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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새로운 방식의 대입전형 논의를 제안한다

#332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17.12.20

※ 다음 보기의 내용 중 대입전형과 관련이 가장 적은 것은?

① 변별력 유지
② 동점자 처리
③ 상대평가/절대평가
④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미래의 주역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능력을 갖추고 자립해서 사회에 공헌할 인재의 육성

 

대부분의 독자들께서는 ④를 답으로 정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의 대입전형 개선 논의에서는 늘 ①②③에 관한 것이 주된 의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일본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입시 대개혁과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새로운 학습지도요령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들에게 똑같은 퀴즈를 낸다면 ④를 답으로 택하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대학입시 개혁의 목표를 ‘인재 육성’으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학입시 개혁의 최종 목적을 ‘선발의 수단’으로 보고, 일본은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미래의 주역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능력을 갖추고 자립해서 사회에 공헌할 인재의 육성’으로 보고 있다. 입시 개혁의 목적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개혁의 과정과 절차가 크게 달라진다. 전자의 경우에는 변별력, 동점자 처리, 상대평가인가 절대평가인가가 주된 관심사가 된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수능 문제의 변별력, 동점자 처리 등의 기술적 문제보다는 “수능시험에서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 “어떤 평가가 학교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을 최대화할 것인가?”에 대해 먼저 생각한다. 수능 시험이 무엇을 평가하느냐에 따라 고교 교육은 매우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일본은 초중고대 모든 수준의 학교 교육의 목표를 ‘학력 3요소’(지식과 기능, 사고력·판단력·표현력[역량], 주체성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과 협동하여 배우는 태도)로 통일하고 새로운 대입시험을 도입하기로 했다. 대입시험이 새로운 학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는 고교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에 주목했고 그래서 대입시 개혁의 목적을 ‘인재 육성’으로 잡은 것이다. 두 나라 모두 대입시험의 개혁에 관심이 크다는 점은 공통이지만 관심의 초점은 매우 다르다. 한국도 대입전형 요소인 수능을 논할 때는 수능 변화를 통해 최종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하고 논의가 끝날 때까지 이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일본은 왜 대입시 개혁의 최종 목표를 ‘인재 육성’으로 삼았을까? 일본이 이번 교육 및 대학입시 대개혁을 추진하게 된 것은 위기감 때문이다. 일본은 지금부터 10~20년 뒤에는 약 47%의 직업이 자동화될 수 있다는 사회 변화에 주목한다. 아울러 2035년이면 일본의 생산인구 1.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시대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교육으로는 일본에게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래서 일본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먼저 설정하고 이를 초중고대학까지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미래 인구 변화에 대한 내용은 한국도 e-나라 지표의 국가지표체계에 따르면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총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1970년 3.1%, 2008년 10.2%, 2026년 21.1%, 2037년 30.5%, 2058년 40.2%로 크게 증가한다. 이에 따라 2016년에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5.6명당 고령인구(65세 이상) 1명을 부양하지만, 2025년에는 3.4명당 고령인구 1명, 2045년 1.5명당 고령인구 1명, 2065년 1.1명당 고령인구 1명을 부양해야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상과 같은 미래를 앞두고도 한국이 논의하고 있는 대입전형제도나 수능체제에 대한 내용을 보면 너무 한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은 대입제도, 수능체제의 근간은 그대로 둔 채 일부 땜질식 수선을 일삼는 논의에 함께 동참하는 것 자체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교육개혁의 이론과 실제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인 마이클 풀란은 “변화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수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이런 혁신을 추구하는 학교나 조직은 겉은 화려하게 반짝거리지만 깊이도, 내실도, 상호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나지 않는 소위 ‘크리스마스 트리 학교’(Christmas tree schools)일 뿐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조직에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성이 없는 단편적인 프로젝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혁신이란 이름 아래 이벤트처럼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경고했다. 한국은 지금 교육과정은 교육과정대로, 수능은 수능대로, 대입전형은 또 그것대로(예: 3가지로 단순화), 내신은 내신대로, 고교학점제는 학점제대로 개별적으로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들 간에는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거나 상충되는 것들이 많은데 이런 연관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는 채 선거공약으로 약속해버린 것이다. 현 정부는 이런 공약을 통해 집권했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이 철회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분절적 접근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대입전형을 비롯한 분절적 논의를 중단하고,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제도가 좀 불편하더라도 앞으로 5-6년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큰 그림을 먼저 그려야 한다. 지금 일본이 추진하는 방식이 크게 참고가 될 수 있다. 일본은 이번 대개혁을 두고 “삼위일체 개혁” 혹은 “세트로 개혁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3위일체 개혁이란 “① 고교교육 개혁(신학습지도요령의 ‘자질·능력의 세 가지 축을 능동적 학습으로 구현’), ② 대입시 개혁(학력 3요소를 다면적으로 평가), ③ 대학교육 개혁(고등학교까지 기른 힘을 더욱 향상·발전시켜 사회에 내보내기 위한 교육)”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연계시켜 개혁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는 삼위일체 개혁을 넘어 교육과정의 개정 이념을 ‘사회에 열린 교육과정’으로 잡고 교육의 목표를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협력을 통해 함께 실현하며, 교원면허제도의 갱신, 교과서 편제의 개편 등도 아울러 추진한다. 특히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을 위해 고교학력진단평가를 도입하고 그 결과를 대입전형 자료로 활용하게 한 것은 내신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절묘한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다.

 

일본은 새로운 대입시험에서 국영수 과목 먼저 서술형을 도입하고 등급수를 3-6개 정도로 평정한다. 당연히 절대평가다. 한편 객관식 문항의 경우 학력 3요소를 반영하기 위해 PISA형의 문항으로 바꾸고 백분위 등 상대평가 정보를 제공한다. 일본도 상위권 대학의 입학 경쟁은 치열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수능의 상대평가, 절대평가라는 2분법적 논의에서 벗어나 수능에의 서술형 도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서술형은 5등급 절대평가, 객관식 문항은 5-7등급 상대평가로 하되 서술형의 비중을 점차  높여가는 접근이 바람직할 것이다. 여기서 객관식 문항의 점수는 동점자 처리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복잡한 문제의 해결은 ‘A or B’와 같은 2분법적 접근보다는 ‘A and B’와 같은 절충식 접근이 더 나은 해법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내신의 경우는 핀란드처럼 교사의 재량에 따라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병행하는 것도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결정과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풀란의 말대로 분절적 변화를 통한 껍질만의 변화 추진은 차라리 하지 않음만 못하다. 가장 먼저 고교 교육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것과 교과교육과정, 대입전형, 수능, 더 나아가 내신평가, 대학교육의 변화가 긴밀히 연계되어 “세트로”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은 이를 위해 국민청원운동이라도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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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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