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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대선공약칼럼 8] 대선 교육공약, 새로운 미래 교육에 맞추자!

#270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17.03.22

1. 시작말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선주자들의 교육공약은 주로 학제개편(안철수, 손학규 후보), 국가 차원 독립기구 성격의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안철수 후보), 대통령직속 행정부 보완형 자문기구 성격의 국가교육회의(문재인 후보), 수능의 자격고사 전환(손학규 후보), 사교육 금지(남경필 후보)나 대입제도의 법제화(유승민 후보), 특수목적고·자립형사립고 폐지(문재인, 유승민 후보)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 2012년 대선에서 등장했던 공약들로 새로운 것이 거의 없다. 이런 교육공약은 얼마나 실현가능성이 있고 설혹 실현된다 하더라도 실효성은 있는 것인지 한 가지씩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미래사회 변화의 특성을 고려한 공약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은 대체로 기존의 학교제도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10~15년 후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를 미래사회, 미래 교육생태계를 조망하고 이에 맞는 공약을 도출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제 발표된 문재인 후보의 교육공약도 마찬가지다. 좀 더 보완되었으면 한다. 공감이 가는 디테일이 부족하며 구호성으로 들리는 것도 많다. 또한 큰 기조는 기존의 학교제도, 기존의 입시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안이란 점이 아쉽다. 미래사회 변화에 맞추어 중장기적으로는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점을 선언적으로라도 강조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교육을 학생들에게 맞추겠다는 약속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를 좀 더 구체화하여 아동, 청소년들 각자의 타고난 강점을 살리고 잠재력을 최대한 키워줄 수 있는 실행안도 후속적으로 마련하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기존의 교육 공약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2030년 미래교육의 특징과 세계 교육개혁의 큰 흐름을 살펴본 다음 이에 맞는 교육공약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교육 공약의 비판적 검토

 

대선 후보들의 교육공약이 완성된 상태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간헐적으로 보도된 것들을 중심으로 비판적 검토를 하고자 한다. 필자의 주관적 판단으로 이런 공약의 실현가능성과 실효성도 평가해보았다.

 

1)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실현가능성: 낮음(30~40%)
•실효성: 매우 낮음(10~20%)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안(국가차원의 독립기구 성격의 유형)은 한 마디로 실현가능성은 물론 실효성도 매우 낮다고 생각된다. 왜 그런가? 우선 이런 위원회를 설립하려는 목적과 수단이 어울리지 않는다.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교육부의 지나친 중앙 통제 중심의 교육행정이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정책의 잦은 변경으로 인한 안정성, 지속성의 훼손 등이다. 첫 번째 배경부터 그 타당성을 살펴보자.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되고 여기서 정책을 심의·의결한다고 치자. 교육부는 폐지하거나 실행기구로 축소하는 것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국가교육위원회가 주요 정책을 제대로 심의·의결할 수 있을까? 위원회 체제는 구성이 대표성 위주이고 의사결정 방식이 합의제다. 한편 교육부 체제는 의사결정 방식이 독임제(獨任制)이다. 위원회 체제는 위원들의 합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교육부 체제는 교육부가 최종 의사결정을 하고 책임을 진다. 독임제는 관료주의적 독단이나 전횡의 위험성이 있다. 바로 이런 문제점 때문에 독임제 교육부 체제 대신에 합의제인 위원회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맞는 판단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교육위원회 제도에서 누가 위원이 되고 의결을 어떻게 하게 되는지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국가교육위원회 제도는 교육주체나 이해당사자들의 대표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지향하는 가치 성향은 진보·보수를 고르게 배치하려고 할 것이다. 한편 의결은 다수결로 하게 된다. 생각해보자. 교육의 문제가 서로 어떻게 얽혀있는지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지도(map)조차 연구되어 있지도 않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진단이 제대로 되어야 치료법도 나올 수 있는데 교육문제의 원인분석은 아직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위원의 구성을 대표성과 전문성을 둘 다 고려해 선정한다 해도 전문성을 갖추는 데는 큰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위원회에서 어떤 정책적 결정을 해도 이것이 17개 시도교육청 모두에게 맞는 정책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교육정책에 대한 심의·의결을 국가교육위원회가 할 것이 아니라 17개 시도교육청에서 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주장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통한 접근보다는 연방제 수준의 교육 자치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한편, 중앙정부는 교육의 목적, 시설, 재정, 안전 등 큰 방향만 관리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필자의 제안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어떤 교육정책을 도입하더라도 기대하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이란 점에 기반하고 있다.

 

정책의 안정성, 지속성 문제도 그렇다. 어떤 후보는 입시제도가 자주 바뀌니까 법제화를 통해 잦은 변경을 막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 졸속으로 마련된 제도를 쉽게 고치지 못하도록 법제화한다? 법제화 이전에 추구하는 가치와 원칙에 합의하고 제도를 제대로 설계할 수 있는 프로세스 혁신이 우선이다. 예로 대입전형 제도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대입전형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안정이 우선이다. 수시전형의 학생부종합전형을 보라. 도입 의도와 실제의 현실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수능 문항의 교육적 가치를 생각해보라. 논·서술형 문항이 없고 객관식 정답찾기식의 수능을 전제로 법제화를 해도 되겠는가?

 

교육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 교육이 병든 것은 사회가 병들었기 때문이다. 교육의 문제는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문제다. 교육정책을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도 너무 순진하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주장하는 분들에게는 실제 현안문제를 가상으로 심의·의결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결과가 지금의 교육부제도와 어떻게 다르고 나은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교육 정책을 도입할 때는 주요 외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새로운 교육 정책을 도입할 때 가장 먼저 전문가 집단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듣고 초안을 작성한다. 초안이 마련되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검토를 거친다. 교육개혁의 우수성은 누가 결정하는가의 문제이기보다 정책 결정의 프로세스가 얼마나 민주적이고 사회합의적 성격을 갖는가의 문제다. 그래서 교육부 내부를 개혁하고 정책결정의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것이 바른 접근이다.

 

교육자치에 대한 막연한 환상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의 전횡적 통제를 벗어나는 일과 교육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뉴질랜드가 20세기 후반 교육부의 하향식 통제를 중단하고 자치를 허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 긍정적인 변화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그때의 관료들은 “학교자치를 강화하면 교육이 바뀔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너무 순진했다”고 회고한 바가 있다. 변화란 개인과 집단의 의식과 문화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부의 전횡은 교육관련 5가지 법체계와 관련이 깊다. 교육 관련 의사결정을 할 때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의 권한으로 되어 있는 것을 지방정부로 과감히 위양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교육 자치를 위한 법개정이 우선이고 핵심이다.

 

지금의 교육문제는 누가 의사결정을 하느냐의 문제를 훨씬 넘어섰다. 학교라는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고 사회개혁이 함께 이루어질 때 개선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많다. 가정의 해체, 학벌주의, 일자리 부족, 공동선의 추구보다는 개인의 영달에만 지나치게 매달리는 뿌리 깊은 개인주의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

 

2) 국공립대학 통합네트워크화를 통한 공동입학제, 공동학위제 도입


•실현가능성: 매우 낮음(10~20%)
•실효성: 낮음(20~30%)


 

국공립대학 통합네트워크 안은 대학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3년 정진상 교수가 주도하여 경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대학개혁연구팀의 연구를 통해 발표되었고 그 이후, 2007년 대선에서는 민주노동당의 대선공약으로 채택되었고 대선 때마다 진보진영측이 제안하는 단골 공약이 되고 있다. 이는 학벌과 대학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영역에서 제안된 대표적인 안이다.

 

국공립대학 통합네트워크 안이 학벌과 대학서열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국공립통합네트워크 안의 핵심은 독립사립대를 정부지원형 사립대로 전환하는 것, 공동선발과 공동학위제 도입, 수능의 자격고사화, 내신성적과 대학입학자격시험(수능을 말함)을 통한 계열별 선발, 거주지별 배정 등이다.

 

이제 이 안의 실현가능성과 이를 도입했을 때 기대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따져보자.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사립대가 정부 지원형 사립대로 전환할 의사가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국공립통합네트워크에 가담했을 때 대학의 질과 위상이 지금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국공립대학네트워크 안은 지방대의 고사를 막는 효과는 있겠지만 대학의 질이 하향 평준화될 우려가 적지 않아 보인다. 학생들 간의 학업준비도, 지적 능력 차이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학 교수가 개별화 수업을 해낼 수 있을까? 기대하기 어렵다. 수도권의 사립대를 그대로 두고 수능을 자격고사화한다면 이 네트워크에 들어가지 않는 상위권 사립대는 이를 핑계로 대학별 고사를 보려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대입전형이 더욱 복잡해지고 학교가 대입 전형을 준비해주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런 어려움은 고스란히 사교육의 증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거주지별 배정 역시 희망사항에 가깝다. 서울 및 수도권의 경우 사립대 대비 국립대의 비중이 낮아 거주지별 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공립대학 통합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해도 학벌의식, 서열완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즉 이 안은 실효성과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인다.

 

국공립대학 통합네트워크 안을 공약으로 삼기 전에 생각해볼 또 다른 요소가 있다. 미래사회(2030년쯤)에 대학의 존재방식을 상상해보자. 대학이 사라진다는 예측부터 사라지지는 않지만 존재방식이 지금과 매우 달라질 것이란 주장까지 다양한 예측이 있다. 능력주의가 일반화되고 많은 직업이 로봇에 의해 대체되는 시대에는 대학졸업장의 의미나 가치는 하락하게 되어 있다. 우선 대학에 지원하려는 학생 수가 감소할 것이다. 이는 현재의 고교생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확인되는 사항이다. 특성화고로의 선취업 후진학을 원하는 학생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래사회로 갈수록 대학졸업장의 의미와 가치의 변화가 예상된다. 기업의 인재 수요와 대학의 인재 공급의 양적·질적 불균형 역시 심화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사회에는 6개월~1년짜리 단기 기업대학이나 자격 코스가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미래사회에는 대학졸업장과 기업체의 자격증이 경쟁하는 시대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런 미래의 예측이 개연성이 크다고 가정한다면 국공립대 네트워크는 교육이해당사자들의 관심을 그리 끌지 못할 것이다. 미래사회에는 최상위권 대학의 졸업장만 가치를 인정받고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2-3류 성격의 국공립대학 네트워크 출신자들은 차라리 기업의 자격증 획득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확보하려 들 것이다.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는 이 외에도 외면 받을 위험성이 있다. 학생들 간의 학업 준비도, 능력차가 커져서 대학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저런 이유로 국공립대학네트워크는 득보다 실이 많을 우려가 높다고 생각된다. 이 안은 좀 더 수정·보완될 필요가 있다.

 

3) 학제 개편


•실현가능성: 매우 낮음(10~20%)
•실효성: 매우 낮음(10~20%)


 

학제 개편은 추진에 드는 비용과 혼란 등을 고려할 때 교육개혁과제에서 그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 오히려 학제 개편에 쏟을 에너지와 자원을 고교체제 개편과 혁신, 무학년 학점제 도입, 개별화 교육 강화, 교육과정의 유연한 운영, 다문화 사회 도래를 대비한 포용적 교육(inclusive education) 시스템 도입 등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일 수 있다. 혼란만 크고 효과는 불확실한 학제 개편보다는 이를테면 고교 3년간의 입시준비를 2년 정도로 줄여 고2 말 혹은 고3 초에 수능시험을 보고 남은 1년간은 입시부담에서 벗어나 개인의 강점, 흥미, 장래 진로 등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자기주도로 해보는 기간으로 삼는 것을 검토해보면 좋을 것이다. 누리과정을 실질적으로 공교육화하면 되지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 학제까지 바꿀 필요는 없을 것이다.

 

4) 사교육 폐지


•실현가능성: 제로(0%)
•실효성: 평가 무의미함


 

사교육이 번성하는 데는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은 보지 않고 법으로 폐지하겠다는 것은 사교육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사교육 수요의 원천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학교가 모든 학생들에게 맞춤 학습을 제공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수요이고, 다른 하나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많은 공부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수요이다. 전자는 학교교육의 질을 높임으로써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만 후자는 학교교육의 질 향상으로도 해결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그런데 사교육은 역기능만 존재할까? 학교 교육이 중상위권에 맞추어 표준화된 즉 획일화된 교육을 지속하는 한 하위권은 참여하고 싶어도 학교교육에 참여할 수가 없다. 중위권도 마찬가지다. 알 듯 말 듯 한 상태인데도 교사는 그냥 진도를 나간다. 이런 상황에서는 학원을 찾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사교육 학원 중에 학교교육이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개인 맞춤학습뿐만 아니라 아동의 삶까지 가이드하는 질 높은 사교육이 존재한다면 이런 사교육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아마 학교교육을 혁신하는 큰 압력이자 모델이 될 것이다. 학교에서 중상위권 위주로 수업을 진도빼기식으로 진행하고 대학이 성적순으로 줄 세워 학생을 선발하는 한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사교육 폐지는 불가능한 공약이다. 대선 후보들의 공통적인 면은 교육문제를 피상적으로만 파악하고 있으면서 공약으로 제안한다는 점이다. 후보를 돕는 공약개발팀이 질 높은 조언을 했으면 좋겠다.

 

5) 자사고·특목고 폐지


•실현가능성: 높음(60% 이상)
•실효성: 높음(60% 이상)


 

자사고·특목고 폐지는 오래전부터 주장되어 온 의제다. 자사고와 외고와 같은 특목고를 일반고와 분리해 운영하는 것은 형평성에 반한다. 이는 일종의 분리교육에 해당된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현재와 같은 운영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 그래서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학교들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교육의 다양성 문제는 특수한 고교를 설립해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일반고의 혁신을 통해 해결했어야 했다. 다만 이들 학교의 폐지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일반고가 고교 다양성에 대한 욕구를 해소해줄 수 있어야 한다. 외고, 자사고 폐지와 함께 일반고 혁신이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 일반고 혁신의 큰 방향은 각 개인의 강점을 기반으로 하는 개별화 교육과 다양한 진로집중과정의 운영이다.

 

6) 수능의 자격고사화


•실현가능성: 매우 낮음(10~20%)
•실효성: 높음(70~80%)


 

수능의 자격고사화는 중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지 당장 차기 정부가 추진할 공약은 못된다. 자격고사란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어떤 대학에 입학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기본적인 유형은 합격/불합격으로 수험생을 나누고 이런 자격을 갖춘 사람은 누구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선결조건이 있다. 대학이 평준화되고 신입생을 뽑는 방식이 선발에서 배치로 바뀌어야 하며 내신의 신뢰도가 높아야 한다. 이런 검토 없이 대선 후보가 수능을 자격고사화 하겠다는 것은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3. 미래교육에 대한 조망과 세계 교육개혁의 흐름

 

1) 미래학교의 모습

 

미래교육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에 의하면 주요 변화의 특징은 아래와 같은 것이 주를 이룬다.

 

• 기존의 학교제도는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존재형태와 교수학습방법이 크게 변할 것이다.
• 2035년쯤에도 전통적인 학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전통적인 학교 제도에서도 잘 배우는 학생들 중심으로 그 규모가 작아질 것이다.
• 기존의 표준화된 교육과정은 사라지거나 대폭 유연화될 것이다.
• 학생들이 단일 학교를 다니지 않고 복수의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원하는 코스를 골라서 듣게 될 것이다.
• 조기 학교중단을 막기 위해 학교는 개별화 교육을 통해 개인의 필요와 흥미를 더 잘 만족시키게 될 것이다.
• 교실 내 학생 다양성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고 이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교수학습 전략이 도입될 것이다.
• 학교는 특정 지식보다 일반적인 역량, 많은 영역에 공통으로 필요한 역량(transversal skills) 함양에 힘쓸 것이다.
•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전통적 학위는 여전히 중요하고, 비공식적 학습경험이 중요한 자산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이를 인정하기 위한 표준이 만들어 질 것이다.
• 중학교 상급학년 이상의 많은 학생들은 온라인 학교를 포함한 비전통적인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이런 비전통적인 학교들은 전통적인 학교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2)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세계의 변화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은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특히 직업세계에 가져 올 아래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향후 20년 내에 현재 직업의 47%가 자동화될 것이다(다보스 포럼, 2016).

• 2025년이면 오늘날 직업의 50%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 오늘날 학생의 65%는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다. 또한 21세기 청년들은 32세가 될 때까지 평균 9개의 다른 일(job)을, 일생 동안은 복수의 산업분야(industrial sector)와 몇 개의 직업(occupation) 분야에서 10~15개의 일(job)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교육에도 큰 함의를 갖는다. 진로교육에 대한 기존의 접근은 전면 수정될 필요가 있다. 각자에게 맞는 진로를 찾고 이를 준비하는 식의 진로교육은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아울러 평생학습능력, 적응력이 중요하고 자동화로 인한 대량 실업의 가능성에 대비해 자기만의 창의적 문제해결능력도 갖출 필요가 있다.

 

3) 세계 교육개혁의 흐름

 

세계 교육개혁의 큰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 첫째가 제도의 개혁보다는 현장의 실천 즉 학습(learning)을 중시하는 경향이다. 이는 과거 20-30년간 제도의 개혁에 매달려봤지만 교육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성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래서 세계는 학습자 중심 교육을 주창하고 있다. 이의 핵심은 선택, 결정, 통제에 있어서 학습자들에게 더 많은 힘과 기회를 주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기존의 표준화(standardization) 교육에서 개별화(differentiation) 교육을 지향하는 흐름이다. 이는 학교 교실 내 학생의 다양성이 급증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한 교실 안에는 출신문화, 인종, 모국어, 학업 준비도, 장래희망 등이 종전보다 개인차가 더 커지고 있다. 이는 엄청난 도전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화된 교수학습을 지향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한국도 이제 교육과정의 대폭적인 유연화, 대강화가 시급한 과제다. 아울러 표준화 시험의 축소나 폐기를 고민해야 한다. 셋째로는 기존 제도의 최적화(optimization)에서 근본적인 재설계(redesign)로 나아가려는 흐름이다. 기존의 학교는 변화가 느리고 지식이 귀하였던 산업시대를 위한 제도였다. 이제 이런 학교는 수명을 다했다. 그래서 교육개혁은 기존의 제도를 수선해 쓰기보다는 근본적인 변화를 해야 할 때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학교는 평생학습 시대에 사회적 학습센터로 거듭나야 하고 물리적 연령별로 학년을 구성하는 것도 탈피해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도 사대·교대를 나온 교사들로만 한정하는 것도 끝내야 한다. 학교와 교육과정 디자인은 교사와 학생이 주도적으로 하게 해야 한다. 한편 기존 학교체제의 재설계 접근은 배움과 삶과 일이 통합되고 학교란 개념이 가정과 지역사회, 그리고 사이버 세상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또한 공식적 교육보다 비공식적 교육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비공식적 교육에 대해 학력을 인정해주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세계 교육의 변화 흐름 중 넷째로는 고교교육 및 대학교육이 직업 준비를 위한 성격이 지금보다 더 강해진다는 점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역량과 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인재의 역량의 불일치(mismatch)를 줄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런 실용적인 교육의 목적이 강조된다고 해서 전인교육이나 공동선의 추구와 같은 교육의 목적이 약화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끝으로, 교육의 핵심 목표에 관한 변화다. 세계의 주요국들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교육의 최우선적 과제로 꼽고 있다. 그래서 주요국들은 “모든 아동들에게 공정한 교육을 통해 잠재력을 최고수준으로 실현하기(Excellence through Equity)”를 교육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도덕성이 필요하다. 세계의 주요국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다음을 교육의 실천과제로 삼는다.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
“학업성취도 격차를 해소한다”

 

이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빈곤을 퇴치한다”가 되어야 할 것이다. 빈곤은 경제적 빈곤과 관계의 빈곤을 동시에 다루어야 한다. 그래서 가난한 집 아이와 부자 집 아이가 함께 어울려 서로 도우면 성장하는 학교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외고, 자사고 폐지는 이런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소수 엘리트가 부를 독점하는 현상이 더 심화된다. 이는 소득격차와 각종 불평등을 증가시킨다. 이제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적 접근만으로 불가능하다. 사회적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교육이 병든 것은 병든 사회의 반영인 측면이 크다. 빈곤지역의 경우, 주택, 건강, 의료 등의 사회적 투자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4. 새로운 미래교육을 지향하는 교육공약 모색

 

이상에서 살펴본 교육공약의 문제점과 미래사회의 특징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교육공약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 개인의 강점 기반 교육을 통해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는 교육을 시행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 개별화 교육을 실현하겠습니다.

 

• 학교-가정-지역 공동체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학교개념을 확장하고 교육에 대해 함께 책임을 지는 쪽으로 발전시키겠습니다.

 

• 교사의 책임과 자율을 높이고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교자치를 강화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교육부의 역할은 큰 방향만 제시하는 것으로 한정하겠습니다.

 

• 내신의 질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내신 신뢰도 높이기 3년 계획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겠습니다. 학교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주고 있는 수능은 자격고사 성격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상대평가를 폐지하겠습니다. 절대평가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외고, 자사고를 최소화하고 일반고의 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습니다.

 

• 빈곤층 자녀들에게는 대학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취업에 우선권을 주겠습니다.

 

• 대학 신입생의 다양한 구성을 유도하기 위해 대학이 계층별, 지역별 신입생 구성비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교원 양성(선발에서 양성으로), 임용, 전보 제도를 개혁하고 교대 사대는 복수 전공을 기본으로 하는 6년제 대학원으로 전환하겠습니다.

 

• 출발선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영유아 교육·보육의 질을 높이고 차기 학년으로의 진급은 최소 자격을 반드시 갖춘 후 할 수 있도록 학습부진에 대한 예방과 조기개입 제도를 마련하겠습니다.

 

• 교사 연구년을 확대해서 현장연구를 강화하겠습니다. 교사 성과급은 폐지하고 이를 현장 연구 강화에 쓰겠습니다.

 

• 학교 운영위워회에 학생대표를 참여시키고 각 교육지원청에 학생교육위원회를 설치 운영함으로써 학생 중심의 교육을 시행하겠습니다.

 

• 대입전형을 고2 말에 함으로써 입시준비 기간을 현재의 3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고교 3학년 때는 입시부담에서 벗어나 각자가 원하고 필요한 학습이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율학기나 학년을 도입하겠습니다.

 

 

5. 맺음말

 

대선 후보의 교육공약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이를 잘 활용하면 교육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꿀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교육개혁 의지가 강한 전문가들은 대선 때만 되면 교육개혁 아이디어를 공약으로 제안하기도 하고 좋은 공약을 제시한 후보에게 투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을 보면 교육공약이 거의 혁명적인 것들이 주를 이룬다. 제도의 개혁에만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 세계 주요국들의 공약과 큰 차이가 있다. 실현가능성과 실효성도 의심스러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실현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해 꼼꼼히 검토한 후에 제안되는 공약은 드물다. 그냥 거친 아이디어 수준의 것을 공약화한다.

 

공약의 질이 낮으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문제 있는 공약이 전면에 등장하면 정작 중요한 공약은 후순위로 밀리거나 가려지고 만다. 이는 진정한 교육 개혁의제가 떠오를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공약의 내용과 질이 나쁠 때 그것의 실패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른 참 개혁의 기회를 놓치게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리고 한국의 교육공약은 너무 낡았다. 사회는 계속 빠른 속도로 변해 가는데 교육공약은 지난 대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철학과 원칙이 있고 미래지향적인 가슴 뛰는 대선 공약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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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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