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과 성인을 위한 공적 직무능력평가 도입 필요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은 극심하게 서열화되어 있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비판되어 왔던 수능점수에 의한 서열만이 아니다. 이제는 내신등급에 따른 서열화도 진행되었다. 더욱이 가장 심각한 것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의한 서열화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이미 밝혔듯이, 2015년 국가장학금 신청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 중 E대학교는 2015년의 기초생활수급자부터 8분위까지의 국가장학금 신청자가 전체 재학생(대학알리미에 공개된 2016년 재학생 총수)의 31.1%, Y대학교는 33.8%, S대학교는 34.5%, H대학교는 37.9%, 또 다른 H대학교는 45.0%에 불과하였다. 전체 재학생 중 기초생활수급자부터 8분위까지의 국가장학금 신청자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의 경우 재적학생의 절반 이상이 9·10분위 학생들, 즉 소득상류층 가정의 자녀들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일부 대학은 그 비율이 3분의 2를 넘고 있다.

※ 대학별 소득분위는 한국장학재단의 2015년 통계(국회 국정감사 제출자료).
※ 재학생 수는 대학알리미에 2016년 공시된 재학생 수.
* 저소득층 학생 중에 학점미달로 신청하지 못한 학생은 산정되지 못함.
이는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다. 서울 주요 사립대학은 가히 상류층 학생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대학의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이 학생부종합전형 확대에 의한 것 때문인지, 그렇지 않다면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 당국은 그 원인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불평등 재생산 구조 고착화의 원인을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책을 찾고 실행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 대책의 방향은 단지 대입제도 개선만이 아니라, 대학서열화를 완화하면서도 ‘정의로운 능력중심사회’를 지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본다. ‘정의로운 능력중심사회’ 지향은 박남기(2016)의 표현을 존중하여 달리 표현하면 신실력주의사회 지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대책 중 하나가 대학의 학벌·명성보다는 대학의 교육효과, 학생의 학습효과인 역량 중심의 교육성과평가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입을 통한 학생선발체제의 근본적인 혁신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보다 효과적인 대학교육력 신장대책, 사회적 배려 대상 학생들에 대한 적극적인 차별정책으로서의 교육적 배려 정책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필자는 이와 함께 대학 학벌이 아니라, 대학의 교육노력과 학생의 학습노력 및 성장의 결과가 제대로 반영되는 핵심역량 또는 직무역량 등 교육성과지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대학학부교육실태조사를 통해 대학에서의 교수학습과정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과 학습의 결과로서의 교육성과·학습성과를 진단하고 이를 사회에서 고용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유사한 제도는 지금도 일부 시행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ACE대학들에 적용하는 전술한 대학학부교육실태조사는 대학에서의 교수학습과정을 타당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주관하는 대학생핵심역량평가도 대학의 교육 노력과 학생의 학습 노력 및 성장의 결과를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대한상공회의소와 교육부가 주관하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직업기초능력평가’도 기본적인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학생 교육의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직업기초능력평가’는 2012년도부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대신하여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현재 5년차 평가가 내실있게 준비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생과 성인 입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범 평가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직무능력평가는 공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공기업별 직무능력평가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공기업별 직무능력평가는 기업마다 출제경향과 난이도가 다를 뿐만 아니라 타당도와 신뢰도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기업별 직무능력평가의 근본적인 한계는 공공기관이 공인한 공적 교육성과지표가 아니기에, 다른 기업의 고용에서는 아무 효용이 없다는 것에 있다. 그러기에 공기업별 직무능력평가는 대학교육 전반을 혁신하는 교육혁신기제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학별 논술이 고교교육 전반을 혁신하는 촉진기제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과 동일한 한계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교육선발이나, 사업평가지표에 맞추어 작성된 사업계획서만 가지고 대학재정지원이 결정됨으로써, 대학재정지원이 오히려 기존의 대학 서열을 견고하게 고착화하는 현실을 깨야 한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대학재정지원은 선발이나 사업계획서보다는 대학학부교육실태조사, 대학생핵심역량평가 그리고 대학생·성인용 ‘직업기초능력평가(직무능력평가란 용어가 더 타당하다고 봄)’ 등 주요 교육성과·학습성과 중심의 지표에 의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범위별로 가능한 분야부터 분야별 직무능력평가를 점차 도입할 필요도 있다.
물론, 초기에는 사업계획서와 교육성과·학습성과를 높이기 위한 학생 중심의 사업계획이 중요하겠지만, 중간평가와 2단계 재정지원은 반드시 주요 교육성과·학습성과 중심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만 이런 제도가 대학 교육의 혁신, 학생 학습의 혁신을 촉진할 것이고, 기존의 대학서열도 분야별로 다원화, 유연화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학부교육실태조사, 대학생핵심역량평가 그리고 대학생·성인용 ‘직업기초능력평가’ 결과를 교육적으로 검토하여 대학생과 성인을 위한 공적 직무능력평가를 개발하여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재정 투입도 확대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분야별 직능단체들은 대학생·성인 대상의 ‘직업기초능력평가(또는 직무능력평가)’를 시작으로, 분야별 직무능력평가를 도입할 준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또한 모든 재정지원사업에는 교육성과·학습성과만이 아니라, 사회적 배려 대상 학생들에 대한 적극적인 차별정책으로서의 교육적 배려정책, 학습지원정책이 함께 제시되어 실행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반영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배려 대상 학생의 선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들과 미진학·미취업 청년들의 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병행함으로써 ‘정의로운 능력중심사회’ 또는 신실력주의사회(박남기, 2016)의 도래를 앞당길 수 있기를 소망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고졸검정고시를 본 후 대학에 들어가, 고려대 교육학과에서 공부하였다. 중학교 사회교사로 재직 하다가 전교조로 해직되었다. 복직 후 고등학교와 사교육현장인 대형학원에서 근무하다가, 나이 40이 넘어 다시 공부하여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교육이란 '학습자의 학습과 성장이 올바르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지원, 촉진하는 교육자의 적극적인 활동' 이라는 신념으로 학습자를 위한 교육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학습자 지향의 교육철학으로 지금은 전교조와 입장을 달리하며, 학생/학부모 중심의 교육개혁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대입제도와 사교육정책, 그리고 진로교육 및 대학개혁이 주요 관심사이다. 현재 중부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정책, 진로진학컨설팅을 지도하며, 좌우 이념논쟁에 치우치거나 매몰되지 않으면서, 학생/학부모 중심의 교육개혁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