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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포스트코로나와 대학교육의 변화가능성

#550 이연선, 부산대학교 교수 2020.06.18

코로나19로 세계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지금, 세계의 학생들에게 앞으로 어떤 교육을 희망하는지 물었다. 학생들의 미래교육과 사회에 대한 바람과 생각들을 간추려 전달하며 다음과 같다.

http://www.oecd.org/education/2030-project/teaching-and-learning/learning/well-being/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100년 만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근대사회 이후 우리가 지금까지 겪은 범국가적 위협과 다른 차원의 위기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는 지난 2020년 5월 8일 ‘코로나19 위기와 대응,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웨비나 컨퍼런스에서 코로나19를 사회적 복합증폭형 위험으로 규정하였다. 예측과 대응이 가능하거나 쉬운 다른 유형의 위험과는 달리 코로나19는 전 사회시스템이 함께 연대하여 작동하지 않으면 대응이 불가능하거나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미래사회를 예측할 때 사용했던 언어적 표현들인 불확실성, 예측불가능성과 같은 추상적인 용어들을 우리는 이제 현실에서 겪어 나가고 있다.

 

지금 대학은 어떠한가? 대학은 전 세계적으로 뿌리가 강하게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대학의 핵심인 “교육”의 개념, 역할과 사회적 가치를 지나치게 오랫동안 전통적인 입장에서만 생각해왔을지도 모른다. 대학은 오랫동안 근대적 의미의 박사학위를 가진 지식인들로 구성된 전문성의 힘에 의존하고 이를 고수한 나머지 사회변화와 동반성장하지 못한 구조적 닫힌 체계(closed system)를 스스로 유지해왔을지도 모른다. 한편 대학 너머에 있는 디지털 학습 생태계를 비롯한 세상은 집단지성, 유연성과 상호의존, 새로운 아이디어 생산에 적극적 참여 등을 그 특징으로 하며 지식흐름의 수평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성인학습자들은 스스로 선택한 개방형 과제들을 협업을 통해 주도성을 발휘해 해나가면서(co-agency) 그들의 잠재적 역량들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교육은 여전히 산업혁명시대 학교모델을 기반으로 지식암기와 표준화(standardization) 중심의 수동적 인재 양성에 더 많은 초점을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시대에 이와 같은 기술은 AI(artificial and augmented intelligence)에 의해 쉽게, 그리고 더 효과적으로 대체가 가능해질 것이다(Krishnan, 2020). 미래사회는 강력한 기초지식과 정보를 아는 것만큼 이를 실제로 사용하여 창조적인 아이디어들을 떠올리고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건강하고 적극적으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회복력과 문제해결력 등의 융합적 역량을 요구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학생들이 말하는 미래의 교육에 대한 바람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이야기처럼 성인학습자를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자기-배움에 있어서 수동적인 학습자로 간주하는 관점에서 OECD 2030 학습 나침반에서도 강조하듯 교수와 학생이 함께 배워나가는 co-agency로의 전환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20세기 대학의 존재의 목적과 21세기 대학의 생존의 목적은 사회경제문화의 지형변화에 의해 분명 다를 것이다. 지금까지 대학이 고수해오던 수업방식이나 학생관, 대학교육의 역할과 그 사회적 가치에 대해 성찰해 볼 기회가 왔다.

 

최근 대학교육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이다와 같은 사태들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렇게도 거부하던 미래형 교육 중 하나인 온라인 수업이 순식간에 대학에 침투하여 대학 강의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고, 우리는 이와 같은 수업 형태의 변화를 최단기에 경험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근거와 철벽같은 논리에 의해 기존방식의 수업이나 형식을 고수해오던 교수자들이 방어할 겨를도 없이 Zoom의 세계로 초대받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 누구도 앞으로의 수업지형을 예측할 수 없으니 “교육은 이렇게 되어야 합니다”, “내 생각이 옮소”와 같은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대학의 모습을 살펴보자. 대학에 등록한 성인학습자들은 온라인 학생이 되었고 교수자는 온라인 강의자가 되었다. 가상공간에서 비대면으로 학생들과 만나게 되면서 다채로운 일화들이 들려온다. 화면 너머 동생과 부모님 뿐 만 아니라 강아지와 고양이, 차소리와 물건 판매하는 소리도 등장한다. 연인끼리 커피숍에서 함께 강의를 듣다가 들키기도 한다. 녹화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긴 하지만 마치 CCTV가 여러 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대면 수업을 했었으면 토론으로 깊이 있게 이어갈 수 있는 내용들은 불가피하게 과제로 돌려지고 학생들은 과제의 양에 허덕이게 되었고 교수자들은 과제에 대한 피드백과 과제 검토에 허덕이게 되었다.

 

한두 과목을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것이 아닌 한 학기의 모든 학점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자 학생에게는 가정에서의 스스로 학습(Home-learning)이 무더기로 강요되고 있고 교수자에게는 수업준비와 실제수업 그리고 수업 후 과제평가의 시간이 두 배 이상 요구되면서 업무가 과중되었다. 학생과 교수 모두가 일상 속에서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들이 지속되면서 정규 수업 이외의 과업들이 과중되는 외상적 경험(extra-curricular traumatic experience, Martin-Barbero, 2020)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유발한 학생 없는 대학 캠퍼스에서 교수와 학생들은 각기 다른 공간에 배치되었고 이와 같이 강요된 감금(confinement)의 시간은 다른 두 집단으로 하여금 ‘대학교육’에 대한 다른 개념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화상강의를 이제 직접 경험하게 된 교수자들은 비대면 수업의 장단점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학생들의 얼굴을 모두 볼 수 있고, 가상공간에서도 손을 들고 질문할 수 있고, 교수자도 화면에 보이는 얼굴 중 한명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강단 앞에 외로이 서 있지 않아도 되는 등 상호작용 측면에 있어서 수평적인 경험을 하거나 강의실과 유사하거나 더 낫다는 평가도 있다. IE대학의 고문 Danes(2020)는 온라인 학습환경은 학습자들이 원하는 시간대에 참여할 수 있고,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시간을 쓸 수 있고, 다른 기사나 비디오 자료와 같은 링크의 정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대면강의나 하나의 텍스트로 이루어지는 수업에 비해서 더 깊은 토론이나 더 나은 학습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앞으로 대학은 온라인 비대면 교육이 대면수업을 대체할 수 있는가와 같은 이분법적 질문보다는, 질문을 바꾸어, ‘온라인 교육이 더 나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게 되는 때는 어떤 경우인가? 비대면 화상수업에서 풍부한 상호작용을 이끌어 내려면 어떤 수업전략들을 사용해야 하는가?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섞어서 할 경우 어떤 대면수업의 시간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와 같은 대면과 비대면 수업의 공존을 염두에 두고 수업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대면 수업을 하든, 가상공간에서 만나든 학습자의 학습 경험과 교수자의 가르치는 경험이 서로 존중받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교육이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어주거나 연습문제 등을 풀어보게 하는 등 단순히 자기학습관리 도구로 인식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온라인 플랫폼의 기능을 활용하는 방법들을 부지런히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Danes, 2020). 이와 같은 고민들은 오히려 수업방식의 다양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blended learning이나 video conference, webinar 등의 미래교육형 담론들이 대학교육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경제, 보건, 정치, 국제관계, 지역사회 각 분야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삶과 사회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글로벌 자본주의를 토대로 “국제적 성장”을 목표로 무한 질주해왔던 한국의 정세도 국제적 이동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세계적으로 자국 보호주의와 국제교류가 저하되면서 탈세계화가 가속화될 것임을 전망하고 있어 뉴로컬리즘의 재등장과 내수산업육성에 주력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여 사회를 봉쇄하지 않고 강력한 국가 거버넌스, 보건과 의료체계, 그리고 투명성, 공공성, 연대 등의 시민성을 기반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고. 경제와 교육 선진국이라고 여겨졌던 미국와 유럽, 유럽연합 등이 협력적 대응에 실패하면서 사회적 취약성(social vulnerability)이 드러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경험들을 가벼이 여기고 지나갈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로 삼고 대학교육을 포함하여 교육 분야에서도 실제 내부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Martin-Barbero(2020)는 2020년 5월 18일에 개최된 World Economic Forum ‘코로나19 팬데믹 속 시민성으로부터 대학이 배워야 할 점(What universities can learn about citizenship in the COVID-19 pandemic)’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코로나19가 대학교육에 공공의 사회적 목적, 의미와 기여에 대하여 더 깊게 고민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한국사회는 짧은 시간 동안에 새로운 상에 대한 전이가 가능함을 지금 경험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강력한 변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학교육에도 실험의 가능성 열렸다. 대학교육의 근본적인 고민이 시작되었고, 교육혁신을 과감하게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대학교육은 저출산, 수도권 중심 비만사회 등의 가시적 문제와 여전히 전통적인 교육형태로 운영되어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는, 눈에 드러나지 않는 위기들을 겪고 있다. 학습자는 유연하며 이들이 살아가는 디지털 학습 생태계는 유동적이고 자유롭다. 남은 것은 교수자의 변화일 것이다. 좀 더 대담하고 도전적인 교육과정 변화를 고민해볼 수 있는 장이 열린 것이다. 대학교육 전체 방향에 대한 큰 그림을 함께 그리고 이를 치열하게 논의할 장이 요구된다. 대학교육에 있어서 교수들이 갖고 있는 전문성과 책임의식은 지금의 학습자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아야 하며 지금 사회와 공유되어야 그 힘이 더 잘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한 자료

 

Pozzo, R.(2018). Innovation for inclusion and reflection. 169-171. 제5회 세계인문학 포럼 program book. The human image in a changing world. World Humanities Forum
https://blogs.eurac.edu/covid-19/a-new-compulsion-to-locality/ Membretti, A. (2020. 5. 5.)
코로나 19위기와 대응, 그리고 미래. (2020.5.8. 09:15-18:00). Webinar online conference. 최종현학술원-중앙일보 공동주최
https://www.forbes.com/sites/enriquedans/2020/03/24/how-coronavirus-is-going-to-change-education-forever/#4c805ccc4dfe How Coronavirus is going to change education forever. Dans, E.(2020.3.24.)
http://www.oecd.org/education/2030-project/teaching-and-learning/learning/well-being/
https://www.weforum.org/agenda/2020/04/coronavirus-education-global-covid19-online-digital-learning/
https://www.weforum.org/agenda/2020/04/our-education-system-is-losing-relevance-heres-how-to-update-it
https://www.weforum.org/agenda/2020/05/learn-citizenship-covid19-pandemic/
Martin-Barbero, S. (2020.5.18.). What universities can learn about citizenship in the COVID-19 pandemic.
https://www.yna.co.kr/view/AKR20180214164400004?input=1195m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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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교수 이연선

컬럼비아 대학에서 국제교육을 전공했으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에서 연구원으로도 근무했다. 현재는 부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이름과 뜻을 같이하며 교육을 바꾸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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