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부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학습부진은 학습동기가 낮고,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어 왔다. 하지만 학습부진은 학생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학교제도의 문제이다.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학교라는 제도는 이에 대응하지 못한 채 학생의 학습수준과 속도를 반영하지 않은 교육과정, 수업시수만 이수하면 진급하고 졸업하는 제도 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담임교사와 교과교사의 책임만을 강조하면서 방과후 문제풀이로 이를 해결하려고 해왔다.
해외의 주요국들은 학생들이 40~60% 미만의 성취를 보일 경우 해당 교과를 재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의 고등학교 성적 평가는 일반적으로 5개 등급(A, B, C, D, E/F)의 형태를 취하며, E/F가 낙제, 즉 최하점을 나타낸다. 미국에는 재이수제도가 있어 E/F를 받는 경우 그 교과를 재이수하도록 하고 있으며,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자격으로 일정점수 이상을 요구한다. 핀란드 종합학교의 경우 4-10점 척도로 학생들에게 점수를 부여하고, 이 중에서 4점은 실패(fail)를 의미하여 이수에 실패한 교과로 보고 재이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초등학교 5, 6학년부터 주요 교과를 이수하지 못하면 유급을 하며, 중등학교도 재이수의 기준을 50% 미만으로 정하고 있다(김성숙 외, 2011).
외국과 같은 재이수제도가 없는 한국의 경우, 출석일수만 채우면 진급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학습부진이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한국도 재이수제도의 도입이 필요하지만 당장은 어려우므로 학습부진을 외국처럼 성취목표의 50% 미만에 해당하는 경우로 보고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학습부진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생들의 성취수준을 확인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결과는 그 성취수준에 따라 ‘우수’, ‘보통’, ‘기초’, ‘기초미달’ 4단계로 구분하여 공개된다. 이와 같은 평가가 전수조사로 실시되고, 그 결과가 일반에게 공개됨에 따라 이러한 성취수준에 기반을 둔 학생의 비율 자체가 학교 및 지역 차원에서 교육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게 되었다. 특히 기초학력 미달자의 비율은 학교, 지역교육청 및 교육부의 ‘학습부진정책’의 목표 및 성과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비율과 성과가 지나치게 연관을 갖게 되면서 미달비율을 낮추기 위한 편법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기초학력 미달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시험에서 배제시키거나 아니면 문제풀이를 통해 시험을 잘보는 방법을 가르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평가결과를 통해 교수법에 피드백을 주어야 하는 것이 오히려 그 반대로 평가에 교수법이 종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성취수준]
| 교육과정에 대한 목표도달도(%) | 개별 성취수준 | 초중등학교
정보공시 |
| 교육과정을 대부분 이해한 수준 (80% 이상) | 우수학력 | 보통학력 이상 |
| 교육과정을 상당부분 이해한 수준 (50% 이상~80% 미만) | 보통학력 | |
| 교육과정을 부분적으로 이해한 수준 (20% 이상~50% 미만) | 기초학력 | 기초학력 |
| 기초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수준 (20% 미만) | 기초학력 미달 | 기초학력 미달 |
자료: 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2011.1.21.)
이처럼 우리는 성취수준이 20%에 미달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학습부진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의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첫째, 이는 학습부진정책의 대상을 축소하고, 정책 기대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금의 학습부진 정책은 기초학력 미달자들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성취기준의 20%를 넘도록 하는데 모든 지원과 자원을 집중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기초학력 보장’이라는 당초의 목적은 간과되고, 기초학력 미달자의 비율을 낮추기 위한 수치 경쟁에만 집중하게 된 것이다. 또한 정책의 협소한 대상 범주로 인해 낙인효과는 커지게 되어, 실제 정책의 실효성은 더 낮아지게 된다(백병부, 2014).
둘째, 그로 인해 초래되는 더 큰 문제는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다른 학생들을 간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학습부진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예컨대, 기초학력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비록 정책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지만 해당 학년 수업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이들 역시 해당 학년의 수업을 이수하는데 있어서 지원이 필요하며, 이것이 충족되지 못할 경우 상급 학년, 상급 학교에 올라가서 학습부진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학습부진이란 용어는 다양한 개념으로 사용되어 왔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널리 시행되면서부터 학습부진이 학업성취가 낮은, 즉 기초학력 미달의 개념으로 주로 인식되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고, 특히 성취목표의 20% 미만 도달 학생을 기초학력 미달로 보고 이 학생들을 위해서만 특히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 점은 잘못된 것이었다. 따라서 학습부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개념으로 성취목표의 50% 미만에 해당하는 기초학력까지를 학습부진으로 보는 개념을 사용하여 학교 교육의 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학생의 수준이 성취목표의 50% 미만에 해당한다면 정상적으로 학교교육을 따라가기란 어렵기 때문이며, 외국의 재이수 기준에 가장 근접한 기준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기초학력 수준이기 때문이다.
기초학력 이하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초중고별로 살펴보면 아래 표와 같다.
■ 초등학교(초6 전체 대상)
학생수(비율)
| 구분 | 2009년 | 2010년 | 2011년 | 2012년 | |
| 국
어 |
기초학력 미달 | 14,456(2.3) | 7,467(1.2) | 3,757(0.6) | 3,154(0.6) |
| 기초학력 | 112,026(17.6) | 120,509(20.2) | 95,961(16.4) | 87,062(16.4) | |
| 계 | 126,482(19.9) | 127,976(21.4) | 99,718(17.0) | 90,216(17.0) | |
| 수
학 |
기초학력 미달 | 8,228(1.3) | 7,144(1.5) | 6,102(1.0) | 5,436(0.9) |
| 기초학력 | 71,680(11.2) | 135,383(24.7) | 110,650(18.9) | 113,410(19.2) | |
| 계 | 79,908(12.5) | 142,527(26.2) | 116,752(19.9) | 118,864(20.1) | |
| 영
어 |
기초학력 미달 | 11,495(1.8) | 12,809(2.1) | 4,134(0.7) | 4,792(0.8) |
| 기초학력 | 88,091(13.8) | 88,958(14.7) | 63,655(10.9) | 53,047(9.0) | |
| 계 | 99,586(15.6) | 101,767(16.8) | 67,789(11.6) | 57,839(9.8) | |
*기초학력 이하 비율은 학교급별 학생 수를 확인하여 재산정함
자료: 2009~2012년 초등학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결과에 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결과보고서
(초등학교는 2013년 전수 평가를 폐지하여 2013년부터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가 없음)
초등학교의 기초학력 이하에 해당하는 학생의 비율은 2012년 기준으로 국어 17.0%, 수학 20.1%, 영어 9.8%로 평균 15.7%에 이른다. 과목별로는 수학, 국어, 영어 순으로 수학교과에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학습부진정책 대상에 해당하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이 각각 0.6%, 0.9%, 0.8%에 해당하는데, 이는 교육과정을 부분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초학력의 학생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 이러한 학생들이 기초학력 미달에는 해당하지 않아서 학교의 특별한 교육적 지원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위의 표에 제시된 학생 수는 평가대상인 6학년에만 국한된 것이므로, 초등학교 전체로 생각하면 그 숫자는 훨씬 증가하게 될 것이다. 기초학력 이하의 학생 비율은 매년 차츰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수학의 기초학력 이하의 비율은 오히려 2009년에 비해 크게 증가하였다(12.5→20.1%). 그 원인에 대한 추가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초등학교의 경우 201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폐지되어 현재는 초등학교의 학업 수준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하게 되었다. 평가 폐지의 필요성과 함께 평가의 필요성도 존재하므로 이 문제에 대한 보다 깊은 고민이 요구된다.
■ 중고등학교
□ 연도별 성취수준 비율 추이 분석 대상
| 학교급 | 2010년 | 2011년 | 2012년 | 2013년 | ||||
| 학교 수 | 학생 수 | 학교 수 | 학생 수 | 학교 수 | 학생 수 | 학교 수 | 학생 수 | |
| 중학교 | 3,083 | 660,010 | 3,102 | 635,026 | 3,155 | 625,495 | 3,169 | 594,809 |
| 고등학교 | 1,463 | 476,815 | 1,489 | 476,613 | 1,533 | 479,490 | 1,587 | 470,276 |
1) 중학교(중3 전체 대상) 교과별 성취수준 비율 추이
단위: %
| 2010년 | 2011년 | 2012년 | 2013년 | ||||||
| 기초
학력 |
기초
학력 미달 |
기초
학력 |
기초
학력 미달 |
기초
학력 |
기초
학력 미달 |
기초
학력 |
기초
학력 미달 |
||
| 중학교 | 국어 | 23.7 | 3.2 | 17.2 | 1.4 | 15.2 | 1.0 | 12.6 | 1.2 |
| 수학 | 34.6 | 6.1 | 31.5 | 4.0 | 29.8 | 3.4 | 28.5 | 5.1 | |
| 영어 | 28.3 | 3.9 | 28.0 | 1.3 | 23.9 | 2.2 | 21.7 | 3.3 | |
자료: 201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결과보고서
중학교의 기초학력 이하 학생 비율은 2013년 기준으로 국어 13.8%, 수학 33.6%, 영어 25.0%이다. 과목별로는 수학, 영어, 국어의 순으로 여전히 수학교과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초등학교와 비교해서 흥미로운 점은 국어와 영어의 비율이 역전된 것이다. 초등에서는 영어보다 국어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는데, 중학교에 와서는 국어보다 영어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진 것이다. 이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연결하는 영어교과의 교육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수학과목의 기초학력 이하 비율이 33.6%로 전체의 1/3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수업의 50%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교실에 앉아만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의무교육단계인 중학교에서의 이런 상황은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
2) 고등학교(고2 전체 대상) 교과별 성취수준 비율 추이
단위: %
| 2010년 | 2011년 | 2012년 | 2013년 | ||||||
| 기초
학력 |
기초
학력 미달 |
기초
학력 |
기초
학력 미달 |
기초
학력 |
기초
학력 미달 |
기초
학력 |
기초
학력 미달 |
||
| 고등
학교 |
국어 | 20.5 | 3.9 | 12.9 | 2.0 | 14.4 | 2.1 | 13.5 | 2.8 |
| 수학 | 22.2 | 4.3 | 14.8 | 4.4 | 14.6 | 4.3 | 10.2 | 4.5 | |
| 영어 | 32.0 | 3.7 | 13.0 | 3.6 | 13.2 | 2.6 | 12.1 | 2.7 | |
자료: 201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결과보고서
고등학교의 기초학력 이하 학생 비율은 2013년 기준으로 국어 16.3%, 수학 14.7%, 영어 14.8%로 중학교와 비교해서 수학, 영어교과의 경우 그 비율이 크게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학과 영어 교과가 위계적인 학문특성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학교급이 올라감에 따라 학습부진 역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그 비율이 크게 감소한 원인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외에 기초학력 이하 학생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학교특성 및 지역특성별로 나누어서 살펴보았다. 그 분석자료로는 에듀데이터에서 제공하는 2011~2013년에 해당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10% 비율로 층화추출한 공개데이터를 사용했다. 그에 따른 결과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초등학교
초등학교에서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기초학력 이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대체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지역규모와 학교설립유형이 있었다. 국어교과에서 기초학력 이하의 비율은 지역규모에 따라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였다. 수학과 영어 교과에서는 지역규모가 클수록 기초학력 이하의 비율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초등학교의 경우 사립학교가 국공립학교에 비해 국수영 모든 과목에서 기초학력 이하의 비율이 낮았다.
■ 중학교
중학교에서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기초학력 이하의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지역규모와 학교성별, 학교설립유형 세 요인 모두 지속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지역규모가 읍면도시, 중소도시, 대도시로 커질수록 기초학력 이하의 비율은 낮아졌는데, 이는 기존의 선행연구들의 결과와 동일한 것이다. 그리고 남학교, 남녀공학, 여학교로 갈수록 기초학력 이하의 비율이 낮아졌는데, 이는 이 또래에서는 남학생의 기초학력 이하의 비율이 더 높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 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 국어, 수학, 영어 교과의 기초학력 이하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중학교에서와 같이 지역규모, 학교성별, 학교설립유형이 있었으며, 이외에 고등학교유형(일반고, 자율고, 특목고, 특성화고)이 추가되었다.
고등학교에서도 지역규모가 커짐에 따라 모든 과목에 걸쳐 기초학력 이하의 비율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사립학교가 국공립학교에 비해 기초학력 이하의 비율이 낮았다. 사립학교에 명문고 및 많은 외고, 과학고 등이 몰려 있다는 점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는지는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고등학교유형에 있어서도 특성화고, 일반고, 자율고, 특목고 순으로 기초학력 이하의 비율이 낮았다. 여기 특목고에는 체육고, 예술고, 마이스터고 등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그 기초학력 이하의 비율이 낮다는 점은 그만큼 학교 간의 격차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교 간의 격차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특이한 사항은 초등학교, 중학교가 모든 국수영 과목에서 남학교, 남녀공학, 여학교 순으로 기초학력 이하의 비율이 점차 낮아진 점과 다르게 수학교과에서는 그 반대의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즉, 고등학교 수학교과의 경우 반대로 여학교, 남녀공학, 남학교 순으로 기초학력 이하의 비율이 점차 낮아졌다.
이처럼 학습부진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기초학력 이하라는 더 넓은 범위로 확대하여 살펴보면 현재의 심각한 실태를 보다 잘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초학력 이하의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특성별 요인을 잘 고려하여 보다 효과적인 학습부진정책이 시행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결과도 학교를 통제하는 수단이 아닌 지원의 기준이 될 수 있도록 평가 본래의 취지를 회복해야 한다. 따라서 평가의 결과를 활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뒤늦게 한국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어, 연세대학교에서 교육행정, 교육평가를 전공했다. 현재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부설 21세기교육연구소'에서 연구원 겸 정책팀장으로 재직 중이다.