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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새 교육부 장관에게 바란다(1) – 교육변화의 기본원리부터!

#279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17.05.11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고, 새로운 장관의 임명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도 새로운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의 교육공약으로 교육이 크게 나아진 것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괜찮은 일자리의 부족, 변화에 대한 기득권층의 저항을 포함해서 교육이 바뀔 수 없는 여건이 너무 단단한 점, 또한 여건이 나아지더라도 교육이 나아지는 데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일까? 문재인 대통령의 13개 분야 100개가 넘는 ‘화려한(?)’ 교육공약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가슴이 설레지 않는 필자의 모습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나는 교육변화에 대해 어느덧 비관주의자가 되었는가?”란 질문을 던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교육부 장관이 선출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조금도 기대가 되지 않다니!!’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생각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가 아직 교육변화의 원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점, 그래서 공약을 실행에 옮기는 순간 현장에서는 기대대로 작동하지 않아 결국 실패할 것이란 예상’과 관련이 깊다. 최근 필자는 가제 『교육변화의 원리(The New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라는 책을 번역출판 준비 중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은 대부분이 교육변화의 원리에 역행한다. 이 책의 일부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변화의 과정에 대한 내용) 도입의 결정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혹은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단순히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점 때문에 이루어진다면 변화의 질은 떨어지고 필요한 자료나 기타 자원이 준비되지 않을 수 있다. 달리 표현해서, 실행은 그 다음 문제이고 우선 도입부터 하고 보자는 인식이 지배하게 되면, 적합한 자료를 만들어낼 후속 조치나 준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야심찬 프로젝트는 거의 항상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 추진된다. 그 결과 도입의 결정과 실제 시작 단계 사이의 기간이 너무 짧아 변화의 질에 충분히 신경을 쓸 수 없게 된다.”

 

“대부분의 교육 개혁이 실패하는 이유는 좋은 자료가 부족했다던가 전문성 개발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던가와 같은 특정한 기술적 문제나 행정 지원 부족 등의 이유를 훨씬 넘어선다. 보다 근본적으로 표현하면, 교육 변화가 실패하는 주요 이유는 계획자들(=공약 개발자들-필자)이 내린 잘못된 가정 때문이고, 나머지는 어찌됐든 간에 큰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 자체가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하는 데는 두 가지 상호 연관된 이유가 있다. 지역적 맥락과 문화를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이며, 두 번째는 역설적으로 실행보다 계획 부분에 지나치게 강조점을 둔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정책입안자들의 가정은 자주 극단적인 합리성(hyperrationality)을 띈다.”

 

“문제가 발생하는 초기 단계 원인의 하나는 원하는 특정 변화를 실행에 옮기고야 말겠다는 개혁가의 집념 때문이다. 무엇을 바꿔야 한다는 개혁가의 집념이 강할수록 변화의 절차를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에는 신경을 덜 쓴다. 사실 특정 변화에 대한 강한 집념은 효과적인 변화의 프로세스 수립에 장애물이 될 수 있으며, 두 가지 요소(집념과 프로세스 수립)는 어떤 사회적 변화의 사례에서도 확인되듯이 별개의 측면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속담은 교육 변화의 계획에 항상 적합한 표현은 아니다.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는 길을 안내하기보다 방해가 된다.”

 

“특정 형태의 변화에 올인하는 리더십은 그 변화의 실행 능력과 상반된 관계를 지닌다는 가설이 있다. 라이트홀은 필자와 마찬가지로, 교육 변화는 변화의 실행 주체들이 처한 다중적 현실을 이해하고 제대로 다루는 과정으로 본다. 변화가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미리 가정한 채 다른 이들의 현실을 배제하는 리더는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 있다.”

 

“리더들이 ‘문서상’으로 과도한 계획을 하는 선천적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략) 계획이 거창하고 보기 좋게 꾸밀수록 이후의 실행과 학생의 학습에 미치는 영향은 반비례한다”라는 말로 이 치명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필자 또한 ‘살찐 계획을 조심하라’(Fullan, 2010b, p.24)라고 조언하고 있다.”

 

“야심찬 프로젝트는 거의 항상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 추진된다.”라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공약이 생각났고, “교육 변화가 실패하는 일부 이유는 계획자들이 내린 가정, 극단적인 합리성 때문”이란 구절을 읽으면서는 무릎을 치게 된다. 정책결정자들의 극단적인 합리성은 근거 없는 확신과 잘못된 가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또한 “특정 변화를 실행에 옮기고야 말겠다는 개혁가의 집념”이 교육개혁을 실패로 이끈다는 분석은 촌철살인적 통찰이다.

 

오호애제라! 교육정책이 실패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개혁가의 극단적인 합리성 추구, 정책 추진에 대안 강한 집념, 잘못된 가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란 점을 왜 그동안 몰랐던가! 과거 수많은 교육정책의 실패 사례가 떠오른다. 문재인 대통령과 새로 임명될 교육부 장관도 이전의 개혁가들이 범한 오류를 똑같이 범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교육 개혁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은 이점을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교육부 장관이 귀를 기울일 것이 또 있다. 이번 대선 교육 공약에 대한 고교생들이 논평이 바로 그것이다.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지금 상황을 보자면, ‘물이 있다. 고여서 썩어 있다. 이 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고민하지 않고 어느 틀에 옮겨 담을지에 대해서만 고민한다.’”
“교육정책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좀 더 과감해졌으면 좋겠다. 지금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도 비판받는 게 싫어서 돌려막기식으로 땜질만 하기 때문이다.”
“왜 교육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내용이 없다.”
“‘대학을 잘 가게 해 주겠다’보다 ‘충분히 꿈꿀 수 있게 해주겠다’였으면 좋겠다.”

 

“인적 자원이라는 말을 한다. 사람을 자원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문제다.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하며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기 위해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잘하는 애들을 더 잘하게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잘할 수 있도록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한다.”
“중요한 건 우리의 성공이 아니라 우리 자체이다.”

 

“모든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면 수능, 학생부종합전형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지금 학종은 교사 역량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담임 로또’라고 한다.”
“수능 자격고사화는 절대평가랑 같다. 그럼 학생부랑 면접이 중요해지면서 교내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한테 몰아주기를 할 거다.”
“외고나 자사고가 없어지면 과학고나 강남 3구로 몰릴 거다.”
“교육정책을 만들고 학교를 운영하는 데 학생이 직접 참여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출처: 한겨레 2017년 4월 25일)

 

앞으로 어떤 교육개혁도 학생과 교사를 변화의 파트너로 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교육공약을 개발할 때나 교육정책에 대해 의사결정을 할 때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만으로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구상 이전에 학생과 교사로 구성되는 교육위원회를 각 교육지원청에 두고 이들을 변화의 파트너로 삼기를 적극 제안한다.

 

가제 『교육변화의 원리(The New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라는 책의 저자 마이클 풀란은 “교육 변화란 단순히 새로운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 일이 아니라 교육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이들이 속한 집단의 문화를 바꾸는 일”임을 강조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교육공약들이 아무리 화려해도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식과 문화를 바꾸지 못할 것 같다. 새로 부임하는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의 교육 공약을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주기를 바란다.

 

끝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이 지닌 결정적인 문제점 하나를 지적하고자 한다. 현재의 학교제도는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맞지 않는다. 다시 말해 현재의 학교제도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약에는 학교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고민은 없고 현 체제를 이대로 두고 수선해 쓰자는 접근뿐이다.

 

필자는 한국 학교교육을 망치게 하는 핵심 요인을 꼽으라면 아래의 일곱 가지를 들겠다.

 

① 경쟁적 입시중심 교육
② 학생의 다양성을 무시한 획일화된(one-size-fits-all) 주입식 교육(NEIS 체제 포함)
③ 성적 하위권을 배제시킨 상위권 중심의 교육(낮은 도덕성 및 정의와 공정의 부재)
④ 과학적 진단과 증거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부실한 처방(대부분의 공약 목적과 수단이 그러함)
⑤ 학생과 교사를 변화의 주체나 파트너로 삼지 않고 변화의 대상으로 보는 접근(중앙집권적 거버넌스)
⑥ 교육의 근본적인 재설계는 하지 않고 기존의 제도를 그대로 둔 채 수선만 계속하려는 접근
⑦ 교육 문제를 사회경제적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교육적 관점에서만 해결하려는 점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들여다보면 ①에 대한 해법이 매우 미흡하다. ②③④⑤⑥⑦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공약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현장 실천에 관한 공약 중에는 바람직한 것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큼직한 대부분의 공약은 추진 이전에 좀 더 깊은 연구와 고민을 필요로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새로운 교육부 장관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공약의 이행을 위한 검토 이전에 교육문제의 원인부터 철저히 진단하고 교육변화의 기본 원리부터 공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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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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