수업 기간을 두어 학업 보충이 필요한 학생들을 지원했습니다.
영국은 국가가 재정을 지원하는 튜터링 프로그램(National Tutoring Programme)을 도입해 저소득 가정 학생들의 학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육대학을 졸업했거나 교직 진출을 희망하는 대학 졸업자들을 멘토로 고용해 보충 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을 지도하게 하는 것입니다. ‘Teach First’라는 기관을 통해 멘토링 투입 전 2주에 걸쳐 교육을 진행하고, 멘토링 기간 동안 수시로 멘토링 연수가 제공됩니다(관련 웹사이트 바로가기).
미국, 교육예산 증액 및 주별로 다양한 대응책 쏟아져
미국에서도 연방정부 차원에서나 주 차원에서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도 교육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이를 특수교육, 여름 학습프로그램, 대학진학자들을 위한 장학금 확대를 위해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노후 학교 시설물 교체, 어린이집과 커뮤니티 칼리지 무상화 등 이른바 ‘요람에서 대학까지(cradle-to-college)’ 계획도 나왔습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 미국 교육 시스템의 고질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주별로도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켄터키 주의회는 최근, 켄터키주 공립학교들이 2021년 8월에 시작되는 2021-2022 학년도를 ‘보충 학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보충학년제는 2020-2021학년도에 이어진 수업 결손으로 인해 학업 공백이 있다고 판단하는 학생들이 해당 학년을 다시 밟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해당 학구를 관할하는 지역 교육부가 승인을 내주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콜로라도주는 ‘칸 아카데미(Khan Academy)’ 창업주 살만 칸(Salman Khan)이 만든 온라인 튜터링 서비스인 ‘스쿨하우스.월드(schoolhouse.world)’를 이용해 학생들이 무료 온라인 튜터링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워싱턴 D.C.는 일종의 ‘일-학습 병행’ 프로그램인 ‘earn-and-learn’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역 내 고등학생들이 여름방학 기간 동안 교과 수업을 들으며 직업 훈련을 받으면 시급을 주는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주별로 치러지는 학력평가 시험에도 예외 조치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메사추세츠주의 2022학년도 졸업예정자들은 MCAS라는 메사추세츠주 학력평가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졸업이 가능하게 됩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나
한국에서도 수업결손에 따른 학력격차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1월, 다양한 대책이 발표됐습니다. 초등 저학년(1-3학년) 중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 이상인 과밀학급에 기간제 교사 2000명 투입,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 신설, 기초학력보장법안 제정 추진, 두드림학교 증설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책이 현재까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1월 발표 이후 현재까지 기간제 교사 1717명을 투입했지만 이들 대다수가 ‘1교실 2교사제’로 운영되는 교실에 협력교사로 투입됐습니다. 당초 교육부는 유휴공간을 활용해 분반수업을 하는 쪽을 권장했으나, 실제로 과밀학급이 있는 학교는 유휴공간이 존재하지 않아 분반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신설되는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도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효가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간 기초학습부진 해소를 위해 생겨난 교육기관(두드림학교, 학습종합클리닉센터 등)과 자료들(기초학력향상지원 웹사이트 ‘꾸꾸’, 각종 기관에서 내놓은 가이드북과 자료집, 교재 등)이 이미 많습니다. 기존의 기관과 자료들이 유명무실한 상태에 놓인 이유부터 분석한 다음, 신설을 하든 증설을 하든 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지금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기초학습 부진이나 교육격차 문제는 센터가 없어서가 아니라, 결정적 시기에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관련 글 바로가기)라는 지적에 공감한다면, 이른바 ‘코로나 세대’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연구, 그에 따른 지원 대책이 보다 면밀하게 나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은 이찬승 대표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시작된 공익활동 단체(NPO)입니다. 저희는 '정의롭고 공정한 교육과 사회적 약자 계층 아동의 잠재력을 최대로 키워주는 교육 실현을 돕기 위해 연구, 출판, 저널발행, 토론회 개최, 정책의 비평과 대안을 제시합니다. 또한 국내외 우수한 연구와 저작을 학습해 한국 교육개혁을 위한 시사점을 얻고 이를 사회와 공유합니다. 이를 통해 '학습부진 및 교육격차 해소, 사회성감성교육, 교육정책, 학습과학, 뇌기반교육' 분야에서 완성도 높은 교재와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모두가 성장하는 교육' 실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학습결손을 위한 우리나라의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여기에서 언급된 세계 각국의 학력격차 및 학력저하에 대한 고민과 대응 노력이 참고가 되어 더 좋은 방안으로 연결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