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격차의 해부학(The Anatomy of Achievement Gap) 』을 읽고
『학업성취도 격차의 해부학(The Anatomy of Achievement Gap)』 이 책은 재미 한국 학자의 한 분인 수니 버팔로 대학의 이재경 교수의 최근 저서다. 옥스포드 출판사에서 금년 발행했다. 원서명은 The Anatomy of Achievement Gap이고 학업 성취도 격차에 대한 내용이다. 한국의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 많아 교육격차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Lee, J. (2016). The Anatomy of Achievement Gaps: Why and How American Education is Losing (but can still Win) the War on Underachievement.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모든 학생들은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학습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것을 방해하는 학생 개인의 문제는 무엇이고,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환경적인 문제들은 무엇인가? 우리는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데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학업성취도 격차의 문제를 모종의 결핍에 따른 학생들 간의 차이로 보는 시선을 넘어서, 학생 각자의 잠재력이 적절히 발현하는지 여부에 주목한 연구 내용이 담긴 책이 출판되었다.
<학업성취도 격차의 해부학(The Anatomy of Achievement Gap>의 저자 이재경(Jaekyung, Lee)은 미국 학계에서 오랜 기간 다수의 권위있는 학술지에 학업성취도 격차 관련 연구를 발표 해 온, 소위 학업성취도 격차 전문가이다. 그런 그가 그간의 연구를 종합하여 미국의 학업성취도 격차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함께, 학업성취도 격차에 대한 시각을 재정립하여 학술서를 발간하였다.
연구 범위의 측면에서, 이 책은 기존의 학업성취도 격차 연구에 비해 보다 더 포괄적인 양상을 분석하고 있다. 유아기-초등교육-중등교육-고등교육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학업성취도 격차가 학생의 학습 여건과 환경적 요인에 따라 어떠한 양상으로 발생하고 변화하는지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국가 간 학업성취도 격차를 분석하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에서 미국 사회의 교육 격차 문제를 설명한다. 과거 미국의 학업성취도 격차 논의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세심한 분석이 이루어진 셈이다. 한국의 학업성취도 격차 연구의 외연을 넓히는데도 이와 같은 종합적인 분석의 틀은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분석에서 흥미로운 점은, ‘미달성취(underachievement)’란 조작적 개념을 통해 성적 격차의 문제를 학생 간 학업성취도 차이에서, 학생 개개인이 가질 수 있는 격차의 문제로 학업성취도 격차와 관련한 논의의 영역을 넓힌데 있다. 여기서 ‘미달성취’는 전통적으로 주목받아 온 부적절한 개인 및 환경적 요인에 따른 결핍과 함께,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잠재력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다양한 종단 연구 자료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저자는 학생의 환경적 요인은 그 자체로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면서, 동시에 학생이 도달할 수 있는 잠재적 성취도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때, 이미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학업성취도 격차는 향후 학교 경험과 학생 개인의 학습 참여로 달라지게 된다. 학업성취도 격차는 학생이 성장하고 교육을 하면서 달라지는 셈이다. 이러한 학업성취도 격차의 변화 양상에 주목하면서 저자는 학생이 실지로 배우고 성장한 정도와, 이상적인 환경에서 학생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정도의 차이를 통해 학업성취도 격차를 설명한다.
저자는 이러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수월성(개인의 교육적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 방향)과 형평성(사회 구조적 요인에 인해 발생하는 학업성취 차이의 해소)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교육 정책에 대한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학업성취도 격차의 변화 양상은 그대로 교육 정책과 사회적 환경 변화의 영향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기준이며, 동시에 향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고(이미 발생한 격차의 문제) 나아가 발현시켜야 할(잠재적인 역량) 교육 문제를 포괄하고 있는 것이다. 책 안에서, 저자는 구체적으로 미국의 교육 정책들이 저자가 정의한 학업성취도 격차의 변화 양상과 어느 정도로 연관되어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학교 교육의 변화만으로는 미국의 교육격차 문제를 온전하게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출생부터 대학교육까지 학생이 이상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 혹은 사회에 보다 더 적극적인 책임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모든 학생들에 대한 출생부터 대학교육까지 그리고 직업 준비를 보장하는 B-P-16 교육 서약 (B-P-16 Education Pledge)을 포함한 미국 공공 교육 개혁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전략을 추천한다.
나아가서 이 책은 한국의 교육문제를 미국의 문제와 대비시켜서 재조명함으로써, 한국교육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보다 균형적인 시각을 도모한다. 미국과 한국 교육 체계는 자체적으로 독특한 문제와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나, 그들은 서로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의 정책적 어려움은 모든 학생들을 위한 전국적 교육과정이나 전국적 표준을 실행하는 것이다. 미국은 전형적인 고성취 아시아 국가들이 갖는 특성인 전국 단위의 교육과정 표준과 고부담 시험의 모델을 따라 왔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깨닫지 못하는 것은 이들 고성취 아시아 국가들이 이러한 정책의 폐해로 인한 반발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학생들이 직면하고 있는 소위 시험 지옥을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지난 20년 동안 미국과는 상반되는 개혁의 길을 걸어 왔다. 한국에서의 정책적 어려움은 학생 중심의 학습과 대안적 교육 진로를 제공하는 다양하고 풍성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 두 나라의 교육적 개혁의 방향은 점차 수렴하는 형태로 변할 것이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 학업성취도 격차와 관련한 논의가 발전하기 위해 여전히 더 적극적인 연구와 기초 자료 구축이 요구된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많은 학생들이 환경적 혹은 교육적 여건에 따라 학업성취도 격차를 경험하고 있으며, 각기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비록, 이 책은 미국의 학업성취도 격차 문제에 천착하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한국의 학업성취도 격차 양상을 살피는데 보다 더 종합적인 분석틀이 소개되고, 궁극적으로 학업성취도 격차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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